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타나의 한국인 의사

오는 11월 23일이면 까작스딴에 온 지 딱 6개월이 됩니다. 벌써 6개월이라고 생각하니...괜히 가슴도 벅차 오고..벌써 6개월이 흘렀냐는 반성 섞인 당황스러움도 생깁니다. 처음엔 그저 여기서 살아 남는 게 급선무였었는데 이제 어느 새 이 곳에서의 삶이 편하게 느껴지고 한국에서의 삶들은 멀게 느껴지는 걸 보면...이곳 사람들이 다 되었나 봅니다.

이 곳에 와서 국제협력단 소속의 1병원 내과 의사 임을 알리는 명함을 새겼습니다. 그리고 주차장에서..음식점에서..자동차 정비소에서...나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명함을 뿌렸지요(?)...보통은 내가 중국 사람인 줄 알고 다가 옵니다. 이곳 까작스딴에는 중국 사람이 많기 때문인데다 자동차 번호판도 빨간색으로 대사관용(외교) 번호판을 달고 다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제가 한국인이라고 얘기하면...저마다..자기도 한국 친구가 있다며..옛날 이곳에 이주해 온 고려인 친구의 이름을 대고...제가 근무하는 병원이 어디인지 물어 옵니다. 그러면 명함을 건네 주지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이곳은 의약분업이 확실히 되어 있는 곳이고...대부분의 시립병원(시민들이 찾는 병원)의 경우..의사를 만나는 것은 공짜로 할 수 있습니다. 관할 병원을 방문하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처방전을 받을 수 있지요...그러나..약을 사려면 이 사람들에게는 너무 많은 돈이 필요하기에 제대로 약을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풀뿌리나 생약을 찾기 일쑤고...침술을 행하는 동양 의사들의 인기가 높습니다. 특별히 약을 살 필요도 없는데다가 효과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전...우리 진료실은 돈을 받지 않고 약을 준다는 점을 꼭 얘기해 주고..방문할 것을 권유합니다. 이 정도까지 얘기하면 모두...활짝 웃으며 명함을 소중하게 주머니에 넣으며..꼭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하지요...

아스타나의 겨울은 춥습니다. 눈이 와도...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눈이 나뭇가지에 쌓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냥 눈보라가 몰아치면... 우산으로 아무리 막아 보려고 해도 역부족입니다. 그냥 우산은 포기하고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게 더 낫지요...

며칠 전에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분명히...간밤에 눈이 온 것도 아닌데..풀과 나무..큰 나무가지에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는 이상한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간밤에 눈이 왔다면 길에도 눈이 온 흔적과 함께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을텐데..도로와 길가는 메마른 땅이었습니다. 하지만...나무마다 하얗게 흰 옷을 입고 있어서...희뿌연 하늘과 함께 세상이 또 다른 하얀 나라를 연출하고 있었고 때 마침 아침 안개도 많이 끼어서...10층 이상되는 건물의 옥상은 보이지 않는..그야 말로 동화속의 나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기드온의 솜뭉치도 아니고...왜 나뭇가지에만 눈이 왔을까? 이상한 맘으로 내려가 보았습니다. 이 날은 주일 아침이어서...온 가족이 교회당으로 가기 위해 집 밖을 나서야만 했습니다.

 위 사진이 당시의 모습을 찍은 것인데요...특히 우측 사진을 보세요...나무에만 눈이 내리고..주변은 메말라 있는 그야 말로 신비한 현상이 벌어졌음을 아실 수 있습니다.

우린 그 이유를 아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서리가 내렸고...기온이 낮기 때문에...새벽에 내린 서리는 그대로 동결되어 눈처럼 나뭇 가지와 풀잎에 눈꽂을 피우게 된 것입니다. 알마티는 눈이 내리면...바람이 불지 않아..그대로 곱게 눈이 쌓여 예쁜 눈꽃이 온 천지에 피어 있는 것을 보며 탄성을 지르게 된다는데...이 날 아침...아스타나의 아침은 그것을 연상케 할 만큼 신비스럽고 예쁜 아침이었습니다.  

어쨋든 우리는...이렇게 아름다운 아침을 맞게 됨을 감사하며...사진도 찍고...얘깃거리로 삼지만...이런 현상을 자주 봐 온 이곳 사람들에게는 이런 현상이 그렇게 신기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다른 날과 똑같은 아침으로 대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이 곳에서 산다는 건...추위와 눈...바람..그리고 이런 이상한서리....이런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겨울이 찾아 오고 추위가 찾아 오자 이 곳 사람들이 우리보다 추위를 더 무서워 하는 것 같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보다 훨씬 추위에 적응이 되어 잘 견딜 수 있을 것이고..그래서 웬만한 추위 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것 같은데...웬걸...정반대입니다.

저나 선화나..웬만큼 추워도..모자 같은 건 안 쓰고 옷도 대강 입고...형민이의 경우에도 괜찮을 정도로 입히지만....거리에서 만나는 이 곳 사람들은 하나 같이..옷에 쌓여 있을 정도로 많은 옷을 겹쳐 있고 목도리를 하고..두꺼운 털모자를 쓰고 다닙니다. 조그만 꼬마부터 할아버지까지...심하다 싶을 정도로 옷을 많이 껴 입고 다닙니다. 물론 이 곳 사람들은 내복을 입지 않기 때문에 우리 보다 추위를 더 잘 탈 수 있지만...그래도 예상보다 더 과잉반응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왜...저럴까...괜찮은데..." 물론 그들도 이 정도의 온도를 그렇게 춥게 느끼고 있지는 않지만...오랜 세월동안 추위를 얕보면 안된다는 경험이 깊이 깔려 있고...추위가 오면서 찾아오는 크고 작은 질병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들 속에 크게 자리잡고 있어서 조그만 추위에도 심각(?)하게 대응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추위가 찾아 오고 주위 환경의 온도가 떨어지고 체온이 떨어지게 되면...바이러스가 증식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하게 되고...어김없이 감기는 찾아 옵니다. 그냥 통틀어서 감기라고 하지만...비염, 후두염, 기관지염, 편도선염...외계의 공기를 접하는 통로마다...그동안 잠잠이 지내고 있던 바이러스들이 설치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게 감기지요....

이곳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이렇게 감기에 걸리면 뜨거운 차이(이곳 사람들이 먹는 차)와 여름 내 만들어 둔 과일쨈을 먹고 난 뒤...땀을 흘리며 푹 잔다든지...이곳 사람들에게는 내려오는 특별한 드롭프스(사탕 같은 것)를 약 처럼 먹고 감기가 낫길 기다리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약국에서 파는 약들도 가만히 보면..의사의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 의약품 중 대부분이 생약으로 만든 조그만 병에 든 물약으로...기껏해야 10-20텡게(100-100원) 하는 아주 값싼 것들이고 감기에 들면..이런 약들을 주로 사 먹고 지낸다고 합니다....우리 나라처럼 히스타민제, 진해제, 항생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같은 것들을 복용하지도 않고 또..이런 것들을 사서 복용할 경제적 여건도 허락되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오래 전부터 살아 온 방식으로 감기를 이겨 가며 살지만....제가 보기엔..검증되지 않은 약초와 비방에 의존하며 열악한 가옥구조와 주변 환경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그들이 불쌍하게 느껴지고 안타깝게 보여질 뿐입니다.  

사진은 1병원 진료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모습입니다. 까작스딴은 의료 환경도 열악합니다. 이곳에는 의사들이 학술 모임인 학회라든지 연구회 같은 것이 전혀 없습니다. 연구 논문 같은 것을 발표하는 현지 의사들도 없고 그런 것을 할 형편도 되지 않습니다. 의대생들이공부할 의학 교과서도 제대로 없습니다.

사회의 다른 직업보다 '의사'라는 직업은 사회주의 구조 속에서 '봉사'만 강조되어...경찰 월급의 절반 정도 수준(6000텡게...6만원)밖에 되지 않지요...그래서 일부 수술하는 외과의의 경우 뒷돈이 성행한다고 합니다.

전 내과 의사입니다. 러시아어로 내과 의사는 "쩨라뻬쁘뜨" 로 번역하지요. 하지만...정확하게 말하면 한국의 내과 의사와 이곳의 "쩨라뻬쁘뜨"는 다릅니다. "쩨라뻬쁘뜨"를 영어로 번역하면 "general practicer" 입니다.

이곳도 의과대학이 6년이고 1년의 인턴 과정을 가지고 있지만 1년의 인턴 과정을 마치면...바로 "쩨라뻬쁘뜨"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내과 의사가 되려면 1년의 인턴 과정이 마친 뒤...4년의 수련의(레지던트)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비해...이곳의 내과 의사는 그런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내과 의사로 불리워지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한국의 일반의(의대만 졸업하거나 인턴 과정만 마치고 진료 활동을 하는 분)가 이곳의 '쩨라뻬쁘뜨"인 셈입니다. 한국의 내과 의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의사는 없습니다...다만...분과별로 전문의사들은 있습니다. 소화기만 보는 의사, 순환기만 보는 의사. 호흡기만 보는 의사, 감염병만 보는 의사, 성병만 보는 의사...이런 식으로 분야별로 전문의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각각 다른 명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일정한 기간 동안 수련을 받은 전문의들로...사실상의 내과의사들입니다. 우리나라의 내과 의사들은 각종 분야에 대해 일정한 수련을 받고 난 뒤...내과 의사로 배출되지만..이곳 의사들은 여러 분과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고..특정 분야에 관한 수련을 받고 그 분야의 '내과 의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이곳에서 새긴 명함에..."쩨라뻬쁘뜨(general practicer:일반의), 가스뜨로엔떼롤로기야(gastroenterologist:소화기내과의)" 라고 새겼습니다. 이들에게는 한국의 내과 전문의 개념이 없기에..사용한 편법이지요...사실 한국에서는 소화기 내과의가 되려면...내과 전문의가 된 후...다시 2년간의 수련기간을 거쳐 소정의 과정을 통과해야 '소화기 내과의'라고 부릅니다. 하지만...이곳에서는 이렇게 절 소개해야..그들 방식대로 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었습니다.

 아스타나에 올라온지 2개월만에 한국에 요청한 지원 물품이 도착했고...지난 주 진료실을 제대로 꾸밀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제대로 된 약 포장기에 의해 환자들에게 한 번 먹을 양을 포장해서 며칠 분의 약을 줄 수도 있게 되었고.컴퓨터도 갖추어져 의학 자료, 환자 자료 관리등이 용이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약품이 많이 보강되었는데...웬만한 중소병원 내과의가 갖출 정도의 약품은 가지고 있어서..행여나 맞게 될 다양한 질병에 대한 대처가 가능해 졌습니다.

항생제는 아목시실린, 박트림, 시프로베이, 독시사이클린, 에리뜨로마이신 시럽을 갖추고 있고 소화기 약제로는 파모티딘, 시메티딘, 티로파,로페린, 부스코판, 폴리부틴, 멕페란, 스멕타, 비코그린, 듀파락, 알닥톤, 마그네슘 제제가 있고 순환기 약제로는 아테놀롤, 노바스크, 디곡신, 니페디핀, 나이트로글리세린, 라식스, 엘란탄, 발륨, 다이클로지드, 인데놀이 있으며 내분비 약제로는 신디로이드, 안티로이드, 프레드니솔론, 디아미크롱, 글루코파지, 글루코바이가 있고 호흡기 약제로는 뮤코펙트, 비졸본, 테오필린, 러미라, 살부타몰이 있으며 항히스타민제는 액티피드, 지미코, 페니라민, 푸라콩, 히스테미, 콘텍 600 이 있고 진통해열제로는 아세타아미노펜,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카페낙, 케토톱 플라스타가 있고 기타 이미프라민과 디스토시드, 메벤다졸 등의 기생충 약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또 항생제와 진통해열제 주사제와 압력붕대 등이 갖추어져 있습니다.(특정 약명들을 거론할 걸 이해해 주세요..향후 다른 협력의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열거한 것입니다.)

물론 지금도 환자를 보면서 필요한 약들이 생기면 따로 정리해 두고 있고...내년 1월이 되면 다시...그런 약품들을 포함해서 약품만 본부에 신청할 계획입니다. 진료실에 약품이 모자라 환자를 못 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말이죠...

제 진료실 문과 1병원 로비에 "한국에서 온 내과(소화기내과) 의사 진료합니다" 라는 내용의 안내장을 써 붙였고...이 내용을 본 많은 현지인들이 제 진료실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소화기계 증상을 가지고 방문하는 사람들인데..아마도 '소화기 의사'라는 내용을 보고 찾아 오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는 진료를 마치고 약을 받아 나가면서..."신이 도우셨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제가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자신은 이 병 때문에 오랫동안 아팠지만 돈이 없어서 약을 살 수 없어 병원에 오질 못했다가...오늘 혹시나 하는 맘으로 병원에 들렀다가..제가 진료한다는 안내장을 보고 3층까지 올라왔는데...이렇게 약을 구할 수 있게 되어 신께 감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까작인이었고..그의 신은 "알라"입니다. 신이 도우셨다는 얘기를 들은 제 마음은 뿌듯했지만...하나님이 아니라 알라에게 감사하는 걸 보며....이 사람들에게 내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는 걸 알릴 특별한 방법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러시아어로 된 성경 구절이나 성경 달력을 진료실에 건다든지...아니면...조금만 더 러시아어가 되면 러시아어로 기도를 해 준다거나....그래서..좀 더 적극적으로 1병원에서의 저의 의료사역을 펼쳐야 겠습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진료실이라 약간의 실망감도 가졌는데...이제 어디에 내 놔도 자신이 있는 좋은 진료 환경이 갖추어졌습니다.

이런 진료 장비와 약품들을 갖추고 나니...이 곳에 있는 교회들과 연계해서 더욱 활발하게 의료 사역을 펼쳐야 겠다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한국에서의 초기선교 사역이 그랬듯이 이 곳 선교지에서도 의료 사역이 동반되는 선교 사역이 필수적인 건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곳도 다른 선교지와 마찬가지로...지역 사회로 교회가 파고 들어가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의료 사역이 손에 꼽힙니다. 그래서 이곳의 선교사님들중에는 수지침이나 동양 침술 등을 익혀서 주변 사람들에게 베푸는 분도 계십니다. 제가 1병원에서 환자를 보는 것도 이곳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어야 하지만..이곳에서 뿌리를 내리려고 애쓰는 지역 교회로 들어가 그 곳에서 의료 사역을 한다면 선교사들에게도 큰 힘이 되고...우리 하나님도 기뻐하실 거라는 기본적인 생각이 이 일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지금은 1병원을 중심으로 일하고 있고...한 달에 한 번 아스타나 장로교회 목사님과 함께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과 노인들을 찾아가 그들의 필요를 채워 주고 있지만...이렇게 많은 약품과 기자재를 이 곳에 쌓아두고 ...그것에만 그쳐선 안될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스타나 장로교회 목사님께 상의를 드리고..제 의료 사역을 아스타나 장로교회에 국한 시키는 것이 아니라...아스타나에 와 있는 모든 한국인 선교사들의 교회로 확대시키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이곳 아스타나도 마치 한국처럼...교회들간에 협조와 공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하지만 이 곳의 나사렛 성결교회의 박목사님도 제가 그렇게 해 주길 원하고 계셨고..미추리나의 박목사님도 제가 그 곳의 할머니들을 위해 방문하길 원하고 계셨습니다. UBF 사역자인 변선교사님을 돕는 건..지금처럼 계속하면 될 것이고...손목사님의 성결교회도 장로교회와 비슷한 실정이니...장로교회와 유사한 구제 사역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장로교회 목사님께 양해를 구하고...이 지역 내의 교회들을 모두 섬기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이라고 확신하면서 이런 얘기를 담대하게 여러 분들에게 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이번 주 내로 이런 계획들이 구체화 되어서 아스타나의 한국인 사역자가 섬기는 네 군데 교회를 돌아가며 살피면서 의료 사역을 펼칠 계획입니다. 이렇게 된다면..아스타나 내의 한국인 선교사들간에 좋은 유대 관계를 맺는데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지난 주에는 이곳에 있는 외국인들이 진행하고 있는 영어 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필리핀, 캐나다 등지에서 온 젊은 크리스챤(특히 IVF) 들이 중심이 되어 하고 있는 성경공부 모임에 참여해서 한국에서 온 내과 의사가 있음을 소개하고 함께 교제하기로 한 뒤...의료 부분에 필요가 있을 때 찾아와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까작스딴의 서구 선진사회에서 온 외국인들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낮은 의료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음 놓고 약이나 주사를 맞지 못하는 곳입니다..그래서 알마티에서는 소수의 외국인 의사들이 그 수요를 충족시켜 주고 있는데...아스타나는 제가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곳에는 서구나 미국에서 온 의사가 하나도 없으니까요....아마 서구 사회에서 온 선교사들에게도 제가 도울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 호주 선교사님 가정을 방문하기로 했는데..그 가정의 자매님이 간호사 출신입니다. 저와 함께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면..좋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까작스딴 국민이 아닌 사람이 아스타나에서 병원을 찾을 일이 있다면 아마 제 진료실을 찾게 될 것입니다.

이 곳에 온 지 6개월이 되어갑니다. 알마티에서의 2개월 반은 적응기였고...이곳에 올라와서 보낸 1개월 반의 기간도 한국을 방문하는 등...정착을 위한 기간이었습니다.

지난 주부터 진료실이 제대로 가동되고 난 뒤부터는....좀 더 활발하게 이곳에서의 사역을 펼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환경이나 상황들이 또...제가 그렇게 일을 확대하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 아마도..하나님께서 이곳에서 제가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 있도록 인도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진료실에서 환자를 볼 때....이 환자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에 더 신경이 쓰이고..환자의 말을 알아 듣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지만.....전보다 좀 나아진 상황들이 너무 감사합니다.

오는 주일은 추수 감사주일입니다. 한국에서도 11월 세째 주일을 감사주일로 지키지요? 이번 감사 주일에는 참 특별한 감사를 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 까작스딴에서 보낸 6개월..그리고 군의학교에서 보낸 2개월..그리고 바쁘게 뛰어다닌 2개월...늘 감사를 드려야 하지만...까작스딴 땅에서 맞게 되는 감사 주일이라 더 감사가 됩니다.

언제나 저희 가정을 위해 기도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때로는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내게 주어진 소중한 이 시간들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도록 사용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또 이것이 내 힘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때때로 내가 해보려는 욕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 가운데서...겸손하게 이름없이 섬길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무엇보다도 중요한 순간입니다.    2001.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