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 이야기 17- 부산의대 기독학생회의 2003 비젼 트립(의료 선교 활동)
지난 8월 1일부터 15일까지 이어진 부산 의대 기독학생회의 비젼 트립(vision trip)이 14박 15일의 긴 일정을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무사히 마쳤습니다. 비젼 트립이라는 단어에는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지만 이번 활동을 들여다 보면 까작스딴에서 사역 중인 선교지의 교회를 측면 지원하기 위한 단기 의료 선교 활동으로서의 성격이 가장 강했고 선교사와 선교지 교회 방문, 현지 체험에도 여러 시간이 할여되었습니다.
부산의대 기독학생회의 학사모임인 '새벽별'은 이번 비젼 트립이 성사되기까지 많은 헌신과 섬김을 아끼지 않았는데 700만원 가까운 큰 예산의 절반 이상을 부담한 것 외에도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학생들의 활동을 중보하는 일을 계속해 왔습니다.
이번 비젼 트립에는 부산의대 학생 5명 외에도 기독학생회 출신 두 가정이 전격적으로 합류하게 되어 의사 3명, 간호사 1명을 갖춘 진료팀을 구성할 수 있었는데 사실 부산의대 기독학생회가 까작스딴으로 비젼 트립으로 오게 된 것도 모임 출신인 선배 두 가정(이성훈(90학번)/이선화(93학번), 안병재(91학번)/문은정(92학번))이 까작스딴의 대표 도시 아스타나, 알마티에서 모두 국제협력의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이번 비젼 트립이 시작될 때 모든 참가자들은 자신의 참여 동기에 대해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선교지와 선교사를 직접 만나고 동역함으로써 하나님이 까작스딴에서 어떻게 일하고 계시는지 눈으로 보기 원한다는 내용이 가장 많았습니다.
2003년 8월 2일 아침...한국에서 6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날아 온 학생들과 1200Km 떨어진 아스타나와 알마티에서 모여든 선배 가정들이 함께 만나 앞으로 펼쳐질 네 군데 교회에서의 진료 사역과 대여섯 개의 선교지 교회 방문과 모임을 두고 기도하는 것으로 역사적인 비젼 트립은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수이스펜설록 교회 진료를 마친 뒤..맨 왼쪽이 선교사님이십니다. |
아스타나 외곽의 베라 교회 진료를 마친 뒤... |
1. 의료 선교 활동
의료라는 달란트를 가지고 외국에서 현지인들을 섬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한국에서 온 학생들로선 무엇보다 언어의 장벽이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는데 모국어로 부드럽고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은 자칫 이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낙심에 빠질 수도 있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랑의 하나님은 학생들 모두에게 영혼에 대한 사랑을 불어 넣어 주셨습니다. 도착 첫 날 어렵게 익힌 몇 마디 러시아어를 십분 활용해서 방문객들에게 활짝 웃는 얼굴로 상냥하고 부드럽게 얘기함으로써 딱딱한 표정의 이곳 사람들의 마음을 여지 없이 흔들어 놓더니, 시간이 지날 수록 가르쳐 주지도 않은 표현들까지 배우고 익혀 한 사람 한 사람을 정성스럽게 섬기려는 모습이 진료 끝날 까지 내내 이어졌습니다. 참으로 선배 의사의 마음까지 눈물에 젖도록 만드는 진실된 마음이었습니다.
|
|
까작스딴에서의 의료 선교 활동을 논하자면 약보다는 검사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효과 좋은 약품을 대량으로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약은 떨어지면 그 뿐인데 비해 몇몇 검사들은 의료팀이 돌아간 뒤에도 현지 병원 의사들에게 보여져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유지되는데 사용될 수 있지요.
바로 이 검사 부문의 모든 활동을 학생들이 담당했습니다. 수백명 분의 소변 검사, 기생충 검사, 혈당 검사, 심전도 검사를 준비해 왔고 학생들 각자가 한 파트씩 맡아 그 날의 방문객들을 자신의 영역에서 섬길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좀 더 많은 학생들이 왔더라면 일을 더 분담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검사 업무에 매달려야 했지만 학생들 모두는 미소와 감사를 잃지 않았습니다.
최고령 할머니의 심전도 검사 (베라교회 진료) |
6시간 만에 52명 진료...분주했던 약국(수이어스펜설록교회 진료) |
검사와 진료를 마친 뒤에는 약국에서 처방전대로 약품을 지급하게 됩니다. 모든 방문객에게 비타민과 연고, 파스류 등의 상비약과 4색 볼펜을 선물로 제공했고 꼬마 환자들에게는 이곳에서 찾기 어려운 예쁜 학용품들을 선물함으로 경제적으로 어렵고 지친 이곳 사람들은 작게나마 위로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진료는 선교지 교회에서만 열렸었기에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많은 영혼들을 교회 안으로 초청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고 생각됩니다.
꼬마 환자에게 목걸이 노트를 걸어 주는 팀원(베라교회 진료) |
약국에서는 4색 볼펜, 노트 등의 선물을 제공합니다.(베라교회 진료) |
모든 방문객에게 모든 검사를 시행하다 보니 한 사람을 진료하는 데 드는 시간은 꽤 소요되었고 6시간 동안 50명을 진료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료한 사람들의 숫자가 몇 명인지에 집착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단지 예수님의 본을 받아 '이곳에 보내진 사람'으로 그들을 섬길 수 있었고 그 사실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지역 |
진료 장소 |
진료 인원 |
활동 시간 |
아스타나 |
미추리나 크리스챤 센터 |
32명 |
13:00-17:00 (4시간) |
아스타나 |
수이어스펜설록 교회 |
52명 |
12:30-18:30 (6시간) |
아스타나 |
베라 교회 |
37명 |
12:30-16:30 (4시간) |
아스타나 |
장로 교회 |
27명 |
17:30-19:30 (2시간) |
알마티 |
깔까만 라큼교회 |
39명 |
10시간 |
계 |
|
187명 |
|
이번 진료에서 당뇨병과 고혈압이 처음 발견된 경우도 많았는데 비젼 트립팀이 떠나더라도 아스타나에서는 제가, 알마티에서는 안병재 선생님이 계속 진료할 수 있기에 1회성 진료가 아니라 연속적인 진료를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진료 활동은 더욱 효과적일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검사에 더욱 신경을 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2년 이상 항고혈압제를 복용하던 사람들의 심전도를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향후 치료 방침도 좀 더 명확해 세울 수 있었으니까요...또 한 가지... 우리가 제공한 검사와 심전도 결과는 별지의 기록지에 결과를 부착해서 환자가 직접 보관토록 교부해 주었습니다. 향후 다른 병원이나 의사를 찾을 경우에도 이 검사 결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교부하는 검사 결과지 맨 아래에는 다음 글귀가 러시아어로 적혀 있습니다.
"약으로 육체의 질병을 낫게 할 순 있지만 마음의 병을 치료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부산의대기독학생회)"
진료실에 못 들어가 기다리고 있는 방문객들(베라교회 진료) |
"고맙다"는 말을 유독 많이 들려 주었던 수이어스펜설록 교회의 방문객들 |
2. 선교사, 선교지 교회 방문
비젼 트립이 진행되는 동안 뜻 깊은 만남이 연일 이어졌습니다. 아스타나 활동 첫 날에는 현지에서 활동 중인 UBF 수요 모임에 참석해서 한국과 까작스딴의 대학생들이 서로 간증을 나누고 함께 찬양하는 은혜롭고 특별한 시간을 가졌는데 예수를 믿은지 3개월 만에 자신에게 벌어진 놀라운 변화를 솔직하게 말하는 현지인 대학생들의 감춰진 얘기를 들으면서 비젼 트립팀 모두는 우리가 소유했던 첫 사랑을 발견할 수 있었고 회심 6년만에 제자 삼는 말씀 사역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는 현지인 리더들의 간증을 통해서는 그 어떤 때보다 강력한 도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자리에 앉아 있던 한국과 까작스딴의 대학생들은 자신의 나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자신의 삶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 똑같은 '대 사건'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음을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하는 가슴 벅찬 시간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아스타나 UBF와의 모임에서 자신의 삶을 간증하는 모습 |
간증 후 "하나님의 사랑을 사모하는 자"를 수화로 찬양했습니다. |
이 외에도 활동 기간 내내 선교지 교회와 선교사 가정을 만나면서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을 수 있었는데 남성택/박용주 선교사님 가정, 김명희/이영분 선교사님 가정, 최진규/최에스더 선교사님 가정, 김대동 선생님 가정 등을 통해 선교는 바로 섬김이라는 사실과 선교사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한국에서 평범하게 여겨지는 일상의 삶들을 그대로 유지하는 틀 속에서 벌어지는 일임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진료 후 지쳐 있을 때 벌어진 돼지갈비 파티(수이어스펜설록 교회) |
에덴동산 같은 교회 뜰에서 열린 만찬(깔까만 라큼 교회) |
특별히 비젼 트립 마지막 날 최진규 선교사님을 통해 선교(Mission)라고 하면 해외 선교사 만을 연상하는 대다수의 잘못된 통념을 배격하고 '세상에 보내진 사람'으로 살아가는 훈련에로 초청받을 수 있었습니다.
라큼 교회 최진규 선교사님이 선교에 관한 특강을 해 주시는 장면 |
라큼 교회의 진료소는 까작 전통 가옥인 유르트 안이었습니다. |
3. 선교지 교회에서의 발표
부산의대 기독학생회 비젼 트립 팀은 의료 사역 팀이라 할 수 있기에 다른 선교 단체나 교회에서 나오는 비젼 트립팀과는 구체적인 활동에 있어선 큰 차이가 난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역시 선교지 교회를 방문하고 주일이면 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게 되기에 현지 성도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우리들의 메시지가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에서 준비해 온 것은 바로 수화 찬양 "하나님의 사랑을 사모하는 자" 였습니다. 이 외에도 러시아어로 '좋으신 하나님'을 부르거나 '찬양이 언제나 넘치면...' 곡에 맞추어 율동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주일 전 날만 되면 발표(?)에 대한 부담감으로 밤 늦게까지 눈을 비벼가며 연습하던 학생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하지만 그 준비와 시간들을 통해 하나님은 풍족한 은혜를 채워 주셨습니다. 한 형제가 그러더군요..."제가 제 손으로 여러 사람들 앞에서 하나님께 찬양을 드리던 그 순간.... 이미 나 스스로 너무 큰 은혜 속에 들어와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지 교회에서 밝은 모습으로 찬양하는 모습(아스타나 장로교회) |
선교지 교회에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녹인 수화 찬양 |
4. 아이들과 함께 한 여행
성령님이 우리 맘에 역사하시게 되면 '제 정신이 아니다' 라는 우스개 소리를 하곤 합니다. 이번 비젼 트립 기간 동안 2년 10개월의 형민이와 7개월의 시은이 그리고 임신 4개월의 셋째를 데리고 총 이동 거리 5000Km(아스타나-알마티 2번 왕복) 에 달하는 진료 활동에 참여한 우리 부부는 이미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알마티로 오던 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탄 특급 열차에서도 두 개의 침대에 4명이 포개어져 자야 했기에 세로로 누워 밤새도록 덜컹거리는 열차의 충격을 받으며 내려 와야 했습니다. 열차에 내려서도 한 동안 몸이 계속 흔들리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심한 흔들림이었지요.
48시간의 기차 여행 속에서 아이들을 지켜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
깔까만 라큼 교회 진료소 옆에서..온 가족이 함께 |
두 아이 때문에 간호사 출신의 선화는 직접 진료 활동에 참여할 순 없었지만 아스타나에서 이루어진 네 군데 교회 진료가 이어지는 동안 내내 든든한 베이스 캠프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주었습니다.
이번 비젼 트립 팀의 학생 중에는 자매가 3명 포함되어 있었는데 두 아이를 데리고 힘들게 활동하는 우리 가정을 바라보며 자매로서 자신의 비젼을 세우고 성취해 나가는 일과 가정을 이루고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짊어져야 하는 상황을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 놓고 심도있는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귀한 시간도 자주 마련되었습니다. 이제 곧 세 아이의 엄마가 되는 선화가 이 자매들의 물음에 자신의 생각으로 답할 수 있었고 학생들에게는 비젼 트립의 또 다른 성과물로 남을 것 같습니다.
5. 다른 나라... 까작스딴
최근 한국 내에서의 까작스딴 이해도가 높아 가고는 있지만 학생들에겐 까작스딴은 여전히 낯선 나라였습니다. 이번 기간 동안 까작스딴의 여러 모습들을 소개했는데 까작스딴의 2대 종교라고 할 수 있는 이슬람교와 정교회 사원을 방문했고 바자르(시장)와 아스타나의 이심강과 알마티의 침불락을 둘러 보았습니다.
특히 알마티 젠코브 정교회 성당 내에서는 정교회 미사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었고 아스타나 중앙 이슬람 사원에서도 메카를 향해 기도하고 절하는 모습을 모스크 안에서 직접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알마티 판필로바 공원 내 젠코브 성당 앞...이 날 미사도 참관했습니다. |
아스타나 중심부의 이슬람 사원인 중앙 모스크 안에서... |
이상과 같이 부산의대 기독학생회의 2003 비젼트립을 요약했습니다.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했던 또 하나의 시간은 아침 마다 나눈 QT 시간과 밤마다 이어진 서로의 소감을 나누고 기도하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비젼 트립 기간 동안 학생들과 찬양을 많이 하고 싶었지만 두 아이를 재워야 하는 우리 부부로선 번번이 학생들의 찬양 소리를 들으며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고 열차 이동 중에도 아이들을 품에 안고 기차 복도를 배회할 수 밖에 없었던 아쉬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온 학생들의 방문으로 인해 형민이가 2주 동안 수 많은 이모, 삼촌들에 싸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우리 부부 역시 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인생의 때에 맞춰 적절한 은혜와 비젼들을 채워 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이번 비젼 트립을 통해 향후 한국으로 돌아가 어떻게 제 인생의 나머지 부분을 채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더욱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었지요.
2003 비젼 트립은 끝났습니다. 아마 지금 이 시간... 이제 막 한국에 도착한 팀원들은 그 동안 밀린 잠을 자느라 정신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스타나 장로교회 예배 후 특별 순서 시간에... |
알마티의 명물 침불락에 올라 가서 |
이 글을 통해 지난 2주 동안 빡빡하고 힘든 일정 속에서도 자신을 비워 겸손히 섬겨 준 알마티의 안병재 선생님 부부와 한국에서 온 정은미(본3), 정진아(본3), 배미진(본1),양주석(본1),유석동(예1) 형제 자매들...마르지 않는 샘처럼 우리 가족과 비젼 트립팀을 위해 기도해 준 새벽별과 가족, 홈페이지 방문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지난 2주 간의 모든 일정을 예비하시고 순간마다 가르쳐 주신 우리 하나님의 손길을 다시 한 번 찬양합니다.
글쎄요...비젼 트립이 끝난 지 이제 겨우 만 하루가 지났는데도 그 때의 사람들과 순간들이 그리워지고 다음 번 비젼 트립이 기대되네요. 2003.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