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이 지나는 형민이....그리고 집들이

 무사히 휴가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주말을 포함해서 총 17일간의 휴가 기간이다 보니...다시 제자리를 찾는데 한참이나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19일 오후 늦게서야...아스타나의 우리 집으로 수 많은 얘깃 거리들과 사진들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여행 기간동안 축적된 경험으로 또 다른 정보와 감동(?)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신중하게 내용을 준비 중입니다. 그 때까지 휴가지 얘기는 기다려 주세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려니까 영 어색하네요...하지만 곧 자연스러워 지겠지요? 그 때까지 너그러운 맘으로 읽어 주세요...

먼저 형민이 소식을 전합니다. 전 지금까지 많은 필자들이 자신의 가족에 관해 적은 얘기들을 읽어 보았었습니다. 유명한 가스펠송 작가이신 최용덕 씨가 자신의 아기가 자라는 과정을 소개했던 '로아네 집' 뿐 아니라 길고 짧은 유명 무명 인사들의 얘기들을 재미있게 읽었던 총각 시절....자기 아들, 딸을 끔찍히도 사랑하는 부모들의 표현들에 가끔은 식상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옛말에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마누라 자랑과 자식 자랑을 늘어 놓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는 말이 있듯이....자식이 귀여워서 어쩔줄 모르는 다른 사람의 글 타령을 읽는게 상쾌하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형민이 소식을 전할 때마다...마찬가지의 고민을 제가 하고 있습니다.  우리 홈 방문객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형민이에 관한 글을 읽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죠... 하지만...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은 개인 홈페이지이기에...우리 가족의 모습을 투명하게 비치는 것이 이곳을 찾는 분들의 기쁨이 될 것이기에 여태껏 해 왔듯이 형민이의 모습을 계속  묘사할 예정입니다. 물론...감정을 조절하면서 해야겠지요...

18개월이 된 형민이.....1년 반이 된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세요?

18개월이 되면서 형민이에게서 느껴지는 가장 큰 변화는 형민이를 가리켜 보라는 물음에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을 콕 찌른다는 것입니다. "형민아...엄마는 어디있니?"    "(선화를 가리키며)엄마..."    "아빠는 어디있니?"     "(날 가리키며)아빠.."   "그러면 형민이는...."    "(자신의 가슴에 대고)어...." 자기를 가리키며 '형민이'라고 말하지는 못하지만...."어..." 라고 감탄사를 내지르며 자신을 가리키는 형민이를 보며 우리 부부는 박수를 치며 좋아합니다. 전에 하지 못했던 가족 구성원들을 집어 내는 형민이의 발달이 거저 신기할 따름이니까요....

물론 말 수도 많아졌고 힘도 세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의사 소통이 되는 말은 아직도 몇 단어입니다. 엄마, 아빠, 물, 마마(밥), 까까(과자), 치치(노리개 젖꼭지), 띠이..(비디오를 틀어달라는 말), 뻥뻥(강아지), 냐아(고양이)...그 외에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 이름은 모르고 그냥 "아..."나 "어..." 라고 통칭합니다.

18개월이나 되었지만..아직 밤에 두 번이나 분유를 먹습니다. 형민이는 지금까지 낮에 분유를 먹은 적은 없습니다. 2-3개월부터 젖병에 타주는 분유를 안 먹으려고 해서 일찍 밥물을 주면서 이유식을 시작했지만...아직까지도 밤에 꼭 일어나 2번은 젖병을 빨아야 잡니다. 젖병을 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듯합니다.

기저귀를 떼는 것도 어렵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소변을 보는 주기가 일정하거나 횟수가 짧아지면 기저귀를 떼는 훈련을 하라고 하지만...한 시간에도 4-5번씩 소변을 보기 때문에 기저귀를 아직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좀 더 따뜻해 져야 제대로 훈련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빠의 시범 활동(소변 보는 것 보여 주기...)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까작스딴에 살고 있지만...식성은 전통 한국식입니다. 파나물, 숙주나물을 총 망라하는 모든 나물을 좋아하고 된장국을 좋아합니다. 마른 김을 간장에 꼭 찍어 먹으려고 식탁에서 난리를 피우고 눈에 햄이 띄기만 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입에 넣고 맙니다. 짜장면도 가끔씩 해 먹는데 아주 잘 먹고...(사진 참조)....부치개나 멸치 조림 같은 짭짤한 밑반찬에 눈독을 들입니다. 이곳에 살면서 현지 식사를 하지 않고 한국식으로 고집하며 살고 있긴 하지만.....유독 한국 음식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형민이를 보고 있으면 민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형민이가 점점 커지자....우린 형민이가 아빠, 엄마의 어떤 부위를 닮았는지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마가 있는 건 엄마를 닮았고 윗입술이 도톰한 것도 엄마를 닮은 겁니다. 아직은 잘 모르지만 갸름한 얼굴은 엄마와 닮아 보이고 아래 눈꺼풀도 엄마와 닮았습니다.

아빠와 닮은 건...윗 눈꺼풀과 눈을 감았을 때의 라인(line)...그리고 눈썹 뿐입니다. 하지만...모두들 형민이를 보고 아빠를 닮았다고 이구동성 얘기하는 걸 보면 남자 아이기 때문에 아빠를 닮았다고 하는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식성은 아빠를 닮았고 몸이 따뜻한 것도 아빠를 닮았습니다. 그동안의 형민이 사진을 쭉 보셨거나 추억의 사진을 클릭해 보면 아시겠지만...한국에서 태어난 사진 속의 조그만 아이는 이제 엄청 커 버렸습니다.

우리는 형민이가 돌이 되기 전부터 밥을 먹을 때나 간식을 줄 때나 잠을 자기 전이나 항상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것을 가르쳤습니다. 형민이가 돌이 될 무렵부터 "형민아..기도하자.."라고 하면 자다가 일어나서 침대위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식사가 준비되면...잠이 오려고 하면...맛있는 간식이 생기면...엄마가 기도하자고 하지 않아도 두 손을 모으고 엄마에게 기도하라고 보챕니다. 오히려 한 번 만 기도하면 되는데 식사하는 중에도 여러번 기도하자고 해서 문제가 될 정도니까요....기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그냥 엄마 아빠가 하는 걸 보고 몸에 배여 따라하는 것이지만...기도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부부는 많이 배우고 도전받습니다. 또 교육이 얼마나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가를  실감합니다. 형민이가 우리의 말을 이해하게 되는 때가 오면...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특권이며...얼마나 큰 은혜에 의해 부여 받은 것인가를 꼭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18개월이 된 형민이에게 일어난 또 하나의 변화라면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것이겠지요? 이사한 소식을 전해 드렸는데...가장 최근 소식인 집들이 소식도 전해드립니다.

좋은 집으로 이사하게 된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리며...아스타나에서 사역하고 계시는 선교사님 가정들을 모두 집으로 모시고 월요일 점심을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날에는 이번에 새로운 지교회를 아스타나에 건축하시는 알마티 소망교회의 노대영 목사님도 함께 참석하셔서 7분의 선교사님 가정이 저희 집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이 중에는 4월 중에 한국으로 안식년 차 귀국하시는 성결교회의 손귀목 목사님과 이를 위해 러시아에서 임지를 옮기신 선교사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총 30명이 저희 집에서 모여 식사를 했었는데...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일군된 모든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기쁘고 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저희 집 거실이 크다고 얘기드렸는데요....거실에 놓인 소파를 그대로 둔 채..이렇게 커다란 식탁 2개를 동시에 놓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번에 집들이를 준비하면서 아스타나에서 떡을 구할 수 있는 곳을 알아냈습니다. 고려인 한 분이 방앗간을 운영하고 계신 것을 알게 되었고 찹쌀떡과 인절미 맛을 볼 수 있었고 한국식 옛날 과자 같은 것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또..그 동안 까작스딴에서 파는 쇠고기는 가격은 싼 데 비해 질기고 고기를 얇게 썰어 주는 기계가 없어 고기 다듬기가 힘들어 제대로 먹질 못했었는데....아주 싼 가격에 쇠고기 갈비를 작게 잘라서 파는 곳을 발견한 덕분에 맛있는 갈비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갈비 1Kg에 한국 돈으로 2천 3백원입니다. 싸지요? 선화가 10Kg을 사서 준비했습니다.

집들이를 위해 모였지만...사실상 아스타나의 선교사 정례 모임이기도 했습니다. 아스타나에서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들은 한 달에 한 번 돌아가면서 보여 정보도 교환하고 기도하기도 합니다. 이 자리에서 새로 개정될 까작스딴 종교법에 대해 나사렛 교회 목사님을 통해 자세히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었습니다.

이 원탁에 앉아 계시는 분들이 현재 까작스딴 아스타나에서 복음을 위해 뛰고 있는 한국인 선교사들입니다. (서서 기도하시는 분만 알마티에서 오신 노대영 목사님이시구요)

앞으로 일주일 후에 새로운 침례교 한국인 목사님 한 분이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되니까...이제 아스타나도 많은 사역자들이 있는 셈입니다. 제 홈을 통해 몇몇 사역자들은 소개해 드렸는데요...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든 까작스딴 아스타나에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하시는 이 분들을 위해 생각나시는대로 기도 부탁드립니다.

집들이가 마칠 무렵...많은 분들의 요청(?)에 의해 저희 부부가 특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린 이곳에 와서도 교회에서 자주 특송을 했습니다. 성탄절에도...추수감사절에도..교회 창립기념예배때도...이제 우리 부부의 특송은 더 이상 이벤트가 아니지만....찬송할 때마다 우린 이곳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노래하게 됩니다.

부족하고 화를 잘 내고 겸손할 줄 모르는 우리들인데....우리 하나님께서는 낯선 땅 까작스딴으로 우리를 인도하시고 이곳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도록 하셨습니다.

그리고 선교지의 교회와 병원에서 이곳 사람들을 섬기게 하시고 그것을 통해 복음을 그들에게 뿌리도록 만드셨습니다.

결혼하고 2년도 되지 않은 채 이곳으로 왔을 때...우리를 이곳으로 몰아가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그저 놀랍기만 했었고...당초 계획하지도 않은 여건 속에서....선교 현장에서 일하도록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보면서 "사람이 마음으로 일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 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우리가 하는 찬양 속에는 하나님에 대한 놀라움과 신뢰 그리고 감사가 녹아 있습니다. 어떤 곡을 부르더라도 우린 찬송하게 하시는 그 분의 긍휼함과 사랑으로 인해 감격하게 됩니다.

휴가지에서 지내면서 내내 우리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며 지냈습니다. 우리의 미련함 때문에 많은 어려움들이 우리 앞에 놓이겠지만...하나님께서 선하게 인도해 주실 줄 믿으며 오늘도 하루를 살아가려고 합니다.

이제부터는 형민이네 얘기를 더 자주 들으실 수 있게 되었네요...휴가 전처럼..열심히 이곳의 상황과 소식들을 홈을 통해 올리겠습니다. 전과 동일한 관심과 기도 부탁드립니다. 그 사랑 때문에 우린 더 힘을 내어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2.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