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 명소 여행 - 깝차가이 호수

 깝차가이 호수는 알마티에서 북쪽으로 7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자동차로 1시간 정도 달리면 호수의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중앙 아시아의 내륙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까작스딴은 크게 14개의 주로 이루어진 국가입니다. 그 중 카스피해와 면하고 있는 아띨라우스까야 주와 만기스따우스까야 주를 제외하고는 끝없이 이어지는 스탭으로 이루어진 내륙 국가인데 까작스딴의 가장 동남부에 자리잡고 있는 알마찐스까야 주에는 오늘의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까작스딴 최대 도시인 알마티와 깝차가이 호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마티 시내에도 크고 작은 호수들이 있는데 똘레비 끝에 위치한 사이란 호수나 알마아르 산 건너 편의 큰 알마티 호수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 호수들의 규모는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소개할 깝차가이 호수는 수평선이 보이는 호수입니다. 물론 깝차가이 호수보다 훨씬 북쪽으로 올라가면 깝차가이 호수보다 10배 이상 넓은 '발하쉬'라는 큰 호수가 나오긴 하지만 알마티 시내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알마티를 중심으로 하는 관광 일정에 포함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면 이해를 돕기 위해 알마찐스까야 주의 지도를 보면서 호수의 위치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작년에 한 번 올렸던 그림인데 눈에 익으신지 모르겠습니다. 황색으로 표시된 곳이 우리 나라보다 1.5배 이상 넓은 알마찐스까야 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끼르끼즈스탄과의 국경선 근처에 알마티가 위치해 있고 그 바로 위쪽에 깝차가이 호수가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깝차가이 호수는 인공 호수란 점에서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끕니다. 이렇게 바다 같이 넓은 호수가 인공으로 조성되었다고 말하면 모두들 눈이 휘둥그래 지지요.

위 지도를 보셔도 대강 알 수 있지만 깝차가이로 흘러 들어오는 물줄기는 중국에서 시작되는 일리강이 가장 큰 줄기입니다. 그 외에도 몇 개의 작은 지류들이 있긴 하지만 깝차가이 호수가 조성된 것은 바로 이 일리강의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 건설된 댐 덕분입니다.

1965년부터 1980년 사이에 건설된 이 댐 덕분에 일리강의 흐름은 차단되어 깝차가이 라는 큰 호수를 만들어 냈는데 최대 폭은 22Km, 최대 수심은 45m 정도에 이르고 전체 면적은 1,847Km2 정도 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깝차가이 호수가 조성되면서 인근 알마티 시에 기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고온 건조한 스텝 기후로 유명한 알마티는 많은 방문객들에게 '건조' 하다는 사실이 유달리 강조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각종 인터넷 사이트의 알마티의 기후를 소개하는 글을 보면 대부분 건조하다는 말을 앞세우는 것을 볼 수 있지요.

실제로 1980년...깝차가이 호수가 조성되기 전까지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알마티에는 이상 기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봄, 가을로 집중 호우가 쏟아지고 겨울에 내리는 눈의 양이 많아진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건조하다는 얘기만을 듣고 알마티로 오신 단기 선교팀의 어떤 분들은 하루 종일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면서 "누가 알마티에 비가 안 온다고 했지요?" 라며 황당하다는 웃음을 짓기도 하시더군요. 물론 알마티를 비롯한 까작스딴 전 지역이 심한 건조 기후 지역입니다. 하지만 비가 드물게 내린다는 말은 적어도 알마티에서만큼은 틀린 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특히 봄, 가을에는 장마철처럼 비가 오기 때문에 이 때 알마티를 찾게 되시는 분들은 작은 우산 하나 쯤 가지고 오시는 게 좋다는 말씀을 아울러 드립니다. (물론 알마티에서도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우산을 살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기후 변화의 원인으로 인공으로 조성된 깝차가이 호수를 하나같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구적 범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최근의 이상 기후 현상과 전혀 별개라고 말할 순 없지만 깝차가이 호수가 조성됨으로 인해 다량의 수증기가 천산 산맥 쪽으로 유입되었고 이로 인해 산기슭에 자리 잡은 알마티에 집중 호우가 내리게 되었다는 가설은 제법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몇 달 전... 아주 우연히 아스타나 현대 미술 박물관에 전시된 깝차가이 댐의 모습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어 둔 것이 있는데 아래에 소개합니다. 반사광 때문에 양쪽에서 사진을 찍어 하나로 붙여 놓은 것인데 댐의 모습을 상상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깝차가이에 갈 때마다 강물을 막아 홍수를 조절해 보려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이 어마어마한 댐의 규모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물이라곤 볼 수 없는 황량한 광야에서 퍼렇게 넘실 거리는 댐 안의 물줄기들을 보는 일도 색다른 감회에 젖게 만드는 경험이었지요.

제가 깝차가이 호수에 처음 간 것은 2001년 7월 17일이었습니다. 그 당시 이 호수를 보고 난 첫 인상은 이미 올린 글 "깝차가이 호수를 다녀왔습니다." 에 자세히 적혀 있지만 그 때는 가족과 함께 가지 못했었기에 그 후 새로 알게된 내용들과 가족과 함께 본 깝차가이의 다른 모습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까작스딴을 방문하실 분들이라면 앞의 내용도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2001년 8월..형민이와 깝차가이 호숫가에 서 있는 모습입니다.

뒤로는 한가로이 물을 마시고 있는 말과 풀 사이로 헤엄쳐 다니면 먹이를 찿는 새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깝차가이 호수의 물은 그렇게 깨끗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알마티에 살고 있는 많은 현지인들이 여름철이면 깝차가이 호숫가로 피서를 떠나지만...그들 스스로도 호숫물이 깨끗하지 않다는 얘기를 자주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사실 깨끗한 물을 찿는 피서를 떠나자면 알마티 남쪽에 위치한 끼르끼즈스탄의 이시쿨로 다들 떠나겠지요.

깝차가이 호수가 깨끗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흐름이 정체된 호숫가에서 각종 가축을 기르고 가정 폐수를 버리고 있는데다가 이 호수의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점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까작스딴 사람들은 이상할 정도로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배경에는 과거 역사를 통해 중국과의 영토 분쟁이나 위구르 족이나 한족과의 정치적, 민족적 갈등이 있어 온 점이 관계하고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까작스딴으로 들어오는 전체 수입품 중 8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산 제품의 품질이 형편없다는 사실도 한몫 하는 것 같습니다.

까작스딴에선 무엇이든 좋지 않은 물건은 다 '중국산' 이라고 불려 집니다. '싸구려 불량품'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는 일반 명사가 바로 '중국산' 이라는 단어 입니다. 사실 중국의 산업 과학 기술이 세계적이고 이미 신흥 공업국을 넘어 향후 10년 후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강한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는 것이 전 세계가 이미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유독 까작스딴으로 수입되어 들어오는 중국 물건들만은 그렇지 못합니다. 미국의 대형 할인 매장 제품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중국산 제품들과 까작스딴 수입제품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중국산 제품들은 그 품질 자체가 아주 다르다는 것이죠.

말 그대로 비싼 물건을 살 수 없는 가난한 나라 까작스딴에는 중국에서도 가장 품질이 낮은 싸구려 물건들만 집중적으로 수입되게 되었고 이 사실은 까작스딴 사람들로 하여금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싸구려 불량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버린 것입니다. 물론 까작스딴에도 돈 많고 고급 명품들을 즐기는 상위 1-2%의 극상류층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정말 대부분입니다)의 사람들은 월 소득 1백 불에도 못 미치는 가난한 살림을 살아야 하기에 중국에서 들어오는 값싼 물건들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외국인인 우리가 보이기에는 까작스딴보다 중국이 여러 모로 강국인데도 중국이라면 아예 쳐다 보지도 않고 무시해 버리는 이곳 사람들의 태도가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호숫가에 서 있는 선화의 모습 뒤로 해수욕 아니...강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호수에서 바라보면 수평선만 보이는 이 곳은 알마티에서 만날 수 있는 다른 호수들과는 차원이 틀립니다.

중국에서 발원해서 깝차가이 호수까지 흘러 들어 온 일리강물은 댐을 거쳐 다시 북서쪽으로 흘러 나가는데...이미 말씀드렸던 알마찐스까야 주 최북단에 위치한, 깝차가이 호수보다 10배 이상 넓다는 '발하쉬' 호수로 들어가면서 그 긴 여행을 마치게 됩니다.

깝차가이에서 발하쉬 호수로 흘러 들어가는 일리강도 알마티에서는 큰 관광지로 여겨지는데 낚시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주말마다 한 시간만 차를 타고 나가면 1미터 이상 되는(낚시꾼에게 들은 대로 옮기면...) 커다란 물고기들을 그냥  막 건져 올릴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해 주는 곳이고 세찬 강의 흐름을 이용해 급류 타기 같은 레포츠도 즐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또... 이 일리강 근처에는 청동기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1천여점의 암각화가 있는데 세계의 보물이며 유네스코의 지원으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아마 청동기 시대에도 이 강가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 만큼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다시 깝차가이 호수로 돌아와서....깝차가이 호숫가는 아주 다양한 지형을 보이고 있습니다. 왼쪽 처럼 제법 굵은 검은 모래로 이루어진 모래 사장도 있지만 진흙 또는 바위로만 이루어진 곳도 있습니다.

비록 물이 현지인들도 깨끗하다고 말하기를 주저하는 수질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수영을 하거나 고무 보트를 타고 즐길 수 있고 최근에는 이 깝차가이 호수 주변에 많은 휴양시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래도 광활한 호수의 넓이에 비해선 숙박시설이나 음식점이 부족해서 깝차가이 호수를 방문하고자 하는 분들은 소풍 가는 것처럼 일행이 마실 물과 먹을 것을 챙겨 와서 휴식을 즐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가족은 2001년 KOICA 여름 평가대회 참석차 이곳 깝차가이 호숫가의 한 휴양지에서 하룻밤을 머문 적이 있습니다. 말이 휴양지(싸나토리움)이지...세수할 물도 부족하고 입에 맞지 않는 현지 음식에다 아직 걷지 못하는 형민이를 데리고 모기를 쫒으며 하룻밤을 보내야 했지만...2년이 지난 지금은 그 때 맞은 시원한 강바람이 잊혀지지 않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되살아 납니다.

민물인데다 잡초들이 호숫가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 각종 모기들의 모임 장소로 딱 좋은 '깝차가이 호숫가' 이지만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밤새도록 불을 피우고 야영을 하면서 '대륙의 한 가운데에서의 밤' 을 만끽하는 곳이지 싶습니다.

최근 카스피해에서 벌어 들이는 오일 달러가 까작스딴 경제를 살찌우게 되면서 이곳 사람들도 여가 문화나 관광지 개발에 눈을 뜨고 있습니다.

왼쪽 사진도 언젠가 가 보았던 깝차가이 호숫가의 아주 잘 지어진 싸나토리의 모습입니다.

호수를 쉽게 조망할 수 있도록 위치를 잘 잡은 숙소, 전망대에다 낭만적인 밤이 되도록 설치해 놓은 세련된 실외등 들은 깝차가이에도 자본주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그 당시 마치 아파트 처럼 지어진 이 싸나토리움 전체를 하루 임대하는데 약 1만 텡게(8만원 정도)정도 받는다고 했는데 요즘은 조금 올랐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제주도의 어느 해변처럼 깨끗하게 비치는 호숫가와 깨끗하게 정돈된 휴양지의 숙소 내부 모습입니다. 기분 좋은 여름 날...호숫가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쾌적한 시설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한 깝차가이 호수의 모습은 그저 우리 가족이 보곤 온 모습에 불과합니다. 아마 호숫가의 모든 장소가 저마다의 아름다움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겠지요. 그저 다른 여행자들에게 참고할 만한 내용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넓은 황야를 적시며 흐르고 있는 일리강과 깝차가이 호수가 거세게 불고 있는 개발의 바람 속에서도 지금의 평온함과 아름다움을 잘 간직하길 바래 봅니다.    2003.6.15

 

 (관련 글)

 

     알마티(까작스딴 최대 도시)명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