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한가운데의 대양 수족관 "두만"

우리 가족이 아스타나로 처음 올라온 2001년 8월은 아스타나가 까작스딴의 새 수도로 지정된 지 불과 3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1998년부터 까작스딴의 새 수도로 지정된 아스타나는 한 나라의 수도라고 말하기에는 아직도 사회 여건이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곳이었고 어딜 가 봐도 엉성한 헛점들만 가득한 도시였지요.

그리고 2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불과 2년만에 아스타나는 너무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신도시 아스타나를 육성하기 위해 투자하는 천문학적인 재정은 아스타나의 모습을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사회 문화적 인프라 구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 열악한 자연 환경 탓에 가족들이 함께 쉴 수 있는 놀이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아스타나에는 최근 다양한 여가 문화 공간들이 속속 개장되고 있어 격세지감을 더욱 느끼게 만듭니다. 오늘 소개할 곳도 바로 그 중에 하나지요.

대양에서 3000 Km 나 떨어진 대륙 내륙에서는 전 세계를 통틀어 유일한 것이라는 대양 수족관 "두만" 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가 아스타나에 막 올라왔을 적부터 공사가 한창이던 이 시설은 드디어 개장을 시작했는데 그 시설이 바다 도시 부산에서 살다 온 우리가 보기에도 깔끔하고 훌륭하다 싶어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얼마 전 부산에도 '아쿠아리움' 이라는 커다란 수족관이 들어섰다고 들었는데 까작스딴에 살고 있는 바람에 가 보지 못해 객관적인 비교를 할 순 없지만 아마도 비슷한 시설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새로 생긴 수족관이 있는 곳은 신도시 건설이 한창인 이심강 서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새로 건설된 이심강 다리 근처에 위치한 이 곳은 강제 이주자 위령비, 아타메켄, 수도 공원등과도 가까와 아스타나 문화 공간을 이루는 신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던 올 초...이 커다란 건물 외벽에는 바다 생물 그림으로 가득찬 휘장이 내걸려 수족관의 개장이 가까웠음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가도 가도 끝 없는 초원 뿐인 스탭 지형의 중앙 아시아에서 수족관을 본다는 호기심에 언제나 개장하려나 날짜만 손꼽고 있던 우린 두만이 개장했다는 얘기를 듣고 부리나케 이곳으로 달려 갔습니다. 형민이와 시은이에게 상어를 보여 주겠다는 기대를 잔뜩 안고 말이죠...

 

두만의 내부로 들어서자 말자 깔끔하고 아름다운 내부 인테리어가 눈에 확 들어 왔습니다. 극장, 호텔 외에는 볼 수 없었던 세련된 디자인의 실내 장식에 우린 "이거...까작스딴 맞나?" 라며 연신 두리번 거렸지요.

두만은 까작어로 "파티"라는 뜻입니다. 수족관 이름을 왜 "파티" 라고 정했는지 처음엔 의아스러웠지만 이 건물이 수족관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고 나선 쉽게 이해가 갔습니다. 오른쪽 내부 배치도를 보시면 수족관 뿐 아니라 해양 극장, 페스트 푸드점, 상가, 까페, 전자 오락기가 1층에 위치하고 있고 2층에는 영화관과 당구장 등이 배치되어 있어서 이 공간이 그야말로 파티를 위한 공간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방문 목적은 수족관인지라...우린 바로 수족관 표시를 따라 오른쪽 복도로 들어 갔습니다. 그리고...곧 저편에서 파도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왼쪽 사진은 수족관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바다 극장"의 모습입니다. 영사기를 통해 스크린에 비쳐 지고 있는 건...큰 소리를 내며 해안에 부딪히고 있는 파도의 역동적인 모습이었지요. 커다란 스피커를 통해 시원한 파도 소리가 쩡쩡 울리고 있었습니다.

아마 이 스크린을 보는 사람들 중에는 한 번도 바다를 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앙 아시아의 도시에 살고 있는 이곳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 보면 20-30세가 되어도 지금 살고 있는 도시를 떠나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설사 직장 생활을 하며 다른 도시를 가 봤다 하더라도 이렇게 바다를 구경할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었던 사람은 극히 소수입니다.

까작스딴(한반도의 12배)의 경우라면 카스피해를 접하고 있기에 그 곳의 도시(악따우나 아띨라우)에 살고 있지 않으면 평생 이런 바다의 모습을 볼 수 없을 텐데... 알마티나 아스타나에서 그 곳 도시를 가려면 기차를 타고 3-4일을 달려야 겨우 도달할 수 있는 곳이라서 석유 회사에서 근무하는 소수의 사람들 외에는 바다를 구경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수도 아스타나에 설치된 이 해양 시설은 이 곳 사람들과 자라나는 세대에게 대단히 유익한 시설이 될 것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입구에는 커다란 모형들이 있었는데 두 가지가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하나는 불을 밝히고 있는 커다란 등대이고 또 하나는 옆에 보이는 커다란 문어입니다. 선화는 원래 이렇게 크게 확대해 놓은 모형을 싫어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면 경주에 있는 커다란 물레방아를 들 수 있는데 그렇게 큰 모형을 보면 늘 흉칙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하더군요.

하지만...이 문어 모형 앞에는 선뜩 다가가 섰습니다.

"형민아...엄마랑 사진 찍자..."

까작스딴에 살면서 못 먹고 있는 것은 싱싱한 수산물입니다. 기껏해야 냉동 맛살, 참치 통조림, 냉동 고등어(겨울에만 간혹) 가 우리가 섭취할 수 있는 수산물의 모든 것이다 보니 이렇게 커다란 문어를 보고선 거리낌보다 반가운 맘이 앞서나 봅니다.

입장료는 시간대에 따라 세분화 되어 있었습니다. 어른의 경우 오후 2시까지는 500텡게(4천원), 오후 2시-6시는 700텡게, 오후 6시 이후에는 900텡게(7천 2백원)를 받고 있던데 이른 시간에 온다면 한국에 비해 비싸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혹 식당이나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수족관의 금붕어를 보고서도 신기해하며 소리 지르는 형민이이게 진짜 큰 고기를 보여 줄 수 있는 행운을 생각한다면 말이죠.

사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이 시설이 이미 개장했다는 소식을 못 듣고 있기에 우리가 갔을 때는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습니다.

선화가 서 있는 곳이 바로 표를 내고 들어가는 입구인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쾌적하고 깨끗한 느낌입니다. 스피커를 통해 울려 나오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우리 네 가족은 입구로 들어 갔습니다.

'뭐가 있을까.....'

까작스딴의 해양 생태계에 관한 몇 가지 전시 자료를 지나 우리가 먼저 보게 된 것은 순서대로 배열된 자그마한 자그마한 수족관들의 밀집 지역이었는데 몇 가지의 해양 생물들이 설명과 함께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개구리 비슷한 것도 있고 바닥에만 딱 붙어 꼼짝달짝도 하지 않는 종류들이 주종이었습니다.

그것을 지나면 마치 지하 상가에 줄 지어 서 있는 장식장을 지나는 기분으로 유리 속에 갇힌 여러 가지 바다 물고기들을 순서대로 볼 수 있는데 열대어 같은 예쁜 물고기에서부터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작은 물고기까지 다양했습니다. 크고 작은 수족관이 11개 정도 되어 보였습니다.

조금 더 들어가니까 마치 자갈치나 송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횟집 수족관 처럼 생긴 곳에 이상하게 생긴 녀석들이 살고 있더군요. 그 중에 하나를 찍어 봤는데 오른쪽에 보이는 "horse shoe crabs" 라 불리는 기분 나쁘게 생긴 놈입니다. 왼쪽 사진에 보이는 주황색 원피스 입고 앉아 있는 아가씨는 수족관 관리인 같아 보이던데 종일 이렇게 앉아 있는 모양입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니 큰 유리 안에 갇힌 예쁜 물고기들이 눈에 많이 들어 왔습니다.

그 중에 유독 한 녀석이 헤엄은 안 치고 수족관 유리 너머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더군요.

"오빠...저 물고기 시은이 안 닮았어요? 마치 시은이 처럼 우릴 멀뚱히 쳐다 보고 있네...."

우린 이 물고기를 '시은이 물고기'라 명명하기로 하고 시은이와 함께 사진을 찍어 주기로 했습니다. 바로 옆 사진이죠.

만일 이 수족관이 시은이 물고기를 끝으로 더 이상 관람객들에게 보여 줄 게 없다면 그저 '괜찮은 수족관이네...' 하고 지나갈 평범한 곳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500텡게를 받기에는 좀 비싸지만 그래도 '시원하고 재미있었다'고 자족하면서 말이죠...

그런데..."두만" 수족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11개의 수족관을 지나자 터널 입구처럼 생긴 곳에 이르렀고 우리들은 호기심 가득 찬 눈으로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야...." 수족관은 지금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사진에서처럼 마치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머리 위로 이어지는 유리 터널 속에서 많은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바닥의 한 쪽은 느린 속도로 앞을 향해 움직이도록 설계된 자동 보도로 되어 있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여유있게 유리 안의 수중 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고 아이들을 위한 안전 손잡이도 잊지 않고 설치해 두었더군요.

이 수족관 바닥의 길이는 자그마치 70 미터인데 관람객들은 70미터나 이어지는 이 수족관 터널을 걸으며 마치 대양의 밑바닥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어마어마한 수족관을 가동하려면 3백만 리터의 바닷물이 필요한데 대륙 한 가운데의 아스타나에서는 바닷물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120만 톤의 소금을 사용해 바닷물을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선화 말로는 서울 63빌딩 수족관이 그렇게 좋다고 하던데...전 아직 가 본 적이 없습니다. 부산에 새로 생겼다는 아쿠아리움도 가 본 적도 없는 저로선 지금까지 알고 있는 최고의 수족관은 부산 용두산 공원 팔각정 안에 자리잡고 있는 구식 수족관이 최고이지 싶습니다.(너무 촌티를 냈나요?)

어쨋든 '해양 대국' 대한민국의 제 1의 해양도시 부산에서 살다 온 제가 '모랫 바람 날리는 카작 초원의 나라- 까작스딴'에서 이렇게 잘 갖추어진 수족관을 보게 될 줄이야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어디서 잡아 왔는지...상어들도 제법 많이 모여 있더군요. 사진을 찍어 보려고 했는데 굴 속으로 숨어 버리더군요. 쑥스러운지....

목소리를 높여 형민이에게 이렇게 큰 물고기가 있다는 걸 가르쳐 주려 했지만 형민이는 이 어두컴컴한 터널 속을 지나가는 게 도저히 마음에 안 드나 봅니다. 터널을 지나는 내내 울면서 아빠 품에 매달리려고 했으니까요.  "아빠...안아...아빠...안아..."

형민이를 안고 한 손으로는 카메라를 연신 터뜨리며 이 시원스런 수족관 터널을 돌아 나갔습니다. 물론...덕분에 오늘 찍은 사진 중에 제 모습이 나온 사진은 하나도 없었지요. 형민이를 안아 줄 만큼 힘이 센 사람은 아빠 뿐이거든요.

'

두만'에서 바다 속 세상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은 여러 가지입니다.

우주에서 바라 본 지구의 모습이나 다른 혹성의 전송 사진들을 보게 되면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에 긍정하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주를 잊고 지냅니다.

바다도 그런 것 같습니다. 부산에 있을 때만 해도 '태풍 주의보'가 분다고 하면 버스를 타고 남부민동 아랫 도로로 달려가 집채만한 파도가 몰아 치던 것을 구경했을 정도로 바다는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까작스딴 생활을 통해 바다의 존재는 잠시 잊혀졌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날 ....'거대한 세상' 바다의 존재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선 존재를 부인하려는 사람의 일반적 경향으로선 이 바닷 속 세상을 설계하고 만드신 이가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은 더 더욱 믿기 어려운 사실이겠지요. 바퀴벌레처럼 보이는 horse shoe crabs 까지 만드신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그 동안 잊고 살았던 바닷 속 세계를 뚫어지게 쳐다 봄으로써 상기할 수 있었다면 오늘의 수족관 여행은 여러 모로 유익된 시간이었음에 분명합니다.

'두만' 을 나왔을 때는 아까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모여 들고 있는 때였습니다.

이미 여름으로 접어 든 아스타나에선 한 낮의 더운 열기가 땅에서 지글지글 끓어 올라오지만 두만에서 본 바닷 속 세상으로 인해 상쾌한 맘으로 이곳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일부 시설만 개장된 상태지만 곧 두만의 모든 시설이 정상 가동될 것이란 얘기를 들으니 향후 이곳이 아스타나 시민들에게 훌륭한 쉼터로 자리 매김될 것 같습니다. (위 사진은 두만의 주차장에서의 모습인데요...찍고 보니 구 소련 시절부터 생산되던, 이곳 사람들이 말하는 현지 자동차들이 종류별로 찍혔더군요. 재미있다 싶어 자동차 밑에 이름을 달아 두었습니다. 제일 큰 차가 볼가, 중간의 지프 차가 니바, 맨 끝의 승용차가 지굴리입니다.)

아래는 두만의 입장권을 스캔한 것인데...뒷면에 쓰여 있기를 곧 볼링장, 호텔, 수영장, 영화관 등의 영업을 개시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어때요...이 정도면 아스타나에도 괜찮은 수족관 하나 있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요?   2003.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