만 8개월을 맞는 성은이

우리 집 셋째 성은이의 생일은 2004년 1월 15일입니다. 이제 곧 생후 8개월이 되지요. 오빠와 언니를 돌보느라 늘 바쁜 엄마를 돕기 위해 매 주 3-4일은 외갓집에서 지내야 하지만 우리 집의 가장 중심부에 존재하는 핵심 멤버임에 틀림없습니다. 아직도 젖병을 챙기고 기저귀를 갈아 줘야 하는 진짜 '아기'니까요.

성은이의 얘기나 모습은 형민이나 시은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소개한 것 같습니다. 가족 사진을 많이 찍는 우리 카메라에도 성은이의 모습은 귀한 편입니다. 세르게이가 왔을 때나 경주나 해운대 방문 등의 이벤트 마다 손이 많이 가야 하는 성은이를 처가집에 맡기다 보니 그런 특별 행사(?) 사진에도 성은이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습니다.

하지만 위의 두 아이보다 더 활발하고 예쁜 미소를 가진 아기가 셋째 성은입니다. 그동안은 사람 얼굴만 보면 미소를 짓는 "스마일 베이비" 였는데 최근에는 무슨 생각이 드는지 아빠나 엄마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지요. 성은이도 매일 매일 발달 단계의 계단을 열심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선 특히...성은이와 첫째 형민이가 너무 닮았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첫째 형민 (만 7개월:2001년 5월)

                    둘째 시은 (만 5개월:2003년 5월)

                        셋째 성은 (만 7개월:2004년 8월)

 물론 첫째,둘째,셋째 다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이 사실이 보일 때마다 드는 신비로운 기쁨을 아시나요?

사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생후 만 7개월에 촬영한 첫째 형민이와 셋째 성은이의 모습은 너무나 흡사합니다. 사진을 섞어 버리면 누가 누군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둘째 시은이는 오빠와 동생에 비해 머리숱이 적은데 비해 형민이나 성은이는 까만 머리털이 특징적이고 훤한 이마에 이 시기에만 나타나는 도톰한 볼과 까만 눈동자가 너무도 닮아 있습니다.

성은이를 기르면서 가장 크게 감사하고 있는 부분은 성은이의 수면 습관 때문입니다. 성은이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규칙적으로 밤잠을 잡니다. 밤 10시가 넘으면 눈을 부비고 늦어도 11시에는 잠이 드는데 다음 날 아침 6-7시까지 한 번 정도 우유를 먹고 그 외에는 잘 깨지 않고 깊은 잠에 빠지지요. 둘째 시은이가 요즘도 자는 중 우유를 찾는다던지...이유없이 우는 데 비해 너무도 의젓합니다.

우리는 성은이가 이렇게 우리를 도와 주지 않는다면 세 아이를 함께 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할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우리의 수고를 덜어 주시기 위해 성은이에게 깊은 잠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세 아이는 서로 의지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 형민이나 시은이는 성은이를 기르는 일에도 한 몫을 하고 있지요.

"엄마, 성은이가 깼어요...","성은아..그리로 가면 안돼!" 라고 외치는 형민이의 목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고 심지어 한 살 많은 시은이에게 성은이 기저귀를 가져 오라는 심부름을 시키기도 하지요.

요즘 들어선 시은이가 아기에 대해 조심성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성은이도 갓난 아기 티를 벗었다는 점에서 선화의 부담이 많이 덜어졌습니다. 최근까지도 시은이는 자기 손으로 젖병을 들지 않고 꼭 엄마에게 들어 달라 했었기에 시은이와 성은이가 동시에 젖병을 찾을 땐 양 손을 사용해 두 아이에게 젖병을 물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시은이가 혼자 우윳병을 들고 먹기에 '성은이 우유 먹이기'도 훨씬 나아졌습니다.

성은이는 대부분 엎드려 있는데...시은이는 이 모습을 보며 성은이 위에 올라타서 말놀이를 실컷 해보고 싶어합니다. 실제로 그러다가 엄마에게 몇 번 크게 혼난 적이 있어 눈치를 보긴 하지만 가끔 엄마가 다른 방에 가기라도 하면 살짝 올라 타려는 장면이 몇 번 목격되기도 했지요. 그 외에도 토닥거려준다면서 배를 퍽퍽 때린다거나(우리집에서 시은이 손이 제일 맵습니다.) 자기가 먹던 것을 아기입에 넣어주는 것만 제외하면 대부분 안전한 편이라 선화도 성은이를 두 아이에게 맡겨놓고 설거지를 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아기의 '응가'는 형민이나 시은이에 의해 발견될 때가 가장 많은데.... 이 또한 큰 도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은이는 성은이가 외갓집으로 가고 나면 가장 먼저 섭섭해 합니다. 엄마 치맛자락을 붙잡고..."엄마..아가..아가..." 라고 아기가 없음을 얘기하지요.

며칠 전 성은이가 장롱에 발을 올린 채 누워 있는 것을 본 두 아이가 성은이 옆에 나란히 누워 따라 하는 모습입니다.

성은이 역시 형민, 시은이가 소리를 지르며 거실에서 뛰어 다니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자기만의 괴성(?)을 지르며 함께 즐거워하며 발을 구른답니다.

저 역시 형민이처럼 삼남매의 장남으로 자랐습니다. 동생들과 함께 보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늘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이었고 제 성격이나 성향들의 많은 부분들이 이렇게 동생들과 함께한 환경 속에서 형성된 거라 느껴집니다. (계획을 세우고 정리를 하고 누군가를 챙기고...)

제 경우, 철이 들고 난 뒤로는 동생들과 싸웠던 일은 거의 없는 것 같고 항상 함께 뭔가를 했던 즐거운 기억들만 남아 있기에... 우리 아이들 역시 서로 싸우는 일도 있겠지만 성장하는 내내 친구같은 남매로서 의지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머리 숱이 많은 성은이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여름... 짧게 이발을 한 번 했습니다. 하루 종일 집안에서 땀만 주르르 흘리던 아이들을 보며 "정말 에어컨이 필요한 것 같네요.." 라고 얘기하던 선화는 지난 여름의 무더위가 이렇게 가 버린 것이 가장 반갑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은이의 이마에는 땀띠가 남아 있고 성은이의 이마에도 가려운 땀띠를 긁다가 생긴 생채기들이 지난 여름의 전쟁(?)을 얘기해 줍니다. 이제 이렇게 올해를 넘기고 나면 셋째 성은이도 지금의 시은이처럼 부쩍 클 것이고...그 때가 되면 선화의 수고도 한 고비를 넘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는 이렇게 작은 갓난아기 목욕 시킬 일은 없을 테니까요.

사진 찍는 아빠의 모습을 쳐다 보는 성은이도 이제 카메라 플래쉬에 퍽 익숙해져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 살아가려면 이렇게 되야 하지요..(하하)

6개월이 넘으서면서 성은이도 이유식을 시작했는데 작은 입을 오물오물 거리며 죽을 받아 먹는 모습이 위의 두 아이들보다 더 정겹게 다가오는 걸 보면...아기 많은 집 아빠가 맞는 모양입니다.

성은이는 과일도 좋아하는데 특히 신 맛을 좋아합니다. 둘째 시은이가 가장 먼저 먹은 과일은 바로 카자흐스탄의 "슬리바(자두)" 였습니다. 그것도 새콤한 맛으로 유명한 과일이죠.

올 여름 성은이는 복숭아를 무척 많이 먹었습니다.

이렇게 죽도 받아먹고 과일도 잘 먹기 시작하면서 마냥 순하기만 하던 성은이도 요즘 제 본색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형민이와 시은이가 달랐듯이... 성은이도 어떤 비슷한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위의 두 아이와도 아주 다른데 손에 쥐고 빨던 어떤 물건을 빼앗기면 아주 대성 통곡을 하는게 특징적입니다. 얼굴을 땅에 묻고 처절하게 웁니다. 달래 보려고 다시 그 물건을 줘도 절대 받지 않고 성질을 대단히 내지요. 첫째 형민이는 돌이 지나기까지 별로 없던 현상이고 시은이가 뒤집기나 기기가 안될 때만 짜증을 낼 정도였는데...그걸 보면 셋째의 고집도 기대가 됩니다. 또 한 가지...물놀이 할 때는 성은이가 가장 힘차게 물장구를 치는 것 같습니다. 가장 순할 것 같은 성은이가 가장 고집이 센 아이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은이는 배밀이로 모든 곳을 다닙니다. 거실에 있던 아이들이 한 방으로 몰려가면 열심히 따라옵니다. 그리고 그 방에서 나오면 다시 따라 나옵니다. 거실 저 끝에서 부엌까지 중간에 신기해보이는 물건이 없다면 순식간에 옵니다. 무릎으로 기어 보려고 연습 중인데 무릎은 굽어도 팔이 앞으로 가지 못하니 늘 그 자세에서 다시 앞으로 포복하여 배밀이를 할 뿐입니다. 그래서... 엎드려 뼏쳐 자세를 잘 취하는데 그 자세로 아주 균형을 잘 잡습니다. 형민이는 기기보다는 뒹굴어서 목표 지점까지 옮겨 다녔고 기는 기간이 매우 짧았고 시은이는 배밀이만하다가 얼마 후 무릎으로 기었기에...이런 '엎드려 뻗쳐' 자세를 취하는 건...성은이가 유일합니다

그리고... 뭘 줘도 잘 받아 먹고 컵으로 물을 줘도 흘리지 않고, 침도 거의 흘리지 않고 사과를 쥐어주면 벌써 잘게 쪼개어 오물거릴 줄 알고... 이런 모든 면에서는 두 아이보다 훨씬 빠릅니다.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변비가 생기는 것은 시은이와 비슷했는데 한국에서는 주변에 가족들이 있어서 이런 면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먹거리를 가르쳐주시고 도와주시니까요...

그런데 성은이는 어릴 때부터 감기도 여러번 하고 열도 몇차례 났기에 두 아이보다 약한 건 아닌지 가끔씩 걱정이 됩니다.

성은이는 일주일의 절반 이상을 외할머니집에서 보냅니다. 사실 대부분의 이유식과 성은이만의 외출은 외할머니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세 아이가 함께 있으면 좋은 점도 있지만... 같이 있는 동안에는 언니, 오빠의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항상 11시가 넘어야 잘 수 있고 이유식을 못하게 되는 날도 많습니다.

형민, 시은이도 놀이터에 가자고 졸라 대지만 성은이까지 대동하고 밖에 나가기가 쉽지 않아 성은이가 있으면 두 아이 모두 지루한 오후를 보내야 합니다. 그래서 성은이가 외할머니집으로 가게 되면 형민, 시은이는 놀이터에서 실컷 놀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성은이 역시 자기 패턴대로 조용히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지요. 하지만... 이렇게 며칠 떨어져 있다가 세 아이가 다시 만나게 되면 마치 몇 달이나 못 만난 아이들 처럼 서로 안고 뽀뽀하고... 성은이도 좋아서 싱글벙글 웃습니다.

(형민이 오빠가 어린이 집에서 만든 "문어"를 머리에 쓰고 좋아하는 성은이의 모습입니다.)

형민이에게 "시은이가 더 좋아? 성은이가 더 좋아?"하고 물으면 성은이가 더 좋다고 합니다. 시은이는 오빠를 못 살게 굴지만 성은이는 예쁘다는 거지요. 하지만 성은이도 곧 오빠의 물건을 만지고 괴롭히는 날이 오겠지요. 그렇게 세 명이 토닥토닥거리고 싸우면 "소리 지르는 엄마"와의 일대 격전도 불가피하게 발발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투고 나서 곧 언제 그랬냐는 듯 히히덕거리는 아이들이기에 싸우는 시간보다 웃는 시간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성은이를 지금까지 지켜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2004.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