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던 날

2002년 3월 19일은 아스타나에 와서 처음으로 이사를 한 날입니다. 이로서 우리 가정은 아스타나에선 2번째, 까작스딴에 와서는 3번째 집에서 살게 됩니다.

우리는 새 집을 찾기 위해 2월말부터 여러 군데를 돌아 다녔습니다. 하지만 비싸지 않으면서도 4칸짜리 깨끗한 집을 찾는 일은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아스타나는 알마티보다 집값이 100불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우리 마음에 드는 좋은 집을 만나기만 하면.. 월세 800불 이상의 턱없이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더군요.

이곳에서 집을 찾는 방법은 직접 다니거나..."이즈 룩 브 루끼"나 "쩨스나"같은 정보지를 통해 알아 내는 방법 그리고...아겐스트보(우리 나라의 부동산 중개소) 같은 곳을 통해 알아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린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고......새로운 주인을 찾는 빈 집이 나오기만 하면 상세한 장보를 얻는대로 그 곳을 방문해서 눈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했었습니다.  중개소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세입자가 수수료 명목으로 5000텡게(45000원 정도) 정도 지불해야 하고 집 주인은 월세의 1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중개인에게 지불하는 것이 이곳의 규칙입니다.

이곳에는 5층짜리 아파트도 많은데 이런 곳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지요. 우리가 집을 찾을 당시.. 유독 4층, 5층에 위치한 빈 집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런 곳을 선택하게 되면 쌀을 사 오거나...짐을 많이 가진 방문객이 방문할 때 힘들 게 뻔하기에... 아무리 좋은 집이 나와도 피해야 했습니다. 남향 집이 좋다지만...나와 있는 아파트 수가 작아 그것까지 배려할 순 없었습니다.

선화는 평소에 차를 타고 이곳 도심을 지나 다니면서 괜찮게 여겼던 아파트들을 직접 방문해서...혹시 임대하는 집은 없는지 물어 보기도 했습니다. 아스타나에는 부자들도 많이 살고 있어서 고급 아파트들도 많습니다. 주로 기업가나 고위 공무원들의 집이지요..우린 그런 훌륭한 현관을 가진 아파트을 방문해서 임대하는 곳이 있느냐고 물었다가 없다는 소리를 듣고 나온 적도 있습니다. "우리도 이런 집에서 살면 좋겠다...."라고 중얼거리면서요....

하지만..우리 하나님은 우릴 오랫동안 기다리고 헤매게 하진 않으셨습니다. 집을 찾으러 나선 뒤 2주가 되던 때...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지은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은 새 집이 나와 있음을 알 게 되었고...그리 비싸지 않은 조건으로 빨간 벽돌의 궁전 같은 집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사는 병원에 다녀 온 뒤..오후 2시에 시작했습니다. 이곳의 변찬석 선교사님과 김목사님이 이사를 많이 도와 주셨고 신미향 코이카 선생님도 오셨고..지미 목사님도 다녀가셨습니다.

이곳에서의 이사는 한국보다 쉽고 간단합니다. 일단 짐이 아주 작습니다. 이곳은 집을 전세할 때..가구나 전자제품을 다 갖춘 상태에서 집을 내어 줍니다. 좋은 집인 경우..옷장,세탁기,비디오,TV,오디오,냉장고,전자렌지,오븐,가구,책장,책상,걸상 등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외국인들은 주로 이런 곳에서 생활하지요. 그래서 한국처럼 큰 트럭에 이런 것들을 싸 짊어지고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점들은 한국보다 이곳이 더 낫다고 해야 겠지요.

그래서 이사한다고는 하지만...우리 짐은 한국에서 가져 온 물건이 다입니다. 이곳에서 김치 보관 목적으로 큰 냉동고를 하나 샀었고..형민이용 아기 침대를 새로 마련해서 짐이 조금 늘었지만...짐의 대부분은 제가 한국에서 가지고 온 책들과 악기 그리고 옷, 형민이 물건들입니다.

또 이사를 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이곳은 인건비가 아주 싼 곳이라서 이사를 위해 부른 짐꾼들의 품삯이 아주 적습니다. 2시간 동안의 이사를 위해 4사람의 일꾼을 불렀습니다만...한 사람당 품삯은 600텡게(5400원)이 다입니다. 4사람이니까...2400텡게면 일꾼들이 짐을 트럭에 싣고 새로운 집으로 옮겨다 줄 수 있습니다. 또 트럭의 임대료도 아주 싸서 시간당 600텡게면...트럭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한국 같으면 이사 한 번 하는데 적어도 2-30만원씩 드느데..이곳은 한국 돈으로 3만원이면 무거운 짐을 직접 들지 않고도 끝낼 수 있습니다.

 일꾼들은 이곳 시장(바자르)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는데..언제든지 많은 사람들이 일거리를 찾기 위해 거리에 나와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젊은 청년들만 4명을 불러서 짐들을 트럭에 가득 실었습니다.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대로...이전에 살던 정든 아파트를 떠나서 이제 새로운 곳으로 떠나게 된 것이죠.

이제 떠나야 하는 이 집에서 형민이는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이곳에서 돌잔치도 했었지요... 이젠 개구쟁이가 되어서 엄마, 아빠를 따라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게 되었지만...우리 부부도 이 집에서의 추억을 잊을 순 없을 겁니다. 비록 8개월 정도 산 집이지만...섭섭하기도 하고..감개무량했습니다. 3년이라는 까작스딴 생활 속에서 몇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이곳 생활이 짧지만은 않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새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아직 새 집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포장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2개월 후면 아스팔트 포장이 된다고 하는데...왼쪽 사진에서 멀리 보이는 빨간 지붕의 예쁜 집이 우리가 살 집입니다. 날씨가 맑지 않아...좀 어둡게 나왔는데..집은 이곳에서 보기 드문 예쁜 집입니다. 전에 말씀드렸듯이 까작스딴은 대부분이 페인트 칠하지 않은 시멘트 색 그대로의 아파트들입니다. 하지만 아스타나에는 화려한 색상의 좋은 아파트들이 몇 개 있고..지금도 이런 아파트들을 짓고 있는데..우리 아파트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이 아파트는 이곳 사람들이 가장 다니고 싶은 직장인 "까작 오일"  회사에서 지은 것입니다. 이 회사는 이런 아파트들을 지어서 염가로 직원들에게 공급해 줍니다. 우리 집 주인도 이 회사 직원인데 35살밖에 되지 않았지만..많은 돈을 번 사람입니다. 이번에 카스피 해 근처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어서 우리에게 전세를 주고 나간 것입니다. 카스피해는 지금도 석유가 펑펑 솟아 올라오고 있는 자원의 보고입니다. 까작 오일은 이 석유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회사로 미국 자본이 세운 회사여서 까작스딴 최고의 대우를 직원들에게 해 주고 있는 것이죠.

우리 집은 1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결혼 후 줄곧 아파트에서 살았는데...지금까지 13층, 7층, 6층이었으니까... 처음으로 1층에 살 게 되는 셈입니다. 이제 따뜻한 봄 날에 파랗게 올라오는 잔디밭에서 신나게 뛰어 노는 형민이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 필요 없이..바로 문 밖을 나서면 놀이터니까요....

어쨋든 많은 분들의 도움은 이사는 무사히 마쳤습니다. 이 집의 구석 구석을 보니 한국 자재가 많이 사용되어져 있었습니다. 문고리가 한국 것이고 수도 꼭지 같은 것에 "대림'이라는 한국 기업의 상표가 한국 글씨로 적혀 있었습니다. 또 이곳 생활 풍습과는 달리 거실이 나무로 된 마루 바닥이어서 한국 정서와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이런 점이 우리로 하여금 이 집을 선택하게 만들었지요...  

거실도 아주 넓어서 10명의 방문객이 동시에 잘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번 여름에 제가 졸업한 부산의대 기독학생회에서 이 곳 까작스딴으로 의료선교활동을 올 계획을 하고 있는데...학생들이 아무리 많이 와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공간이어서 더욱 기뻤습니다.

사진기로는 전체 공간을 한 번에 잡을 수 없어서 안타까운데...사진에 나오지 않은 왼쪽 편에 신디사이저와 악보를 보관하는 책장, 기타 스탠드가 놓여 있을 만큼 넓은 공간입니다.

우리가 새 집으로 이사 온 이유는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이전 집의 경우...지난 겨울 동안 창문 안쪽에 얼음이 얼 만큼 추웠었기 때문에 따뜻한 집이 필요했었고...다른 한가지는 점점 늘어나는 이곳을 방문하는 많은 손님들에게 좀 더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입니다. 집을 보고 있으니..Guest House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뻤습니다.

이 집은 우리가 원했던 거실을 포함해서 4개의 공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 왼쪽 사진은 거실로 들어오기 전에 우리 컴퓨터와 책상을 놓아 둔 작업 공간입니다. 사진에는 안 나타나지만 반대쪽에 유리 문이 달린 멋진 책장이 놓여 있고 그 안과 위 쪽에 많은 책이 꽂혀 있습니다. 이 책장 하나 만으로는 부족해서 책장 꼭대기에도 가로로 책을 쌓아 올렸습니다. 우측은 형민이가 침대가 놓인 안방에 서 있는 모습입니다. 이전 집의 경우...현관 맞은 편에 안방이 있어서 불편했었는데..이번의 경우 집의 가장 안 쪽 깊숙한 곳에 이 방이 위치하고 있어서 사생활 보장(?)이 확실하게 될 것 같습니다.

다음 보이는 부엌은 이전 부엌의 2배 정도 되는 넓은 곳으로 개수대도 2개나 되고...싱크대와 부엌 가구가 모두 새 것입니다. 식사 할 수 있는 식탁과 4명이 앉을 수 있는 소파(사진에는 안 보이지만)가 있어서 손님을 이곳에서도 맞을 수 있습니다. 이전에 비해 방이 하나 더 많다 보니...손님방으로 쓰일 방이 하나 생겼습니다. 우측 사진이 그 곳인데요...침대로 사용할 수 있는 소파와 둥근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손님이 없을 때는 형민이 방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좋은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앞의 사진으로 이 집을 다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차차...이 곳의 모습을 이곳에 올라오는 사진을 통해 소개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바쁜 일은 겹치는 법....새 집으로의 이사를 마친 다음 날...알마티에서 귀한 손님 한 분이 오시는 바람에 3일간 아주 바빴습니다.  그래서 이삿짐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컴퓨터도 제대로 설치 하지 못해 정신 없이 지내다....주말을 이용해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렇게 이사했다는 소식을 올립니다.

이사를 걱정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한국에 있는 부모님들과 가족들에게 좋은 집으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집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을 집으로 모시고 섬겼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또..좋은 집에서 더 많이 하나님을 섬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그러셨듯이....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늘 더 좋은 상황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2002.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