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은 너무 많아요...

아이 셋을 기르면서부터는 홈페이지에 글 올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좀처럼 여유 시간이 나지 않기 때문이죠. 형민이가 다니는 어린이 집마저 오는 3월 13일까지는 신학기 적응을 한답시고 오전 수업만 하고 귀가시키는 바람에 요즘은 거의 하루 종일 세 아이와 체력을 소모하며 지내야 합니다. 낮은 그렇다치더라도 밤에도 쉴 수 없는 건 더 큰 문제입니다. 이제 겨우 두 달이 가까와 오는 성은이가 최근 잠투정이 심해지면서 사람 품에 안길려는 경향이 더 심해졌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제가 외출하기도 힘들어 졌습니다.

그제 주일에는 전 날 새벽 3시까지 자지 않고 안아 달라고 보채는 성은이와 씨름하느라 자질 못해 하루 종일 눈꺼풀의 무게를 느껴야만 했습니다. 세 아기를 돌보는 탓에 체력이 떨어져 감기까지 걸린 선화가 애처로와 그 날 밤은 "내가 성은이를 책임지겠노라" 장담하고 선화를 먼저 재웠지만...잠이 드는 것 같아 내려 놓기만 하면 이내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성은이 때문에 밤새도록 허둥대야 했습니다. 급기야 성은이만 따로 데리고 거실에서 자야 했는데 그것도 새벽 6시에 우유를 찾는 바람에 3시간만 자고 일어나야 했습니다.

아기 기르는 건 이제 베테랑이 되었지만 '인해 전술'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우리를 버겁게 만드는 건 둘째 시은이 입니다. '쌍둥이는 길러도 연년생은 못 기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 말귀를 못 알아 듣는 큰 아이를 데리고 작은 아이를 길러야 하는 어려움을 묘사한 말이죠. 사실...형민이만 있고 둘째가 지금 태어났다면 만 3년 터울이 지는 아기를 기르는 건 아무 문제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딱 1년 앞서는 시은이를 데리고 성은이를 길러야 하다 보니 엄마, 아빠가 항상 붙어  있어도 어렵기만 합니다.

선화는 사진처럼 마스크를 하고 지냅니다. 2주째 계속되는 감기 때문에 아이들이 옮을까봐 이렇게 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엄마의 이런 모습이 재미있기만 합니다. 하지만 좀처럼 낫지 않는 감기는 늘 걱정스럽기만 하지요. 좀 쉬어야 되는데...

성은이를 업고 다니는 엄마를 흉내낸다고 형민이는 뚝딱이를... 시은이는 코카콜라 백곰을 업고 다닙니다. 시은이는 특히 막내 성은이만 보며 "아가...아가..." 라고 소리 지르며 뽀뽀하려 달려 드는데 이걸 그냥 뒀다간 큰 일 납니다. 뽀뽀를 한답시고 아기를 깨무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성은이 얼굴에 이빨 자국이 나고...아기가 자지러지게 울기를 한 게 몇 번....이제 눈치로 말귀를 알아채기 시작하는 성은이이게 그렇게 해선 안된다고 야단쳐 보기도 하지만 아직은 역부족이기만 합니다. 시은이 역시 이제 겨우 13개월이기 때문입니다.

'터프 베이비' 시은이는 오빠 형민이도 자주 울립니다. 손톱을 세워 할퀴기도 하는데 형민이는 반격(?)은 커녕 울기만 할 뿐이죠. 요즘 우리 부부는 시은이의 이 성격을 잡는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시은이는 형민이보다 말도 빠르고 눈치도 빨라 오빠 형민이와 거의 맞먹고 놀 정도입니다. 떨어져 있으면 시무룩해 있지만 둘을 붙여 놓기만 하면 언제나...하루 종일... 흥분 상태에 빠지죠.

내성적이고 침착한 형민이는 정말 아기들과 잘 놀아 주는 오빠지만 활달한 시은이의 손버릇 때문에 여간 고생하는 게 아닙니다. 요즘은 시은이가 할퀴기라도 하면 슬며시 엄마에게 와서 얼굴에 생긴 붉은 줄을 가리키며 "시은이가 이렇게 했어요.."하고 일러 주고는 방 안에서 야단맞는 시은이의 울음 소리를 즐기는 여유가 생기기도 했지만.....

그래서 일주일에 며칠만이라도 장모님께서 시은이를 외갓집으로 데리고 가는 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물론 장모님이 체력적인 부담을 지셔야 하지만 선화나 제가 다시 체력을 비축해서 다음 주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것도...외갓집에 가면 시은이가 재미없어 하고 심심해 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세 아이를 함께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 사는 집이 좀 넓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전 학장동 집(20평)에선 이 아이들을 풀어 놓을 공간이 전혀 나지 않을 건데...양산의 우리 집(32평)은 아이들이 뛰어 놀 실내 공간이 있습니다.

(사진처럼 거실 장식장에는 카자흐스탄에서 가지고 온 국기, 지도, 각종 민속품들이 보관되고 있고 CIS 지도도 그 위에 걸려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을 잊지 않기 위해서죠.)

뛰어 다니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부딪히면 쿵하고 넘어지기 쉬운 시은인지라...이렇게 잘 놀더라도 언제나 신경이 쓰입니다. 특히 둘은 상대방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서로 만지고 싶어 하기 때문에 조용히 놀 때가 거의 없습니다. 조용하다 싶다가도 이내 영락없이 울음 소리가 들려 오지요. 이렇게 하나를 놓고 둘이 다툴 때면 아무래도 말귀를 알아 듣는 형민이에게 "형민아...시은이는 잘 몰라...네가 그냥 아기에게 줘라..." 라고 다그치게 되는데 항상 형민이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을 기를 때 큰 아이만을 나무라는 건 좋지 않다고 하던데...우린 시은이에게 다른 장난감을 줘서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려 보려는 시도도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햇살이 비치는 오후가 되면 신발을 신기고 베란다로 내 보내는데 '유리창 닦이'와 '빗자루'를 들고 한참동안 뛰어 놀고 나면 오후 3시 40분 경에 시작되는 EBS 방송을 보게 합니다. 그 외 시간에는 TV를 못 보게 하는데...셋이 되면서부터는 비디오를 보고 싶어하는 형민이에게 비디오를 틀어 주는 시간이 좀 늘어난 것 같습니다. 형민이가 좋아하는 비디오 프로그램도 인터넷으로 몇 개 더 구입했습니다. (기관차 토마스와 뿡뿡이 최신 비디오 등...)

사진은 시은이가 성은이에게 뽀뽀한다고 달려 가는  장면입니다. 아직 두 달도 안 된 성은이는 잘 보지도 못하는데... 이렇게 뭔가가 다가와 무거운 머리로 얼굴을 짓눌러 버리면 울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습니다.

아기를 보기만 하면 뽀뽀하려는 버릇이 생긴 탓에 요즘은 시은이를 데리고 주일 낮 예배 드리기도 힘들어 졌습니다. 왜냐하면 유아실에 있다가도 주변에 갓난아기를 데리고 예배를 드리는 사람이 나타나면 " 아가..아가...뽀뽀..뽀뽀.." 하면서 다가 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사태가 이쯤 된다 싶으면 시은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와야 하지요.

아기가 셋이 되고 나서는 밤에 가정 예배 드리는 일도 쉽지 않아졌습니다. 전...가끔씩 주변 사람들에게 지금 이 시기가 기독 부부에게 '광야' 와도 같은 시기라고 얘기하곤 합니다. 갓난 아기를 기르는 탓에(그것도 셋이나...) 주일 예배도 집중적으로 드리기 어렵고 교회 봉사도 하기 어렵고 가정 예배 드리기도 쉽지 않아지기 때문입니다. 저야 어렵게 주일날 교사나 찬양팀 활동을 하지만 선화로선 당분간은 그 어떤 활동도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래도 제가 교회 활동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격려를 해 주는 선화가 고맙기만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가정 예배를 안 빠뜨리려고 우리 둘은 노력합니다.

셋째 성은이를 목욕시키는 모습입니다.

하루라도 안 씻기면 우유 냄새에다 땀 냄새로 뒤범벅이 되기에 시은이가 자는 틈을 타서 목욕을 시킵니다.

시은이가 깨어 있으면 도저히 이뤄질 수 없는 일이기에 밤이 될 수도 있고 낮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형민이는 엄마, 아빠를 도와 보조 역할을 수행하지요.

사실 이제 형민이는 아기가 아니라고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아기 기저귀 심부름을 포함한 여러 심부름을 혼자 도맡아 하고 성은이가 울기라도 하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기저귀를 갈아 준답시고 아랫도리를 풀기 때문입니다. 아기를 데리고 잘 놀아 주는 건 기본이고...아빠가 집에 없을 때는 혼자서 세수하고 양치질하고 조용히 자리에 누워 "엄마, 형민이 착하지요?..." 라고 물어 보기까지 한다는군요. 자기도 대견하다는 생각이 드나 봅니다.

그래도 아직...엄마, 아빠의 사랑을 담뿍 받아야 할 형민이기에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론 애처로울 때도 있는게 부모의 맘입니다.

엄마가 성은이를 씻기고 있는 동안 형민이도 어디서 가져왔는지 빈 병 하나를 열심히 씻기고 있습니다.

항상 엄마가 하는 일을 따라 하며 세상을 배워 왔던 형민이는 이제 어린이 집에서 사귄 친구 이름도 줄줄이 외고 아빠가 모르는 노래도 불러 대는, 엄마의 든든한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지요.

우리의 생활은 이렇게 쳇바퀴 돌아가듯 바쁘게 일주일을 보냅니다. 이젠 외식은 엄두도 못 낼 일이고 기껏해야 아파트 상가 안의 중국집에서 자장면 배달 시키는 게 최대의 행사입니다.

그 나마 토요일 오후 시은이를 외갓집에 보내고 난 뒤에는... 성은이를 포대기에 싼 채 형민이를 데리고 시장을 거닐고 음식점에 들르는 여유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양산 시내에는 한 끼에 3천 5백원이면 회덮밥, 회정식을 먹을 수 있는 괜찮은 음식점이 있습니다. (이런 집은 TV에 소개해도 될 것 같은데...)

우린... 여유가 생긴다 싶은 토요일 오후에는 어김없이 이 식당으로 와서 누군가 해 주는 음식을 먹고 일주일의 강행군을 결산하곤 합니다. 늘...6개월만 더 버티자는 얘기로 일관하지만...힘들기도 한 이 시간이 행복한 시기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도 하고 있지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제가 국제협력의사로 근무하는 기간 동안 두 아기가 태어났고 오는 5월... 새로운 근무지로 출근할 때 쯤이면 셋째 성은이도 백일을 지나게 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래도 아빠가 가사와 육아의 부담을 나눌 수 있는 비교적 여유로운 이 시기에 우리의 '갓난아기 기르기'는 꼭지점을 통과하는 셈이니까요.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애시당초 세 아이를 기르는 건 불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가정 당 평균 한 명 남짓한 아기를 데리고 사는 이 시대에 세 아기를 데리고 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전 세대만 하더라도... 대가족 제도의 전통을 지키고 있던 시대였던지라 태어난 아기를 돌봐 줄 사람이 집 안에 많았고 제 먹을 건 타고 태어 난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아이들을 비교적 쉽게 키웠지만....아파트 속에 갇힌 핵가족으로 대표되는 이 시대에는 '아기 봐 줄 사람 없는' 육아 부담과 1인당 교육비의 무게를 느끼며 세 아기를 키워야 하기에 무모하기만 한 일입니다.

하지만...생명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법이기에 감사하기만 합니다.

세 아기 모두 각자의 성격이 다르고 저마다의 분위기가 있고 자기의 웃음과 목소리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제 누구 하나 없으면 허전하기만 한 우리 집이 되어 버렸습니다.

셋째 역시....두 달이 다 되어 가면서 얼굴 윤곽이 나오기 시작하는데...요즘 드는 생각은 이렇게 예쁜 아기가 안 태어났으면 어쩔 뻔 했냐는 거랍니다.....하하..

잠투정을 하고... 해선 안될 일을 한다고 혼나기만 하는 아이들....그래도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입니다. 아이 셋이 많은 건 분명하지만 그 만큼 엄마, 아빠로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은 많아진다고 얘기한다면 틀린 말일까요?   200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