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Astana

1998년부터 카자흐스탄의 수도가 된 아스타나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사실 알마티에서 접한 현지인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아스타나를 "혹한의 도시, 모기떼와 메뚜기떼의 도시, 사람이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곳" 이라 평하고 있지만 아마도 그들 대부분은 2000년 이후에는 아스타나에 올라와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9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예전 이름처럼 흰 무덤(아끄몰라) 같은 지역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명실상부한 '카자흐스탄의 심장(아스타나에서 흔히 접하는 표현입니다)'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 가족이 살아가고 있는 도시,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Astana)의 최근 변화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변화는 2003년, 바로 올해 이루어진 것들이어서 카자흐스탄에 사는 분들에게도 낯선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스타나는 카자흐 초원의 북쪽, 이심강 동편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유럽과 아시아의 활발한 교류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곳은 지금도 고속도로, 철도, 항공 교통에 있어 동서남북을 잇는 중요한 교차로 역할을 담당합니다. 아스타나가 처리하고 있는 물동량의 96%가 다른 지역으로 가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아스타나가 물류 중심지로서 차지하고 있는 역할을 쉽게 이해할 수 있으시겠죠.

알마티에서 북쪽으로 1318Km 떨어져 있는 이곳은 2002년 광역화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총 면적 300Km2 정도에 불과한 작은 도시였지만 현재는 인근 지역을 포함한 광역화가 이루어져 훨씬 더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고 도시 인구는 2001년 10월 기준 인구 50만의 대도시로 성장했으며 곧 100만의 대도시로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남부 까작스딴과 다른 중앙 아시아 국가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아스타나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으며 최근 이 지역에 강하게 불고 있는 폭발적인 건축 경기에 힘입어 더 많은 인력들이 집중되고 있지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건물들과 새 도로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이 도시를 설계한 사람은 유명한 일본 건축 설계가인 꾸로가와 씨 인데 그의 말에 의하면 향후 아스타나 개발 방향은 이심강의 왼쪽편으로 도시를 확장하는 것과 이전의 구도심을 재개발하는 것으로 압축됩니다. 이 외에도 남쪽 가라간다로 내려가는 도로를 따라 도시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모습은 바로 이심강 서쪽, 아스타나 공항으로 가는 길을 따라 건설되고 있는 신도시의 모습입니다. 이 지역은 그야말로 아스타나의 새로운 심장이 형성되고 있는 핵심 지역인데 카자흐스탄의 각급 정부 건물(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교통 통신부 등 행정부서)들의 신(新) 청사와 카자흐스탄이 자랑하는 석유 및 가스 회사 본부 건물, 바이테렉, 새 모스크 등이 들어 와 있습니다.

이 지역은 아무리 사방을 둘러 봐도 구릉지 하나 없는 끝 없는 평원 지대입니다. 아니... 모래 바람만 흩날리는 사막 같은 초원이라고 해야 겠습니다. 지겨운 지평선만 둘러 싸고 있는 이 곳에 굉음을 내며 땅을 파고, 모래 바람을 흩날리며 흙을 실어 나르고, 큰 중장비와 덤프 트럭들이 밤새에도 불 밝히고 일하는 대규모 공사가 시작된 것은 불과 1년 전의 일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황무지 같은 땅에 웅장한 규모의 건물들이 속속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펜타곤)을 연상시키는 이 우람한 건물이 올해 완공된 카자흐스탄 국방부 건물입니다. 아직 내부 공사가 끝나지 않아 근무가 이뤄지진 않고 있지만 '강한 나라 카자흐스탄'의 이미지를 심겨 주려는 설계자의 의도를 충분히 엿볼 수 있습니다.

지금...카자흐스탄을 포함한 중앙 아시아 지역은 그 어느 때보다 세계의 이목을 끄는 지역이 되고 있습니다.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사태 등 최근 벌어졌던 일련의 사태로 인해 각 열강 들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는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정치적 공백과 정체의 허약성을 드러내고 있어 더욱 외부의 압력이 쉽게 미치고 있습니다.

자국 영향력이 온 세계에 뻗쳐야 한다고 여기는 미국은 잠재적인 세 경쟁국인 러시아, 중국, 무슬만 나라들의 교차점에 있는 중앙 아시아에서 확고한 교두부를 확보하고 싶어하고, 징키스칸 제국의 후계자로 여기고 있는 중국은 19세기 초까지 러시아 영지에 들어있지 않던 구 소련 아시아 지대에 자기의 영향력이 반드시 미쳐야 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발틱연해 나라들을 제외한 전체 구 소련 가맹 공화국들이 자기네 위성국가로 되어야 한다고 여기고 있고, 터키는 이곳 중앙 아시아에서 민족적 뿌리를 찾고 있으므로 4개의 투르크계 국가(카자흐스탄,우즈벡스탄,키르키즈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들이 자신의 영향권 아래 놓이기를 기대하고 있지요.

든든하게 서 있는 국방부 건물을 바라 보면서 이런 열강의 각축전 속에서도 카자흐스탄이 혼돈스런 변환기를 잘 극복하고 자신의 미래를 지켜 주길 바라는 마음이 솟아 나는 걸 보면 어느새 여기 사람이 되 버린 모양입니다.

2003년 9월 추바르 뒤쪽, 공항로 변에 세워지고 있는 신 도시 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뭐니뭐니 해도 석유 및 가스 관련 건물입니다. 위 사진에서 금빛으로 외장을 장식한 현대식의 고층 건물이 바로 '까작 오일' 이라고 부르는 미국 자본의 카자흐스탄 석유 회사이고 바로 왼쪽에 다리 모양으로 웅장하게 서 있는 것은 '까작 트랜스 오일' 이라고 부르는 송유관 관련 기업입니다. 카스피 해의 유전을 개발하고 시추해서 세계 여러 나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위력있는 기업들이지요.

카스피해의 유전은 카자흐스탄이 지난 10여년 사이에 러시아를 제외한 CIS국가 중 가장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루도록 만든 바탕이자 추진력이었습니다. 최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카자흐스탄-네덜란드 비즈니스 대회에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밝힌 바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원유 매장량은 9조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원유의 품질이 조금 떨어지긴 해도 사우디아라비아 보다 많은 매장량을 가진 산유국인 셈입니다.

 1990년 경 카자흐스탄 영역의 카스피해에서 석유가 처음 발견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접근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었습니다. 미국 Chevron Texaco 회사는 당시 발견된 유전에서 향후 30년 동안 석유를 마음대로 캐낼 수 있는 계약을 카자흐스탄 측과 맺었습니다. 이 독점 계약에 의해 OPEC에 가입되어 있지도 않은 카자흐스탄의 석유는 거의 전량 외국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이 카스피해 유전 지분 확보는 물론 새로운 대륙붕 개발에 적극 참여하려 하고 있고 중국 역시 카자흐스탄 석유 부문 개발에서 참여를 가속화 하고 있는데 중국 국영 석유회사(CNPC)의 경우 카스피해 북부 자치 유전의 주식 지분 35%를 구매하는 등 벌써 올해만 세 번째로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카스피해 석유 덕택에 카자흐스탄의 국제적 위상이 계속 올라가고 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진의 높은 건물이 바로 카자흐스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석유 회사의 전경입니다. 해질 녁 이곳의 풍경은 아주 아름다운데 지는 석양 빛이 건물의 금빛 외장재에 반사되면서 보는 사람의 넋을 빼놓곤 합니다.

산유국이긴 하지만 석유 화학 공업이 발달하지도 못하고 원유만 캐다 파는 수준이다 보니 카자흐스탄의 국민총생산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지난 9월 9일 아스타나에서 열린 정부 회의 도중 카이라트 켐림베토브 경제 및 예산 기획부 장관이 내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밝힌 것을 보면 2004년의 카자흐스탄 국민총생산(GNP)은 7%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1인당 GNP는 2135달러에 달할 거라고 합니다. 카자흐스탄으로선 국제 유가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지속적인 고부가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석유 화학 산업을 발전시켜야 할 과제가 놓인 셈이죠.

신도시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벌써 완성된 '바이테렉' 이라고 불리는 건축물입니다.(왼쪽 사진)  97 미터나 되는 높이를 자랑하는 바이테렉은 주변에선 한 번 만에 촬영하기도 힘들 정도로 높고 웅장한 것이어서 위로 올려다 보고 있으면 현기증이 들 정도입니다. 가까이 가 보면 "Astana-Biterek" 이라고 적혀 있지만 여기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습니다.

야간에는 꼭대기의 금빛 공을 향해 사방에서 밝혀 주는 조명 탓에 더욱 빛나는 이 건축물에 대해 평가한 현지 신문의 설명을 보니 "행운의 나무" 라고 적어 놓았더군요. 나무와 유사하게 생긴 이 건축물은 아스타나의 계속적인 발전과 행운을 빌어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카자흐 인의 설화에도 이 나무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주변의 카자흐인에게 물어 봐도 자세하게는 모르던데...그저 '행운을 빌어 주는 나무'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한국에 와서 이 나무의 정확한 의미를 알 게 되었습니다. "바이테렉"은 전설의 새인 '삼룩'이 일년에 한번씩 황금알을 낳는다는 전설적인 나무의 이름으로, 이는 카자흐스탄 국가의 발전, 강인함, 토대 및 국가상징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에 기초하여 '바이테렉'타워 상단부에 설치되어 있는 원형 형태의 황금알은 태양과 끊임없는 과정을 상징한다.

이와 아울러 '아스타나 바이테렉'타워는 금속구조에 상단에 거대한 원형구가 위치하는 형성으로 세워졌다. 높이는 해발 97미터인데, 이는 카자흐스탄의 수도가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 이전한 해가 1997년이라는 점에서 착안된 것이다. 건물하단부의 원형홀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로 상단부에 올라갈 수 있다. 상단부의 황금구는 직경 22미터이며, 상단부는 원형조망이 가능하도록 파노라마홀이 86미터 지점에 만들어져 있고, 아울러 수족관 및 간단한 식사가 가능한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바이테렉은 지금까지 신 도시 내에서 완성된 유일한 건축물입니다. 이 바이테렉을 중심으로 사방에서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새로운 건물들이 일어 서고 있지요. 그래서 그런지 최근 바이테렉은 아스타나를 뜻하는 가장 일반적인 상징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기념품은 물론 아스타나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의 로고나 마크에서 어김없이 바이테렉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곧 이 곳을 떠나야 하지만... 바이테렉 아래에서 사방에서 일어 서고 있는 웅장한 건물들을 바라 보고 있노라면 몇 년 후 완성될 이 곳의 모습이 여간 궁금해 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마도 아스타나를 가끔씩 방문할 때마다 이 바이테렉 아래에 서서 모래 바람만 날리는 지금의 이 황량한 벌판을 떠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이심강 서편 신도시에는 관청들만 들어 서고 있는 게 아니라 모스크도 세워지고 있습니다. 카자흐 인의 나라 카자흐스탄에선 카자흐 인의 정체성을 떠받치고 있는 이슬람 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해야 겠지요.

아스타나 국제 공항에서 아스타나 도심을 들어 올 때 잘 보이는 위치에 웅장한 모스크가 건축되고 있습니다.

이 모스크의 건축 형식은 알마티나 아스타나에서 봤던 다른 모스크들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터어키 이스탄불에서 봤던 오스만 터어키 시대의 모스크들과 아주 흡사해 보였습니다. 공사장 입구에도 빨간 터어키 국기가 휘날리고 있는 걸 보면 아마도 늘 형제 국가라고 얘기하면서 아스타나의 많은 건축물들을 지어 왔던 터어키의 어느 건설 회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사임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아마도 일년 후 쯤이면 이 모스크도 아스타나를 상징하는 위풍당당한 건축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대통령 집무실, 정부 부처 건물, 외교 단지 등이 세워지고 있지만 아직은 제 모습을 평가하기엔 이르다고 하겠습니다. 아마도 훗날 저 말고 다른 누군가가 이 건물들을 소개하게 될 것 같네요.

이번 주에도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를 보기 위해 올라 오는 손님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난 3주 내내 아스타나를 방문하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하지만 이 일도 4주만 지나면 끝나 버리겠지요?

가고 나면 그리워할 게 분명하기에... 오늘도 도시 이곳 저곳을 누비며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고 있습니다.    2003.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