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살아가는 얘기 (16)
2003.10.9 -2003. 12. 29
어느 카자흐 할머니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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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3/10/09 오전
2:39: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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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목요일은 '수이어스펜설록 교회'의 마지막 진료 였습니다. 베라 교회에서의 마지막 진료 후 함께 차이와 케잌을
먹으며 아쉬움을 나누었던 모습은 이미 홈을 통해 소개해 드렸었는데...수이어스펜설록의 마지막 진료 뒤에는 그 같은 특별한 순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제 세워진 진 1년 밖에 되지 않은 수이어스펜설록 교회는 카자흐인들만을 대상으로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다민족 사역을 하고 있는 다른 대부분의 교회들보다는 여러 가지 면에서 더 어렵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하지만...이 날 진료를
받으러 많은 분들이 "그동안 고마웠다"는 아쉬움의 작별 인사를 보내 주셨습니다. 그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은 양 손에 '끄믜스'(말젖을
발효시킨 음료)와 '말 순대'를 들고 너무 고맙다며 찾아온 할머니 한 분이셨습니다.
그 분은 일전에 담낭에 돌이 있다고 찾아 오신
분이였는데 제가 증상도 없고 크기도 크지 않아 수술할 필요 없다고 안심시켜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일이 그렇게 고마웠는지 "다른 의사들은
모두 수술하라고 했는데 한국에서 온 이 의사는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했다"며 연신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러고는 갑자기 저를 자기
집으로 초청하겠다며 날짜와 시간을 정하라고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몇 번이나 거절해 봤지만 간곡히 거절하는 소리에도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서는
차마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어 그 다음 날 낮 1시에 찾아 가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수이어스펜설록 교회의 선교사님 부부도 함께 초대되었습니다.
다음 날 낮 1시....아직 개발되지 않은 변두리에 위치한 땅집에서 조촐한 향연이 거행되었습니다. 할머니는 말고기로 만든
비스파르막을 내 놓았습니다. 비스파르막은 카자흐인의 대표적 전통 요리로서 귀한 사람들을 대접하거나 결혼,회갑 같은 특별한 날에만 내 놓은
요리입니다. 바자르에서 산 말고기인지 소금 간이 짙게 배인 말고기였지만 밀가루 반죽과 함께 정성스럽게 만든 식탁이었습니다. 말 순대와 끄뮈스도
빠지지 않았고....
 (할머니 집에서 식사를 할 때...그 집에 있던
사람에게 가져간 디지털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그만 셔터를 살짝 누르는 바람에 후레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나 봅니다. 비록
어두운 조명의 사진이지만 사랑으로 넘쳐나는 식탁입니다. 함께 계시는 분은 수이어스펜설록 교회의 남성택/박용주 선교사님이십니다.
)
카자흐 할머니의 감시 속에 그 짜가운 말고기를 배부르게 먹어야 했습니다. 할머니는 비닐 주머니에 말고기와 여러 음식들을
싸 주시면서 집에 있는 아이 가져다 주라고 챙겨 주시기도 했습니다. 비록 음식 맛은 우리에게 맞지 않지만 떠나는 저를 생각해 주시면서 이렇게
끔찍히 챙겨 주시는 할머니의 맘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할머니는 "그 동안 누구도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당신만은 너무 좋아하게
되었다" 며 숨겨 놓은 보드카 까지 선물로 내 주셨습니다. 알고 보니 이 할머니는 고아 아이 3명을 데려다 키우기도 하시는 맘씨가 고운
분이셨습니다.
식사 후 돌아갈 시간이 되어 차에 탈 때에도 볼을 비비며 카자흐 식 인사를 하신 할머니는 "꼭 다시 돌아오라"는
당부까지 남긴 뒤 우리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마을 어귀에 서 계셨습니다.
비록 짧은 카자흐스탄에서의 생활이었지만 이곳에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끈끈한 정은 '도무지 정 들기 어려운 나라 카자흐스탄'을 '다시 오고 싶은 나라'로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선화가 들고 있는
것이 끄뮈스와 말순대입니다. 왼쪽에 보이는 우유처럼 보이는 액체가 말젖을 발효시킨 시큼한 맛의 끄뮈스이고(정말 못 먹겠더군요...) 오른쪽은
카자흐스탄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말 내장으로 만든 말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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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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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3/10/16 오후
11:57: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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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아스타나를 떠나기 전 날 밤입니다. 이 밤이 지나면 내일 아침 8시 30분 경 집을 나서 공항으로 출발하게
됩니다. 이곳 시간으로 낮 10시 20분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저께 14일 우여곡절 끝에 컨테이너를 무사히
발송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문제가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것 한가지만 얘기하자면 아파트 앞에까지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이 도착했기에 인부들을 동원해서
짐을 어렵게 싣고 관세구역을 통과해 컨테이너 하치장에 내리려고 갔는데...아니 글쎄...우리 짐을 실은 컨테이너는 카자흐스탄 국적을 가진
컨테이너이기 때문에 한국의 부산까지 갈 수 없다면서 러시아 국적의 다른 컨테이너로 짐을 옮겨야 한다며 다시 다른 컨테이너로 짐을 옮기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컨테이너 비를 은행에 내라고 해서 갔더니만 어떤 은행들은 수수료를 2.5%나 떼야 한다고 하고...우리 짐을
운반하는 회사인 kazaktransservice가 거래하는 은행으로 가서 대금을 지불하려 했더니 개인 명의로는 이런 거금(?)을 받을 수 없다고
해서 하루종일 돈을 들고 어디로 가야 할지 헤매야 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이 모든 일을 뒤로 하고 우리는 내일 아침 이곳을
떠납니다. 오늘은 그동안 우리가 임대해서 사용했던 집을 정리하고 집주인과 마지막 정리를 하고 짐을 꾸리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10월 16일 오늘은...저와 선화가 결혼한 지 4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지금 선화의 명을 받고 러시아 관련 정보를 정리하게 위해
아스타나에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웹 검색을 마지막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러시아로 가져가야 했던 러시아 여행 관련 책들을 그만 컨테이너 안에
집어 넣는 바람에 러시아에 대한 정보 하나 없이 러시아로 가야하는 일이 벌어졌기 떄문입니다.
그래도 지난 번 터어키 여행때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이 우리 길을 잘 예비하실 줄 기대합니다.
저희는 오는 10월 23일 정오 경에 인천 국제 공항에 도착하게
됩니다. 내리면 가족에게 도착 사실을 알리고 부산행 비행기를 끊을 것 같습니다. 그 사이에 전 잠깐 서울 연건동 국제협력단 본부에 들어가 귀국
인사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자...이제 카자흐스탄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방명록에 많은 분들이
들어오셨네요..한국에 가면 다시 메일을 드리고 필요한 정보들을 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이성훈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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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일치? 13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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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3/11/15 오후
3:53: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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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새로 정한 아파트는 부산 지하철 2호선 호포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면 2천원이면 올 수 있는 거리입니다.
아파트 앞을 지나는 도로는 양산에서 호포, 금곡, 화명동 방면으로 내려 가는 도로이지만 남양산 IC가 바로 붙어 있어 가장 빠른 시간
내로 고속도로에 차를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 가정의 차는 소나타 III 97년 식입니다. 아기가 둘이고 곧 셋이 될 걸
생각하니 이제는 조금 큰 차여야 하겠는데 새 차 살 재정은 없고 해서 걱정이 조금 되었었는데...장인 어른께서 선물로 주신 차입니다.
카자흐스탄에서의 닛산 '서니'보다는 안정된 주행감으로 인해 저나 선화나 대 만족입니다.
우리가 새 아파트로 이사한 것은 약
열흘전입니다. 새 아파트를 고르기 위해 양산 일대를 헤맸던 그 날...양산의 생활 정보지를 통해 알게 된 이 아파트를 찾아 왔을 때 우리 맘을
끈 것은 다름 아니라 이 아파트의 호수였습니다.
바로 1303호 였기 때문입니다.
1303호는 지난 2001년
우리가 카자흐스탄으로 떠나기 직전까지 살았던 우리의 신혼 시절 보금자리였던 부산 학장동 도개공 아파트와 같은 호수이기 때문입니다. 그 때도
1303호 였는데...
이 우연의 일치는 '하나님이 이곳으로 인도하신지도 몰라' 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했고...아닌게 아니라
아파트의 모든 구조가 우리 맘에 들었었고 우리 가정에 가장 적합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13층에서 호포 쪽으로
바라 본 모습입니다. 비가 올 듯이 흐린 날씨와 택지로 개발하기 위해 정리해 놓은 큰 땅들이 눈에 들어 오지요?

이 아파트는 정남향을 바라 보고 있어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거실이 환하게 밝아집니다. 형민이와 시은이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활발하게 움직이지요.
환하게 깃든
햇볕을 보면 형민이는 노래 합니다. "내 영혼에 햇빛 비치니...." 이 노래를 어떻게 아냐구요? 우리가 몇 번 부른 노래는 음악적
감각이 뛰어난 형민이의 머리에 정확하게 입력되고 ...가사를 연상할 수 있는 상황에선 바로 그 노랫말이 튀어 나오거든요...덕분에 햇볕이
내리쬐는 시간이면 형민이가 기억하는 "비치다" 라는 동사가 들어 있는 노래들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우리 거실에서 보이는 이런
풍경은 이 근방의 아파트에선 찾아 보기 힘듭니다. 모든 아파트가 촘촘하게 붙어 있는지라 우리처럼 가장 남쪽 가장 자리에 배치된 건물에서만 이런
전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하나님이 예비하신 1303호에서...우리의 새 삶은 시작됩니다.
아래는 지난 주 밀양
여동생 집에 갔을 때 찍은 시은이의 사진입니다. 시은이 옆에 있는 아이가 바로 "엄마, 아빠가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활발한 운동성을 보이는
아이' 인 우진' 입니다. 크고 시원시원한 눈을 가진 우진이는 시은이보다 1개월 빨리 태어 났답니다.

한 마디 더) 지금
처갓집의 전용선과 컴퓨터를 사용해서 글을 올리고 있는데 FTP를 통해 upload 시킬 때마다 제 입이 벌어집니다. 이렇게 빠를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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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삿짐 컨테이너가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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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3/11/27 오후
1:44: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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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양산 시장 한가운데 있는 한 PC방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루 속히 이삿짐이 도착해서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의
'한국판' 정리 작업도 시작해야 하고 홈 관리는 물론 카자흐스탄에서 소식을 기다리는 많은 분들께 연락을 드려야 함에도...모든 자료를 담고 있는
컴퓨터 및 관련 물품이 도착하지 않아 아직까지 PC방을 전전긍긍하며 새소식을 올리는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어제
반가운 연락을 받았습니다. 오는 목요일 우리 이삿짐 컨테이너가 부산항에 도착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제 용당 구내 창고로 컨테이너가
옮겨지게 되면 서류 작업을 그쳐 양산의 우리 집으로 이삿짐을 옮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 문제로 인해 소화도 잘 안되고 여러 모로
힘들었었는데 45일 만에 무사히 짐이 도착하게 되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닙니다.
오늘은 부산의대 기독학생회 학사 모임인 '새벽별'
모임이 부산의대에서 열립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지난 2년 반 동안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게 보여 주시고 품게 하신 카자흐스탄과 관련된 여러
얘기들을 여러 사람들 앞에서 하게 됩니다.
많은 동영상들과 사진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관계로 일단 우리 홈에 올려진 사진들과
자료들 위주로 여러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경험을 나눌 생각입니다. 이 PC방에서 홈에 흩어진 여러 사진들을 모으는 작업들을 막 마쳤습니다.
한국에 들어와서 한 달 간은 너무 정신없고 멍하게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적응도 적응이지만...아직 자리잡지 못했던 시간 속에서
카자흐스탄에서 품고 온 많은 생각들이 혼란스럽게 보였던 것들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가정이 품었던 생각들을
다시 정리하게 되고...이제 이삿짐이 도착해서 정상적인 생활에 돌입하게 되면 우리의 비젼들을 차근 차근 준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바야흐로...지금에서야 한국에서의 삶들을 바로 바라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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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밭에 둘러 싸인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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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3/12/08 오전
12:20: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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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의 우리 집은 남양산 IC 근처에 붙어 있습니다. 양산 신도시 보다는 부산 쪽으로 치우쳐져 있고 차기 양산
신도시 예정지로 토지 공사가 한창인 곳의 맞은 편에 위치한 아파트입니다. 아파트 뒤로는 정겨운 산이 바로 면해 있고 그 사이로는 텃밭으로
사용되는 밭들이 둘러 싸고 있습니다. 아래는 산쪽에서 우리가 사는 아파트를 바라보고 오후 2시 경에 찍은 사진입니다.

황무지로 둘러싸인 곳 같지만 사진
아래를 자세히 보시면 배추밭으로 둘러 싸여 있습니다. 올 여름 비가 많이 와서 제대로 농작물이 자라지 못했을 때...많은 사람들이 텃밭에
배추씨를 뿌린 것이 이제 곳곳에서 결실을 보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요즘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면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밭에 앉아 배추를 캐고
있는 것을 늘 볼 수 있습니다.
지난번 추수 감사예배 때는 밭에서 따온 것이라며 배추 100포기를 가져 오신 분도 계셨습니다.
카자흐스탄 특히 북부 카자흐스탄에서는 배추 씨를 사다 심어도 한국처럼 탐스런 배추로 자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국의 늦가을은
풍요롭기만 합니다.

이제 새 집에 완전히 적응을 끝낸
두 아이는 새로운 보금자리가 좋기만 합니다. 가끔씩 형민이에게 물어 보니다. "형민아..카자흐스탄이 좋아? 여기가
좋아?"
카자흐스탄이나 알마티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는 형민이는 바로 "여기가 좋아..." 라고 대답합니다. 어린 마음에도
모든 것이 푸르고 따뜻하고 자유로운 이곳이 마음에 드나 봅니다.
하지만 푸른 배춧잎을 보면...지금도 하얀 눈과 얼음의
세상...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수고하고 계실 선교사님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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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참관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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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3/12/17 오후
3:31: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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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기름 바르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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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3/12/29 오전
5:18: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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