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쾌거

이 글을 쓰는 오늘...그러니까... 1월 11일은 선화와 형민이가 한국으로 들어간 지 딱 두 달이 되는 날입니다. 지난 11월 11일 알마티 국제공항에서 이별할 때만 해도 앞으로 어떻게 이 긴 시간을 혼자 보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었는데...어느새 두 달이 지났고 이제 한 달 남짓만 있으면 꿈에도 기다리는 재회를 하게 됩니다. 선화와 형민이가 끊어 놓은 왕복 비행기표에 의하면 오는 2월 25일이 까작스딴으로 돌아오게 되는 날이지만....2월에 알마티에서 있을 KOICA 현지 평가 대회에 맞춰 들어오기로 했기 때문에 한 주일 정도 앞당겨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아직 확실하게 평가대회 일정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제 저도... 혼자 하는 살림살이지만 익숙해져서 여러 가지 음식(주로 된장찌게,계란찜,장조림....)들을 손쉽게 만들고 있고 our story에 올린 글처럼 영화도 보러 다닐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연습했던 드럼이나 수영도 결실을 보이고 있고 혼자 있는 시간을 이용해서 그 동안 못했던 러시아어 TV 청취도 마음껏 하고 있습니다. 형민이가 있을 때는 러시아어로 나오는 이곳 현지 TV를 시청하기 힘들었습니다. 왜냐하면...형민이는 항상 TV를 틀면 자기 비디오만 보려고 하지 재미 없는 이곳 방송을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TV를 통해 늘 보게 되는 것은 "못난이 개구리","동화나라 ABC","인기 동요 모음"  같은 재미없는(?) 형민이 비디오 뿐이었습니다.

게다가...작년 6월부터 이사 와서 살고 있는 이 집은 현지 방송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나마...현지 방송 중 볼 만한 채널마저 나오지 않는지라...자연스레 TV 시청은 더 멀어질 수 밖에 없었죠...사실...러시아어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현지 TV를 꾸준하게 시청해야 하는데...그동안은 포기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선화와 형민이가 집을 비운 틈을 타서 우리 집에 케이블 TV를 신청해 설치했습니다. 한 달 시청료는 우리돈으로 7000원밖에 안 되면서(시까텔) BBC,Eurosports 등을 포함해 29개의 러시아와 유럽쪽의 채널을 서비스하는 괜찮은 케이블 TV 방송사였습니다.

오늘의 얘기는 바로 이곳에서 시작됩니다. 케이블 TV를 통해 볼 수 있는 많은 채널 중... 제가 가장 즐겨 보는 곳은 'Eurosport' 입니다. 말 그대로 유럽을 대상으로 하는 스포츠 전문 채널인데...하루 종일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주요 경기들을 중계하고 있습니다.

이 채널을 보고 있으면...계절에 상관없이 항상 프로그램에 편성되는 인기 스포츠 종목이 있음을 알 수 있는데..바로 축구, 테니스, 자동차 경주 대회입니다.

축구의 경우는 국가대항전(A 매치)은 거의 다 볼 수 있을 정도여서... 까작스딴에 있어도 얼마 전 한국에서 열린 한국-브라질 평가전(3-2로 졌죠?) 은 Eurosport를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유럽의 축구팬들도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A 매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그리고....축구와 비슷한 빈도로 중계를 하고 있는 종목이 바로 테니스 입니다.  테니스의 경우 메이저 대회는 물론이고 ATP 투어를 거의 다 중계하고 있습니다. ATP라는 말은 남자 프로 테니스 협회(Association of Tennis Professionals)를 뜻하는데 여자 프로의 경우는 WTA 라고 부릅니다. (마치 남자 골프를 PGA, 여자 골프를 LPGA라고 부르는 것과 같습니다. )

테니스의 경우 메이저 대회(윔블던, US오픈,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가 가장 높은 수준의 대회이고 ...그 아래가 ATP에서 주관하는 투어 대회가 있고...또 그 아래에 ITF(국제테니스 연맹)가 주관하는 챌린저 대회가 있지요.

투어 대회는 가장 일반적인 남자 프로 대회인데...이것도 다시 마스터스 시리즈(총상금 200만달러 이상) 9개 대회와 약 60여개의 인터내셔널 시리즈(총상금 35만-200만달러) 가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프로테니스 대회가 열리다 보니...Eurosport는 매일 같이 테니스 중계를 내 보내고 있고...저 역시 여러 나라의 수 많은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제가 즐기는 운동 가운데 하나가 테니스인지라...더 진지하게 보게 됩니다.

그런데...제가 지금까지 Eurosport를 통해 볼 수 있었던 테니스 선수들은 거의 미국이나 유럽 선수들이였습니다. 마이클 창 과 같이 동양계 선수가 있으면 괜히 정이 갈 정도로 백인이거나 흑인 선수들로만 채워져 있고...가끔 일본이나 홍콩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띌 정도였지요.

그런데....이번에 '대형 사건'이 터졌습니다. 호주 시드니에서 벌어지고 있는 ATP 투어 대회 중 하나인 '아디다스 인터네셔녈 대회'에서 한국 테니스의 대들보인 이형택 선수가 승승 장구하면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입니다.

이형택 선수를 아시죠? 이형택 선수는 지난 2000년 그랜드 슬램(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US오픈에서 16강에 오르면서 한국 테니스의 신기원을 연 선수입니다. 지난 2001년에는 ATP 투어 결승에 올라 아깝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그의 행보는 한국 테니스의 새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89년 김봉수 선수가 투어급 대회(KAL 그랑프리) 8강에 오른 것, 86년 유진선의 프로 대회 최하위급인 써키트 대회에서 우승한 것 정도 뿐이라...이형택의 출현은 그야 말로 한국의 희망이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참가해야 했던 세계 85위 인 이형택 선수가 16강 전에서 세계 10위 미국의 '앤디 로딕'을 꺾고 8강에 진출했을 때 AP와 AFP등 외신들은 일제히 '이형택이 대회 최대의 이변을 일으켰다' 고 타전했습니다.

게다가 그는 8강에서 만나야 할 세계 3위 마라트 사핀(러시아)이 기권을 하는 바람에 운 좋게 준결승에 진출했고...웨인 페레이라(남아공)를 2-0으로 누른 뒤 마침내 결승에 진출하게 된 것입니다.

왼쪽 그림이 이번 대회의 대진표 중 일부입니다. (Eursosports 홈에서 참고) 16강전에서 이형택 선수가 이긴 세계 랭킹 3위 미국의 앤디 로딕은 지난 2001년 이형택 선수가 한국 선수 사상 처음으로 ATP 투어 결승에 올라갔을 때(남자 클레이코트 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만나 패했던 바로 그 상대방이였기에 더욱 뜻깊었습니다.

까작스딴에서 보는 유럽 스포츠 채널...그것도 테니스 종목에서 한국 선수가 뛰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일인데..그것도 결승까지 올라갔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겠습니까?

물론 한국은 양궁, 핸드볼 처럼 전통적으로 강한 종목이 있긴 하지만...유럽 사람들이 좋아하는 축구, 테니스 같은 인기 종목에서는 변두리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일 월드컵을 통해 온 세계를 놀라게 했던 4강 신화와 박찬호,최희섭 등 메이저 리그에서 주목 받는 야구 선수들, 박세리, 김미현 등 여자골프(LPGA)계에서의 맹활약으로 인해 전 세계적인 스포츠 채널에서도 '한국' 이라는 단어가 자주 반복되고 있는 것은 퍽 고무적인 일입니다. 이것은 국가 이미지 상승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이형택 선수를 응원하기 위한 저의 계획은 결승전이 펼쳐지는 1월 11일 몇 시에 중계 방송이 있는지 챙기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Eurosport 홈페이지에 들어가 왼쪽과 같은 방송 일정을 확인했는데...10시 15분 (GET) 에 경기를 녹화 중계한다고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전 날 밤 ...한국의 인터넷 신문 기사를 쭉 검색해 보았습니다. 모든 신문에서 이형택의 ATP 투어 결승 진출을 크게 다루고 있었는데...16강 전에서 앤디 로딕을 이겼을 때부터 기사화 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 결승 경기에 관심이 클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중계권이 걸려 있는지라 모든 ATP 투어 대회를 중계하지 않는 한국에서는 이형택의 결승전 경기를 볼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비록 생방송은 아니지만...경기를 보면서 까작스딴에 있는 저라도 열심히 응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요일 오후...한 달에 한 번 하는 이발을 급히 끝내고 집에 들어와 TV를 켰을 때는 이미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호주 시드니는 지금 여름이 한창이겠지요? 그래서 그런지 화면에 비치는 하늘이나 관중들의 옷차람...선수들의 이마에서 흘러 내리는 땀방울은 경기가 열리는 곳이 남반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었습니다.

Eurosport 는 여러 나라 말로 방송을 내 보내는데...까작스딴에 들어오는 방송은 러시아권에 해당되므로 러시아어로 중계를 하게 됩니다. 러시아어로 지금 날씨가 덥다는 캐스터의 얘기를 들으면서...이형택 선수가 시원한 ATP 투어 첫 승 소식을 전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부터 나오는 사진은...경기를 보면서 카메라로 찍은 TV 화면입니다.  지난 번 한-일 월드컵 때 TV 화면을 보며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리던 때가 생각나더군요.

 왼쪽이 우리 나라의 이형택(27세) 선수이고 오른쪽이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 21세) 선수입니다. 페레로 선수는 세계 랭킹 4위이고..이번 대회에서 2번 시드를 배정받은 선수입니다. 랭킹이 낮아 시드를 배정받지 못하고 예선을 거쳐 본선에 참여해야 하는 이형택 선수보다는 한참 고수인 셈입니다.

이형택 선수는 2000년 US 오픈 16강에 올랐을 때...한 때 세계 랭킹이 50위 까지 껑충 뛰기도 했었지만...그 후 차츰 밀려 현재 랭킹이 85위까지 떨어져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세계 랭킹 500위 안에 드는 선수가 단 3명 밖에 없다고 합니다.

세계 정상급의 페레로가 구사하는 시속 190Km를 넘나드는 빠른 서비스는 대단했습니다. 긴장이 풀리지 않은 탓인지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내 주면서 시작한 1세트는 계속 끌려 가다가 29분 만에 내 주고 말았습니다. 세트 스코아 0-1........

많은 사람이 경기를 지켜 보고 있는 시드니 국제 테니스 센터에는 많은 한국인들도 찾아 왔습니다. 아마 교포인 것으로 보이는 몇몇 사람들이 열심히 태극기를 흔들면서 "이형택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것이 여러 번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어떤 이들은 마치 지난 한-일 월드컵에서 볼 수 있었던 붉은 티셔츠 차림으로 나와 가슴 졸이며 열심히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2세트에서는 이형택의 서비스와 파워 스트로크가 살아 나면서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테니스는 매 세트당 7게임을 먼저 따는 사람이 그 세트를 이기고... 만일 게임 스코어가 6-6까지 간 경우에는 "타이 브레이크(Tie Break)" 라고 해서 7점을 먼저 딴 사람이 그 세트를 이기는 것으로 합니다.  이형택 선수는 2세트에서 게임 스코어 5-2 까지 앞서 나가다가 약간 방심했는지..페레로에게 강서브를 허용하면서 6-6  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타이 브레이크 까지 가게 된 것이죠....

사실...게임 스코어 5-3 에서 '세트 포인트'까지 몰고 가면서 쉽게 2세트를 끝낼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세계 랭킹 4위 답게 페레로는 이형택의 헛점을 찌르며 타이 브레이크 까지 끌고 갔습니다.

이쯤 되면 분위기상 페레로가 심리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셈이고... 타이 브레이크에서 페레로가 7점을 먼저 얻기만 하면...0-2로 우승은 페레로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왼쪽 사진은 2세트 '타이 브레이크' 상황 속에서 서로 한 점씩 주고 받았을 때의 모습입니다. 화면 하단에 1-1이라고 표시되어 있지요? 여기서 밀리면..이형택 선수는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다시 준우승에 머물게 됩니다. 뭐...그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이지만...기왕 이렇게 결승까지 진출했으니...우승하고 싶은 맘이 왜 없겠습니까?

이곳 까작스딴에서 운동 삼아 치는 테니스 경기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데....화면 속의 이형택 선수야 오죽하겠습니까? 타이 브레이크 상황에서 이형택 선수가 한 발 먼저 앞서 나가는 식으로 점수를 주고 받으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가 이어졌습니다.

화면에서는 타이 브레이크 상황이 3-2 로 이형택 선수가 한 점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이 긴장의 승부는 결국 타이 브레이크에서도 6-6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원래 타이 브레이크는 7점을 먼저 따는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하지만...이것 역시 6-6 까지 가는 경우에는 두 점 차이를 먼저 내는 사람이 이기도록 하는 소위 '듀스' 률을 적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타이 브레이크에서마저 6-6으로 팽팽한 접전일 때...서브를 넣을 차례는 이형택 선수였습니다. 이 때... 멋진..정말 멋진 서비스 에이스가 나오고 페레로의 실책이 겹치면서 8-6으로 어렵게 마지막 게임을 따게 됩니다. 결국 타이 브레이크를 이기면서 게임 스코아 7-6으로 2세트를 따낸 것입니다.

타이 브레이크가 팽팽하게 이어지는 동안....6-6 의 접전을 벌이는 동안...저는 두 손을 불끈 쥐고...이형택 선수와 함께 페레로의 스트로크을 받아 쳤습니다. "아......" 외마디 비명도 질러 대고...아쉬움에 큰 한숨도 쉬면서...호주의 수 많은 관중들과 이 경기를 지켜 보고 있을 수 많은 전세계의 시청자들이 보는 앞에서 당당한 한국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길 간절히 바라는 맘으로 이형택 선수를 응원했습니다.

그러다가...타이 브레이크를 8-6으로 이기면서...게임 스코어 7-6으로 2세트를 따냈을 때...왼쪽 화면에서 보이는 대로 ....교민들은 모두 일어나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불렀고...지난 월드컵 때 온 나라를 뒤흔든 "오...필승 코리아...." 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현장 마이크를 통해 교민들이 부르는 "오...필승 코리아" 라는 구호와 노래가 들릴 때... 저 역시 TV를 보다 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만세..만세...."를 외쳤습니다. 그리고 두 주먹을 다시 쥐고...마지막 까지 이 선수가 잘 해 주길 염원했습니다.

이제...운명의 3세트가 시작되었습니다. 2세트를 어렵게 따냈지만...이런 경우 자칫 긴장이 풀렸다가는 어이없이 3세트를 내주는 경우가 있으므로 첫 게임부터 최선을 다해야 했습니다.

이형택 선수도 그걸 알고 있었겠죠....하지만...경기 내용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3세트 들어서면서...내리 3게임을 내주고 말았고...0-3으로 끌려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4번째 이형택 선수의 게임을 쉽게 따내고 난 다음...5번째 게임에서 페레로가 더블 폴트를 3개나 범하는 실수를 저지르면서 분위기가 확 반전되었습니다. 순식간에 게임 스코어는 2-3, 3-3 으로 바뀌었고...결국 3세트 역시 게임 스코어 6-6 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이미 2세트의 타이 브레이크에서 이겼던 탓인지...타이 브레이크로 들어가는 이형택 선수의 표정은 밝아 보였습니다.

타이 브레이크의 첫 서비스는 페레로...페레로의 서비스를 잘 받아 멋진 스트로크를 성공시켜 이형택 선수가 1-0 으로 앞서 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페레로의 실수에 3-0 까지 점수가 벌어집니다. 이제 4점만 먼저 따면 우승컵은 이형택의 손에 주어집니다.

하지만 페레로도 3-2까지 따라 왔습니다. 이형택이 다시 5-2...페레로가 다시 5-4....이형택이 다시 6-4...이제 한 점만 더 따면 이형택의 승리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서로 공을 주고 받다..페레로의 공이 옆줄을 벗어 나면서...이형택의 ATP 투어 첫 승...아니 한국 선수 사상 처음으로 아마추어와 프로를 총망라하는 ATP 투어 대회에서 첫 승을 올리는 감격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교민들이 얼마나 기뻐했을까요...저도 까작스딴에서 벌써 1년 9개월 정도 살았기에 교민들이 얼마나 감격스러워할지 마음에 와 닿습니다.

정숙이 요구되는 테니스 경기장...그것도 한국이 아닌 호주 이기에...월드컵 경기 때 한국에서 볼 수 있었던 그런 대규모 응원은 펼칠 수 없었지만...한국 사람이라는 이유 만으로 이국 땅에서 가슴 졸이며 응원했던 그들....오늘 이형택의 승리로 인해 느낀 그 뜨거운 감격은 호주에서도 까작스딴에서도 함께 복받쳐 올랐습니다.

화면을 자세히 보시면...까만 티셔츠에 까만 모자를 쓴 분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이형택의 경기를 누구 보다 가슴 졸이게 지켜 봤을 최희준 코치입니다. 우승이 확정된 뒤...두 손을 번쩍 들어 관중들에게 답례한 이형택은 바로..최 코치를 찾아가 두 손을 맞잡고 우승의 기쁨을 나눴습니다. 경기 내내...카메라는 최 코치의 모습을 자주 비쳤습니다. 이형택의 샷이 살짝 빗나갈 때마다 아쉬워 했고...성공할 때마다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이형택을 격려했던 그는 어느 때보다 큰 기쁨을 맛봤을 게 분명합니다.

글쎄요..제가 한국에 있었더라면...이렇게 기뻐할 수 있었을까요?

물론 중계 방송도 볼 수 없었을 테지만...그것 보다는 이국 땅에서 한국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여러 감정들 때문에...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거두는 기쁨의 순간들에 더욱 감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의 위상이 세계 속에서 높아져 있습니다. 물론 한반도의 긴장은 늘 존재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경제 분야에서 세계를 놀라게 했던 한국은 다른 분야에서도...그 동안 한국은 할 수 없을 거라고 여겼던 경계들마저 허물면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 가고 있습니다.

전 이형택 선수의 경기를 보며...우리 민족이 가진 한 없는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보았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민족에게 주신 놀라운 저력과 집중력을 다시 한 번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이 날 올라온 인터넷 신문 기사를 캡처한 것입니다.

한국에서 이 신문 기사를 보게 되는 분들 중에서는 무심코 그냥 지나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이형택이 거둔 이번 승리는 한국인의 저력을 세계 만방에 떨친 또 하나의 쾌거였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불과 십여년 전만 해도 우물 안 개구리와 같았던 한국은 이제 세계 무대에서 그 존재를 인정받고 있고 세계의 이목을 끄는 중심 국가 대열에 합류하고 있어 보입니다.  

세계 역사를 이끄신 하나님...나라가 일어서고 패망할 때마다 그 가운데 계셨던 우리 하나님...고국을 떠나 까작스딴에서...한국이 세계 속에 우뚝 서 있다고 느낄 때마다...하나님께서 우리 민족...특별히 한국 교회를 바라 보며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됩니다.   2003.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