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은이의 첫 돌

시은이는 2002년 12월 28일 밤에 태어났습니다. 아빠는 카자흐스탄에 남아 있고 엄마만 형민이와 함께 한국에 들어가 부산대학병원에서 출산해야 했었지요. 그로부터 1년...지난 12월 29일 저녁은 시은이의 첫 돌을 축하하는 모임이 저희 집에서 열린 날이었습니다. 정확하게 한다면 12월 28일에 해야겠지만 그 날이 주일이고 해서 모두에게 용이하지 않아 다음 날인 월요일에 모두가 함께 모였습니다.

두 아이를 기르며 사는 요즘...제 맘 속에 드는 생각은 하나님이 두 아이로 인해 내게 부어 주시는 위로와 축복이 한 없이 크다는 생각입니다. 아빠라고 달려 드는 아이의 두 팔을 맞잡으며 환한 웃음을 바라볼 때마다 소위 말하는 '장성한 뒤 기대할 수 있는 효도' 보다는 이렇게 아기 적에 아기가 보내 주는 절대적인 사랑과 의지가 더 큰 기쁨이고 축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 모르는 잠에 빠진 시은이의 볼에 얼굴을 비비며 이 행복한 순간들을 좀 더 오래 느껴 보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자라면 그 때도 부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겠지만 2살, 4살인 두 아기로 인해 얻는 위로는 세상 살이 속에서 우리가 얻는 큰 기쁨 중 하나입니다. 쌕쌕 숨을 쉬며 자고 있는 아기의 얼굴 속에 느껴지는 평안은 마치 주 날개 아래서 세상 염려를 잊은 성도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시은이는 요즘 걸음마를 시작했습니다. 혼자 일어서는 것은 물론이고 몇 발자국 정도는 도움 없이 혼자서 걸어 갑니다. 시은이가 둘째다 보니 늘 첫째 형민이와 비교하게 되는데 두 아이의 성격이 너무도 다른 게 우리 부부의 변하지 않는 얘깃거리입니다.

돌이 가까워오면서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하고 자기 표현이 더욱 분명해지는 시은이는 아기때부터 애살도 많고 엄살이 많은 아이었습니다. 100일 무렵 뒤집기를 연습할 때도 90도쯤 몸이 돌아갔지만 더 이상 뒤집어지지 않게 되면 짜증을 내며 소리를 질러 대곤 해서 우리가 살짝 넘겨주기도 했었지요. 처음 기어 다니기 시작할 무렵에도 다리는 움직이는데 팔은 움직이질 못해 그저 엎드려 낑낑 거리기만 했던 시은이는 맘대로 되지 않으면 투정을 부리는 아기였습니다. 거기에 반해 형민이는 모든 단계를 부단한 연습 끝에 도달하고 어려움에 봉착해도 그저 조용하게 자신의 힘으로 넘기는 노력파(?)였답니다.  

하지만 시은이가 형민이에 비해 엄마, 아빠의 사랑을 더 많이 받는 면도 있습니다. 첫째는 시은이 특유의 '애교 전술' 때문입니다. 첫 아이 형민이를 기를 때는 보도 듣도 못했던 일들을 시은이로 인해 경험하게 되는데... 병원에 갔다 온 아빠가 집 안에 들어서면 엄마 품에 안겨 있던 시은이는 금새 엄마를 밀쳐 내며 아빠에게 두 팔을 쫙 뻗칩니다. 안아 달라는 거지요. 시은이를 넘겨 받아 가슴에 품고 있으면 살그머니 아빠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시은이의 머리 감촉을 이내 느끼게 됩니다. 이런 부분에서 우린 '여자 아이'라는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시은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사람에게 기대고 부드럽게 안겨 있는 걸 좋아하고 낯을 덜 가리는 성격을 분명 타고 났으니까요....

늘 뻣뻣하기만 하던 형민이를 안다가 이렇게 부드럽고 포근하게 안기는 시은이를 안으면 그야 말로 감동입니다. 그래서 외갓집에서도 본가에서도 시은이는 선이 굵고 순하다는 칭송(?)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시은이가 사랑받는 두 번째 이유는 항상 잘 먹기 때문입니다. 시은이가 못 먹는 건 거의 없습니다. 태어난 뒤 분유를 혀 끝에도 안 대려 했던 형민이와는 달리 220cc 의 분유병을 꿀꺽 비우고 난 뒤 이내 아빠, 엄마의 식탁에 기대 서서 밥이며 반찬이며 눈에 보이는 대로 낼름 받아 먹는 아이가 바로 시은입니다. 형민이 때는 경험이 없어 제대로 이유식을 못해 먹였지만 시은이에게는 이것 저것 준비해서 이유식을 때 맞춰 시작했는데 늘 숟가락을 갖다 대면 사양하는 일도 없이 무조건 받아 먹기 때문에 시은이가 덤벼 들지 않으면 밥을 떠 먹이지 않는다는 것이 철칙입니다.

10개월이 지나면서 시은이는 오빠인 형민이가 하는 일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뭐든지 같이 해 보려고 덤비기 시작했습니다. 오빠가 그림을 그리면 스케치북 위에 올라 앉아 크레파스를 먹는 엽기적인 행동을 한다든지... 애써서 기찻길을 만들어놓으면 하나씩 레일을 뜯어 놓는다든지....심지어 아빠가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으면 기어 와서 'reset' 버턴을 눌러 아빠 속을 뒤집어 놓는데....재미 있는 것은 이런 상황이 터지면 오빠인 형민이가 "애기야! 안돼..." 라고 소리를 지름에도 불구하고 시은이는 더 큰 소리로 괴성을 지르며 오빠를 나무란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시은이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행동이 늘 누군가에게 제재를 당하는게 못마땅스럽기도 할 것 같습니다. 오빠라는 아이(형민)는 항상 자기 옆에 앉아 자기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시비만 걸고....그러다보니 고집과 자기 주장이 아주 강해졌는데 손에 쥐고 있는 물건을 뺏기기라도 하면 상대방을 치거나(손 바닥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때리는 행동입니다.) 아주 서럽게 올기도 합니다. 이런 시은이의 행동은 자기 주장과 고집이 강해져가는 시은이를 기르는 저희들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너무나 순한 형민이는 시은이가 어떻게하더라도 시은이를 그대로 받아주는 자상한 친구이자 오빠입니다. (사진은 함께 TV를 보면서 시은이에게 뭔가를 열심히 얘기해 주고 있는 형민이의 모습입니다.)

물론 간혹 시은이에게 조심성 없는 행동을 해서 함께 사고를 치기도 하지만.... 시은이가 오빠 얼굴을 긁는다 하더라도 보통은 잘 참아 줍니다.

시은이가 오빠의 얼굴을 손 바닥으로 밀치면 형민이의 인상도 순간 심각해집니다.

그러면 선화는 형민이에게 물어 보지요. "형민아... 아기가 형민이 얼굴 아프게 했는데 혼내줄까?" 이렇게 물어 보면 형민이는 항상 아니라고 고개를 흔듭니다. "아기가 아직 어리리까 봐주고 좀 더 커서 그러면 엄마가 혼내줄까?"하면 "네...."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형민이.... 시은이의 위험한 행동을 엄마, 아빠에게 알려주는 역할까지 하는 형민이는 시은이가 자라는데 있어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시은이도 돌을 넘기게 되면서 형민이와 시은이는 제법 서로 의사 소통을 하면서 함께 노는 시간이 늘어 났습니다.

특히 최근 한두달 전부터 누군가에게 먹을 것을 먹여 주는 일에 재미를 붙인 시은이와 함께 과자(주로 감자깡)를 서로 먹여 주면서 오누이의 우애를 돈독하게 하고 있지요.

매일 오후 4시 15분이면 EBS TV에서 하는 '방귀대장 뿡뿡이"를 함께 보는 일도 둘에게는 중요한 일과입니다.

너무 어릴 때부터 TV에 노출시키는 게 좋진 않지만 형민이가 좋아하는 뿡뿡이 방송을 볼 때면 둘은 사진처럼 함께 앉아 화면 속 사람들의 동작을 뚫어지게 쳐다 보며 재미있어 하는데....시은이가 TV를 보며 가장 큰 반응을 보일 때는 짧은 시그날 음악이 나올 때입니다. 예를 들면 9시 뉴스가 시작될 때 나오는 짧은 배경 음악이나 스포츠 뉴스가 시작할 때 나오는 활기찬 음악 등이 그런 것인데 그 때가 되면 시은이도 형민이와 함께 몸을 흔들어 대지요.

이번 시은이의 돌 모임에는 가족들만 함께 했습니다.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은 때에 가족이 함께 모여 하나님께 예배 드리고 다시 한 번 힘을 내자는 의도에서 기획된 것인데 새벽별 회원들이나 다른 지인들은 1월 중 개최 예정인 집들이 모임에서 겸사 겸사 인사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연말인지라 교회마다 각종 모임이 많아 장유 교회에서 전도사 일을 하고 있는 남동생 가정이나 밀양 대평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여동생 가정 모두 바쁜 가운데서 시은이의 돌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양가 부모님과 할머니(시은이 왕 할머니)도 오셨는데 양산으로 이사와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 같습니다.

예배 시간에는 매제인 이태훈 목사님이 말씀을 증거해 주시고 시은이 할머니가 기도해 주셨는데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예배 드린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쁘고 은혜로운 모임이었습니다.

3남내의 장남인 저는 이미 조카가 둘이나 있습니다. 내년에 강도사가 되는 남동생 집에는 5개월된 가은이가 있고 단독 목회를 하고 있는 여동생 집에는 시은이보다 한 달 빠른 우진이가 있습니다. 곧 선화가 셋째 아기를 출산하고 4월 초에 출산 예정인 여동생의 둘째 아기가 나오면 우리 남매 아래의 아기만도 모두 여섯 명이나 됩니다.

왼쪽 사진의 아이들이 현재 저희 남매 아래로 태어난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형민이는 누군지 아시겠지요? 시은이는 웬일인지 울상을 짓고 있네요..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맨 왼쪽에 있는 아이가 여동생의 첫 아이 우진이고 맨 오른쪽에 있는 아이가 남동생의 아이 가은이랍니다.

이 4인조 아기단은 이 날 예배와 식사 시간 내내 엄마들을 못살 게 괴롭힌 장본인들입니다. 그래도 이제 5살이 되는 형민이는 동생들을 잘 다독거리고 함께 잘 놀아 준다고 많은 고모, 고모부, 삼촌, 숙모들로부터 칭찬을 받았답니다.

시은이는 하나님이 우리 가정에 위탁해 주신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훈계로 잘 양육해서 하나님께 쓰임 받는 재목으로 자랄 수 있도록 우리 부부는 평생토록 헌신하기로 서약합니다. 이 날 설교를 해 주셨던 이태훈 목사님은 "아이들 고액 과외 시키느라 엄마, 아빠의 등골이 휘어지는 게 요즘 현실인데...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바로 가르치기 위해 고액 과외를 하는 사람은 없느냐?" 라고 하시며 예수 믿는 사람들이 어떤 면에 강조점을 두고 아이들을 양육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강조하셨습니다.

거실에는 음식상이 놓여졌습니다.

사실... 최근 저희 집안에는 밝히기 힘든 몇 가지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어려움 속에는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을 체험하는 첩경이 감추어져 있기에...우리의 영원한 인도자 하나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는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우리 가정으로선 한국에서 처음으로 가지는 돌잔치입니다. 형민이는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돌을 모두 카자흐스탄에서 보냈기 때문입니다. 돌잔치때마다 카자흐스탄의 선교사님을 모셔두고 함께 모임을 가지고 축하해 왔었는데...시은이의 돌에도 많은 선교사들이 모였습니다. 우리야 말로 이 어그러진 세대 속으로 하나님이 파송하신 선교사들이기 때문입니다.

"시은아....네가 크고 나면 이 글을 다시 읽을지도 모르겠구나...너의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엄마와 아빠는 시은이로 인해 너무도 많은 행복과 축복을 받고 있단다. 너 스스로 하나님 앞에서 널 드릴 때까지...그리고 그 이후까지...엄마, 아빠가 늘 기도하며 너와 함께 있을께..."   2003.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