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타나에서 진료한지 6개월......

아스타나로 옮겨 와서 이곳 1번 병원에서 일한 지 이제 6개월이 넘었습니다. 전임자도 없는 이곳에... 한국인 의사로서는 처음 이곳으로 배치되었던 전...한동안 힘들고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이젠...병원 출입문을 들락날락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고 이곳 병원 관계자들과의 관계도 아주 원만한 상태에서 진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우리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지요.

아침 식사 후...형민이의 "바이..바이.."하는 손짓을 보면서 선화의 배웅을 받고 현관문을 나선 뒤...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서 1층으로 내려와...차가운 아침 공기를 마시며...주차장으로 가서 자동차를 몰고 나옵니다. 도로는 아직 빙판이고 눈도 많이 쌓여 있지만..이젠 봄 기운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젠...겨울도 힘을 못 쓰고 점점 물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 1병원 까지의 거리는 자동차로 5분입니다. 신호 하나만 받으면 바로 병원 건물 뒤 주차 공간에 차를 세울 수 있습니다. 아직도 미끄러운 병원 건물 옆 도로를 총총 걸음으로 걸어서 1병원 입구로 들어가면...수 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1층 접수처와 옷 보관하는 곳에서 들어오고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월부터 1병원 입구 벽에는 옆 사진과 같은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감기 조심..." 이라는 굵은 문구와 함께...가운을 입고 있는 서 있는 의사 모습이 그려져 있지요. 이 포스터를 보면서 전 이곳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떠 올리는 의료인의 모습을 유추해 봅니다. 이곳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떠 올리는 의사 선생님은 여성입니다. 제가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까작스딴의 의사의 90%이상이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마스크도 보세요...이 포스터가 붙은 날...우리 진료실에도 이런 마스크 2개가 배정되었는데... 마스크라곤 하지만...한국에서 보는 마스크와는 달리...가아제로 만든 좋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1병원에 전염성 감기를 가지고 오는 환자들이 많다곤 하지만...전 이 마스크가 도무지 어색해서 착용할 수 없어 사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이곳의 모든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이런 마스크를 착용하고 환자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1층에는 접수처, 옷 보관소, 약국과 함께 여러 외래 진료실이 있습니다. 1병원은 외래 환자만 보는 병원입니다. 2층에도 많은 외래 진료실과 검사실이 있는데....약간 어두컴컴한 복도에 많은 환자들이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곳 건물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를 맡으며 이곳이 까작스딴인 것을 오늘도 되새기면서... 3층으로 나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갑니다.  중간 중간에 바깥이 보이는 창문이 있는데...멀리 국회 건물도 보이고...눈이 하얗게 쌓인 공원과 방금 세워 놓은 제 차를 볼 수 있습니다.

제 진료실은 3층입니다. 바로 옆이 원장실이고 맞은 편이 내과 과장실입니다. 외국인 의사가 진료하는 곳이다 보니..제게 원장실 옆 방을 할당해 주었습니다. 하지만...진료실은 아주 좁습니다. 이 나라의 모든 의사들이 이 정도 크기의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고 있다고 하네요.

3층에 올라서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제 진료실 입구가 보입니다.  진료실 문을 열고 안이 내다 보이게 해서 찍은 사진인데...진료실 안에는 통역 아줌마가 앉아 있고 진료실 밖에는 절 기다리는 환자가 보입니다.

처음 1병원에 왔을 때...원장과 여러 가지 얘기를 주고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 때  원장이 묻더군요.. "이곳에서 몇 명의 환자를 볼 수 있습니까?" 이 때 옆에 앉아 있던 내과 과장이 "외국의사이고 말도 잘 통하지 않으니까...환자들이 많이 오지 않을 겁니다. 많아 봤자..4-5명이겠지요...."  라고 얘기했었습니다.

9월...진료실을 열고 난 뒤...전 특별한 광고를 하지 않았고...9월 한 달 동안은 정말 하루에 4-5명 만이 진료실을 찾았습니다. 이곳 현지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오전 진료만 했었기 때문에 더더욱 환자 만나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그 당시에는 아직 제가 러시아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제 통역 아줌마 역시 제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 만나는 것이 망설여지는 때였고...그래서 열심히 러시아어를 공부해야만 했고...그럴 여유가 있었습니다. 거의 진료실이 독서실 분위기였으니까요...

10월 알마티에서 새로운 의약품을 지원 받고 난 뒤로부터....진료실의 환자는 점점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이곳에 있는 의사들과 그 가족들이 제 진료실을 찾았고...이곳에서 일하시는 한국인 선교사 교회에 출석하는 현지인들이 방문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사람이 방문해서 진료를 받고 약을 가져간 뒤...약의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 소문이 나면서...특별한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도시 곳곳에서 진료실을 알고 찾아 옵니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살펴 보면...일정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오는 경우가 많은데...그것은 주변 사람들의 입소문을 듣고 함께 모여서 이곳을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우리 진료실에서는 무료로 진료하고 무료로 약을 나눠 줍니다. 이곳 의사들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선..진료카드를 준비해야 하고 접수를 해야 하는데...39번 진료실(우리 진료실)은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불편한 사람은 누구나 오면 되지요...

까작스딴은 인도와 같은 제 3세계에서 많은 의약품이 수입되어 들어옵니다. 하지만 한국제 의약품만 사용하는 우리 진료실은 약효에 있어서 탁월하다고 소문이 나 있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두 번, 세 번 계속 방문하고 있고...저마다...진료실에 들어 와 효험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사실 이 사실은 한국에서 진료하기만 했던 제겐 뜻밖(?)의 현상이었습니다. 하지만...이곳에 들어와 있는 다른 종류의 의약품이 많지 않은 데다가...이곳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약을 잘 먹지 않고 자라기 때문에...약 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추측해 보기도 합니다.

처음 진료를 할 때...재진 환자들을 고려해 병력지(차트)를 만들었었는데...어차피..이곳 현지 병원에서 관리하지 않는 차트인데다....재진 환자들을 찾기가 어려워...아예...컴퓨터의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환자의 인적상황과 함께 증상, 진단명, 처방약을 정리해 두고 있습니다. 전에 왔던 환자가 오면...컴퓨터를 통해 이전 처방약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곳 환자들의 질병 분포는 한국과 유사합니다. 러시아인과 까작인을 포함해서 100여 민족이 섞여 사는 다민족 국가이지만...내과 의사로서 한국에서 봐 왔던 질병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서 낯설지 않고 자신있게 진료를 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소화기 장애(복통, 소화불량, 가슴앓이...)와 당뇨, 고혈압 환자들이 제일 많습니다. 이 외에도 천식, 폐염, 갑상선질환, 빈혈, 정맥류, 변비 등의 환자들이 많은 편이고...관절통을 호소하는 노인들도 한국과 똑같이 많이 있습니다. 이곳 여성들은  젊을 때는 그렇지 않은데...40세가 넘어가면 대부분 아주 뚱뚱해 지고 배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식이와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대부분의 중년 여인들이 심한 비만을 보이고... 따라서 많은 성인병과 관절통을 호소하고 있지요.

한 번은 늘 배가 아프다는 40대의 보통 체형의 여성이 진료실을 찾았는데...아무리 검사해도 정상인데 배가 계속 불편하다며... 한국인 의사를 찾은 것입니다 (이곳에선 한국은 아주 잘 사는 나라로 알고 있고..한국 물건이라면 아주 좋은 것이라고 칭찬합니다. 그래서 약도 한국약을 좋다고 생각하지요..). 한국에도 이런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많이 있는데...보통 악성 질환을 배제하기 위한 간단한 검사와 몇 가지 테스트에서 별 문제가 없으면 과민성 대장 증상으로 치료합니다. 한국에는 이 증상에 대한 약들이 아주 많이 나와 있고...제 진료실에도 이런 약제가 제법 있습니다. 이 약을 처방 받은 뒤...이 환자는 하루 아침에 사라진 자신의 증상에 놀라면서...제 진료실이 아니라 원장실로 찾아 갔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와 있는 한국인 의사가 혹시 마약 같은 걸 사용하는 게 아닌지 물었다고 합니다. 원장은 한국에서 이 나라를 돕기 위해 찾아 온 사람이라고 안심시키고 돌려 보냈는데...다시 저희 진료실로 찾아와 어떻게 이렇게 감쪽같이 좋아질 수 있냐며... 놀라와 했습니다. 자신을 지금까지 치료한 의사 조차도...어떤 처방을 사용하는지 알아와 달라고 부탁했다며 제게 처방을 묻기도 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이곳 가격으로 700텡게 이상이나 되는 그런 종류의 외국 의약품들을 사지 못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달에 5000텡게 밖에 안되는 연금으로 살아가고...20-30텡게 하는 풀로 만든 민간 처방 약품을 사용하고 있어서...우리 진료실의 존재는 그들에겐 아주 소중합니다. 모든 게 공짜니까요....

진료하면서...이곳 의료 현실들을 하나 둘 씩 접하게 됩니다. 특징적인 것은 이곳 외과 의사들은 수술을 하고 난 뒤에는...수술했던 자기 환자들의 외래 진료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 진료실에는 수술 후 봉합 부위가 제대로 아물지 않아 고름과 진물이 끊이지 않는 환자들이 많이 찾아 옵니다. 전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를 왜 찾아가지 않느냐고 늘 말합니다. 하지만....통역을 통해 들은 얘기는 한결같습니다. "외과 의사는 수술이 끝나면 환자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들은 수술만을 전담할 뿐입니다. " ...이런 걸 보고 있으면 제가 분통이 터집니다.

한번은 갑상선 수술을 한 환자가 목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찾아 왔습니다. 이건 분명히 수술 당시 회귀 후두 신경(recurrent laryngeal nerve)이 수술 당시 손상받은 탓인데....수술했던 의사를 찾아갔느냐는 제 물음에 30대의 여자 환자는 외과 의사가 만나 주질 않는다고 얘기하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게 울먹였습니다. 분명히 수술하는 의사라면 이 문제를 알고 있을 것이고..발생한 이런 문제(비교적 흔한 문제임)에 대해 경과나 치료 방침을 얘기할 의무가 있을 텐데...이곳은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입니다.

하긴...전에 말했듯이 이곳은 의사에게 그렇게 많은 부담을 주어선 안되는 나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주의 체제의 유물이 남아...의사의 한 달 월급이 우리 돈으로 6만원이 안됩니다.  혼자 생활하더라도 이곳 아스타나는 적어도 한 달에 150불(20만원)이 드는 곳입니다 ...그러나 의사의 급여는 그렇지 못하고 그래서 많은 유능한 학생들이 의사의 길을 외면합니다. 힘들고 고생만 하는 직업을 누가 하냐는 것이지요...그러다 보니 의과대학을 나온 의사라 하더라도..이곳 사람들은 실력이 없는 이들이 수두룩 하다고 얘기합니다. 학점을 돈으로 사서 졸업한 실력없는 돌팔이도 있다는 거지요...그러다 보니...서민들은 풀이나 약초를 더욱 의존하고 병원을 찾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 의료인력의 수준은 점점 떨어지게 되고...계속 악순환의 길로 가는 거지요..경제적인 측면만 보더라도 가계를 책임지는 남자보다도 여자가 주로 의사가 되는 편입니다.

전 소화기 내과 의사를 표방하면서 이곳에서 진료합니다. 이곳 내과 전문의들은 분과(소화기,순환기,호흡기...)별로 진료 하고 있는데.. 모든 분과를 통틀어 진료하는 일반의가 있지만.. 전문적인 진료는 분과를 표방한 의사들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소화기를 표방하다 보니...각종 소화기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제 진료실을 찾습니다. 이 중에는 1병원 말고... 4병원이나 7병원 같은 곳에서 제게 보내는 의뢰(consult) 환자들도 있고..장애자 복지 시설 같은 곳에서 보내진 환자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스타나에 소화기 내과를 표방하는 의사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시민들이 찾는 4군데의 시립 병원에는 소화기 내과 의사가 어느 병원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여기 저기를 찾아 다니다가...한국인 소화기 내과 의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이곳 진료실을 찾고 있지요. 이제 오전에 20명 가량의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절 기다립니다. 이곳 내과 과장의 예측이 틀린 셈이지요..

찾아 오는 환자 중에는 놀랍게도 CT같은 첨단 장비의 필름을 들고 오는 이도 있습니다. 아스타나에 있는 진단센터나 대통령 병원에 이런 장비가 있다고 하는데...이런 검사를 하긴 해도...판독하는 의사가 없어서..이렇게 제게 들고 옵니다. 소화기 내과 의사에게 보이라고 했다면서.....

이제 6개월 동안 진료를 하다 보니...환자들이 찾아와서 하는 러시아어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합니다. 물론 모든 단어를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특히 소화기 내과 분야에 집중적으로 환자들이 모이다 보니...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아직도 환자가 이야기하면...긴장을 해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아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한국인이라면...말의 늬앙스도 파악해서 환자의 심리 상태에 따라 대처할 수 있지만...이곳 문화를 하나도 모르는 저로선 환자들의 말을 들으면서..동시에 이곳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새로 알아 가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간이 나쁘다면서 찾아 오는 환자도 많은데..어떤 환자는 간에 좋다면서...소변을 마시고 있더군요....이곳에 어느 유명한 사람이 소변으로 많은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책을 쓴 바람에 생긴 현상이라고 합니다. 또 많은 환자들이 만성 췌장염이나 만성 담낭염이라는 진단명을 받아 오는데...하나 같이..화면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이 나라 초음파 기계에 의존해서 내려진 진단들입니다. 단지 담낭 모양이 길쭉하다는 이유로...담즙이 많이 차 있다는 이유로 담낭염 진단을 남발하고 있고...환자가 배가 아프다고 하면...초음파를 보고...만성 췌장염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까닭에...요즘  같아서..우리 진료실에 초음파 기계가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알마티의 한카병원에는 좋은 초음파 기계가 있는데...참 아쉽습니다.

그래서...이곳에선 환자들의 병력 만으로 정확한 진단에 접근해야 하고...그래서 더 재미있는 일도 많이 생깁니다. 다행히...소화기 증상을 가진 이들에게 서구의 선진 의료 지식을 전달하면서...치료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 보람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스타나에 파견된 국제협력의사로서의 활동은 아스타나 1병원에서의 활동이고 아마... 이번 여름부터는 이곳에 있는 노인과 장애인 복지 센터에도 정기적으로 들려서 진료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의사라는 달란트를 받은 저로선...1병원 진료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알고 계신대로...이곳에 와 있는 한국인 선교사 교회와 연계해서 도시 외곽 진료를 하고 있지요...

 아래 사진은 "메샤 깜비나따" 라고 불리는 외곽 지역에 세워진 교회에서 순회 진료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전  이곳을 2주에 한 번...금요일 오후 2시에 방문합니다. 이곳은 주로 따따르 인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근처에 제 칠일 예수 재림교회(안식교)의 예배당이 있는 지역이기도 하지요. 이 교회의 이름은 베라 교회입니다. 베라는 믿음 이라는 말입니다. 믿음교회 란 말이지요. 믿음교회는 이곳에서 왕성한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는 나사렛 교회에서 개척한 교회입니다. 나사렛 교회는 이 외에도 많은 개척교회들을 도시 주변에 세우고 있습니다. 전 ...그 교회들의 초기 정착 시점에 의료사역으로 함께 돕고 있습니다.

 아파트가 아니라..일반 주택인데..방을 나누는 벽을 헐어서 하나의 홀로 만들어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 오면...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환자들이 절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져온 약병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자 마자...진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아스타나에서 제가 하고 있는 일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면...진료 사역과 선교사 교회를 돕는 사역일 것입니다. 진료 사역은 제 고유의 업무이자...하나님에 제게 맡기신 하나님의 일이기 때문에...이 일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진료 활동이 영혼을 살리는 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KOICA는 선교 활동 하는 것을 지양해 달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국제협력단(KOICA)의 활동이 특정 종교의 선교 활동이 되어선...많은 국민들의 비판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협력의사는 파견 전에...특정 종교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글을 KOICA 관계자 분이 읽고 계실지도 모르겠지만....사실...정해진 일과 외에 내게 주어진 시간 내에서....자신이 가지고 있는 종교적 신념 아래 움직이는 것을 KOICA에서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알마티에는 대사관과 KOICA 현지 사무소가 위치해 있고 수 많은 한국인들이 상주하고 있는 곳이지만....이곳 아스타나는 한국인이라곤 오로지 선교사 가정만 들어와 있기에...제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스타나에 대한민국 정부에서 파견한 사람은 오로지 저 하나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저를 감시하는 사람도 없고..저를 통제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것이 아스타나에서 협력의사로 일하는 사람에겐 최대의 장점입니다. 자신의 소신대로...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으니까요....

베라 교회 말고 전에 소개한 미추리나의 크리스챤 센터에도 2주에 한 번...수요일 날 방문하고 있습니다. 미추리나에는 제가 진료하는 방이 있습니다. 수요 예배가 마치면...이곳에 오는 할머니들과 아이들이 방으로 들어와 진료를 받습니다. 이곳의 할머니들은 대부분 고혈압을 가지고 있는데...일회성 진료로 끝나는 게 아니라....장기적으로 계속 찾아와  이 분들의 의료적 필요를 채울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진료를 받기 위해...교회에는 안 나오면서 찾아 오시는 할머니들도 계시는데...전 다른 할머니들과 똑같이 대해 드립니다. 그리고...그 분들도 이곳으로 오는 발걸음을 통해 예수님을 영접하길 바랍니다. 교회당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만 해도..이들에겐 복음의 문이 열려 있는 셈이니까요....

앞에서 본 도시 외곽 지역 순회 진료 외에도....이곳의 성결교회에서 보내오는 특별(?) 환자들을 진료하고...한 달에 한 번씩 장로교회에서 시행하는 구제 사역에 나섭니다. 구제 대상자 중에는 수술 후 창상이 치유되지 않아 항생제가 필요한 노인들이 있습니다.

전...KOICA에서 준 의사 가운을 입고 진료를 합니다. 왼쪽 어깨에는 태극기가 새겨져 있고 그 아래에 KOICA라고 적혀 있습니다. 전 ...이 까운을 볼 때마다...내 나라 대한민국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릅니다.

비록 저 하나...아스타나에 파견되었지만...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이들을 도울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이들에게 한국에 대해 자주 얘기합니다. 예를 들면..한국에도 당신과 같은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많다는 식으로 얘기합니다. 하지만...이런 자긍심의 다른 면에는 ...조국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지..이렇게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는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우리 나라가 복음을 받아 들이고 기도하기 때문인데....많은 부분에서 교회가 빛과 소금의 사명을 잃어 가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우려를 받고 있고....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정치와 사회는 여전히 혼란과 어지러움 속에서 뒤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살면서...한국을 더 사랑하게 되고 기도하게 됩니다.

저를 돕는 통역 아주머니인 라이사 알렉산드로브나 는 훌륭한 조력자입니다. 그녀는 진료실에 찾아 온 많은 환자들에게 전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진료실에서 환자들의 전화번호를 받은 뒤...집으로 돌아가서 계속 전화하고 우리 교회에 나올 것을 강권합니다. 신기한 것은...그렇게 해서 교회에 나온 사람이 5-6명 가량 된다는 것입니다. 이 곳 사람들은 자신이 이슬람 신자라고 하더라도..."당신을 위해서 기도하겠다"는 말에는 아주 좋아합니다. 어쨋든 우리 진료실은 그래서...늘 북적거립니다.

사실..제가 제 진료활동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거북한 일입니다. 그래서..잘 적질 못했습니다. 하지만....이곳에서 중요 활동 중 하나인 의료사역의 모습을 고국에 계신 분들께 알려 드리고 ....기도의 중보를 부탁드리는 것이 옳은 것인 것 같아...적어 보았습니다.

국제협력단은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가를 상대로 하는 개발 원조를 전담하는 기관이고...국제협력의사는 이 일로 파견되는  의료 전문가이지만...크리스챤 국제협력의사의 눈으로 볼 때...협력의사 란 제도는 하나님이 한국을 사랑하셔서...이 시대에 복음을 전파하게 하시려고 만드신 제도인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동기인 7기 협력의사 10명 8명이 크리스챤이고...올해 까작스딴으로 파견되는 협력의사 두 분도 모두 열심있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이곳에서 지속되는 의료 사역이.... 몸을 고치고 영혼을 살리는 사역으로 계속되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사람이 아무리 많이 움직이고 애를 쓴다 하더라도 결국 그 일을 하시는 분은 우리 하나님이시니까요....자신의 병을 위해 약을 살 수도 없는 가난하고 헐벗은 이 곳 영혼들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세요..이들 역시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든 그 분의 사랑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니까요...    20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