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이 지나는 형민이....

안녕하세요..나는 형민이예요..나는 이제 16개월이 되었답니다. 7개월은 한국에서... 9개월은 까작스딴에서 보냈으니까...까작스딴 사람이라고 해야겠지요? 나는 아빠랑 엄마랑 같이 살아요...아침에 잠을 깨면 아빠가 항상 늦잠을 자고 계시지요..그러면 나는 아빠 배 위로 올라가..."빠..빠.."하면서 자고 있는 아빠를 깨운답니다. 지금 안 깨우면 병원에 지각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엄마는 벌써 일어나서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는 침대에서 내려가서...부엌으로 달려 갑니다....엄마는 자고 일어난 나를 보고 항상...."우리 형민이..이제 일어났어요? " 하고 안아 줍니다. 나는 엄마가 안아 주는게 너무 좋습니다. 아빠가 병원에 가고 나면...엄마랑...마샤 이모랑 함께 집에서 놉니다. 엄마는 내게 그림책을 보여 주며 많은 것을 물어 봅니다. "형민아...토끼는 어떻게 하니?" 요즘 맨날...이런 걸 물어 봅니다. 그 말을 들으면...난 얼른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야 합니다. 그래야 엄마가 좋아하거든요.....레고 블록을 가지고도 한참을 놀 수 있습니다. 나는 레고블록으로 집을 쌓는 것 보다..레고 블록을 가득 담은 플락스틱 통을 엎는 걸 더 좋아합니다. 그게 더...신나는 일입니다.....

아빠가 병원에서 돌아오면...난 너무 신이 납니다. 아빠를 보는 것도 좋지만..아빠가 들고 오는 게 더 궁금합니다. 사실 가방만 달랑 들고 올 때가 많지만...난 늘 아빠의 손에 들려 있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얼른 그걸 들고 안방으로 달음박질 치지요...그게 재미있습니다. 아빠가 오면..이제 아빠랑 놀 수 있습니다. 나는 아빠의 어깨에 기대어 안기는 걸 좋아합니다. 아빠의 품은 엄마보다 훨씬 넓고 안락합니다. 난 ...잠이 오지 않을 때면 아빠의 품을 찾습니다. 아빠의 따뜻한 체온과 심장 소리를 들으면 나도 어느 틈엔가 자고 만답니다.

엄마가 영어 학원에 가는 날이면...아빠는 내가 밖으로 나가는 엄마를 보지 못하게 하려고 "형민아...처음에....보러 가자..." 라고 하며..거실로 날 데리고 갑니다..."처음에...."는 성경이야기 만화 비디오인데...우리는 그렇게 부르지요...사실 난...엄마가 학원에 간다는 걸 알고 있지만..일부러 아빠에게 속아 줍니다..엄마도 뭔가 새로운 일을 하면서 이곳 생활을 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TV 앞에 앉아 아빠랑 성경이야기인 "다니엘 이야기"와 "노아 이야기"를 봅니다. 노래도 부르면서요....엄마...영어 많이 배우세요..

나도 전화를 걸 줄 압니다. 나는 엄마나 아빠가 전화하는 것을 유심히 봐 왔습니다. 나도 수화기를 귀에 대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합니다. 그런데...수화기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면 나는 겁이 나서 아무 얘기도 할 수 없습니다. 수화기 저편에서..."형민아..할머니다....형민아...." 뭐 이런 얘기가 들리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그 소리만 듣고 서 있습니다.

요즘은 밖에 나가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하얀 눈을 밟으며...도로를 걸으면 참 재미있습니다. "뽀드득..뽀드득..." 엄마랑 아빠는 내가 전에 살던 부산에는 눈이 안 온다고 얘기합니다. 난 눈이 없는 겨울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겨울에는 눈이 와야 좋습니다. 그게 더 겨울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난 자동차에서 아빠가 운전하는 게 보고 싶어 아빠 운전석을 몸을 내밀어 봅니다. 엄마는 위험하다고 뒤로 나오라고 말하지만....나도 빨리 운전을 하고 싶습니다. 아빠는 한 번씩 운전을 급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빠가 젊기 때문에...그럴 수 있지만...운전을 할 때에는 항상 침착하게 해야 한다고 말해 주고 싶네요...안타깝게도 난 아직 몇 마디 외에는 말을 잘 못합니다. 물론 난 말을 잘 하지만...아빠나 엄마가 못 알아 듣지요...아빠나 엄마가 빨리 내 말을 이해할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주일 날 교회에서 비까 누나랑 노는 것도 좋아합니다. 오늘은 교회에서 비까 누나를 껴 안았습니다. 뭐...나이가 들면 이렇게 못하겠지만...어릴 때니까...마음껏 여러 누나들을 안아 봐야지요...엄마는 이러는 날 보며...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구...어쩌면...그렇게 누나 좋아하는 건..아빠를 닮았노...." 아빠도 누나들을 좋아했는지는 모르지만...난...예쁜 누나들만 보면 껴 안고 싶습니다.

끝.............................................................

이러다간...홈페이지에서 얘기해선 안 될 우리 가정의 비밀들이 형민이의 입을 통해 나올 것 같아 중지해야겠네요...형민이의 말을 들으셨듯이 형민이는 이제 개구쟁이 소년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변 선교사님 댁에서 식사하는 모습인데요...형민이를 자세히 보세요..이제 혼자서 젓가락으로 음식을 콕콕 찍어서 자기 입에 넣습니다. 숟가락도 사용할 줄 알지요..

물론 아직 많은 것을 엄마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지만...먹는 것 하나는 조금씩 독립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친구가 많이 없는 형민이에게는 사진에 나오는 변선교사님 가정의 다윗이 좋은 친구입니다. 다윗은 3살이 넘었지만..형민이가 가면 잘 놀아줍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면..선화와 형민이는 함께 이곳에 놀러 옵니다.

이 날도...맛있는 갈비와 샐러드가 준비된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 주셔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사진 속의 식탁이 아주 커 보이지요..저 식탁은 탁구대입니다. 평소에는 탁구대로 사용하다가 식사할 때만 식탁으로 쓰는 다목적이지요...이곳은 학생 사역을 하시는 분들이라 이런 탁구대가 요긴할 것 같습니다.

형민이가 먹는 것에 대해 좀 더 얘기를 해야겠네요...형민이는 요즘 삶은 계란을 아주 즐겨 먹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냉장고로 가서..냉장고를 열어 달라고 떼를 씁니다. 냉장고 문에 보이는 계란을 먹고 싶다는 거지요...우린 계란을 삶아서 형민이에게 줍니다. 형민이는 삶은 계란을 그대로 가지고 가서...스스로 껍질을 깨고...껍질을 하나씩 벗겨 내고 난 다음 삶은 계란을 다 먹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형민이가 삶은 계란을 좋아하는 이유는 계란보다는 껍질 깨는 재미 때문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한 번씩 계란을 다 먹지 않고 다른 계란을 달라고 손을 가리키기 때문이지요...

 왼쪽 사진은 형민이가 삶은 감자를 먹는 모습입니다. 형민이는 이렇게 숟가락을 잘 사용합니다. 삶은 감자를 으깨어 가면서 한 숟가락씩 입에 넣지요..식욕도 왕성해서 이제 먹는 양이 웬만한 아이 수준입니다. 또..물을 그렇게 좋아합니다. 하루에 물을 1리터 정도 마시는데...하루 종일 물병을 들고 다닙니다...전 이곳에서 형민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이유 중 하나로 물을 많이 먹는 걸 꼽고 있습니다. 저희가 처음 까작스딴에 왔을 때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적응하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시라고 권하시던 것이 생각납니다. 물론 너무 건조한 기후하서 그런 것도 있지만...몸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요소인 물을 많이 마신다는 것은 그만큼 신진대사가 원활하다는 것을 뜻하니까요....

형민이의 놀이도 다양해 져서 사진처럼 피리를 불기도 합니다. 새 모양의 피리인데...입으로 불면.."삐이..."하고 소리가 납니다. 형민이는 이 피리를 불고 다닙니다. 자기가 불다가...엄마에 줘서 엄마도 불어 보라고 권하지요...그럼 엄마도 불어 보고....이렇게 다양한 장난감에 재미를 붙이고 있습니다.

또..여전히 신디사이저 건반 치는 걸 좋아합니다. 교회에 가서도 피아노 건반 두드리며...자기 만의 노래를 흥얼거리는데..이걸 보면.....형민이가 뱃속에 있을 때 선화가 교회에서 반주를 계속 했었기 때문에...형민이가 이렇게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가 듣는 가스펠 송 멜로디가 나오면 음의 높낮이를 따라가며 열심히 한참 흥얼거리지요..이제 16개월짜리가요....

하지만...자라면서 고집도 생겨서..요즘은 선화가 야단을 치면..자기도 뭐라고 막 얘기하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물론 그러면 선화가 가만 두질 않지요...기 안 죽이면서 아기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어릴 때부터 마음대로 하기 시작하면 곤란해 지기 때문에..우리는 자주 형민이를 야단치고 울립니다.

지난 번 예수 전도단 학생들이 왔을 때도 자매들이 형민이를 많이 귀여워 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오면 형민이도 덩달아 신이 나는 가 봅니다. 집 안 여기 저기를 뛰어 다니며...손님들 얼굴을 쳐다 보며 좋아하지요...또 방문한 손님들도..귀여운 아기가 이 집에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좋은 인상을 받고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형민이 덕을 톡톡이 보고 있는 셈입니다.  

지난 열흘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저나 선화나...눈을 이렇게 많이 보고 밟으며 사는 게 처음 있는 일이라...신기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합니다. 물론 ...이곳의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추위와 눈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외국인으로 사는 우리에겐 눈이 많은 이곳에 사는 것이 오히려 마음을 포근하게 해 주는 것 같아 좋습니다.   

주일 날 아침....교회 옆에 차를 주차해 두고 선화와 형민이를 찍은 사진입니다.

늘 눈이 쌓여 있고...찬 바람이 불기 때문에 형민이와 외출할 때는 신경이 쓰이지만...이제 이곳 날씨에도 익숙해져서 형민이도 눈밭을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형민이의 외출복 차림은 항상 빨간 파카에.. 하늘색 모자를 쓰고...선화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장갑을 착용하고..양말을 두 개 껴 신은 차림입니다.

이런 차림으로 눈 위를 걸으면...하얀 눈 위를 빨간 장난감 인형이 뒤뚱뒤뚱 거리고 걸어가는 것 같아...보고 있기만 해도 싱긋 미소를 짓게 됩니다.  

눈 위를 걷가가...지나가는 강아지나 새 같은 움직이는 동물을 보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까작스딴은 정말 개가 많은 나라입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드는 희귀한 종들의 개도 많은데 아침이면 많은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거리에 나옵니다.

형민이는 그림책에서 보던 강아지가 자기 앞을 지나가는 걸 보면...."멍...멍..."하면서 손짓을 합니다.  차동차 밑에 참새들이 모여 짹짹 거리고 있으면..."엄마...."하면서 손으로 가리키지요...그림책에서 본 동물이 또 나왔다는 거지요...

이렇게 많은 강아지들을 보고 "멍..멍..."하면서 익숙해 진 뒤로는 ...그림책에서 여우가 나와도.."멍..멍...", 다람쥐가 나와도 "멍..멍"..곰이 나와도..."멍..멍.."하며 아는 척을 합니다. 형민이 눈에는 네 발 가지고 걸어가는 동물들은 다 같게 비치는 모양입니다.

우리 홈페이지에는 형민이의 생후 2일째 사진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이 차곡차곡 올려져 있습니다.전 가끔 갓 태어난 형민이의 모습을 클릭해서 봅니다. 훌쩍 자라 버린 형민이가 고맙기도 하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무엇보다도 선화의 고생이 형민이의 뒤에 감추어져 있음을 잊어선 안되겠지요? 

지난 선화의 생일(2월 6일) 날...세 식구가 밤에 조촐하게 케잌에 불을 밝히고 자축하는 시간을 가진 뒤..오랜 만에 세 식구의 사진을 찍자며 찍은 사진 중 하나입니다. 사실 이 사진은 저희 부부만 나오게 하려고 카메라를 상체에 맞추고 형민이가 안 나오게 하려고 한 것이었는데....이 녀석은 자기를 빼고 나오는 사진은 용납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세 식구가 다 나왔네요...당분간 부부 두 사람만 나온 사진은 드물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진의 모습이 평소에 집에 있을 때의 우리의 모습입니다. 전..체육복 바지에..결혼할 때 산 남방을 걸치고 있고..선화는 짙은 연두색 티를 입고 있지요...형민이는 집에 있을 때는 저 복장에 빨간 윗도리를 하나 더 입고 있습니다.

16개월동안 형민이가 무럭무럭 자랐다는 사실 만으로 우린 너무 행복합니다. 물론 앞으로 어떤 고비와 위험의 순간들이 닥칠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지금 이렇게 세 사람이 하나님 사랑 안에서...정답게 살아가고 있어서..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예수 전도단 학생들이 가고 난 다음...또 다른 단기선교여행팀이 아스타나를 방문한다고 저희 집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에는 이곳의 특정 교회로 연락이 온 것이 아니라 저희 가정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하나님께서..우리 가정을 아스타나에서 많은 단기팀을 섬기라고 기회를 주시는 것 같습니다. 오는 2002.2.11-13일까지 CCC 단기전도여행팀이 한 차례 아스타나를 방문하게 되는데 저희 집에서 숙박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그 다음 주인 2002.2.18-20일에도 또 다른 CCC 단기전도여행팀이 저희집을 방문합니다. 우리는 그들을 섬기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물론 선화의 수고가 계속 되어야 하겠지요..

"16개월동안 형민이를 지켜 주신 하나님...참 감사합니다. 비단...우리에겐 좋은 일이 있기만 해서 감사드리는 것이 아니라..기쁠 때나 슬플 때나 감사드릴 수 있는 믿음의 사람으로 살게 도와 주세요..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200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