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여름...알마티에서

지난 2002.8.7(수)-19(주일) 저녁까지 알마티를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3개월간 알마티에서 산 것을 한 번 방문한 것으로 계산한다면 우리 가족의 알마티 행은 벌써 다섯 번째입니다.

아스타나에서 1년 이상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알마티로 가는 우리들의 마음이 편하고 설레이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까작스딴에서 처음 정착한 곳이 바로 알마티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고향집을 방문하는 듯한 편안함을 주는 알마티는 여름에도 하얗게 빛나는 만년설의 천산 산맥이 도시 남쪽을 성벽처럼 둘러 싸고 있고 빽빽하게 서 있는 키 큰 나무들이 마치 식물원 안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만들어 주기에..... 어쩌면 이렇게 아름답고 푸른 절경의 도시를 마음의 고향으로 삼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알마티 행의 목적은 1년에 두 번 가지게 되는 국제협력단(KOICA) 현지 평가대회를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까작스딴에는 20명이 넘는 KOICA 단원들이 각 지방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렇게 6개월에 한 번씩 알마티에 모여 병원에서 건강 검진도 받고 서로의 활동을 돌아 보며 안부를 묻는 시간을 갖는 거지요.

이 외에도 이번 알마티 행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바로 올해 까작스딴 알마티로 부임한 국제협력의사 안병재 선생님을 만나는 기쁨이 있기 때문입니다. 안 선생님은 대학과 수련 병원 1년 후배이고 학창 시절 함께 부산의대 기독학생회에서 희노애락을 나눈 절친한 관계입니다. 안 선생님은 제가 와 있는 까작스딴으로 국제협력의사 지원을 하였고 마침내 우리는 이렇게 까작스딴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화도 같은 대학 써클 후배이니...우리의 기다림과 만남의 기쁨은 무척이나 컸다고 하겠습니다.

숙소도 안 병재 선생님 댁으로 정했는데....올 11월 한국으로 다시 들어가 결혼할 계획을 가진 안 선생님은 현재 알마티에서 혼자 살고 있기에 저희 가족은 큰 집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안 선생님이 결혼할 자매 역시 같은 대학 써클 후배입니다.)

수요일 저녁 5시...알마티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습니다.

어느 해보다 무더웠다는 알마티에 도착한 우리 가족은 공항 출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안병재 선생님을 만나 이국땅에서의 기쁨의 재회를 나누었습니다.

비가 오는데 우산을 준비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안선생님의 얼굴을 보며 느낀 미안함은 ....만남의 반가움을 표현할 적당한 말을 준비하지 못한 나 자신 때문이었습니다.

사진은 안선생님의 차를 타고 있는 우리 가족의 모습입니다. 형민이가 운전하는 삼촌의 모습을 유심히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안선생님은 2800cc 아우디를 알마티에서 구입했는데...한국에선 전혀 운전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개월 만에 이제 어느덧 알마티 여기 저기를 누비고 다니는 자가 운전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알마티 공항에서 출발해서 도심으로 들어온 우리는 올해 파견된 또 다른 협력의사 김대동 선생님 집을 방문해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김대동 선생님은 올해 아스타나로 파견되는 외과 선생님이십니다. 그동안 알마티에서 3개월 가량의 적응 훈련을 받았었고 이제 오는 19일(월) 아스타나로 올라오게 됩니다. 그래서 김대동 선생님을 맞아야 하는 우리 가족은 그 보다 하루 빠른 18일(주일) 밤...아스타나로 올라오게 된 것이죠. 7개월 된 나영이가 있는 김선생님 댁에서 오랜 만에 한국 반찬들을 맛보고.... 람스토르를 거쳐 숙소인 안선생님 댁으로 돌아왔습니다.

알마티에서 둘쨋 날....목요일에도 여전히 비가 내렸습니다. 알마티에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마돈나" 라는 이름의 미용실이 있습니다. 알마티에는 많은 교민들이 살다 보니..웬만한 한국 물건들이나 서비스 업종들이 다 들어와 있는데 많은 한국인들이 이 한국 미용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파마를 하고 싶어 했던 선화는 알마티 행에 맞춰 고대하던 파마를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물론 아스타나에도 미용실이 없는 건 아니지만...이처럼 한국인이 경영하는 한국식 미용실이 아니다 보니...원하는 머리 모양을 설명할 수 없고 사용하는 파마약에 대한 의심도 많아...파마를 해 볼 엄두를 내지 못했었습니다.

연애 시절....선화는 딱 한 번 파마를 한 적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유난히 파마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특수 모발(?)을 가진 선화는 늘...어깨까지 내려 오는 긴 머리를 하고 다녔습니다. 간혹 짧은 커트를 하기도 하지만....파마는 좀 처럼 해 보질 못하다가 용기를 내어 시도했던 그 때....'선화야...파마는 안 하는 게 좋겠다...' 라고 제가 말하는 바람에...그 후론 더 더욱 파마를 하지 못했지요.

하지만...파마를 하고 싶은 것은 여자의 꿈 인 것 같습니다. 늘...같은 머리카락에 못마땅해 하다...이번 알마티 행에서 꿈을 성사시켰습니다.

사진은 '마돈나' 미용실 밖으로 나와 파마를 하게 된 것에 기뻐하고 있는 선화의 모습입니다.

미용실 '마돈나' 는 미용실 뿐 아니라...이렇게 한국 물건들을 많이 가져다 놓고 팔고 있는데...주로 주방용품들과 이불 등입니다. 선화 뒤로 작고 예쁜 쿠션들과 우산이 진열되어 있는 게 보이시죠?

저 역시 이곳에서 이발을 했습니다. 아스타나의 이발사들은 한국처럼 머리 양쪽을 바짝 붙여 짧게 자르는 스포츠 형의 머리를 잘 만들어 내지 못합니다. 앞 머리도 층을 내어 자르는 게 아니라 그저 일자로  싹둑 잘라 버리죠..

우리는 늘...이발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아스타나 살이에 답답하기만 했었는데...온 가족의 숙원 사업을 해결한 셈이었습니다. 4박 5일 동안의 알마티 기간중 가장 뜻 깊은 일 중 하나가 바로 이 마돈나 행이었으니까요...

그 외에도...데이빗 김 목사님 댁을 방문하고, 아스타나에서 구하지 못하는 제 차 부속품들을 구입하고, 병원에 들러 이미 바닥나 버린 아스타나 진료실의 약품들을 약간 보충하는 중요한 시간들을 가졌습니다.

알마티 3일 째는 현지 평가대회를 위해 '뚜르겐 계곡'으로 이동해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오전에는 한카병원(한국-카자흐스탄 친선 병원의 약칭: KOICA에서 150만불을 들여 까작스딴에 무상 공여한 병원)에서 건강 검진이 있었는데...이 시간을 이용해서 선화는 김동환 선생님 사모님과 함께 알마티의 큰 청과물 시장 '질료니 바자르'를 방문해서 통배추와 콩줄기등 아스타나에선 도저히 구할 수 없는 귀한 야채들을 사 가지고 돌아 왔습니다.

특별히 이 날...이제 임신 6개월에 접어 드는 선화 뱃 속의 아기의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한카병원의 초음파가 사용되었습니다.  

내과 의사인 김동환 선생님은 알마티의 한카병원에서 근무하면서 거의 산부인과 의사가 다 된 것 같았습니다. 알마티의 많은 한인 교민들을 상대하다 보니...필요에 의해 산모 초음파도 연구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진에서 침대에 누워 있는 선화의 모습...초음파 기계를 보고 있는 김동환 선생님과 사모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기의 건강을 확인한 것은 벌써 2달 전인데...아스타나의 조그마한 초음파 기계에 비해 훨씬 화면도 크고 화질도 우수한 한국 기계를 통해 둘째 아기의 건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척추도 뚜렷하게 보이고...심장도 깜빡 깜빡 뛰고 있고....발가락도 5개였습니다.

 이후...2002년 여름 코이카 단원 평가대회가 열리는 뚜르겐 계곡으로 모두 함께 떠났습니다. 뚜르겐 계곡에 대해선 벌써...저희 홈을 통해 소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지난 가을...그 곳의 모습을 스케치 했었는데....여기를 보시면 더 자세히 아실 수 있습니다.

알마티에서 동쪽으로 천산 산맥을 따라 60Km 정도 따라가다 보면 시원한 계곡 물과 모래 산으로 이루어진 숲을 발견할 수 있는데...우리는 그 곳 뚜르겐 계곡 입구에 자리 잡고 있는 호텔 등을 이용해서 1박 2일 일정으로 평가대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올해 까작스딴에 신규 파견된 코이카 봉사 단원은 모두 12명이니...신규 파견 국제협력의사 두 가정을 포함하면 신규 인력은 16명이나 됩니다.  이미 까작스딴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존 단원들과 신규 파견 단원들은 이곳에서 함께 지내면서....지난 반 년동안의 활동과 어려움...그리고 건의 사항등을 나누는 시간과 체육 활동 등의 시간을 통해 더 가까워 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푸르름으로 가득 찬 지역이다 보니...엄마, 아빠를 따라 온 형민이가 놀기에도 딱 적합한 곳이었습니다.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 주변에도 나귀가 끌고 다니는 수레가 지나 다니고....말이 다가와 물을 마시고 지나 가는 작은 분수를 가진 연못이 있었는데....아이들이 놀기 좋은 풀밭과 나무 그늘이 있어서....형민이의 하루는 분주하고 즐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연못 한 쪽에 앉아 두 발을 물에 담근 채...김동환 선생님 아들 세진이와 함께 놀고 있는 형민이의 모습입니다.

연못 아래로 지나 다니는 물에 사는 물고기나 곤충들이 신기하기만 하고...낚시질 하는 세진이 형과 함께 이것 저것 새로 시도하는 모든 것이 재미있기만 한 형민이는...이 물가를 떠나질 못했습니다.

뚜르겐 계곡 하면...무지개 송어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날도... 무지개 송어를 낚아...사진에서 보듯이 남자 단원들이 회를 준비해서 매운탕과 함께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 저녁 식사는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물론...저는 민물 고기라 먹질 않았지만 ....선화는 이 맛있는 고기의 유혹을 떨쳐 버릴 수 없었습니다. )

사진에서 보이는 사람들은 한카병원 김동환 선생님, 코이카 컴퓨터 단원 유한승 선생님, 태권도 단원 이정훈 선생님 등입니다.....특히 사진 아래쪽의 김동환 선생님의 경우...올 10월...2년 6개월의 까작스딴 협력의사 업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시게 되기에...이번이 마지막 평가대회인 셈입니다. 평가대회 기간 동안 김선생님과 협력의사 이후의 삶에 대해 얘기도 하면서 빨리 지나간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 보기도 했었습니다.

사진은 뚜르겐 계곡 입구 산의 모습을 뒤로 한 저희 가족의 모습입니다.

이제 두 달 후면 만 두 살이 되는 형민이를 데리고 우리는 그 동안 이곳에서 무사히 생활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의 활동을 점검하는 현지 평가대회는....지난 반 년 동안 우리 가정을 지켜 주신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번 평가 대회가 끝나고 나면...새로 부임하는 외과 선생님 그리고 새로 아스타나에서 일하게 되는 세 사람의 봉사단원들과 함께 후반기 봉사 활동을 아스타나에서 펼치게 됩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이곳으로 우리 가족을 보내신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에 감사 드리게 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앞으로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가며 이곳에서 살아가기 원합니다.

특별히 이 글을 통해 지난 4박 5일의 기간 동안...저희 가정을 위해 안방까지 내 주는 것은 물론...운전기사까지 자처했던 사랑하는 후배 안병재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작년 처음 까작스딴에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우리가 갚을 수 없는 사랑과 보살핌으로 저희 가정을 섬겨 주셨던 김동환 선생님 가정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두 가정 모두에게....하나님의 긍휼과 축복이 함께 하길 기도합니다.

또...지난 반 년 동안에도 ... 한결같은 관심으로 이 홈페이지를 지켜 봐 주셨던 방문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말없이 지켜 봐 주시는 여러분의 관심과 기도의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2002.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