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리나 남쪽 25Km 지점의 물가

 1998년 수도가 된 아스타나는 하루가 다르게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매일 도시 곳곳에서 새로운 건물이 건설하는 망치 소리와 기중기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고, 권역 내 경제특수구역 지정과 신도시 개발로 도시 전체가 건축붐을 타고 있습니다. 작년 10월 경 아스타나의 인구는 50만에 육박한다고 정부가 발표했지만 계속 일자리를 찾아 이곳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을 쉽사리 만나볼 수 있어 인구 증가도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아스타나의 인구가 100만 이상으로 증가하는 것을 원치 않고 100만 정도에서 인구를 억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행정 수도로서 어느 정도의 규모만 갖춰지면 양보다 질을 높이는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죠.

어쨋든 수도로 지정되기 전... "아끄 몰라"라고 불리웠던 한가로운 조그만 마을은 현재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중입니다. 높은 상가와 고급 매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이곳에서는 상위 1% 부유층만을 위한 고급 화장품과 수입 먹거리가 진열되어 있고 대규모 스포츠 및 위락 단지가 이심강을 끼고 조성되고 있습니다.

이런 아스타나에서 조금만 차를 몰고 나가면 아파트보다는 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외곽 지역을 볼 수 있고  다시 좀 더 외곽으로 나가면 과거 아스타나 시의 경계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스타나는 작년에 광역화가 이루어져 도시의 경계가 40Km 정도 더 외곽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시로 편입되기 전 아스타나의 인근 마을로 여겨졌던 '미추리나' 도 아스타나 시로 새로 편입되어져서 전화번호도 시내와 같은 번호로 바뀌었고 담당 관청도 시내에 속하게 되었지요. 이 미추리나에 대통령의 저택이 있습니다. 물론 대통령이 사는 집을 구경하려고 이 근처를 방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넓게 둘러 쳐 있는 담장만 볼 수 있을 뿐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 아주 넓은 담장  안 쪽도....보안을 위해 나무를 많이 심어 놓은 데다 이중 삼중으로 벽이 있고 높은 감시탑과 병력들로 물 샐틈 없는 방비를 하고 있어 실제로 시야에는 어떤 집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단지 저 안...어딘가에서 대통령이 살고 있을 거라는 추정만 할 뿐입니다.  

오늘 소개할 지역은 이 미추리나에서 남쪽으로 25Km 정도 더 내려간 곳입니다. 아스타나 외곽에서 약 45Km정도 떨어진 이곳으로 가는 길은 까작스딴의 다른 도로에서 보는 풍경과 마찬가지입니다. 도로 좌우로 펼쳐진 지평선....구릉지 하나 없는 초원을 따라 하늘이 따라 가고 있고 그 위로 흰 구름만 뭉게뭉게 피어 올라 있을 뿐이지요.

특히 이 도로는 까작스딴에서도 중요한 도로라고 할 수 있는데...알마티-가라간다-아스타나를 잇는 중추 도로가 바로 이 도로이기 때문입니다. 이 도로를 타고 꼬박 24시간 남쪽으로 내려가면 알마티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 보려는 지역은 이심강의 상류 지역입니다. 이 지역에서 발원하는 물은 아스타나 도심을 가로 지르는 이심강의 모체가 됩니다. 도시 안의 많은 사람들이 이곳까지 와서 수영도 하고 휴식을 취한다기에 어떤 곳인지 궁금해 가 보기로 했습니다.

메인 도로를 타고 30분 정도 남쪽을 달리다가 이심강이라고 적힌 팻말과 함께 보이는 다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돌려 비포장 도로를 따라 한참 동안 들어 가야 했습니다. 평야는 약간의 굴곡을 이루고 있었지만....이름모를 풀들만 무성하게 올라온 초원이었고 차가 다니는 길은 먼지만 날리는 구덩이 깊게 패인 좁은 길입니다.

이 날 함께 간 사람들 모두 정확하게 어디에 물가가 있는지 알지 못해 이리 저리 헤매고 다녔습니다.

옛날에 가 봤다는 기억에만 의존해서 들판을 가로 질러 다녔는데...따가운 햇볕 아래에서 모두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주변에 나무가 심겨져 있는 물줄기를 발견할 수 있었고....인근 주민들에게 물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을 알아 낼 수 있었습니다.

지난 번에 얘기드린 대로 중앙 아시아의 큰 땅을 차지하고 있는 까작스딴의 대부분에는 산이 없습니다. 특히 중앙 '카자흐 초원' 이라 불리는 지역은 끝없이 이어지는 평원 뿐인데...이 평원은 까작스딴 대부분의 국토를 포함하고 있고  북쪽으로는 아스타나 북쪽 400Km 정도까지 계속 됩니다. 북쪽의 '꼭쉬타우' 라는 곳에 가야 겨우 산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여기 있는 사람들은 산을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고 모험입니다.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 21시간이나 26시간짜리 기차를 타고 올라와도 창 밖으로 보이는 경치는 똑같습니다. 한 번도 바뀌는 법이 없습니다. 망망한 들판...그게 다 입니다.

왼쪽 사진에서 물가를 찾아 다니고 있는 일행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걷고 있는 곳은 산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들판이고 오른쪽에 움푹 패인 골짜기를 따라 물이 흐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이 중부 까작스딴에서 그나마 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물가입니다. 햇볕을 가릴 만한 나무가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앉아 놀기 좋은 편안한 바위가 있는 것도 아닌 이 곳에서....많은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찾아와 더운 여름을 식히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계곡물을 비교해 봤을 때...물도 깨끗한 것 같지 않고 안전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젊은이들은 이곳이 무릉도원인 양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수영도 하고 샤슬릭을 해 먹어 가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샤슬릭"은 까작스딴에서 볼 수 있는 전통 음식인데 특히 우즈벡스딴과 같은 남쪽 지방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샥사우라는 나무로 만든 장작에 불을 지핀 뒤 긴 쇠꼬챙이에 양고기를 조각 조각 끼운 다음 구워 먹는 요리 인데 양고기 뿐 아니라 돼지고기, 쇠고기도 마찬가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양고기로 만든 샤슬릭이 가장 맛있습니다. 최근에 들은 말인데....서울에도 이런 샤슬릭을 하는 음식점이 생겨나고 있다고 하더군요.

어쨋든 이렇게 샤슬릭을 준비해 와서.....고기를 먹어 가며 수영을 즐기는 것이 이곳에선 최고의 피서 방법입니다.

물가를 따라 여기 저기 둘러 보던 우리는 이 지역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그러니까... 가장 놀기 좋은 곳을 발견했습니다.

왼쪽이 바로 그 곳입니다. 차들도 제법 많이 보이고..모래 사장도 넓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햇볕을 가릴 나무도 약간 있어 물놀이 하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물론 아침 일찍 오지 않으면 자리를 구할 수 없지요.

한국에는 어디든지 산이 있고 계곡이 있어서 여름이라 하더라도...매미소리를 들으며 더위를 식힐 곳이 있는데... 아스타나 근교에서 가장 좋은 피서지라고 하는 이곳을 보고 있으니...한국이 얼마나 좋은 나라인지 새삼 느껴졌습니다.

특히...까작스딴에서는 매미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여름이면 시끄럽도록 온 동네에 매미 소리가 울렸었는데...이곳은 뜨거운 태양볕만 있지...매미 소리는 들을 수 없어 허전합니다. 나중에 한국에 가면..매미 소리가 들리는 나무 밑에 한 참 앉아 있고 싶습니다.

이 물가에서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맨 오른쪽에 제가 서 있구요...그 옆이 세르게이 라고 하는 청년이고, 그 옆이 유리 리치 라는 교회 목사님 통역자입니다. 그 옆이 목사님과 둘째 아들 창영입니다.

어때요? 물가라고 하지만...시시하지요?

하지만...아스타나 근처 200Km 근방을 돌아 다녀도 이만한 물가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까작스딴은 넒은 땅...풍부한 지하 자원..사우디 아라비아와 맞먹는 석유를 가진 대국이지만....여름 한 철 더위를 피할 마땅한 곳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교회 야유회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던 우리의 여행은 여기에서 끝이 납니다. 아마...날씨 좋은 어느 오후...교인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이 날...시원한 나무 그늘 하나 없는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땀 흘리며 오랜 시간 걸어야 했지만...지치기 보다 오히려 즐거웠던 이유는 이 광활한 까작스딴 땅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구역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비록 한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어 낯설긴 하지만... 우리에게 소명을 주시고 이곳으로 오게 하신 하나님의 섭리가 있기에 자신있는 눈으로 이 땅을 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스타나...비록 수도라곤 하지만 한국인 선교사는 남쪽 알마티에 비해선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적은 숫자인 7가정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으로 우리 가정을 보내신 하나님의 섭리를 기대하며 찬양합니다.

미추리나 남쪽 물가로 떠난 답사는....우리에게 맡기신 사명을 생각하면서....까작스딴의 참 모습을 둘러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2002.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