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생활                                             

 

결혼한지 이제 한 주일이 지났습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과 신행 다녀 온 후부터 계산하면 실제로는 이제 5일째인 셈입니다.

 어제는 지방 소화기학회 때문에 밤 9시가 되어서야  병원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병원 일이 마치면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집으로 걸어가면 되었었는데 이제는 학장동이 집입니다. 161번을 타고 구덕 터널을 지나서 내리면 육교를 하나 건너야 하고 조금만 더 걸어 엘리베이터 앞에서 13층을 눌러야 집에 도착하게 됩니다.

 아직 이렇게 한 여자(?)와 사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참 좋다는 점입니다. 이제 첫 발걸음을 내딛는 신혼 생활....  한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사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나를 위해  만드는 된장국과 다림질 해서 내주는 와이셔츠와 옷가지들..... 내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고 ... 나의 작은 기침에 너무 건조한 탓이라며 가습기를 준비하는 그 배려들이 내겐 큰 기쁨입니다. 아직은 눈에 보이는 변화들이 먼저 내 눈에 크게 들어옵니다. 사는 방이 바뀌고 사용하는  물건들이 바뀌고 식구가 바뀌고 동네가 바뀌고 ........하지만 이런 것들이 익숙해지면서 차차 내게  찾아 온 또 다른 변화들도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설거지는 주로 제가 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마칠 때 함께 가계부를 쓰는 것도 즐거움이고...... 거실의 피아노 위에 놓여진 오디오 에서는 계속 찬양이 흘러 나옵니다. 지금이 한국시리즈 시즌이라 목숨 걸고(?) 보는 롯데 경기외에는 TV는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다른 재미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겐 함께 보리차를 끓이고 반찬거리를 사고 진공청소기로 청소하는 것이 참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지요.

  11월 5일까지는 선화도 병원에서 계속 근무합니다. 출근 첫날 월요일에는 아침 6시가 되기도 전에 깨어나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선화는 콩나물 국을 끓이고 반찬도 준비해서 식탁을 마련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사는 것이 마치 소꿉놀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 며칠 지나고 나니 차츰 현실 감각이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아침 6시 40분에 우린 함께 집에서 나왔습니다. 날씨가 꽤 쌀쌀했습니다. 하지만 찬 공기를 마시며 함께 출근하는 기분은 참 좋았습니다. 처음 해 보는 거니까 아마 신이 났나 봅니다. 161번을 타고 병원 까지 오는데는 10분 정도 걸리더군요.

 월요일 저녁이 되서야 집에 놓인 짐이며 옷가지들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너무 바쁜 시간들이라 생각만 하고 하지 못하는 일들이 하나 둘씩 쌓여 가는 것 같았었습니다.

 결혼 후 첫날 밤부터 이어진 가정 예배는 지금까지도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신명기가 신혼인 우리에게 묵상하는 말씀으로 주어진 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 여겨집니다.

 신명기는 출애굽 후 40년이 되는 해에 가나안 입성을 앞두고 요단강을 건너기 전에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모아 두고 그들에게 자신과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난 40년간 겪어 온 일을 회고하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당부하는 말들이 기록된 책입니다.

 신명기에서 모세는 가나안땅을 이스라엘에게 주시는 것이 이스라엘 백성이 의로운 백성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역설합니다. 그는 출애굽할 때부터 이 때까지(40년이란 긴 세월동안 )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거역하지 않은 적이 한시도 없었다고 말하며 이스라엘이 행한 불순종과 범죄의 현장들을 다시 회고합니다. 호렙산에서 십계명을 받을 때 산아래에서 행한 백성들의 범죄와 가나안으로 보냈던 정탐군들의 보고를 받은 후 보인 약속에 대한 불신앙을 모세는 다시 언급합니다.(신 9:4-29)

 이제 결혼 후 새로운 출발을 하는 우리에겐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기대와 출발은 우리 것인양 느껴집니다. 하지만 모세의 말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이 편안한 아파트와 달콤한 신혼 생활이 나와 선화의 의로움 때문에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 역시 이스라엘 백성처럼 늘 주님을 배반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이 모든 풍성한 것들을 거저 받은 셈입니다. 좀 더 확대하면 내가 하나님을 알게 되고 영원히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축복 역시 .......거저 받은 것입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이 가나안 땅을 백성들의 불순종과 범죄에도 불구하고 허락하시는 이유로 두가지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가나안에 사는 백성들의 죄악이 심판을 받기에 이르렀기 때문이고 둘째는 하나님이 그 백성들의 조상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들에게 하신 약속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민 9:4-5) 결국 이 모든 근거들은 하나님으로부터 난 것이지요.

 화요일 밤에는 너무 피곤했었습니다. 늦게까지 병원일을 한데다 최근 며칠간 긴장한 탓에 집에 들어와 방에 앉아 보니 온 몸이 쳐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신혼 9일째 밤에 가정예배를 밤에 드리지 못했습니다. 이불에 언제 누웠는지도 모르게 잠들고 말았습니다.  

수요일 아침, 선화는 evening근무라 함께 출근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난 아침에 conference(집담회) 준비 때문에 6시 40분에는 나가야 했습니다. 6시 30분에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나와 선화는 식탁에 앉아 어제 하지 못한 예배를 드렸습니다. 바쁜 아침 시간이지만  우리 삶의 중심이신 하나님께 드리는 시간을 빼놓고 새로운 날을 맞을 자신이 없었기에 우린 말씀을 묵상하고 찬송을 부르고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모세는 얘기합니다.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우리가 그에게 기도할 때마다 우리에게 가까이 하심과 같이 그 신의 가까이 함을 얻은 나라가 어디 있느냐?......오직 너는 스스로 삼가며 네 마음을 힘써 지키라 두렵건데 네가 그 목도한 일을 잊어 버릴까 하노라 두럽건데 네 생존하는 날 동안에 그 일들이 네 마음에서 떠날까하노라 (신 4:7-9) "                                              

 이제 생활이 정상 궤도에 진입합니다. 결혼식 마친 후 이 글이 처음 홈에 올리는 글인 걸 보면 이전의 나로 다시 돌아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나인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결혼은 출생과 중생과 함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사건인 것 같습니다.             99.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