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까작스딴 이야기(3)   2001.10.24 - 12.27

신라면...솔티 비디오

이름 : 이성훈( )  날짜 : 2001/10/24    조회 : 63

어제도 눈이 내리더니..오늘도..아침부터 눈이 내립니다. 지난 주 부터 시작해서 맑은 날씨를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비오는 날씨를 좋아하는 저도 이렇게 계속되는 흐린 날씨에 서서히 지치는 것 같습니다. 이곳 사람들이 왜 그렇게 표정이 굳어 있는지 이해가 될 정도로 날씨는 사람의 감정을 좌우하기도 하나 봅니다.

그래도 여기 사람들 말로는 작년의 이맘때에 비교해서 많이 따뜻해졌다고 합니다. 물론 본격적인 겨울은 좀더 있어야 하지만...작년에는 밖에 다닐 수 없을 정도의 추위가 이맘때쯤 밀어 닥쳤다고 하니까...다행인 셈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비디오(형민이를 위해 가지고 온 것인데..우리가 보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를 보기도 하고...가지고 온 CD를 꺼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msn메신저를 사용해서 처남으로부터 국내의 가스펠 mp3화일을 다운 받기도 했습니다. 여긴 전화선이라 속도가 느려 동영상이나 MP3를 받기 어렵지만..msn메신저를 사용해서 화일을 주고 받으니까..속도가 훨씬 빠른 것 같더군요..

어제는 한국의 새벽별에서 보내 준 라면을 꺼내 끓여 먹어 보았습니다. 신라면인데...여기와서 신라면을 먹으면서 드는 생각은 '원래 이렇게 신라면이 매웠나?'는 생각입니다. 이곳 음식을 많이 먹은 것도 아닌데...까작스딴에 살면서 신라면을 먹으니...아주 맵게 느껴집니다.

선화는 형민이의 놀잇감을 찾아 주느라 바쁩니다. 함께 놀아 주다 보니..형민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장난감에 이미 싫증이 났다는 생각이 드나 봅니다. 그래서...어젯밤에는 제가 자는 동안에..인터넷 바다를 헤매면서..솔티 비디오를 찾아 다녔나 봅니다. 기어이 솔티 비디오를 찾아서..제게 보여 주며 인터넷으로 신청하자고 합니다.

미국에서 까작스딴으로 이 비디오를 보내려면 영어 주소가 정확해야 하는데...사실 우리가 가진 영어 주소를 이곳 우체국 관계자들이 알아볼 수 있을지...걱정이 된다며...아예 러시아어 주소를 스캔해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2001년 10월...형민이와 우린...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까작스딴의 섬머타임(Summer Time)

이름 : 이성훈( )  날짜 : 2001/10/28    조회 : 47

까작스딴은 한국과 시차가 3시간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아침 9시에 일어났다고 하면...한국은 이미 낮 12시인 셈이지요....하지만...여름철에는 까작스딴은 섬머타임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88올림픽 전에 섬머 타임을 시행한 적이 있었지요? 중고등학교 시절...그것 때문에 깜깜한데 학교 가야 했던 일이 기억나네요...

여름이 되면 해가 무척이나 긴 까작스딴에서 섬머 타임제를 실시하지 않으면..정말 밤 11시에도 해가 지지 않는 이상한 일이 벌어질 겁니다. 여름에 적용되던 섬머타임이 오늘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습니다. 어젯 밤 자정에 시계를 다시 11시로 돌려야 하는 거지요..덕분에 1시간 더 늦잠을 잘 수도 있고...여유로울 수 있었을 것 같지만...주일아침인 오늘...보통때보다 더 지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너무 여유를 부렸기 때문이죠...

제 컴퓨터의 시간은 한국 시간입니다. 까작스딴 시간으로 일부러 바꾸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을 하면서 현재 한국 시간을 바로 보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하지요...이제..한국과 3시간이 벌어졌습니다..왠지 더 멀리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47시간의 기차 여행

이름 : 이성훈( )  날짜 : 2001/11/03    조회 : 52

대한민국에서 까작스딴 아스타나 제 1병원에 전달한 물품이 알마티의 국제협력단 지역 사무소에 도착했다는 얘기를 듣고...전 그 물품들을 받기 위해 지난 31일 알마티에 갔다가..지금 막 아스타나에 다시 도착했습니다.다녀 온 이야기는 천천히 마음의 글에 올리도록 하고...당장 하고 싶은 얘기들만 하겠습니다. 까작스딴 초원지대를 가로지르는 기차는 처음 아스타나에서 알마티에 가는데 21시간이 걸리는 거리였고...나중에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 올때는 장장 26시간이나 걸렸습니다.

말이 26시간이지...하루도 훨씬 넘는 시간을 기차에서 보내기는 처음이라 적잖게 당황도 되고..뭘 해야 할지 모르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내다 보이는 끝없는 광야와 눈이 내린 초원 지대를 20시간 이상 지켜 본다는 건..또 다른 인내심이 필요한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알마티는 따뜻해서..우리가 입고 간 옷이 더워 내복과 다른 옷들을 벗어 던져야 했습니다. 기차 안에서 이곳 사람들과 재미있는 얘기도 주고 받고..서로의 생활을 엿볼수 있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아마..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무사히 알마티에 다녀 오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탸슈켄트 산 110Kg 김장 김치의 뒷 얘기...

이름 : 이성훈( )  날짜 : 2001/11/07    조회 : 62

오늘 김장을 했습니다.선화가 어제 새벽 4시까지 배추에 소금을 절이고...아침부터 시작해서 오후 4시까지 김장이 계속되었습니다.아스타나장로교회 사모님, 제 통역 아주머니, 알렉세이(통역 아주머니 아들), 마샤(저희 집 냐냐) 그리고 선화...이렇게 5명이 붙어서 110Kg의 배추와 20Kg의 무가 든 김장을 마쳤습니다.

어젯밤..형민이가 배추를 절이려는 엄마를 자꾸 못살게 굴어서..우리 세 식구는 침대로 가서 형민이가 잘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도저히 형민이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는 김장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그런데..모두가 잠들고 말았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새벽녘에 어디선가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서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선화가 부엌에서 혼자서 110Kg이나 되는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있었습니다.수고한다는 생각보다는 왜 혼자서 이 힘든 일을 하느냐는 원망이 먼저 들었습니다. 함께 하면 더 빨리 마칠 텐데..아마 밤새도록 소금에 절이고 있었을 선화를 생각하니 이번 김장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한국에서는 김장을 한 번도 안하고 지냈는데..여긴 배추가 귀해서 우즈벡스탄의 타슈켄트에서 배추를 110Kg이나 주문했었습니다. 어쨋든 겨울 준비의 피크인 김장이 마쳤습니다. 이제 3일 정도 후에 맛있게 익혀서 얼마전에 준비한 냉동고에 김치를 넣을 겁니다.그러면 내년 봄까지는 김치 걱정은 없을 테니까요..맛있는 김장 김치를 먹게 해 준 선화에게 고마울 뿐입니다. 고맙다....

 

'마슬로'의 중요성...

이름 : 이성훈( )  날짜 : 2001/11/10    조회 : 62

얼마전에 얘기 드린 제 자동차의 문제점이 기억 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문제점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는데...간단하게 말하면...첫번째 시동 걸때 항상 "치치직.."하면서 시동걸리려다가 말고..두번째에는 어김없이 시원스럽게 시동이 걸리는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이죠. 알마티에 있을 때부터 이런 증상이 있어서 지난 7월달 알마티에서 연료펌프를 씻어 내는 수리를 이미 했었고..최근 현지인의 도움으로 점화 플러그도 교환했습니다.

하지만..여전히 그런 문제점은 계속되었고...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고민하면서 더 추워지기 던에 정비공장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그 때 이곳에 와 계신 UBF 자비량 선교사이신 변찬석 선교사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젊은 분이기에 요즘 저희들은 자주 만나서 서로의 생각을 얘기하곤 합니다. 이때 최근 우리 자동차에 생긴 문제를 얘기드렸지요...

"그래요?...아..그거..제 차도 그랬어요..."

제 얘기를 들으시던 선교사님은 자신의 차도 그랬다며 저와 똑같은 현상을 제게 설명하시기까지 하셨습니다. 정말 똑같은 현상이 그 차에서도 있었더군요...선교사님의 차는 한국차이고 소나타 III입니다. "그건...마슬로 때문이예요...지금 마슬로 어떤 거 쓰세요?"

마슬로는 엔진 오일을 일컫는 말입니다. 물론 러시아어로 "마슬로"라는 단어는 버터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고..여러가지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마슬로는 종류가 많아요..적어도 8000텡게 정도(8만워)의 마슬로를 사용해야..특히 이렇게 추운 아스타나에서는 차가 별 문제를 안 일으킵니다. "전 제가 사용하는 마슬로를 보여 드렸습니다. 알마티에서 산 것인데 얼마를 줬는지 알수는 없고..그냥 싸게 샀었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제 마슬로는 보시더니..."이거..무조건 바꿔야 됩니다. 아깝더라도...그리고 100%짜리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 밑의 기호있지요...0W로 시작하는 게 100%인데 이건 약 60%짜리인거 같군요....좋은 마슬로를 써야 실린더 안에서 피스톤이 잘 움직일 수 있고...강추위와 오랜 정차 후 시동을 걸어도 부드럽게 피스톤이 움직일 수 있답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맞는 말이었습니다.그래서 선교사님의 도움을 받아 싸게 파는 가게에 가서 Shell에서 사오는 100% 짜리 마슬로를 사서(0W-40) 바자르로 갔습니다...그리고 지난 7월에 바꾼 마슬로를 다시 교환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마슬로는 한국에서는 4-5000Km마당 바꿉니다. 여긴 10,000Km마다 바꾸지요...어쨋든 바꿀 시기가 아니지만...이곳에서 살아가려면 100%짜리 마슬로가 필요하기에 과감하게 교체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입니다.아무리 오래 정차해도...부드럽게 시동이 걸리고 차 소리도 좋아졌습니다. 지난 2년간 한국에서 운전을 할 때..마슬로의 중요성을 듣긴 했어도 이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기온이 낮은 이곳에서는 좋은 마슬로의 사용이 중요했습니다. 혹시 아스타나 같이 추운 곳에서 운전을 할 때 첫번째 시동은 꺼져 버리고 두번째에는 시원하게 걸리는 현상이 벌어지면 마슬로를 교환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차의 고질적인 문제가 이곳에서 5년간 사셨던 젊은 선교사님의 도움으로 해결되고 난 뒤...우린 너무 기뻐..새 차를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한국에선 경험하지 못했던 여러 일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찌뿌린 하늘 아래...진료실의 하루...

이름 : 이성훈( )  날짜 : 2001/11/16    조회 : 69

요 며칠 사이 아스타나의 날씨가 이상합니다. 밤에는 물안개가 온 도시를 덮어서 아무리 큰 네온 사인도 그 글자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온 세상을 뿌옇게 만들어 버립니다. 도시의 가로등은 모두 나트륨등인데..어슴푸레..도시를 밝히는 묘한 불빛 아래서 안개를 헤치듯이 운전을 하고 밤늦게 집에 오는 날이면..마치 새로운 별나라에 와 있는 기분입니다.

이번 주의 가장 큰 뉴스는 형민이와 선화가 모두 아팠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지난 주에 너무 무리를 했던 것 같습니다. 일할 때는 신이 나서 하지만 이렇게 3-4일을 꼼짝못하게 되니 후회가 막심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일을 할 때 덤비지 말고 찬찬히 할 것을 말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1병원 진료실에는 환자가 부쩍 늘었습니다. 새로운 장비와 약품이 보급되고 난 다음 공격적인(?) 진료활동을 시작한 결과인 것으로 보이는데...이렇게 환자가 많으니까 약간 당황도 됩니다. 무엇보다도 저와 함께 일하고 있는 통역이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기 떄문에 진료에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일단 제가 환자의 증상을 듣고 난 뒤...그럴듯한 설명을 해 주고 싶어 명쾌한 얘기를 해 준다고 해도..남한말(?)을 도저히 못 알아듣는 우리 통역은 마음대로 환자에게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한 1분 동안 얘기를 해다고 하면..환자에게 말하는 시간은 10초지요..탁월한 요약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전 요즘 제가 더 열심히 러시아어를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기왕 한국의 선진의료(?)를 제공해 줄 것 같으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에..좀 어설프더라도..제가 직접 환자에게 말 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왜 선교사님들도..어설픈 통역보다는 더듬거리는 자신의 말로 설교를 해야 맘도 편하고..그들에게 더 적절한 말씀이 선포된다고 생각하시는 것처럼요...

환자가 와서..증상을 얘기하면..전 귀를 쫑긋해서 무슨 얘기를 하나 듣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 중에 모르는 단어가 튀어 나오면..즉각 환자의 얘기를 중지시키고 통역 아줌마에게 이게 무슨 말인지 물어 봅니다. 그렇게 해야...환자가 하는 말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안 그러면..통역의 탁월한 요약능력에 의해 일부 내용이 걸러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통역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통역이 있기에..제가 모르는 걸 물어 볼 수도 있고 러시아어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겠다고 자극을 받고 있으니까요...오늘도 진료실에 있으면서 여러가지 일이 있었는데...잘 차려 입은 젊은 남자가 들어오길래..누굴까 하고 바라 봤더니...결국 의학서적을 팔러 온 사람이었습니다. 한국에도 병동이나 의국에 다니면 의학서적을 팔러 다니는 사람이 있는데..여기도 똑같이 있는 것에 놀랐습니다. 도대체 어떤 의학서적을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아줌마는 약을 받고 난 다음 감사하다며...200텡게를 우리에게 자꾸 건네 주려고 해서 거절한다고 혼이 났습니다. 그냥 막무가내로 돈을 내고 나가는데...아무리 무료라고 해도...그냥 돈을 주려고 합니다. 결국 받진 않았지만...이 나라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무료라고 하면 다 덤벼들것 같은데..그렇지 않은 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책상 앞에는 밖이 내다 보이는 이중 창이 있습니다. 하늘이 잔뜩 찌뿌려 있네요...아스타나의 겨울은 푸른 하늘을 볼 수 가 없어 답답합니다...열흘에 한 번 꼴로 푸른 하늘을 보여 주니까요..아무리 추워도 파란 하늘을 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데..비를 좋아하는 저도..이렇게 계속되는 찌뿌린 날씨에 두 손 다 들었습니다. 오늘도...아스타나의 하루는 흘러 갑니다.

  

나는 병아리가 될래요..오빠는 새가 되어 날아가세요..

이름 : 이성훈( )  날짜 : 2001/11/28    조회 : 72

11월 마지막 주일 예배를 드린 날입니다. 우린 여기서 2주에 한 번씩 김목사님 가정을 초청해서 저희 집에서 함께 주일 점심 식사를 합니다. 김목사님 댁에서 한 번..우리 집에서 한 번..이렇게 매주 돌아가며 식사를 책임지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선화는 2주 마다 뭔가 특별한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오늘은 이곳에서 닭계장국을 끓여서 내 놓았습니다. 이제 한국에서 해 먹던 음식을 거의 다 여기서 할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재료가 모자라지만 모자라는 대로 그냥 그렇게 먹는 것도 맛있습니다.

식사 후...각자 집으로 돌아가고..선화와 전..한가한 주일 오후를 맞는가 했는데...전화벨이 울리고 변선교사님(UBF)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이선생님..운동 하러 안 가실래요..알라타우 스포츠센터의 실내 축구장에 가면 현지인들과 실내 축구를 할 수 있는데...어때요?"

제 홈을 자세히 보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전에 알라타우 스포츠센터 소개하는 글을 쓰면서...한인들도 모여서 이 실내축구장에서 축구를 할 수 있었으면 했었습니다. 그런데..그게 오늘 이루어지는 셈이었습니다.

선화는 못 가고..저 혼자 차를 몰고 알라타우 스포츠센터로 갔습니다. 거기서..변선교사님과 다른 UBF 선교사인 프란시스(이곳 이름) 그리고 양육하는 형제 한 명을 만나..한 팀을 이루어서..이미 그 곳에 와 있던 현지인들과 땀을 흘리며 공을 찼습니다. 지난 4월 말..국군군의학교에서 군사훈련 받았던 때 이후로 ...제일 많이 뛰었던 것 같습니다. 운동은 계속해야 하는데..이제 나이는 제법 먹어 가는데..체력을 위해 정기적인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공을 찼습니다. 그래도 즐거운 한 때 였습니다.

팔과 다리가 쑤시지만..기쁜 맘으로 집으로 돌아 와서 벨을 눌렸더니..선화가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제가 그랬지요..

"선화야...온 몸이 부서지는 것 같다...이제 운동을 좀 해야 겠다..운동을 안 하고 이렇게 있다가는 병아리가 되겠다..."

그랬더니..선화가 말했습니다.

"나는 병아리가 될래요..오빠는 새가 되어 훨훨 날아가세요.." 약간 섭섭해 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는 말투였습니다.

오빠가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게 되면..형민이와 선화 단 둘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고..무엇보다도 저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길 바라고 있는 선화의 심정은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이려는 시도를 제가 하고 있음이 싫었던 거였습니다.

제가 선화와 함께 연약한 병아리로 살아야 되나요? 선교나 진료도 체력이 튼튼해야 지속적으로 할 수 있고 오래 할 수 있는데..운동의 필요성과 체력의 필요성은 누구나 절감하고 있지만..이런 낯선 땅에서 남편이 운동한다고 밖에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아내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어서...내가 병아리가 될 것인가..말것인가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혹한을 뚫고 온 손님

이름 : 이성훈( )  날짜 : 2001/12/01    조회 : 69

아스타나는 일주일 째 낮기온이 영하 18도-22도...밤 기온은 아무도 모릅니다. 아마도 영하 25도 정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도 여기 현지 사람들은 이제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한 번 겪어 보라고들 합니다. 그래서 아스타나에서의 첫 겨울이 내심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조금만 더 춥다 싶으면...온도계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온도를 확인해 보곤 하죠...

오늘 아침..알마티에서 귀한 손님이 아스타나를 방문했습니다. 코이카 봉사단원 12기 이정훈(태권도 분야) 단원이 이곳에 오신 것이죠..까작스딴의 태권도 팀을 이끌고 이곳 아스타나에서 있게 될 CIS권 국가들의 태권도 시합에 참가하기 위해 오셨습니다. 물론 직접 선수로 뛰는 건 아니고..트레이너 자격으로 오셨습니다.

아침 7시 30분 정도에 기차역에 도착했습니다. 전..아침 동이 트기 전에 기차역으로 나갔죠...보통 때보다 이른 시간이어서 훨씬 더 춥게 느껴졌고...얼어 있는 자동차를 녹여서 출발했습니다. 기차역에 도착해서 이정훈 단원을 만나서 저희 집으로 오는 길에 본 온도는 영하 24도였습니다.

덕분에 오늘 하루 종일..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이곳에 있는 한국어 코이카 봉사단원인 신미향 선생님 그리고..선화와 형민이가 함께 저녁 식사도 했습니다. 아스타나의 네온 사인과 밤 풍경을 보여 주고...얼어 붙은 이심강과 얼음을 깨고 하는 얼음 낚시를 같이 보기도 했습니다. 겨울 아스타나에도 나름대로 볼거리가 있더군요...

어서 빨리 많은 사람들이 아스타나를 방문해 주면 좋겠습니다. 추운 겨울...밖으로 다니기에도 힘드는데..이렇게 손님이 오면 더 활기차게 여기 저기를 다녀 볼 수 있거던요...이 글을 보시는 알마티에 계신 분이 있으시다면..아스타나를 꼭 방문해 주세요...

 

사바까를 먹는 사람들...

이름 : 이성훈( )  날짜 : 2001/12/07    조회 : 59

까작스딴에는 100여 민족이 섞여 살고 있습니다. 한국인도 살고 있습니다. 고려인이라고 부르는 이 한국 사람들은 과거 1937년...극동지방에서 스탈린의 명령으로 중앙 아시아로 이전된 사람들도 있고...여러 가지 이유에서 이곳으로 넘어 온 사할린이나 만주 지역의 한국인들이 있습니다.

어쨋든 이들은 이미 이곳에서 3세대 이상 살고 있고 있으며..한국어도 할 줄 모릅니다. 러시아어만 하지요..그래도 이곳의 까작인과 러시아인들은 고려인들을 아주 좋게 생각합니다. 까작스딴에 농업을 가르쳐 주고..현재도 농업을 이끌고 가는 이들이 바로 고려인들이고...고려인들의 탁월한 근면성이 그들로 하여금 이곳 까작스딴에서 넉넉하게 살 수 있고 대접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지난 번..알마티로 기차를 타고 내려갔을 때..선화는 점심 도시락으로 제게 김밥을 싸 주었습니다.26시간의 긴 기차여행 속에서 현지인들과 섞여 기차여행을 하게 되었는데..제가 가지고 온 김밥을 이곳 사람들에게 먹어 보라고 권해 주었습니다.그 때 그들은 김밥을 보고...

동그랗고 검게 생긴 그 음식이 이상했는지 이게 뭐냐고 제게 여러 번 물었습니다. 제가 한국인이라고 미리 얘기했기 때문에 한국음식이라고 소개했지요..그랬더니..한 사람이 제게 이렇게 물었습니다..."에따 사바까(이거 개고기입니까)?"

이곳 사람들은 고려인들이 개고기를 먹는 걸 보고 한국 사람들이라면 개고기를 먹는 사람으로 생각하나 봅니다. 전 그들에게 이걸 먹이기 위해 많은 걸 설명했지만...유난히 개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 나라 사람들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진료실로 오신 선교사님과 함께 이곳 고려인 식당에 들어가서 식사를 했습니다. 이곳에는 고려인이 경영하는 식당이 많습니다. 옛날 가난하고 못 먹는 시절...우리 선조들의 유일한 단백질 공급원은 개고기 였겠지요..이제야 먹을 게 없어서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없지만...그래도 이곳의 선교사님 몇 분은 개고기를 즐겨 먹으십니다. 왜 한국에도 목사님들이 개고기를 많이 좋아하시잖아요...오랜 설교로 인해 목이 상할 때 개고기를 먹으면 좋아진다는 얘기를 한국에 있을 때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 날..저도 고려인 식당에서 함께 사바까를 먹었습니다. 그냥 식품으로요...며칠 전 조선일보(인터넷으로 봅니다.)에 손석희 아나운서와 세계 애완동물 보호협회의 누군가와 전화상으로 실랑이를 벌인 내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중앙 아시아의 까작스딴에서 개고기를 즐겨 먹는 한국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인은 정말 끈끈하게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다른 민족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개고기를 즐겨 먹는 편이 아니지만..그냥 다 함께 먹는 자리에서는 함께 맛있게 얼마든지 먹을 수 있습니다. 식품으로요..오늘 고려인 식당에서 사바까를 먹으면서...한민족에 대한 짧은 단상에 빠졌었습니다.

까작스딴에서도 한국인은 개고기를 먹는 사람으로 통합니다....얼마전에 만난 체첸 사람도 제게 개고기를 먹냐고 물어볼 정도로요....한국인은 이곳에서 참 여러 모로 특별한 민족입니다. 개고기를 먹는 데다가..자동차와 우수한 전자 제품을 만들어 내는 부유한 나라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로....

 

집안 데우기...

이름 : 이선화( )  날짜 : 2001/12/11    조회 : 71

지난 주일부터 날씨가 급격히 추워져 오늘 아침에도 온도계는 영하 30도를 가르키고 있었습니다. 이곳 사람들 말로는 그동안 유래없이 따뜻했다는데.... 그래서 이곳 추위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사람들이 왜 그렇게 유난을 떨었는지 이제는 이해가 갑니다.

이곳 집들의 창틀은 대부분 나무틀입니다. 한국과 같은 플라스틱 샤시는 새로 지어지는 고급 아파트나 관공소에서 볼 수 있고 대부분의 집들은 나무틀인데 우리집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들도 이 나라의 기후(너무 건조해서)상 처음엔 딱딱 맞아도 점점 틀어지고 삐뚤어져서 틈이 생기고 문이 잘 안 닫혀집니다.

겨울 준비중에 하나는 이 창문의 틈을 막는 것입니다. 목사님 댁은 테잎으로 아예 막았다고 하고 미향이 언니는 큰 비닐을 사서 아예 창 전체를 가렸다는데.... 난 그래도 공기 통하는 곳은 있어야겠다 싶고 한국에서도 환기를 위해 창문을 잘 열었으니 오히려 조금 있는 틈은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대충 스폰지로 막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영하 30도가 내려가자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우선.... 베란다가 아니라 바로 밖을 향해있는 창에 얼음이 얼어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얼음이 바깥쪽이 아니라 집안쪽에 언다는 것입니다. 바깥의 차가운 온도와 집안의 따뜻한 온도가 만나서 물방울을 만들고 그 물방울들이 흘러 마치 종유석처럼 창틀 아래에서부터 얼음이 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따뜻할 것 같았던 우리집이 상당히 썰렁해지는 것입니다. 오늘은 형민이와 집에서 노는데 어디선가 자꾸만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아서 여기저기 보다보니..... 그 창틈으로.... 찬 공기가 들어오고 있는 것입니다. 베란다를 향하고 있어도 바람이라기보단 찬 기운이 씽하고 들어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마샤랑 그제서야 틈 매우기를 했는데 개미가 드나들만한 틈으로도 상당한 찬공기가 들어와서 마샤가 솜으로 막자고 조언했습니다.

거실에는 히터를 켜 놓는데 부엌을 데울 방법을 생각하다가..... 이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오븐을 열어놓고 불을 올리는 것입니다. 그 열기가 상당한데.... 가끔 이렇게 해 놓으면 좀 더 따뜻해지거든요. 내일은 낮기온이 영하 15도라고 합니다. 내일은 자동차도 해결하고 형민이와 바람도 쐬어야겠습니다. 15도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2001년 12월 까작스딴의 성탄 풍경

이름 : 이성훈( )  날짜 : 2001/12/15    조회 : 64

12월이면 성탄절이 있는 달이고 연말이 있는 달이라 한국 같으면 웬지 사회 분위기가 들떠 있을 것 같은데...여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지난 월요일이 아스타나로 수도를 옮긴 기념일이고 내일이 이곳의 독립 기념일이어서 수도 아스타나 온 도시는 깜빡이는 전구로 도배를 했고 도시의 밤 풍경은 서울이나 부산과 진배없지만...이것과는 무관하게 사람들의 이야기나 웃음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성탄 분위기는 전혀 없습니다.

지난 11월 15일부터 내일인 12월 16일까지가 이슬람교인의 라마단(금식기간) 기간입니다. 어제 진료실에도 까작인 환자가 와서 소화기 증상을 호소했고..제가 식후에 복용하라고 약을 건네 줬는데...자신은 해가 있는 동안에는 식사를 하지 않는데 그래도 되냐고 물어보더군요..까작스딴 사회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까작인들의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인지라..금식기도 기간인 이 시기에 사회 분위기가 들뜰 일은 만무한 셈입니다.

까작스딴은 그래도 러시아 정교회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연말이 되면 소나무 같은 것을 잘라다가 집안에 장식을 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그건 성탄절과 상관없이 하는 일이었습니다. 소나무 주변을 돌면서 내년에 하려는 일이 잘 되길 바라는 풍습이라고 하더군요...

이곳의 고급 상가인 람스토로에는 며칠 전부터 조그마한 빤짝이 부터 시작해서...산타클로스까지 제법 서구의 성탄분위기를 내는 물건들이 수입되어 전시되어 있습니다. 선화도 며칠 전 바자르(시장)에 갔다가..성탄장식용 빤짝이가 있어서 샀다면서 300텡게 치 사와서 옷장안에 넣어 두고 있습니다.

성탄절이 이제 열흘도 안 남았는데...이곳은 정말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오히려 이곳의 독립 기념일인 내일을 전후로 해서 거의 매일 각종 경기장과 콘서트 홀에서는 축하 공연들이 이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도 이곳 우체국에서 연하장 같은 걸 샀습니다. 깜빡이 전구 등으로 장식된 성탄 트리 같은 나무가 이곳에선 신년을 알리는 상징물로 쓰이고 있어서 연하장이 모두 성탄 카드 같더군요....한국은 성탄 분위기가 만연하지요?...십자가가 높은 교회마다 밤을 밝히며 늘여진 성탄 장식들..(눈에 선합니다)...올해 패션은 어떤 건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이런 명절이나 축하 절기에는 한국에서 떨어져 있다는 게 쓸쓸하게 느껴지는 타향살이입니다.

 

고등어 이야기

이름 : 이성훈( )  날짜 : 2001/12/20    조회 : 59

까작스딴에는 바다가 없습니다. 바다같은 강과 호수는 있어도..그 물맛은 짠 맛이 아닙니다.

형민이를 기르면서 걱정하는 것 중 한 가지가 이곳에서 살면서 형민이에게 먹이는 것이 영양학적으로 균형을 갖춘 것들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곳에는 바다가 없기 때문에 등푸른 생선을 먹을 수 없고..그래서 한창 형민이의 뇌발육이 왕성해지는 영유아 시기에 자칫 필수 아미노산 성분들과 불포화 지방산들이 부족할 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약간씩 고개를 드는 게 사실입니다.

여긴 곡류도 싸고 육류도 싸서 이런 건 이제 밥을 먹는 형민이에게 얼마든지 많이 먹일 수 있지만..아쉽게도 해산물 특히 생선류를 구하기 힘들어 먹일 수 없습니다. 이곳 시장에는 물고기가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발하쉬같이 우리나라 영남 지방 만한 크기의 강에서 나는 민물 고기들이라...민물 고기라면 일단 거부감을 느끼는 저로선 형민이에게 도저히 먹일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희소식이 들렸습니다.

이곳 중앙시장(쩬뜰랄리 바자르)에 고등어와 납세미, 명태 같은 게 많이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명태는 이곳 러시아말로 "민따이" 라고 합니다. 명태와 비슷하지요..제 생각으로는 명태를 먹는 고려인 때문에 이곳에 이 생선이 소개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명태와 비슷한 민따이구요...하여간 이 민따이는 가끔 이곳 시장에서 볼 수 있었지만...등푸른 생선인 고등어의 경우 까작스딴 특히 아스타나에 오고 나선 시장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이곳에 고등어가 들어온 것입니다. 1Kg에 320텡게(3000원 정도)...한국과 비슷한 가격 같지만...이곳 가격으로는 아주 비싼 가격입니다. 하지만..우린 가격과 상관없이 고등어를 5Kg 샀습니다. 형민이에게 맛있는 고등어 반찬을 해 주기 위해서지요..

그리고 오늘도 고등어를 구워 먹었습니다. 기름을 지른 후라이판에 고등어를 얹어서 구운 뒤..뜨거울 때 세 식구가 앉아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고등어를 구할 수 있지만..고등어를 먹기까지 선화의 수고가 있어야 합니다. 한국이야...고등어를 팔아도 꼬리,지느러미, 머리를 떼고 내장도 없앤 뒤 다듬어서 주부에게 팔지만..이곳은 그냥 고등어 채로 팝니다. 그러면 선화가 가지고 와서 머리도 자르고 내장도 없애고..요리를 하지요..

한국에 있을 때..선화는 고등어가 눈을 크게 뜨고 있으면 칼질을 못하고 행주로 눈을 가려야 했습니다. 하지만...이젠 베테랑 주부가 되어서..고등어는 물론 다듬어지지 않은 닭도 전혀 겁내지 않습니다. 결국 선화의 수고로 우린 고등어를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큰 걱정 하나가 덜었습니다. 형민이가 맛있는 생선을 이제 이곳 아스타나에서도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 생선들은 카스피해나 흑해에서 잡혀진 것들이고..바로 이곳으로 실려 온 것 같습니다. 맛은 한국 거랑 똑같습니다. 바다 하나 없는 까작스딴에서 우린 고등어를 먹고 있습니다. 하나님께 너무 감사한 거 있죠? "하나님..우리에게 고등어를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우리 가정이 가진 계획들과 생각....그리고 해결책

이름 : 이성훈( )  날짜 : 2001/12/27    조회 : 84

우리 부부는 매일 형민이가 자고 난 뒤 가정예배를 드리기 위해 거실의 탁자에 앉습니다. 그리고 예배를 드리기 전에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한참 동안 주고 받는데 오늘도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얘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늘 몇 가지 촛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이곳 까작스딴 생활이 우리에게 너무 좋다는 주제로 하는 얘기들이고 또 하나는 앞으로 한국으로 들어가서 해야 할 생활들에 대한 계획들입니다. 아직 한국으로 들어 가려면 2년 반 이상이나 남았지만 우린 2년 반 동안의 까작스딴 생활의 설계도는 물론이고..그 후 한국에 들어가서 어떤 생활을 할 지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부부가 있고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도 많은데..까작스딴이라는 특별한 곳에서 결코 짧지 않은 3년이란 세월을 보낸 기독의료인 가정으로서의 우리 모습과...또 내 가족과 주변 상황들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 가족이 어떤 모양의 길을 길을 걸어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앞으로 대학병원 전임의 생활을 할 건지...집은 어떤 집을 구할 건지...은행 대출은 어떻게 할 건지...개업은 언제 할 건지...선교 활동은 어떻게 할 건지...공동체로서의 교회 활동은 어떻게 할 건지...우리의 음악적 재능을 어떻게 사용할 건지...의학박사가 필요한지...추가적인 신학교육을 받고 싶은데 가능한지....이런 것들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선화는 늘 "여기가 너무 좋다...." 라는 말이나..."한국에서 또 어떻게 살아가지요.." 라는 염려 섞인 말과 함께 한국 생활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대들을 얘기합니다. 선화로선 이곳에서 닦은 주부로서의 실력을 한국에서 발휘하고도 싶고..앞으로 겪게 될 자녀들을 양육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기대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또 한국에서 바쁘게 가족을 위해 일할 절 떠 올리며 "남자들은 불쌍하다.." 는 얘기도 합니다.

이렇게 인생을 함께 설계하다 보면 쉽게 40대, 50대 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제가 지금 한국 나이로 31살..곧 32살이 됩니다. 한국으로 다시 들어갈 때면 34살이고...우린 여러 가지 계획을 하면서 10년 주기로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습니다. 44살 정도에 특별한 일들을 준비하게 되고...그 후 10년 54살 정도에 또 다른 일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선화는 "참 인생이 짧지요..."라는 평범한 얘기를 되풀이 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로 느껴집니다.

이 홈에서 전..여러 번 얘기드렸었는데요....전 죽음을 늘 염두에 두고 삽니다. 또 이 세상에서의 우리들의 삶의 목적이나 하나님과 사람 앞에 남게 될 삶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항상 생각하지요..이 홈페이지도 어떻게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주기도 하고 또 받기도 하려는 동기에서 만들어진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시간으로는 새벽 4시 12분...이곳 시간으로는 밤 1시 12분인데요..전 이 글을 쓰고 있고 선화는 내일 해 가야 할 영어 학원 숙제한다면서 연습장에다 새 단어를 적고 문장 만들기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 우리가 가졌던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들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길 구합니다.

우린 많은 얘기를 나눈 뒤 가정 예배를 드렸습니다. 본문은 이사야 64장이었습니다. 이제 이틀만 있으면 66장 까지 있는 이사야서가 다 끝나고 우린 결혼하기 전 부터 해오던 성경 정독집 구약 상, 중, 하 3권을 비로소 모두 마치게 됩니다.

구약 성경 정독집을 마친 뒤 우린 까작스딴에 있는 동안 성경 통독을 하기로 결정하고 가정 예배 시간에 하루 5장씩 성경을 읽기로 했습니다. 까작스딴 생활 동안에 성경을 몇 독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성경을 읽으면서 우리가 가진 이런 고민들..즉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생각들을 하나님이 인도해 주시길 간구합니다.

우리가 말씀 안에 거하는 한...그 분은 백성 된 우릴 불기둥 구름 기둥 같이 인도해 주실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