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타나 외곽 고속 도로에서...

 면적 2,717,300Km으로 남한의 27배의 영토를 보유하고 있는 까작스딴은 면적 상 세계 9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만 인구는 적어 지난 97년 기준으로 1,680만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나마 인구의 대부분은 남쪽의 알마티,침켄트,끄질오르다, 북쪽의 가라간다,아스타나 등에 모여 있는 편이라 실제로 차를 타고 까작스딴의 영토를 가로 질러 가다보면...몇 시간을 가도 사람 그림자 하나 구경할 수 없어 도대체 이 곳에 사람이 살고 있는지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작년 봄...우리가 까작스딴으로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까작스딴에 대해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생각은 사막과 풀밭으로 가득한 뜨거운 태양과 추운 눈보라의 나라일 거라는 것이었습니다. 산스크리트어 로 "땅"을 뜻하는 "스탄"이라는 이름이 멀게만 느꼈지던 그 시기에....몇몇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느껴지는 까작스딴은  한국의 도시적 풍경과는 너무도 거리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대한민국에 비해...남쪽의 텐샨 산맥에 접한 알마티 부근을 제외하고는 구릉지도 제대로 발달되지 않은 광활한 평원이라는 설명에....우리가 가서 살아야 할 곳은  혹시....천막을 치고 모래 바람을 맞으며 살아가야 하는 곳인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생겼었습니다. 

하지만...알마티 비행장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우리 앞에 펼쳐진 까작스딴의 모습은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한국과 다를 것이 없는 도시풍경과 21세기 첨단 장비들을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각종 사회, 문화 시설에 우리의 방향 감각은 흐려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까작스딴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그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편리한 도시 환경에 적응해 가며 보냈던 까작에서의 첫 시간들이었습니다.

하지만...우리가 알마티라는 도시에서 차츰 벗어나 도시 외곽을 달리기 시작하고...새로운 나라에 왔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미지의 나라에 대해 탐구를 시작하면서... 잊혀져 있던 까작스딴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를 다시금 찾게 되었습니다.

인구 120만의 대도시 알마티...물론 이제는 까작스딴도 이런 대규모의 국제도시를 가지고 있는 국가이지만...중앙 아시아의 평원을 차지하고 있는 넓은 나라 까작스딴의 원래 모습은 예상했던 대로....끝없이 이어지는 모래와 흙, 풀밭의 나라였습니다.

아스타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홈페이지의 "국제협력의사-->까작스딴에서-->아스타나의 모습" 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은 한국과는 별 다를 것 없이 그럴 듯하게 세워진 고층 빌딩들과 거리의 풍경이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그것은 까작스딴 국토의 1%에도 못 미치는 몇몇 도시의 모습일 뿐...99%의 까작스딴 모습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여름...저는 아스타나로부터의 탈출을 여러 차례 시도했고 북부 까작스딴의 참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희 홈페이지는 까작스딴의 모습을 제대로 반영해야 하는 책임이 있기에 앞으로 몇 회에 걸쳐 도시가 아닌 대부분의 영토를 차지하고 있는 광활한 평원과 시골의 모습을 소개할까 합니다.

그 중에는 까작스딴의 알프스라고 하는 바라보예와 아스타나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악골' 이라는 마을의 모습, 그리고 아스타나 근방 미추리나 물가 등이 포함될 것입니다. 저 역시...까작스딴의 진정한 모습을 소개하고 싶은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소개의 범위를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넓혀 가기로 하고...이번 얘기에서는 아스타나 외곽을 관통하고 있는 고속 도로를 소개할까 합니다. 산업 도로 라고도 불리우는 이 도로는 아스타나의 남쪽 외곽에서...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에서 앞으로 길게 뻗은 도로는 남쪽에서 아스타나 중심부로 진입해 들어가는 도로의 모습입니다. 이 도로는 '대통령 도로' 라고도 불리는데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자택이 이 도로 변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눈이 많이 오더라도 이 도로는 가장 먼저 깨끗하게 개통되는 특권을 누리고 있습니다. 남쪽 도시 알마티나 가라간다에서 아스타나로 들어 온다면 반드시 이 도로를 거쳐야만 합니다.

이 도로가 오늘 소개할 고속 도로는 아니고 이 도로에 수직으로 달리는 또 하나의 도로가 바로 그것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도로 위쪽을 고가 도로처럼 가로 질러 좌우로 달리는 도로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만일 이 도로 위를 주행하고 싶다면 오른쪽 이정표에서 표시되는 대로 오른쪽 인터체인지로 차를 몰면 됩니다.

이 고속도로는 아스타나 북쪽 400Km 지점에 위치한 꼭쉬타우를 비롯한 꾸스타나이, 뻬뜨로빠블롭스크 등의 북쪽 주요 도시를 이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북쪽 약 70Km 정도까지는 시속 120-130Km로 달리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는 깨끗한 도로면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그 이상 위쪽으로 올라가면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인 도로 건설 공사로 인해 부분적으로 우회를 시키는 구간도 많아 지고 도로면에 작은 분화구들이 많이 패여 있어 속도를 제대로 낼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전 아스타나 북쪽 300Km에 위치한 바라보예를 하루만에 다녀 오느라 이 도로를 타고 올라간 적이 있습니다.

굳이 북쪽의 도시를 가지 않더라도 이 도로에서 드라이브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데...위에서 본 인터체인지로 접어 든 뒤 약 30Km 달리고 나면 다시 아스타나로 돌아 들어오는 인터체인지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시 생활이 갑갑하게 느껴지고 광할한 까작 초원이 보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곳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사실...풍경 사진을 찍어서 소개한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그 사진에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그 도로에서 바라 본 까작스딴 국토의 모습을 이곳에 담습니다.

도로는 아스팔트로 잘 깔려 있고 초원지대와의 경계면에는 흙과 자갈밭이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면 아시겠지만..한국의 고속도로와는 달리...이곳에서는 자동차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좀 더 북쪽으로 올라가서 인터체인지가 없어지는 곳에 이르면 각지에서 모여든 차량들로 인해 차가 많아지지만.....이렇게 아스타나 주변의 도로에선 운전하면서 외로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에서 온 운전자라면...입이 딱 벌어지는 광활한  땅을 보며 빠뜨리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부럽다" 는 것이죠. 한 평의 땅을 더 차지하려고 발버둥치고..부동산 투기가 재테크의 중요한 부분이 된 한국인들의 눈에 비친 이곳의 모습은 "부럽다" 는 반응을 불러 일으킬 수 밖에 없습니다.

"부럽다" 는 반응 다음에는 항상 이런 말이 따라 오더군요.

"한국 사람 만명만 이곳에 풀어 놓아도 이렇게 되진 않을텐데....."

"한국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땅을 배분하고 개발하게 한 뒤 이익을 나누게 하면 개발 속도가 빨라질텐데..."

실제로 북부 까작스딴의 가장 중요한 작물은 "밀" 입니다. 남쪽 까작스딴에선 밀농사가 잘 되지 않는 반면 각종 과일이나 벼농사를 짓는 데 반해 북쪽은 전통적으로 밀을 재배해 왔습니다.

제가 서 있는 뒤쪽의 광활한 영토 역시 누군가가 경작한다면 밀밭으로 바뀔 수 있는 곳입니다. 실제로...양을 치는 유목민만 살던 까작스딴 땅에 각종 농사 기법이 전수되어진 것은 스탈린 강제 이주 정책에 의해 1933년 경 극동 지방에서 이곳으로 유입된 고려인(한국인)들에 의해서 였습니다. 유목민이었던 까작인들에게 물을 저장하고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들은 한국인들이었고 그들은 그 곳에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역의 유지로서 정착할 수 있었고..지금까지도 많은 민족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까레옛찌(한국사람들)" 의 전통을 세웠습니다.

물론...이렇게 아무도 경작하지 않는 버려진 땅이 많은 이유에는 까작스딴의 인구 밀도가 너무 낮다는 것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모두 합해 봐야 고작 1600-1700만 밖에 안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기에 한국의 27배에 가까운 대영토를 개발한다는 것은 역부족인 셈입니다. 그래서 까작스딴은 지금 인구증가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식의 수가 어느 수준 이상(넷인가 다섯인가...) 되면 정부에서 무상으로 아파트도 준다고 합니다. 까작스딴은 19세까지 의무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국가이니...자식 교육비 걱정도 크지 않고....

형민이가 자고 있어서 선화는 밖으로 나와 사진을 찍질 못했습니다. 사진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시면...형민이가 노리개 젖꼭지를 입에 물고 누워 있는 것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한동안 형민이는 자동차를 타기만 하면 잠이 드는 습관이 생겼었습니다. 그걸 보고...선화는 "형민이가 차멀미를 하나 봐요..." 라고 얘기하곤 했지만...아마도 흔들리는 차 안에서 엄마, 아빠랑 함께 있는 좁은 공간이 형민이에게 편안함을 제공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차 뒤로...넓게 펼쳐진 지평선이 보이시죠? 까작스딴에서는 조금만 도시를 타서면 곧장 이런 지평선이 지겹게 이어지는 광활한 평원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이 평원이 늘 황토밭이나 낮게 자라른 풀밭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가끔씩 가다가 물이 있는 곳에 모여 있는 소떼나 양떼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언젠가...이 산업 도로에서 소떼들이 물가에서 풀을 뜯고 있는 것을 보고 찍은 사진입니다.

알마티는 산이 아름답지만 아스타나는 구름이 아름답다고 말들 합니다.

산이 하나도 없는 이곳에선 지평선만 끝없이 이어질 뿐이지만...그 대신 유달리 하늘과 구름들이 더 뚜렷하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푸른 하늘에서 끊임없이 펼쳐지는 구름의 변화를 바라보며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금새 아스타나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되곤 하지요.

언젠가 알마티에서 뚜르겐 계곡으로 가는 길에서 이렇게 끊임없이 이어진 평원들을 선화와 함께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뚜르겐 계곡으로 가는 길에는 텐산산맥의 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에 산들이 계속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역시 광활한 땅덩어리를 볼 수 있긴 마찬가지입니다.

"저거 봐...너무 이국적이지?"

처음에는 이국적이라고 말하며 바깥 경치에 탄복하며 달렸습니다. 하지만 2-3시간 내내 똑같은 경치가 차창 밖에서 이어지자 이국적이라고 평가하던 우리의 말문은 그만 닫히고 말았습니다. 이국적이긴 하지만...변화가 없고 단조로운 그 곳의 경치는 더 이상 우리 시선을 끌지 못했습니다.

그 때 우린 진심을 얘기했습니다. "이국적이긴 하지만....한국이 더 좋은 것 같아요...."

금수강산...끝임없이 변하는 산줄기와 계곡과 골짜기 사이에서 한 치의 땅도 흐트러짐 없이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 입는 들꽃들과 잊혀질 만하면 나타나는 간이역들...그런 변화 무쌍한 모습에 익숙했던 우리에겐 이 광활한 땅은 도무지 어떻게 할 수 없는 큰 덩어리였습니다.

끝없이 이어진 도로...하늘의 구름만 벗하며 달리는 곳...까작스딴에서 살면서 이제 이곳의 도로에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KOICA 파견 국제협력의사로서..선교지의 크리스챤으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 땅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함은 아주 당연한 필수 요건입니다.

까작스딴의 도로...비록 한국과는 다르지만..그 광활함과 막막함이 친근하게 와 닿기 시작합니다. 또..그러면서 그 만큼...이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익숙해져가고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올 여름...우린 도시 외곽을 열심이 드나들면서 까작스딴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더욱 이 곳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고 그들을 향해 애착을 가지게 되기 원합니다. 그래서 더욱 사랑하는 맘으로 이 땅과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기 원합니다.

어떠세요? 이곳에 와서 함께 이 광야 속으로 달려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2002.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