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결혼 이야기 (Our story) (2001.2.12부터 2001.4.7 까지)
형민이와 새벽을.......
조회 : 27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2/12 오전 7:37:37
지금은 아침 7시 30분입니다. 6시에 일어났는데....저희 부부에게는 너무 이른 시간이지요. 형민이가 그때 깼기때문입니다. 형민이는 보통 새벽 1시쯤에 잠들고 아침 9시쯤 일어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1시 이후에 예배드리고 이야기를 나누지요. 그러다보면 이내 2시가 되고 그제서야 잠자리에 들게됩니다.
어제는 10시가 되기전에 형민이가 잠들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좀 일찍 잤습니다. 성훈이 오빠는 '이때다'면서 글을 썼구요. 잠시 축구를 같이 봤는데 전 다 보지 못하고 다시 잠이 들었버렸지요. 덕분에 형민이와 함께 아침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형민이와 함께 있는 시간들이 더욱 즐거운 요즘입니다. 다양한 형민이의 반응을 볼 수 있거든요. 아직 뒤집기를 못하는데 얼른 형민이가 뒤집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모든 엄마들이 자기 아이의 발달이 늦어지만 조바심을 낸다던데.... 저도 그렇네요. 어느 아이는 3개월이 되자마자 뒤집었다던데.... 오늘은 혹시 뒤집기를 할까? 기다리며..... 잠든 형민이를 들여다봅니다.
거머리는 정말 싫어...
조회 : 27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1/02/12 오후 6:42:18
오후에는 cakewalk를 사용한 컴퓨터 음악 만들기...그리고 여행 스케줄을 잡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형민이는 잠이 들고..형민이에게 분유를 먹인 뒤..선화는 아파트 상가에 가서 장을 보고 왔습니다.
장을 본 선화가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 걸 보면서..전 우리가 녹음한 음성에 여러 이펙트를 주면서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데...갑자기 "악...엄마야.."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싱크대로 달려가 보니..선화가 벌벌 떨고 있었고 싱크대에는 미나리가 가득 놓여 있었습니다. 아마도 선화는 저녁에 미나리를 먹을 생각으로 씻고 있었나 봅니다.
"오빠...거머리가 있어요..저거..저거..." 가 보니 정말 까만 거머리가 꼬물꼬물 움직이면서 미나리 줄기에 붙어 있었습니다.
"오빠..미나리요..미나리는 논에서 살거든요..그래서 거머리가 있어요..." 요즘 무슨 논이 있겠냐마는 미나리꽝(미나리를 기르는 밭?)은 물로 가득 차 있기에 거머리가 붙어 있다가 저희 집까지 왔나 봅니다.
선화는 거머리 뿐 아니라...개미도 무서워 하고...각종 벌레는 다 싫어 합니다. 전 좀 다릅니다. 제가 전에 살던 부민동은 각종 벌레, 파충류의 천국입니다. 밤에 마당에 나가면 도룡뇽 같은 게 벽에 붙어 있고..임시 수도 기념관이 가까와..쥐,족제비,다람쥐...등을 집 근처에서 볼 수 있고..특히 온 집에 개미가 버글버글 합니다.
저희 남매들은 어릴 때부터 '개미집 무력화 시키기' 놀이를 하면서 자랐고...마당에 있는 팡팡나무에 붙어 있는 송충이 처럼 생긴 벌레 한 마리당 100원 씩 계산해 준다는 할머니 말씀을 듣고 하루 종일 꼬물락 거리는 벌레를 손으로 잡았었으니까요......
하여간 선화는 벌레를 싫어 합니다. 특히 꼬물꼬물 거리는 건 질색입니다.
저도 대전으로 갑니다...
조회 : 35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2/14 오전 9:06:18
성훈이 오빠는 대전에 있습니다. 날씨 뉴스에서 지금 대전이 영하 6도라는군요. 오빠 너무너무 춥겠네요. 제가 가서 함께 있으면 좀 덜 춥겠지요. 형민이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오셔서 보냈습니다. 아들, 며느리는 놀러가고 두분은 아이를 봐주시는데..... 싫은 소리 없이 잘 놀다오라고 하시는 부모님이 너무나 고맙습니다.
설악산으로 가보려고 하는데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빠의 표현대로 앞으로 약 두달간 헤어지기 전에 가지는 이별여행입니다. 몸도 마음도 쉼을 얻는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남지 광현 교회를 다녀와서...
조회 : 24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2/19 오후 2:18:38
저희 시어머님께선 저희와 다른 남지 광현교회에 나가십니다. 그 먼 곳까지 가게 되신 이유는 여기서 다 설명할 수 없지만...... 일반(?)교회와는 좀 다른 교회라는 것으로 설명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어머님은 성경고등학교를 나오시고 부산신학원을 거치신 뒤...성훈이 오빠가 대학다닐때까지 부산 시내의 모교회에서 전도사님으로 섬기시던 분이십니다. 그러시던 어머님이 경남 창녕 밑에 있는 남지까지 가시는 건 어머님 개인적인 비젼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어머님 말씀으론 이시대를 위한 특별한 기도 일꾼으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랍니다. 성도간에 진정한 사랑으로 교제하며 함께 아파하는 교회이며 특별한 은사들이 많은 교회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열심히 기도하는 교회입니다.
어제는 오빠가 군에 가기 전에 인사드릴겸 해서 아버님과 형민이와 함께 어머님이 섬기시는 남지 교회를 찾았습니다. 저녁시간쯤 도착해서 목사님께 인사드리고는 식사를 위해 본당으로 들어갔습니다.
몇몇분들이 음식을 나르고 있었고 또 일부는 식사 중이셨습니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유심히 보니..... 뭔가 다른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오른 쪽 상에서 식사하는 남자성도들의 그릇 때문이었지요.. 사기그릇을 앞에 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자들에겐 스테인레스 그릇에 음식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여러가지가 눈에 들어왔는데 여자성도들은 모두 길고 좁은 폭의 치마를 입고 화장은 전혀 하지 않고 머리는 뒤로 단정히 묶고 있었습니다. 일하는 사람은 모두 여자였구요.
어머님 말씀으론 남자 성도들을 잘 섬겨야 하고 그것이 성경적이라면서 여러 말씀들을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저로선 좀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일반 성도들로선 잘 이해되지 않는 모습이었으니까요.
저도 그 교회의 특별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습니다. 저도 어제 목사님의 설교가 참 좋다고 생각했구요. 그런데 저에게 그런 남녀 불평한 일들을 하라고 한다면.... 잘 모르겠습니다. 전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여성해방을 주장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하지만...여성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남녀의 차이를 인정한다는 상식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들이었습니다. 남지에서 본 것들은 분명 특이한 것들이었습니다.
우린 우스개소리고 남지 광현교회는 서울대학교이고 우린 지방대 학생들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남지에서 일어나는 하나님의 역사들을 들으면서 저도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그러나 아직 전 그만큼 깊은 믿음과 순종의 마음이 크지 않나봅니다.
어쨌든 어제는 여러가지를 볼 수 있었고 또 어머님과 함께 예배드리고 여러 성도들의 따뜻한 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이 땅에는 많은 교회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모두가 한 교회임을 믿습니다. 남지교회도 모양은 다르고 방법은 틀리지만..하나님 나라의 유익을 위해 세우신 교회임을 믿고 특별한 사역이 있음을 시인합니다.
어머님은 기성 교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큰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이 가진 죄악을 스스로 떠 안고 십자가를 지는 사람들...스스로 숭욕을 당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하는 남지 광현 교회...하지만 웬지... 아직까지는 남지 광현교회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음을 지울 순 없습니다.
Man of honor --> 좋은 영화입니다.
조회 : 22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1/02/20 오전 10:47:22
어제 처가집에 갔다가...형민이를 장모님께 맡기고 서면 CGV에 갈 수 있었습니다. 한번도 CGV에 간 적은 없었습니다. 남포동이 훨씬 가까우니까요...선화랑..영화본 지도 오래된 것 같아...신중하게 영화를 고르다가..."Man of honor"를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이렇게 영화를 즐겨 봤는지 모르겠지만..우리 세대는 가끔 세간에 유명한 영화는 봐 줘야 하니까요...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는 없었지만....보고 난 뒤 참 좋은 영화란 생각을 했습니다. 흑인이라는 인종과...나중에는 장애라는 큰 벽을 딛고 일어서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한 해군병사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굽히지 않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친구,연인 끼리 보더라도 재미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shall we dance?" 이후 감동적인 영화를 만난 것 같아 어제 저녁에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여기는 포항입니다.
조회 : 29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1/02/22 오후 8:34:02
훈련소 입영을 앞두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고 있는 제가 오늘은 결혼한 여동생 주훈이 집에 와 있습니다. 마음의 글에도 소개했는데 주훈이는 고려신학대학원을 졸업하신 이태훈 강도사님과 작년에 결혼해서 포항 충진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작은 사모님" 이라고 불리는 착하고 예쁜 주훈이 집에 형민이와 선화..부모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결혼해도 너무 보고 싶을 때가 있지만....부산에서 많이 떨어진 포항에서 살고 있어 보질 못하다가..이렇게 한 번씩 보면...옛날 삼남매로 부민동에 살면서 서로 의지하고 즐겁게 지내던 시절을 떠올리며 장난도 쳐 보고...주훈이가 시집갈 때 가져갔던 주훈이의 오래된 물건들을 보며 옛 추억에 잠겨 보기도 합니다.
형민이가 요즘 뒤집기를 잘 하고 있습니다. 뒤집기를 하며 온 가족을 즐겁게 하고 있는 형민이를 보며....선화와 재잘거리며 부엌에서 설겆이를 하고 있는 주훈이를 보며...'시간은 이렇게 그냥 흘러가는구나...' 라고 웬지 아쉬운 생각들이 스쳐 갑니다.
뒤집기 시작.....
조회 : 24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2/23 오후 1:28:14
오늘은 형민이게 태어난 지 142일째 드디어 형민이가 뒤집기를 시작했습니다. 정확하게는 138일되던 지난 화요일 시작했답니다. 그때는 형민이 외할머니께서만 보셨는데 어제 드디어 우리 앞에서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뒤집기도 어느날 '뚝딱' 하고 뒤집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제대로 된 뒤집기가 나오기까지는 많은 실패를 거치는 노력이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요....어제 저녁 자리에 누운 형민이는 그냥 옆으로 눕는 것과는 다른 행동을 했습니다. 힘을 주어 옆으로 '휙' 하고 돌아 눕더니 뒤집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으러나 제대로 안되면 제자리로 돌아와 '휴'하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러기를 여러번.... 뒤로 돌고나면..... 이젠 팔을 빼기위해 진땀을 뺍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성훈이 오빠와 그 모습을 보면서 너무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단계대로 자라는 걸 보면 신기할 뿐이지요. 하나님의 섭리는 정말 신비롭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남편을 군대에 보낸 아내의 심정.....
조회 : 36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2/24 오후 11:31:34
새벽 4시에 일어났습니다.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곤히 자고 있는 오빠를 깨웠습니다. 오빠는 얼른 일어나서 함께 가기로 한 친구들에게 morning call을 해 주었습니다. 씻고 딸기 몇개 먹고...... 오빠는 떠났습니다. 전 엘리베이터를 타는 오빠에게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마음이 찡하게 아파왔습니다. 지난 1월, 시험치러 서울에 갈 때와는 너무나 다르네요. 그때는 매일 두세번씩 전화를 할 수 있었고 2주정도는 금방일 것 같아서 마음이 덜 섭섭했는데..... 오늘은 정말 멀리멀리 떨어지는 것 같아서 마음속에 슬픔의 감정이 북받쳐올라옵니다.
9시 20분경 부대에 들어간다고 전화가 왔었습니다. "선화야, 50원 남았거든. 이제 들어간다.그래 전화 끊는다.... 그래 그래, 잘 챙기고 끊는다... 김밥 잘 먹었다. 끊는다...." 아마 100원을 넣고 전화를 걸었나봅니다. 그 귀한 몇초간에 끊는다는 말만 5번쯤 한 것 같았지만.... 오빠의 목소리에 힘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원택이 오빠의 소리도 들렸는데 그들이 같이 있으니 든든합니다.
오늘 오후는 제게 너무나 우울했습니다. 거기다가 비도 오구요. 두달이면.... 금방 지나가겠지요. 전 그동안 도로 연수를 마치고, 스페인어 학원을 다닐 생각입니다. 과테말라에 관한 여러 자료를 모으고 영적, 물직적 준비도 할 생각이구요. 오빠가 훈련마치고 돌아오면 나도 여러가지 많은 일을 했다고 이야기 해 줘야지요.
군에서는 10시가 취침시간이라지요. 보통 2시가 되어야 자는 오빠이기에 아직 말똥말똥 천장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나랑 형민이를 떠올리고 있겠지요.
"오빠, 잘자세요."
남편에게 들려 줄 오늘의 일기....
조회 : 30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2/26 오전 1:18:10
쌀쌀한 날씨였어요. 아침 9시쯤에 형민이 데리러 부민동에 갔답니다. 어제 거기 맡기고 왔거든요. 녀석.... 절 보고 씩 웃더군요. '어디 돌아다니다 왔어요?'하는 것처럼....
오늘 교회에서 형민이가 어땠는지는 얼른 상상이 되죠? 역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한번씩 웃어주는 걸로 답하더군요. 오늘은 특히나 많이 웃었답니다. 집사님들 방에서 깔깔거리면서 얼마나 잘 놀았는지..... 현영이는 변함없는 사랑으로 형민이와 놀아주고요.
오후예배시간에 목사님께서 설교중에 형민이 이야기를 하셨어요. "이성훈 집사님 떠나는 건 괜찮은데 우리 형민이가 과테말라 가면 어떡하죠? 하하하.... 우리 교회 귀염둥인데.... 저 녀석 웃는 게 얼마나 이쁜지...." 그때 형민이는 제 등에서 자고 있었어요.
집에 돌아와서 전에 김밥싸고 남은 것들과 식사를 했어요. 식탁에 놓인 오빠 열쇠꾸러미, 새로 산 포토샾 책, 옷걸이 걸린 파란 줄무늬 남방을 보면 오빠 생각이 물밀듯이 난답니다. '뭘 하고 있을까? 전화라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전화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면서도 전화벨이 울리면 혹 오빠일까 기다려진답니다.
지금 개금이에요. 형민이는 막 잠들었구요. 형민이가 자면서도 뒤집기 할려는 거 알죠? 아까도 한번 그랬답니다. 그바람에 잠이 깨서 한바탕 울었구요. 오늘은 우유를 잘 먹었어요. 그래서 제 마음이 편하네요....
.....잘 키울께요.
내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겠지요? 추운데 몸 조심하구요..... 너무 과하게 하진 마세요. 오빠 성격에 군사 훈련도 너무 열심히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좀 걱정이 됩니다. 제 마음 알죠?
내일은 희영이 집에 놀러갈려고 해요. 큰 언니랑 빵 만든답니다.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 하다보면 힘이 나고 정상적이 생활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그러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힘이 빠져서요. 그래서인지 오늘 교회에서 더욱 즐거웠습니다.
이제 잘께요. 오빠 내일 봐요...
오빠! 오늘 형민이 데리고 롯데백화점에 갔다왔어요.
조회 : 32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2/28 오전 12:31:12
오후에 형민이 업고 엄마랑 백화점에 갔었어요. 형민이 과일 이유식 사고, 이것저것 구경도 할겸....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형민이를 한번씩 쳐다보는 거 있죠. 그리고는 "참 귀엽다"면서 형민이를 쓰다듬고 지나가곤 했지요.
오전에는 희영이가 집에 왔었어요. 알다시피 희영이는 4월쯤에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가거든요. 그전에 홈페이지를 만들고 싶다길래 내가 집에 오랬어요. 네이버에서 무료로 주는 만들어진 홈페이지를 소개해주고 등록했답니다. 그것도 꽤 많은 작업들이 필요하더군요. 오빠가 홈 관리할 때 옆에서 본 것들이 많이 도움이 되었답니다. 특히 게시판이나 방명록 얻어올 때.....
오빠가 좋아하는 비가 옵니다. 우리 처음 연애하던 봄엔 비가 정말로 많이 왔었는데..... 반정도는 비에 젖으면서도 우산 하나만 받쳐 들고 다니던 생각이 납니다. 뱃살은 좀 빠졌는지 모르겠네요. 너무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구요....무엇보다도 건강하게 지내야해요. 알겠죠.
오빠는 자고 있겠죠. 이제 저도 잘게요. 안녕...
스페인어 공부 시작
조회 : 37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3/01 오전 12:36:36
영광도서에 갔었습니다. 스페인어 학습교개를 사기 위해서지요. 3월부터 스페인어를 배우러 학원에 다니려고 했는데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학원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생각끝에 EBS 교육방송에서는 강좌를 개설하고 있을 것 같아서 교재를 보러 나간 겁니다.
다행히 3월부터 시작하는 강좌가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두번, 15분씩 3개월동안 하는 강좌였지만 아이를 키우는 나에게는 적은 시간에 나름대로 기본은 갖출 수 있는 알찬 강의가 될 것 같아 선택 했습니다. 다른 언어를 위한 교재들도 많았는데 영어는 종류대로 아주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초급, 중급, 스크린 영어, 토익, 토플은 기본이고..... 영어도 매일 15분씩 하는 교재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전 언어에 대한 욕심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대로 하는 외국어는 하나도 없지만, 언제나 시간이 나면 영어나 일본어를 배우러 가고 싶답니다. 영어는 대학때부터 가끔 학원에 다녔고, 일본어는 한 3개월쯤 배웠습니다. 문법은 빨리 익히는 편인데 말이 잘 안되는 게 제 단점입니다...... 어쨌든 이번에 시작하는 스페인어는 정말 열심히 해 볼 생각입니다. 인터넷에서도 좋은 홈페이지를 하나 찾았는데 어느 교수님이 아주 잘 정리를 해 놓으셨더군요. real audio를 통해 발음과 설명도 들을 수 있구요.
많이 응원해 주세요. 화이팅!
성훈이 오빠로 부터의 전화, 그리고 기욱이와의 만남..
조회 : 36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3/02 오전 12:09:24
낮에 성훈이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 그런데 핸드폰이 방전되어 있어서 직접 통화를 하지는 못했구요. 음성 메세지만 확인했습니다. 잘 지낸다는 짤막한 인사였지만..... 몇번이고 다시 들었습니다. 2주동안은 전화를 하지 못한다는데 점심시간쯤에 잠깐 전화를 했나봅니다. 잘 지낸다고는 하지만 그게 편하고 안락한 것을 뜻하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네요. 그리고 너무나.... 보고 싶어집니다.
오후에는 기욱이와 영화를 봤습니다. 지선이 언니도 함께 만나고 싶었는데 사정상 그러지 못했구요.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11살 남자아이가 발레리나가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인데 더 자세히 말하자면 왕립 발레 학교에 들어가기까지의 영화이지요. 제대로 된 발레 공연 장면은 하나도 안 나오고 어린 소년의 서투르지만 열정적인 춤만 나옵니다. 그런데도 훌륭한 발레를 본 것 같이 가슴이 뜨겁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다빈치라는 커피 전문점에 갔습니다. 기욱이와 처음으로 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각자의 결혼 생활도 나누고 좋은 점, 힘든 점, 아쉬운 점들을 나누면서 도전이 많이 되었습니다. 힘든 가운데서도 열심히 살고 고민하는 기욱이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더 열심히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기도 제목을 나누고 헤어졌는데..... 잊어버리지 않고 기도하면서 영적 교제를 나누어야겠습니다.
오빠가 없는 게 너무나 쓸쓸하고 힘들지만 기욱이와 오랜 시간 만날 수 있는 즐거움도 있네요. 기욱아 이제 병원생활이 더욱 바빠질텐데.....잘 해 나갈줄로 믿어. 그리고 나는 기도로 도울께...
아버님 생신과 김해 방문......
조회 : 32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3/05 오전 11:41:18
성훈이 오빠..... 오빠가 보냈다는 편지가 아직도 도착을 안했어요. 금, 토, 일..... 집으로 갈 때마다 기대에 가득차서 편지함을 열어보지만 광고지만 몇장 있고, 기다기던 편지가 없어서 얼마나 서운한 지 몰라요. 이렇게 기다려지는 편지는 생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오늘 3월 5일.... 아버님 생신인 것 알고 있죠? 지난 금요일에 포항에서 아가씨가 왔답니다. 아버님 생신도 있고 동기 모임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생신상을 토요일 아침으로 당겨서 차렸습니다. 월요일은 모두 바쁘기도하고 해서요.잘 차리진 못했는데 어머님, 아버님 모두 즐겁게 식사하시니 기뻤습니다. 아가씨가 같이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구요. 선물로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사 드렸는데 마음에 들어하시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어제는 아버님과 김해에 갔었어요. 할머니는 잠시 부산에 가시고 할아버지 혼자 쉬고 계셨어요. 형민이를 보고 무척 좋아하셨답니다. 이제 형민이가 뒤집기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나보다 낫네.... 나는 못 뒤집어.... 하시더군요. 며칠 사이에 기운이 많이 빠지셨다면서 누워 계신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할아버지께선 여전히 오빠의 앞으로 일정을 궁금해 아셨어요. 언제 훈련이 마치냐고 물으시길래 4월 21일이라고 말씀드렸더니 그 날짜를 꼭 기억하시려는 듯 입으로 되뇌이시더군요. 오빠, 형민이가 어제 주일날 교회에서 많이 울었답니다. 점심시간에 여러 권사님, 집사님들 틈에 있다가 갑자기 놀란듯이 울기 시작하더니 30분이 넘도록 우는 거에요. 아마 낯이 설고, 계속 웅성웅성 하는 소리에 진정을 못하고 운 것 같은데.... 어제 같은 날은 정말 힘들더군요.
요즘 형민이는 안 내던 소리를 냅니다. 소리를 지르고 신나게 잘 놀아요. 오빠가 이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오빠가 올 때까지 잘 키울께요.오늘쯤엔 편지가 도착했겠지요...... 기다릴께요.
눈물에 젖은 편지.....
조회 : 38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3/09 오전 1:37:29
기다리던 편지가 왔습니다. 펼쳐보기도 전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제법 두툼한 두통의 편지...... 집에 올라와서 얼른 뜯었습니다. '보고싶은 선화에게'로 시작되는 편지..... 그 '보고싶은'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애절하게 느껴지는지요..... 저도 정말로..... 아! 보고 싶습니다.
꽤 힘들어보였습니다. 오빠의 체질을 잘 아는 저로써는 오빠가 지내는 환경이 오빠에게 얼마나 힘들까...... 충분히 상상이 됩니다. 차가운 바닥, 건조한 공기.... 입술이 부르터서 고생했나봅니다. 어렵게 립크림을 구했나본데, 미리 그런 것도 생각해서 챙겨주지 못한게 가슴 한 구석을 예리하게 찌르는군요.
오빠도 저처럼 하루하루 날짜를 세고 있었습니다. 저도 매일매일 이제 몇일 남았는지, 그리고 외박까지는 얼마나 남았는지 세어봅니다. 전 한달이 지나면 외박이 된다길래 4주째가 되는 이번 24일에는 만날 수 있을꺼라고 생각했는데 5주가 되어야 외박이 된다는군요. 요즘처럼 이렇게 긴 하루를 7일이나 더 지나야 한다니..... 너무나 실망이 되었습니다.
돈을 안 가져가서 난감하기도 하고 했나본데.... 아! 성훈이 오빠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지고, 지금도 찬바닥에 누워있을 생각을 하니까 눈물이 납니다.
얼마전에 있었던 화재 사건...... 소방관 6명이 사망한 사건 아시죠? 저 그때 많이 울었습니다. 남편을 잃은 젊은 아내가 오열하는 모습과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의 무표정한 모습..... 성훈이 오빠가 없는 지금 그들의 심정을 전보다 더 이해가 됩니다. 절망, 깊은 슬픔, 찢어지는 가슴과 고통의 골짜기..... 만약 오빠에게 그런 일이 있어서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하고 쓸데없는 생각이 떠오르면, 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음을 느낍니다. 이젠 그가 없는 삶은 도저히 내게 불가능합니다.그의 귀중함을 깨닫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힘주어 눌러쓴 글자들, 그리고 세밀한 묘사로 생활을 적은 일기들..... 오빠는 그 와중에서도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달라고 여러 조언과 함께 적어 놓았습니다. 대단한 사람입니다. 전에는 홈에 너무 신경을 쓰면 가끔 바가지를 긁었었는데 오늘은 좀 다르네요. 그래도 오빠가 살아있고 홈페이지를 신경쓸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그리고 금방 일기의 일부를 올렸습니다. 성훈이 오빠가 기특해 할 것 같습니다.
내일은 그에게 책과 몇가지 물건을 보낼 생각입니다. 검열에 걸리지 않고 잘 도착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승익이 오빠 ㅡ 지선이 언니의 신혼집.
조회 : 40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3/09 오전 1:51:01
어제가 되었지만..... 금방 지선이 언니 집에서 돌아왔습니다. 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깨소금 냄새가 솔솔 나는 신혼집 구경을 했지요. 작은 빌라였는데 깨끗하고 아담했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 언니가 아구찜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요리가 처음이라 신경이 많이 쓰일텐데 손 많이 가는 아구찜을 준비해서 너무 고마왔어요.
영민이 언니(신권이 오빠의 약혼녀)가 곧 도착했어요. 영민이 언니와 지선이 언니는 동갑에 대구 출신이라서 일찌기 가까운 친구가 되어있었답니다. 대구 특유의 사투리로 이야기 하는 두 사람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식사후 안방에서 세사람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들 때가 때인지라..... 새 살림 이야기, 남편이야기 등이 주를 이루었지요. 10시쯤 기욱이도 집에 왔습니다. 바쁘고 할 일이 많았지만 함께 모이고 싶어서 얼른 일을 마치고 왔다는군요. 얼굴이 많이 피곤해 보였지만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너무나 즐거워했습니다.
승익이 오빠가 늦게 집에 도착했는데 저희들이 계속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바람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작은 방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안하네요. 그치만 덕분에 맘편하게 잘 놀았습니다.
결혼이라는 새로운 삶의 주제로 만난 자매들..... 같은 공감대가 있어서 더욱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와 다른 방향의 관점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선이 언니. 오늘 너무나 잘 대접해 주셔서 고마워요. 부산의 생활에 빨리 적응되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영민이 언니, 기욱아 오늘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기뻤어요. 다음에는 우리집에서 한번 모입시다.
2주만에 듣는 목소리....
조회 : 32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3/10 오후 9:50:46
오늘 점심때 성훈이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하마트면 이번에도 못받을 뻔 했습니다. 화장실에 있었는데 벨이 울리자 어머니께서 핸드폰을 갖다 주셨습니다. '선화야!'하는 첫마디에 '오빠'하고 살며시 불렀습니다. 오빠는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낸 편지는 받았는지 등등.... 많은 것들이 궁금했는지 계속 물었습니다. 가까스로 나도 오빠가 잘 지내는가 물었고 잘 지낸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뒤에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습니다. "오빠,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오빠도 울먹이면서 "그래, 나도 선화 보고 싶다. 오빠가 여기서 나가면 우리 재미있게 살자...."라고 했습니다.
오늘 새벽녁에 꿈을 꾸었는데 바로 오빠가 돌아온 꿈이 었습니다. 꿈에서는 어떤 시험을 치르고 온 것으로 상황이 설정되어 있었구요. 부민동에서 어른들과 인사하고는 오빠는 약속이 있다면서 다시 나가더군요. 난 너무 섭섭해서 바가지를 좀 긁었지요. 꿈속에서요..... 오늘은 꿈에서 오빠를 보고 전화를 통해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방명록에 올라온 신권이 오빠의 글이 많은 위로가 됩니다. 훈련을 받아본 사람으로서 지나고 나니 그저 우습다고.... 성훈이 오빠와도 언젠가 우리에게 그런 우스운 시절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날이 오겠지요. 그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습니다
드디어 내일이 시험날입니다.
조회 : 28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3/15 오후 10:48:00
운전면허를 위해 준비한 시간이 벌써 3년째에 들어섰네요. 1999년 4월에 필기시험을 치고 작년 2000년 1월에 장내 기능시험을 쳤지요. 그리고 2001년 3월 드디어 주행 시험을 치게 되었습니다. 결혼 전에 병원 생활을 하면서 운전학원에 다닌는 건 굉장한 노력이 아니면 불가능하거든요. Night근무를 하는 날이면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잠만자야하는 제게 규칙적으로 학원을 다닌다는게 무리지요. 그러다보니 결혼 후에 학원에 등록하게 되었는데 곧이서 임신과 양호교사 일을 하게 되어 다시 미루어진 일이 이제서야 끝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운전..... 너무 재미있습니다. 오늘은 다섯번째 날로 연습 마지막 날이었는데 옆에 앉은 강사 선생님과 이것 저것 이야기를 나누며 운전할 만큼 여유도 생겼구요. 강사님이 제게 처음치고 꽤 잘하다고 하셨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그건 성훈이 오빠와 함께 차를 타고 다니면서 배운 것들인 것 같습니다.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같이 가면서 오빠가 해 주는 운전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어 넣는것도 (참고로 전 2종 보통) 자연스러웠고 차선바꾸는 것도 보고 들은 것이 많이 도움이 되었지요. 첫날에는 '출발'할 때 시동이 잘 꺼져서 힘들었는데 오늘은 오르막 외에는 아주 자신이 생겼답니다.
내일 아침 8시 드디어 시험.... 기대가 됩니다. 면허증을 받게 되면...... 누구 제 차에 타서 함께 드라이브나 갈까요?
오후 5시는 설레이는 시간....
조회 : 30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3/15 오후 11:02:15
요즘 성훈이 오빠와 매일 통화를 합니다. 훈련 첫 2주동안은 전화가 금지 되었었지만 요즘은 휴식시간에 전화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빠는 저녁을 먹고 난 후 매일 전화를 걸어 옵니다. 매일 매일 그 시간이(오후 5시경) 얼마나 기다려지는지 모릅니다.
오늘은 5시부터 전화기를 손에 들고 기다렸지만 벨이 울리지 않더군요. 그러더니 25분경, 음성 메세지가 들어왔습니다. 제가 건물안에 있어서 통화권에서 이탈되어있었나 봅니다. 얼마나 아쉽고 또 화가 났는지.... 내가 전화를 못 받는 일이 여러번 일어나니까 오빠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조용한 곳에서 기다리지 않는게 후회도 되고.... 수신이 안되는 전화기가 괜히 미워졌습니다.
힘이 쭉 빠져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좀 있다가 다시 벨이 울리고...... 오빠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선화야!" 전 우선 여러가지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오빠는 괜찮다고 부드럽게 이야기했고.... 그러고 나니까 제 마음도 한결 좋아졌습니다.
우리의 대화는 고작 2분 남짓..... 서로 보낸 편지나 소포를 잘 받았는지 묻고 가족들 안부 묻고 또! 홈페이지의 안부를 묻고..... 전보다 왠지 기가 많이 죽은 듯한 오빠의 목소리입니다. 그리고 부민동에서 부모님이 계실 때는 제가 좀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오늘은 제가 '오빠'라는 호칭을 쓰는 것에 대해 꾸중을 들었습니다. 저도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 잘 안 바뀌네요. 내일은 "여보"하고 불러봐야겠어요.
19일부터는 공주로 가서 유격훈련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때까지는 매일 전화를 받을 수 있겠지요. 내일은 형민이 목소리를 들려줘야겠네요.
아빠가 없어도 형민이는 잘 자랍니다.
조회 : 31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3/15 오후 11:21:11
형민이는 이제 만 5개월하고도 10일이 지났습니다. 아빠가 없는 요즘, 전 형민이를 데리고 친정과 시댁을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눈에 띄게 형민이에게 나타나는 변화는 첫째- 무 시끄러울 정도로요...... 입술을 떨며 '부르르'소리소리 지르기, 둘째-낯 가리기 입니다. 형민이는 자기의 상태를 소리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전에도 그랬지만 요즘은 크게 소리를 지릅니다. 밤에 그럴 때는 너를 내기도 하구요. 뒤집기도 훨씬 잘 합니다.
그리고 낯을 가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일날에도 그전과 비슷하게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까 놀라서 울었습니다. 집에서도 누가 방문하면 그 사람을 빤히 쳐다보다가 '으앙'하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5개월에 낮 가린다니까 다들 빠르다고 하시네요. 보통 6,7개월 되어야 한다는데..... 그래도 자주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기억하나봅니다. 며칠 지나서 보더라도 '생긋' 웃으니까요.
밤에는 몸부림을 얼마나 치는지 모릅니다. 자다가 어깨를 툭툭 치는 느낌에 몇번 깼었는데 그때 보면 형민이가 90도로 돌아서 제 발로 저를 툭툭 치고 있답니다. 바로 해 놓고 자다보면 이번엔 180도로 회전해서 이불도 안 덮고 자고 있는 겁니다. 얼마나 귀여운지.....
어린 형민이지만 자기의 의사표현은 아주 적극적입니다. 좋은 것, 싫은 것.... 감추는 게 없습니다. 형민이가 날 보고 웃는 보습을 가만히 보면 다른 생각 아무것도 없이 그저 좋아 한다는게 보입니다. 싫으면 또 싫다는 표정에 소리를 내구요. 자기 느낌에 아주 솔직하지요. 그런 면에서 우리가 아이를 좋아하는가 봅니다. 버스에서 엄마에게 업혀 있는 남의 아이라도 예뻐 보이고, 그 애가 날 보고 웃으면 나도 아무런 사심없이 그 애가 좋아지는 것처럼....
아빠가 돌아오면 형민이가 아빠를 알아볼까요? 글쎄..... 남과는 달리 뭔가 통하는 건 있겠죠. 지금 형민이는 아빠와 비슷하게 스포츠 머리를 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사진을 곧 올리도록 할께요. 또 붕어빵이라는 인사를 여러번 듣겠지요.
나도 면허 소지자....
조회 : 32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3/20 오후 10:07:45
지난 금요일.... 도로 주행 시험을 쳤습니다. 그리고 부실한 점수로 합격을 했답니다. (짜자쟌....) 2종 수동의 녹색 면허증을 지갑에 넣고 다닙니다. 어제 면허계에서 면허증을 받고 은행에 볼일이 있어서 갔었답니다. 신분증을 달라길래 면허증을 줬지요. 당당하게.... 그런데 면허증을 돌려주면서
"오늘 발급 받으셨네요?"라고 하지 뭐에요.
"아! 예---"
좀 부끄러웠지만 기분은 무척 좋았습니다.
성훈이 오빠는 이번 주 부터 공주에서 유격훈련을 받는답니다. TV에서 보았던 군인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줄타고 낙하하기(?)를 할 때는 아마 '선화야'하고 외치며 내려올 지도 모르겠군요..... 훈련받는 2주동안은 연락이 잘 안되고 편지를 주고 받지도 못한답니다. 또 다시 답답한 시간들이 되겠지만 훈련이 끝나는 다음주 토요일엔 외박을 나오니까요..... 그날을 기다리며 참고 있습니다.
요즘은 친정과 시댁에서 지내면서 2,3일은 형민이를 두고 학장동, 우리집으로 옵니다. 여기에서 오빠의 편지를 마음의 글에 올리고 과테말라 출국에 필요한 여러 정보들을 검색합니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 해야할 집안 일들도 하나하나 하고 있습니다. 이불도 빨고, 겨울옷은 드라이 클리닝 맡기고..... 집도 내 놓았습니다.
오빠가 제대하고 돌아오면 이곳에서 2주정도 지내게 됩니다. 그 후엔 아마 이 곳을 다시 찾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혼하고 첫 우리의 보금자리...... 1년 6개월의 기간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앞으로 과테말라에서는 2년 6개월을 지내게 됩니다. 지금까지보다 훨씬 긴 기간인데, 그곳에서도 친히 인도하실 하나님을 바라보고 기대합니다.
이제 오빠가 보낸 일기를 또 올려야겠습니다. 잘 정리 되어 있는 걸 보면 무척 좋아하겠지요?
나의 첫번째 운전, 그리고 첫번째 사고....
조회 : 38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3/24 오후 10:34:28
드디어 오늘 제가 차를 몰고 시내로 나갔습니다. 아침에 아버님과 함께 부민동 집에서 출발해 먼저 동네를 두바퀴 돌았습니다. 아.... 너무나 긴장되고 또 도로 연수때와는 다르게 좁은 길에 느긋하게 걷는 사람들, 그리고 아이들이 있어서 함께 신경써야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길 가에 주차하고 있는 차들과 부딪히지 않게 지나간다는 것도 제겐 너무나 힘든 작업입니다.
그리고 처음 하는 것이라서 그렇겠지만 두가지를 동시에 못합니다. 예를 들면 커브를 돌면서 기어바꾸기, 브레이크 밟으면서 기어 중립에 놓기 등등...... 오토라면 좀 낫겠는데.....
어쨌든 용감하게 남포동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차선 잘 지키고 깜빡이로 표시만 미리 잘 해주면 된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해도 몇몇 뒷차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쭉 돌고나서 학장동 도개공 아파트까지 왔습니다. 잠시 땀을 식히고 아버님과 정리를 한 두 다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앗! 우리 동에서 내려가는 내리막에서 그만 택시와 부딪혔습니다. 앞에 차가 있는 걸 뻔히 보고도..... 내리막이어서 갑자기 속도가 나는 것에 나도 모르게 당황을 한데다가 브레이크만 밟으면 되는데 그 순간 기어를 중립에 놓을꺼라고 애를 쓰고 있었으니......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고 상대편 택시의 문짝 아래가 약간 들어가고 조금 흠이 졌습니다. 그래도 전 너무나 놀랬고 같이 타고 계시던 아버님도 그러신 것 같았습니다. 택시 운전사가 일당을 줘야한다느니 회사로 같이 가자느니 등등의 이야기를 하는바람에 그냥 보험 처리 하겠다고 아버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그정도면 그저 페인트칠만 살짝 하면 될 정도였는데..... 옆에서 보던 다른 택시 기사도 이런 걸로 그럴 필요는 없다고 했는데 계속 말이 길어질 것 같아서 아버님이 보험회사에 접수하겠다고 하시고는 우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도로연수 할 때는 운전이 너무나 재미있었는데..... 그리고 자신도 있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재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운전하고 싶은 생각이 싹 달아났습니다. 어떡하죠. 그래고 해야하는데......
오늘 성훈이 오빠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빠는 지금 공주 32사단에서 유격 훈련중입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목소리에 힘이 없었습니다. 기침도 하고. 먼지가 많아서 감기에 걸렸다는군요. 저도 지금 목이 좀 아픈데...... 얼른 다음 주가 되어서 오빠가 내려오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물도 받아주고 방에 가습기를 틀어 습도도 있게 해 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빠가 먹고 싶다던 돼지고기 김치찌개에 고등어 구이를 해 주려고 합니다. 요즘은 이렇게 오빠가 오면 해 줄 것들을 생각하는 게 큰 즐거움입니다.
오늘은 우선 나 혼자서 가습기 틀고 자야겠네요.....
오늘은 할아버님의 79번째 생신입니다.
조회 : 24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3/26 오후 11:40:17
아침 6시 40분 부모님, 도련님과 함께 김해로 향했습니다. 오늘이 할아버지의 79번째 생신이기 때문입니다. 아침 일찍 인사를 드리는게 좋겠다는 아버님의 말씀과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일찍 출발했지요.
할아버지께선 저희들을 반갑게 맞아주시고는 힘없는 다리를 이끌고 환자를 보러 내려가셨습니다. 월요일이어서 그런지 일찍부터 몇몇 할머니들이 기다리고 계셨지요. 형민이가 할아버지 증손자라고 하니까 모두들 마치 자신의 손주 보듯이 형민이를 보았습니다.
오후에는 할아버지 형제분들과 포항에서 아가씨와 강도사님이 오셨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예배도 드리고 맛있는 식사도 하고..... 참 좋았습니다.그런 자리에서 전 으례히 설거지 담당입니다. 오늘도 그랬지요. 그렇지만 설거지 하는 게 제일 마음 편합니다. 형민이는 어머니께서 잘 봐주셔서 더욱이 그렇구요.....
이런 자리에 성훈이 오빠가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습니다. 특히 할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는 오빠..... 오늘도 할아버지께서 선물이라면서 직접 그린 과테말라 지도(중미 일대)를 주셨습니다.그 지역은 아무리 큰 지도라고 해도 작게 나올텐데..... 돋보기를 쓰고 그리셨다고 간호사님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말없이 조용히, 그렇게 깊은 사랑을 나타낼 수 있을까요...... 그런 큰 사랑을 받는 이의 아내라는게 한편으로 부담이 됩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전 참 복받은 사람인가 봅니다.
이번 주 토요일 드디어 성훈이 오빠가 외박을 나옵니다. 오늘부터는 하루의 느낌이 전과 다르네요. 좀더 활기차고 집에서 형민이를 돌보면서 하는 여러 집안일이 진도가 잘 나갑니다. 오늘도 편지가 왔는데 공주에서 훈련받는 이야기가 상세하게 들어있네요. 그런데 한 대목에서 웃음이 납니다.(이것도 오빠를 곧 볼 수 있다는 여유가 생겨서 그렇겠지요)--- 누런 흙더미가 된 전투복을 입고 300고지 점령을 위한 각개 전투 실습에 들어갔다. 철조망, 지뢰밭, 외나무 다리, 탄흔지, 교통로 등지에서 적의 총탄을 피해 고지의 정상까지 분대장의 지휘아래 올라가는 법을 익히며---- 마치 서바이벌 게임같지 않나요?
형민이가 잠들었습니다. 저도 빨리 누워야겠습니다. 눈꺼풀이 반쯤 감겼거든요....
우유를 싫어하는 아기
조회 : 28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3/29 오후 10:56:26
어른들 말씀이 형민이는 참 순한편이랍니다. 가끔 심하게 울 때도 있지만 이유없이 악쓰면서 운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안아서 걸어달라는 요구 외에는 칭얼대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순한 아이를 키우기가 힘든 이유가 하나있다면..... 형민이는 우유를 너무나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3개월이 지났을즈음부터 우유라면 한 방울도 삼키려고 하지 않습니다. 여러 곳에 그 이유를 문의한 결과.... 우리가 형민이에게 너무 일찍 과일이나. 요구르트를 먹였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에 형민이는 변비가 너무 심해서 4-5일에 한번, 그것도 된 변을 보고 있었거든요. 사람들이 그럴 때는 과일즙을 먹여야 한다기에, 사과, 귤 등을 갈아서 주었지요. 그리고 형민이도 그걸 아주 맛있게 먹었답니다.
아기들은 100일 전까지는 본능적으로 빨려고 하는 욕구에 의해 우유를 먹고 그 이후에는 맛을 알고 스스로 조절하면서 먹는다는군요. 과일즙과 같은 달달한 맛에 익숙해지면서 우유는 그것보다 맛이 없다는 걸 깨닫고..... 이젠 우유를 싫어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눈을 뜨고 있을 때는 맛을 보고 우유라면 한 모금도 삼키려고 하지 않습니다. 상상이 안되시죠? 요즘은 형민이에게 어떻게 하면 우유를 먹일까 하는게 하루 종일 신경쓰는 부분입니다. 잠이 들면 그런대로 우유를 먹기 때문에 잘 때 살짝 젖병을 물리고 안 먹을려고 하면 다시 좀 더 재웠다가 다시 물리고....
이번 주 부터는 죽을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형민이는 죽을 좋아합니다. 아니, 밥을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직 이도 하나도 없는 녀석이 푹 퍼지긴 했지만 쌀알을 맛있게 받아먹습니다. 형민이 아빠가 옛날에 그랬다던데 어쩜 그렇게 닮았는지.... 뭐든지 숟가락으로 주는 걸 좋아하고 즐거워합니다.
돐이 될 때까지는 어떻게든 우유를 먹여햐 합니다. 지금처럼 게릴라 작전을 써가면서 먹여야지요. 죽만으로는 영양이 충분치 못하니까요. 더욱이 요사이 형민이 살이 많이 빠졌는데......
앞으로 아기를 가질 예비 엄마들은 절대로 일찍부터 과일이나 다른 것을 주지 마세요. 최소한 3개월까지는우유만 먹이는 게 좋을 것 같고 그 이후에도 과일즙과 같이 달달한 것은 적은 양만 먹여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형민이는 변비를 위해서 그랬는데 사실 별 효과는 없었습니다. 책에는 2개월부터 과일 쥬스를 먹여도 된다고 하는데 너무 일찍 시작해서 우리와 같은 부작용을 입게 되면.... 힘들꺼에요...
왜 전화가 안올까?
조회 : 30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3/30 오후 1:33:25
지난 토요일 이후로 오빠에게서 전화가 없습니다. 공주로 가기 전에는 매일 전화가 왔었고, 공주에서도 두번이나 했었는데..... 이번 주에는 한번도 목소리를 못 들었습니다.내일이면 보겠지만...... 그래도 혹시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됩니다. 여러가지 생각도 떠오르고. 내가 무슨 섭섭한 말을 했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내가 워낙에 핸드폰을 잘 못받으니까 아예 포기했나 싶기도 하고, 그게 아니면 어디 아파서 누워있나 싶고....
성훈이 오빠는 한번 한 약속은 꼭 지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전화가 가능만 하다면 오래 줄을 서서라도 꼭 전화를 할 사람인데..... 결혼 전에 제가 병원에서 evening근무를 서는 날에는(오후 3시부터 10시경까지 일함) 꼭 버스 정류소 아니면 집까지 바래다 줬었는데..... 학회등으로 부산에 없을 때를 빼고는 2년 6개월동안 한번도 빠진 적이 없었거든요......
아.... 내일 무사히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겠지요 이제 드디어 한 밤만 자면 됩니다.
I'm home(제가 왔습니다.)
조회 : 45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1/03/31 오후 9:12:17
드디어 제가 왔습니다. 지난 5주간의 치열한 야전군사훈련을 마치고...돌아왔습니다. 모든게 아름답게 보이고 모든 게 의미있게 보입니다. 기차가 구포를 지날 때부터 선화와 형민이...그리고 부모님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볼 생각에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선화가 형민이를 안고 부산역까지 마중나왔습니다. 우린 거기서...너무도 반가운 만남을 가졌습니다. 원택,현국,익진이도 같이 왔습니다. 오자말자...부민동에 들르고...할아버지가 계시는 김해에 가서 할아버지께 인사드리고...부민동으로 다시 와서 선화가 차려주는 맛있는 음식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정말 딱 5주만에 먹어보는 사랑이 가득한 음식들입니다.
군화발로 어색하게 차를 몰아 학장동까지 온 지금...숨을 돌리고 세수하고 형민이를 눕혀 놓고....여기도 들어와 봅니다. 형민이는 까맣게 그을린 내 얼굴을 보더니...울기 시작합니다. 낯선 얼굴이라고 그런가 봅니다. 형민이가 못 알아 볼 만큼 변해 버린 내 모습이지만...군복 속에 내 모습을 반겨 주는 선화가 있기에 서글프지 않습니다.
외할머니가 오늘 아침에 돌아가셨습니다. 지난 구정 때 선화와 함께 뵙고 세배드릴때 까지도 정정하셨는데...그 때 잘 뵙고 왔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외가에 가 계시는 어머니의 얼굴을 뵙지 못했지만 전화통화를 했고 주훈이로부터 전화도 받았습니다. 군대에 있으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보고 싶은지 안 가본 사람은 정말 모릅니다. 선화와 어머니가 참 보고 싶었습니다.
내가 돌아올 것이 있다는 것....앞으로 3주 남은 군의학교 생활을 끝내고 오면 할 일이 있다는 것.... 행복한 일입니다. 그동안 제 홈에 많은 분들이 오셨더군요.. 군사훈련을 마치면 어떻게 홈을 효율적으로 꾸밀까 군대에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껴 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전 내일 또 일찍 대전으로 가야 합니다. 짧은 하루지만 제게 금같이 귀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소중한 24시간
조회 : 37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4/01 오후 11:09:39
딱 24시간을 보내고 성훈이 오빠는 다시 대전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렇게도 길던 5주가 오빠를 만나자마자 '한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번 주 들어서서는 더욱 시간이 더딘 것 같고, 마음이 분주했는데...... 지금은 지난 몇주간의 시간들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시간이란 것은 정말 이상하고도 신기합니다.
어제는 아침 부터 몹시 설레었습니다. 아침에 외할머니의 부고를 듣고는 모두 분주했지만 서둘러서 머리 감고, 화장하고, 형민이 목욕 시키고, 오빠가 좋아하는 닭계장도 준비하고..... 부산역에서 그렇게 기다리던 오빠를 보니 갑자기 옛날 학생때.... 오빠를 남몰래 좋아하는 선배로 보던 그때의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설레었으면 그랬을까요.
오늘은 홈페이지 자료 서적, 스페인어, 영어 학습 교제를 샀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출국에 대비해 준비를 해야하는데..... 오빠는 이번에 다른 협력의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여러 자극을 받고 왔더군요. 저도 더 열심히 스페인어 공부하고, 무엇보다 열심을 내어 기도해야겠습니다.
같은 내무반에 방글라데시로 가게된 협력의사 선생님이 계시다는데 오빠에게 부산가면 꼭 꼼장어를 사오라고 했답니다. 사실 오빠는 꼼장어를 별로 안좋아하는데.... 어쨌든 그분의 위해 꼼장어도 2만원치 사서 올라갔습니다. 이젠 매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힘든 훈련도 거의 마쳤다고 하니까요.....
그가 없는 동안 더욱 그를 사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또 부모님들과 함께 많은 시간들을 보낼 수 있어서 좀더 가까와 지고 집안 분위기를 익힐 수 있었구요. 그동안은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돌아보면 감사할 것 밖에 없습니다.
한번도 빠지지 않고.... 좋은 것들로 채워주신 하나님, 그분이 나의 하나님이십니다.
귀순이 집에서의 집들이
조회 : 32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4/07 오전 12:57:23
오래간만에 대학교 동창들과 만났습니다. 지난 1월에 결혼했던 귀순이 집에서 집들이를 했거든요. 97년 우리 간호학과는 38명이 졸업했는데 그중에 저는 7명의 친구들과 계모임을 가졌지요. 서울대 병원에 근무했던(지금은 결혼해서 미국에 갔구요)마윤희, 백병원에 다니던 문희영, 이경정, 위생병원의 정지연, 우리 대학병원에 나와 이귀순, 주은진..... 이렇게......
서울에 있던 윤희는 자주 못 만났지만 다른 친구들과는 한달에 한번씩 모였었답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3교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백병원, 부산대 병원, 위생병원에서 각자의 duty를 맞추기가 힘들었지만 그렇게 힘들게 만나기에 더욱 즐거웠었답니다.
이제 우리 7명중에 4명이 결혼했고(순서대로 나-정지-윤희-귀순이) 그리고 경정이는 이번 가을쯤 결혼할 예정이고, 희영이는 다음달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가고...... 지난 20대의 생활을 다 아는 우리는 서로의 모습에 그저 놀라워 합니다. 촌티나는 20살, 대학 1학년때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 참 많이 변했지요. 우리의 대화도 미팅, 소개팅에서 이젠 남편의 이야기로 변했고 요리, 육아 등이 주 관심사가 되어 있습니다. 6월달에 출산을 앞두고 있는 지연이 또한 아이를 낳게 되면 우리의 모임이 정말로 많이 바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저와 희영이의 송별 파티도 겸해서 했습니다. 사실.... 지난 1년간 사소한 다툼으로 모임이 잘 안되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젊을 때의 고집이 하나하나 없어지고 더 마음들이 넓어졌는지 자연스럽게 화해가 되었답니다. 오늘 이렇게 다 모이기는 거의 2년만인데 이제 저랑 희영이가 떠나게 되었네요. 윤희는 이미 나가 있고..... 그러고 보니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은 결국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든 나가게 되네요.(희영이, 윤희 그리고 나는 여행을 무척 좋아합니다. 4학년 때는 전 하와이로, 두 친구는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지요. 사실 그 이후로 외국의 풍물을 보고 느끼는 걸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새신랑(귀순이의 남편)이 사 온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 크림을 끝으로 우리의 모임을 마치고 각자 집으로 향했습니다. 다음엔 아이들 하나씩 다 데리고 모이자고 이야기 하면서요...... 참 행복한 인삿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