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타나 얼음 공원에서

겨울 아스타나의 명물인 얼음 공원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얼음공원은...구경하기 위해 까작스딴 곳곳에서 아스타나로 일부러 찾아 올 정도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명소입니다. 워낙 평균 기온이 낮은 지라...얼음 조각을 만들어 놓아도 전혀 문제가 없기에...얼음만을 사용해서 크고 멋진 조각품들을 설치한다고 합니다. 저희도 아스타나로 오기 전부터 이 얼음공원에 대해 익히 듣고 있었던 지라...과연 얼마나 멋있을지..겨울이 되기 전부터 많이 기대했었습니다.

12월에 들어서면서...이 얼음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아스타나 람스토르 건너 편 얼음 공원 예정지에서 무엇인가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고...올해는 어떤 예쁜 얼음 조각이 만들어지려나...모두들 기대로 가득 찬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작년 얼음 공원(이곳에서는 가라독 이라고 부릅니다.)을 겪었던 많은 분들은 작년 기억을 더듬어면서 정말 굉장했다고 한결같이 이야기 하셔서....아직 한 번도 이 얼음 공원을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 부부는 내심 완성되는 날 만을 손꼽아 왔습니다.

성탄절이 있기 며칠 전...이 얼음 공원은 개장식을 열었고 이후 본격적으로 관람객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얼음 공원은 도심에 위치하고 있고 저희 교회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라 지나가면서도 얼마든지 자주 볼 수 있지만....우린 하루 날을 잡아 그 안에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얼음 공원은 밤에 가야 멋있다고 하더군요..오색 찬란한 조명과 그 불빛에 반짝이는 얼음 조각을 봐야...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이 날 우린...해가 질 무렵에... 얼음 공원을 찾았습니다. 마침 근처 목사님 댁을 방문했다가...가 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또..디지털 카메라는 특성상 야간에는 제대로 경치를 포착할 수 없기 때문에...우리 홈페이지의 독자들을 위해서도..해가 있을 때 가 보기로 한 것입니다.

물론 아무리 사진을 올리고 글로 잘 표현한다고 하더라도..코끝이 찡한 찬 바람을 맞으면서...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아이들 틈에서 이곳을 구경한하는 참 맛을 느낄 수는 없겠지만...이곳 풍경을 이곳에 담아 보여 드리고 싶은 우리 마음은 그런 것까지 고려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얼음 공원의 위치는 아스타나의 도심 입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스타나 공항에서 내려 아스타나 도심으로 들어 오려면 택시를 타고 15분 정도 달려야 합니다...그러면...이심강을 건너는 다리가 나오는데...이 다리부터 아스타나의 휘황찬란한 도심이 시작됩니다.

다리를 건너자 마자...왼쪽에는 큰 슈퍼마켙인 람스토르가 위치하고 있고 오른쪽에는 바로 이 얼음 궁전(얼음 공원을 얼음 궁전이라고 말하는 분도 계십니다.)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

도로에서 보면 그 곳이 실제로 얼마나 넓은지 잘 알 수 없습니다만 실제로 그 속에 들어가 보면 아주 넓은 공간에 이 얼음 궁전을 조성해 놓았음을 알고 놀라게 됩니다.

얼음 공원은 말 그대로 얼음만으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얼음을 마치 벽돌처럼 네모 반 듯하게 잘라서 담을 쌓고 기둥을 세우고 탑을 쌓아 올린 곳이죠.

공원에 들어서면...얼음으로 쌓아 올린 미로를 가로 질러 내부로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선화가 그 미로 속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우린 "조심해...길 잃어 버릴 지도 모르니까..." 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면서...안으로 들어갔습니다..얼음 만으로 담도 세우고 다리 모양의 아치와 창문도 만들어 두었더군요...

이 미로를 지나가면 얼음 궁전의 중심부로 들어가게 되는데 많은 조각품들과 까작스딴을 상징하는 건축 조각물들이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특히 얼음 조각의 경우에는 사면에서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노란색 조명을 위로 비추고 있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야...."하고 탄성을 지르게 만들었더군요..모두들 얼음 조각 곁에서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도 찍고...장난도 치는...즐거운 분위기였습니다.  

추운 날씨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기들을 데리고 나와 이 얼음 조각들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있었고...이제 막 쉬꼴라(학교)에 들어갔을 법한 아이들이 얼음 건축물마다 만들어져 있는 얼음 미끄럼틀에서 바지가 닳을 정도로 미끄럼을 타고 있었습니다. 정말 추운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놀고 있더군요...

공원 한 가운데에는 대형 성탄 트리가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렸듯이 이곳 사람들은 이런 트리를 성탄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로의 나무를 베어가고 바자르(시장)에서 나무 모형을 사서 성탄 트리 처럼 생긴 이런 장식물을 만들지만....그건 성탄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새해를 축하하기 위해 만든 것이죠...

공원의 군데 군데에는 이곳에 놀러 오는 사람들을 상대로 사진을 찍어 주는 사진사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싼타 클로스 복장을 하고 얼음 조각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대가로 돈을 받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 날 형민이는 얼음 공원에 들어갈 때부터 자기 시작해서 구경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 쿨쿨 잤습니다. 자는 형민이를 안고 다니면...아주 힘이 듭니다. 이 녀석...요즘 도대체 얼마나 무게가 나가는지....1시간 쯤 있으면 허리가 휘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멋진 얼음 조각 구경에 우리들은 마냥 즐거웠습니다.

사실 올해 얼음 공원은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쳤습니다. 첫째는 날씨 때문입니다. 12월 초에 밀어 닥친 혹한 이후...이곳 날씨는 점점 풀려 급기야는 영상의 기온을 보인 날도 있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1940년 이후 처음 있는 기상 이변이라고 이곳 현지 TV 9시 뉴스에서 떠들 정도로 이상 온난 현상이 한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남쪽 알마티 쪽이야..겨울에도 따뜻할 수 있지만...북쪽 아스타나 일대의 날씨가 12월에 영상 기온을 보인다는 건...전대 미문의 사건이었습니다. 제가 만나는 사람마다...날씨가 이상하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습니다. 하여간 이 때문에 이 얼음 공원의 조각들은 녹아 내려야 하는 수모를 겪게 되었습니다. 성탄 이브에는 비까지 내려....얼음 조각들 상당 부분이 손상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부터 다시 기온이 떨어져...낮 기온이 영하 18도 정도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이미 녹아 버린 얼음 조각들이 만들어질 순 없는 일이고...녹아 내린 얼음 조각들로 인해 ...관람객 입장 금지 조치를 받은 얼음 궁전은 현재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상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얼음 궁전을 조성하는 데에는 아주 많은 예산이 드는 데...작년에..이 얼음 공원 조성에 너무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바람에...그 책임자가 문책을 받고 올해에는 예산을 축소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새로 얼음 공원 보수 작업을 한다고 하더라도...예산과 인력이 더 투자되어야 할 것이기에...이것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의문을 나타내고 있지요....

어쨋든 아스타나의 겨울 상징물인 얼음 궁전은 이래 저래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곧 좋은 결과가 있을 걸로 기대해 봅니다.

이곳은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과 꿈을 심어 주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한 밤에...오색 영롱한 얼음 조각들을 바라 보며...인생의 시름을 달래 보려는 이곳 사람들에겐 얼음 공원은 하나의 축제입니다.

제가 아스타나에서 산 지도...어느 덧 5개월이 지나가는데요..이곳 사람들과 살면서 느끼는 것들은 이들은 축제 문화로 자신을 지탱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극심한 빈곤과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살아가면서도....가끔씩 찾아오는 공휴일이나 축제일(새해나 독립 기념일 같은 축제일)에는 술과 춤으로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서...자신의 어려움을 잊는 것 같습니다. 과거 유물주의 사상과 공산주의 사회 속에서 익숙해져 있던 이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이런 축제나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서 즐거움과 안식을 구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얼음 공원을 만들고...실존하지 않는 빛과 조명으로 얼음을 꾸미고...그 아래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 하는 이곳 사람들은 참 즐거움이 어디서 오는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상실감과  만족할 수 없는 공허한 마음을 어디서 위로받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아름다운 얼음 조각을 도시 한 복판에 세워 두고...쓰레기 장을 뒤지며 살아가는 사람들....온수 파이프 옆에서 자는 사람들....월 5만원의 생활비로 살아야만 하는 대다수 서민들의 비참한 생활을 덮어 둔채...도심의 밤을 아름답게 밝히는 얼음 공원은 ....말 그대로 차디찬 얼음으로 와 닿았습니다.  

한국에 대해서도 그런 말을 많이 하지만...이곳은 정말 상위 1% 만을 위한 나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얼음 궁전에는 많은 아이들이 모여 얼음 미끄럼을 타며 즐겁게 놀고 있습니다.

까작스딴은 청년들에게 미래가 있다고 선교사님들은 얘기하십니다. 이곳 아이들과 청년들은 자신이 이슬람교인이라는 정체감(Identity)을 나이 든 사람들보다 덜 가지고 있으며...서구의 문화에 개방적이며...누구나 영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앙 아시아는 물론 전체 이슬람 국가 중 선교사의 입국을 가장 많이 허용하고 있는 국가...까작스딴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걸....우연이라고 말 할 수 없겠지요...이곳 사람들에게 참 기쁨이 어디서 오는지 가르쳐 주어야 할 사명이 우리 가정에게 있습니다. 얼음 미끄럼을 타면서 느끼는 잠깐의 즐거움이 아니라....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이 어디서 오는지 알려 주기 위해..형민이네 가족은 여기에 와 있는 거지요...그래서 어떤 면에선 이곳 사람들은 늦게나마 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많은 선교사들이 까작스딴 사람들을 위해 고난과 역경을 마다하지 않고 이곳에서 땀을 흘리며 기도하고 있으니까요....

지금 얼음 궁전에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이제 날씨가 다시 추워졌으니....얼음 공원이 재단장 될지도 모르겠습니다....그렇게 되면 얼음 궁전은 다시 관람객을 받겠지요...글세요...비록 혹한의 아스타나 겨울 일찌라도....얼음 궁전은 영원한 게 될 수 없음을 알려 준 이번 이상 온난 기후는 어쩌면 영원한 것을 준비하라는 하나님의 따뜻한 입김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02.2.12

  

 겨울 아스타나의 최대 명물...얼음 궁전

 

 

 

 

 

 

 

 

 

 

 

중국 레스토랑 광고 간판 옆과 뒤쪽으로 오색 찬란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얼음 궁전이 보이시죠? 지난 번에 소개할 때는 주로 낮에 찍은 것이라 화려함이 덜했는데...지금은 말 그대로 환상적인 풍경입니다. 이 얼음과 조명으로 이루어진 환상의 궁전은  이심 강까지 쭉 이어져서 이심강 다리를 건널 때 다리 아래에서도 조명을 밝히고 있는 얼음 조각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얼음 궁전 쪽을 바라 보며 찍은 사진입니다. 까만 밤 하늘 아래에서 차디 찬 공기를 들이키며...반짝 거리는 나뭇가지 위의 조명들과 얼음 탑들을 보면...이곳이 정말 1인당 국민 소득이 3000불 정도밖에 안 되는 국가인지 의심이 갈 때가 있습니다.

낮 동안 얼음 궁전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