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달라진 것들

                                                                       1999.11.8

 오늘로 결혼한 지 20일째가 됩니다.  이제는 주변 사람들의 야릇한 웃음과 함께 물어보는 "재밌니?" 란  물음에 능청스럽게 "너무 재미있어요..." 라고 대답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습니다. 7일 주일날에는 목사님과 장로님까지 내게 살짝 오셔서 재미있냐고 물어 보셨습니다. 그 물음은 살짝 물어 봐야 되는 건가 봅니다.

 결혼 후 내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며칠 전 내과 외래에서 환자를 보다가 환자가 없는 사이  옆에 놓인 체중계 위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보통때는 71Kg이다가 결혼 전에는 69Kg까지 줄었는데 그 날은 73Kg으로 많이 늘어 있었습니다. 안정된 생활...부인이 챙겨 주는 음식이 좋긴 좋은가 봅니다. 물론 선화는 그 얘길 듣고 내게 밤마다 윗몸 일으키기를 해야겠다고 윽박지릅니다.

 그 외에도 많은 크고 작은 변화가 우리에게 있었습니다.

 1. 난 머리를 감을 때 항상 비누로 감습니다. 샴푸로 감으면 웬지 깨끗하게 행궈지지 않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선화는 내 앞머리가 자꾸 내려 오는 것이 비누를 사용하기 때문이라며 샴푸로 꼭 머리를 감으라고 권합니다. 요즘에는 아침에 샴푸로 머리를 감고 젤 스프레이로  머리를 손질하고 출근합니다.

2. 출근할 때 버스를 탑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전에 제가 살던 곳은 직장인 부산대학병원에서 3분 거리입니다. 8시까지 출근이라면 7시 55분에 나가도 되는 곳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구덕터널을 지나야 하고 버스를 타야 합니다. 물론 월요일에는 집의 자동차를 이용하지만 기본적으로 출근하기가 힘들어 졌습니다.

3. 저녁 회식이 싫어졌습니다. 전에는 저녁에 함께 식사하는 모임이 반갑고 좋았는데 결혼한 후에는 '저녁 7시 산동성', '저녁 6시 해미초밥' 이런 모임이 부담스럽습니다. 집에 빨리 가고 싶거든요...

4. 선화네 가족은 남자들이 런닝 셔츠를 안 입고 지낸 모양입니다. 내가 런닝 셔츠를 입고 사니까 신기한 모양입니다. 아마 내가 상체를 드러내고 다니는 걸 기대했나 봅니다.

5. 매일 가정예배를 드립니다. 먼저 찬송을 부르고 성경 정독집으로 성경공부와 묵상을 하고 기도제목을 나누고 함께 기도한 뒤 대표 기도하고 주기도문으로 마칩니다. 대개 밤 11시가 넘어 예배를    드렸습니다..이제는 예배를 좀 더 일찍 드릴 생각입니다.

6. 주일 오후 예배 시간에 뒤에 앉습니다. 이제까지 주일 오후 예배 시간에 내 자리는 앞에서 두 번째 대표 기도하시는 분의 바로 뒤였습니다.  여기가 찬양 인도하기 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주부터 선화와 함께 앉기 위해  앞에서 좀  떨어진 곳에 함께 앉습니다.

7. 설거지를 자주 합니다. 그런데 억지로 하는게 아니라... 하고 싶어졌습니다. 선화도 지금까지 해본적이  없는 음식을 만든다고 합니다. 새우, 고구마 튀김, 된장국, 닭도리탕....     그리고 내게 꼭 목 장갑에 고무 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라고 강요(?)합니다.

8. 혼자는 안 잡니다.

 

아직은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함께 늦게 일어나기라도 하면 부랴부랴  옷입고 나가기 바쁘고 주일날 십일조 챙기는 것도 빠뜨릴 정도로 아직 맘의 여유가 없고 함께 식사하고 설거지 하고 청소하다 보면 병원 일이나 해야 할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선화의 경우는 시댁의 여러 대소사를 챙기고 시부모님들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 큰 부분인가 봅니다. 그러다가 때로는 섭섭한 맘이 들기도 하고 힘이 든다는 생각도 나고 결혼은 천천히 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나 봅니다. 난 힘 들어 하는 선화를 보며 또다른 세계에 막 들어서는 나를 봅니다.

 그래도 난 믿습니다. 지금은 어려움이 있고 시작은 불안정하지만 결혼식 날 많은 사람 앞에서 했던 서약처럼 점점 든든하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자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