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이 지난 형민이....

까작스딴의 한인 선교사님들을 모시고 무사히 치뤄진 돌잔치 이후 형민이는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몸무게도 이제 12Kg을 훨씬 넘긴 것 같습니다.

요즘 형민이를 보고 있노라면...태어나서 한 돌이 지난다는 게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다 주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거짓말 같이..돌이 딱 지나고 나니...형민이는 아기 티를 벗어 버리고 장난꾸러기 꼬마처럼 변해가고 있으니까요...물론 아직도 밤에 자는 동안 분유와 이유식을 섞은 젖병을 2-3개씩 먹어 치우지만...활동하는 낮시간동안에는 그런 건 거들떠 보지도 않고 엄마, 아빠가 먹는 음식을 함께 먹습니다.

형민이 식사를 위해 선화는 이것 저것 다 해보지만...형민이 입맛에 맛는 건..된장국이나 불고기 양념..그리고 미역국 같이..짭짤한 간이 들어간 국물에 밥을 말아 주는 겁니다. 오늘도 눈도 오고 추워서 선화가 수제비국을 끓였는데..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수제비국물에 밥을 말아 먹여 줬더니..금방 밥그릇을 비웠습니다. 참 신기하지요....또 김을 아주 좋아합니다. 한국에서 올 때 김을 몇 축 가지고 왔는데..형민이는 그 까만 김을 보면 손을 쭉 뻗어서 달라는 표시를 합니다. 그러면 온 얼굴에 김 칠을 할 때까지 김을 먹어야 만족해 합니다. 바나나도 좋아하는데...일부러 안 먹이려고 숨깁니다. 바나나를 먹으니까..변비 기운이 있는 것 같아서지요...그래도 바나나를 까 주면..한 손에 들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먹는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치즈도 좋아합니다. 이곳 람스토르에는 슬라이스 치즈가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우린 노란색 포장의 치즈를 사서 하루에 꼭 한 개씩 형민이에게 먹입니다. 그 과정은 이렇습니다. 형민이가 또 부엌에 슬그머니 들어와서 찬장을 뒤지고 ...냄비를 바닥에 흩어 놓으면... 선화가 냉장고 문을 열고 형민이에게 슬라이스 치즈 한 장을 주면서 "아빠에게 먹여 달라고 해!" 라고 얘기하지요..이 때 손은 제가 있는 건너편 방 쪽을 가리켜야 합니다. 그러면 형민이는 치즈 한 장을 들고 아빠가 있는 이 쪽 방으로 와서 "어...."하면서 치즈를 제게 건네 줍니다. 그러면 제가 치즈를 싸고 있는 비닐을 벗겨 내고 형민이 입에 한 조각씩 넣어 줍니다. 한 조각 먹고..기분이 좋아서 저기 갔다와서...또 한 조각 먹고..이렇게 형민이는 치즈를 먹습니다.

그래도 참 건강하게 자라는 것 같아 너무 감사합니다. 볼에도 살이 통통하게 붙었고..힘도 세져서..누워 있는 제게 다가와서 얼굴을 툭 치기라도 하면 제법 아픕니다.

10개월 때부터..무거운 물건을 여기 저기 끌고다니는 걸 좋아했었는데...그래서 그런지 팔 힘이 상당합니다. 주일 날이면 격주로 목사님 댁에서 식사를 하는데...형민이가 목사님 집에있는 아령을 양 손에 들고 여기 저기 다니는 바람에 모두 놀란 적이 있습니다. 1Kg짜리 아령이지만...이제 막 돌이 지난 게 그런 걸 들고 다니는 걸 보면....확실히 팔 힘이 센가 봅니다. (참고로 전 팔 힘이 약합니다...턱걸이, 공 멀리 던지기가 취약 종목입니다.)

돌이 지나니까...놀이 패턴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엄마, 아빠 손을 이끌고 와서 여기 저기 다니는 걸 좋아했는데...요즘은 아주 다양해졌습니다.

1) 놀이 형태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은 "딩동댕 유치원" 비디오 보기입니다. 약 10개월 무렵..알마티에서 데이빗 김 목사님 댁 아이들이 보는 솔티 비디오테이프를 틀어 주면 TV 앞에 앉아 꼼짝도 안 하고 본 적이 있긴 했지만...그래도 그 당시에는 TV에서 뭔가가 나와 얘기를 한다고 해도 보통 별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돌이 지날 무렵부터..형민이는 비디오를 보기 시작했고..요즘은 조용한 거실로 선화의 손을 끌고 가서 비디오 기계를 가리키며 비디오를 틀어 달라고 요구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주로 보는 비디오가 "딩동댕 유치원"입니다. 이곳의 손목사님 댁에서 빌린 건데..형민이가 제일 좋아합니다. 분명 말을 알아 듣는 게 아닐 텐데...그 비디오를 참 좋아하고 거기서 나오는 음악에는 손뼉도 치고 발도 구르고 빙글빙글 제자리에서 돌기도 합니다. 최근에 장모님이...너무 어릴 때 TV를 많이 보여 주는 게 좋지 않다는 조언을 선화에게 해 주셔서 비디오 보는 시간도 이틀에 한 번 정도로 조절하고 있지만..여전히 형민이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건...놀이 비디오 입니다. 우린..한국에서 떠날 때 성경 만화 비디오도 가져 왔습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그 비디오를 틀어 주려고 합니다. 하지만...그것 역시 내용을 모르고 그냥 화면에서 반짝 반짝 변화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보는 거겠지요...부모가 된다는 건..주변의 모든 환경이 형민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2) 소리가 나는 장난감입니다. 물론..이런 장난감은 형민이가 제일 먼저 가지고 놀던 장난감 형태이였긴 하지만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리가 나는 놀이용 전화기, 장난감 건반은 형민이가 아주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놀이용 전화기는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한국에서 가져 온 것이고 하나는 한국의 모임(새벽별)에서 보내 준 것입니다. 이 전화기들의 버튼을 누른다든지...밀어서...멜로디가 나오게 한 뒤..발을 구르고 소파에 몸을 기대고 팔짝팔짝 뛰는 걸 보면...이 소리들이 형민이 마음에 드나 봅니다. 이런 걸 보면서..우린 사람이란..원래 음악에 이렇게 반응하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곤 합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본 적이 없어도..형민이 맘 속에서 음악이 들리면 춤 추고 싶은 생각이 드나 봅니다.

3) 좀 아이러니 하지만...장난감 아닌 걸 좋아합니다. 우리 집에는 뒤로 밀었다 놓으면 앞으로 가는 장난감 차도 있고..레고 블록도 있고...소리나는 다른 장난감도 있지만...형민이는 어김없이 제가 여러 가지 작업을 하는 아빠 방에 와서 놉니다. 서랍을 열어서 청진기를 꺼내..강아지처럼 바닥에 끌고 다니며 놀기도 하고..제가 만지작 거리는 마우스가 마음에 드는 지 꼭 안아 달라고 해서 컴퓨터 모니터 앞에 온 뒤...마우스를 만지작 거리며 놉니다. 또..거실보다 부엌에서 놀기 좋아하는 건 돌이 되기 전이나 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아직도 여전히..부엌의 냄비나 솥, 그릇들을 바닥에 깔아 놓고 놉니다. 돌이 되면서 부터 추가된 장소가 있는데..그건  세탁기 앞 입니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게 신기한 가 봅니다. 빨래감들이 뱅글뱅글 도는 안이 내다 보이는 세탁기 앞에서 뭐라고 얘기하면서...그 앞에서 한 참을 놉니다...또 칫솔과 치약, 베이비 로숀, 엄마 화장품 같은 것들을 입에 넣고 노는 건 여전합니다..장난감은 그렇게 찾지도 않고...오직 칫솔, 치약만 눈에 띄면 달라고 손을 뻗는 모습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4) 돌이 지나면서 달라진 것 중 하나는 밖에 나가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요즘 들어...장난감도 별 신통치 않게 여기고..좀 심심해 하는 것 같아 바자르(시장)이나 쇼핑마트 같은 곳에 데리고 가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지나가는 사람은 다 아는 체하고..조그만 꼬마가 있으면..그 옆에 가서 놀아 보려고 난리입니다. 그래서..엄동설한인데도..형민이를 데리고 캄캄한 밤에도 여기 저기를 다닙니다. 사실 우린 별로 가고 싶지 않아도..형민이가 심심해 하기 때문에..외출하기도 합니다. 밤에 형민이랑 나가면 잇점도 있는데..차만 타면 쉽게 잠이 드는 형민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쉽에 잠들기 때문에 밤늦게 까지 잠 재운다고 씨름하지 않아도 되는 점입니다.

 돌이 지나면서 형민이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변화는 우리와 몇 가지 대화가 된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것 몇 마디를 얘기하면 .............

1) "기도 손" 입니다. 밥 먹기 전이나 가정 예배 드릴 때...6-7개월 때부터 "기도 손" 이라고 말하고..두 손을 모으는 걸 가르쳐 줬는데..요즘은 "기도 손"이라고 말하면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읍니다. 처음에 우린 그게 너무 신기해서..."기도 손" 이라고 말하고 기도하고 "아멘" 하고 마치는 걸 여러 번 하기도 했습니다. 형민이가 기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그 발음을 기억하고 있다는 게 너무 기뻤습니다.

2) "아빠에게 주세요...", "엄마 주세요..." 이런 것은 알아 듣습니다. 특히 물건을 손에 쥐어 주고 누구에게 가져가라고 하면...가져다 줍니다. 이건 말귀를 알아들을 수도 있고..그냥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 주는 것일 수도 있는데...이것도 큰 변화 입니다.

3) "안돼..."를 알아 듣습니다. 자라면서..점점 대담하게 위험한 동작을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뜨거운 냄비를 만지려고도 하고..위험한 칼 같은 것을 쥐려고 할 때도 있지요..우린 그 때마다.."안돼..."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다 보니..요즘은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형민이가 하려고 하는 일이 위험하다 싶으면 즉각 멀리서라도 "안돼.."라고 얘기하지요..그러면 이내 그만 두던지..울던지 합니다. 어쨋든 그건 해선 안된다는 걸 알아 듣고 있는 거지요...그래서 요즘은 옷서랍에서 옷 꺼내는 것도 우리가 "안돼.."라고 말하면...그만 둡니다. 사람은 이렇게 만들어져 가는가 봅니다.

4) "뽀뽀.." 란 단어를 압니다. 형민이는 뽀뽀를 잘 합니다. 돌이 지나면서 "뽀뽀..." 라고 얘기하며 형민이에게 입술을 쭉 내밀면 형민이는 "아........."하고 소리를 내면서 입을 동그랗게 벌리고 다가옵니다. 침도 한 두 방울 떨어뜨리면서요.... 찐한 뽀뽀를 원하는 형민입니다.

5) "멍멍이"를 형민이가 압니다. 지난 9월말에 한국 들어가 보니..부민동 저희 집에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진돗개 같은 건데..형민이가 그 개를 아주 인상적으로 봤나 봅니다. 물론 8월 경에 알마티 라큼 교회에서 개를 여러 본 보기는 했지만..그 때마다 울곤 했는데...한국에서 개를 보고 난 뒤로는 개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래서 요즘 보는 형민이 그림책에서 강아지가 나오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엄마..엄마.."하고 불러댑니다. MS office 문서 작업을 할 때 화면 오른쪽 아래에 강아지 한 마리 나타나는 거 아시죠? 형민이는 제가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을 때에도 옆에 와서 화면에 나타난 강아지를 보면서 손가락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안아서 무릎에 앉혀 주면...모니터 속의 그 강아지를 만지작 거리면서 "엄마..엄마..."하고 말합니다. 강아지를 잘 알고 좋아하나 봅니다.

우리 가족의 외출은 늘 형민이를 데리고 다녀야 하기에...다른 손님들과 식사하는 자리에 나가게 되면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닙니다.

첫 아이인 형민이를 냐냐(유모)에게 맡겨 두고 외출하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은 선화이기에..어떤 모임에 가더라도 형민이를 돌봐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왼쪽 사진은 한국식당 즈벡 졸리 입구인데..형민이가 또 커다란 개 한 마리를 보고 약간 놀라면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장면입니다. 까작스딴에는 한국에는 없는 종류까지 해서 아주 많은 개(?)들이 살고 있습니다. 곰 같이 커다란 것에서부터...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 까지..이곳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보다 훨씬 더 개를 좋아하고 귀여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형민이의 강아지 타령은 계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날은 주 까작스딴 한국 대사님이 아스타나를 방문하신 날인데...형민이를 데리고 약속 장소인 즈벡졸리에 왔습니다. 대사님은 알마티에서 9개월 정도 된 형민이를 이미 보신 적이 있으시지만 이제 이렇게 많이 자란 형민이를 보여 드리고 싶기도 했었습니다. 이번에 아스타나에 공무 차 오셨다가..아스타나에 살고 있는 공무원(?)인 저와 신미향 선생님 그리고 이전에 대사관에 근무했던 윤영옥 사모님(변찬석 선교사님의 사모님)과 식사 약속을 하시고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진에서 형민이가 의젓하게 앉아서 놀고 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오른쪽 끝의 정장 차림의 신사 분이 대사님이시고 그 옆이 신미향 선생님(코이카 한국어 단원) 그리고 가운데는 즈벡졸리 사장님...왼쪽이 선화와 형민입니다.

아스타나에 몇 안되는 한국인 모임에 당당하게 참여하는 형민이의 모습이 대견하지요? 이렇게 돌이 지나면서..이곳 저곳 식사 모임에 참여 하면서 바깥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제가 형민이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했더니..선화도 글을 쓰겠다고 하더군요...아래 글은 선화가 적은 것입니다. 엄마인 선화가 형민이를 더 자세하게 관찰하고 있으니까..좀 더 생생한 모습을 전달할 수 있겠지요?

1) 노래를 좋아하는 형민이 : 형민이는 음악을 아주 좋아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에 가면 제일 먼저 음악이 나오는 장난감의 버튼을 누르고 박수5-6번치고.... 손을 모아 오른쪽, 왼쪽 흔들기 몇번..... 그리고 발을 동동구르기 를 합니다. 반드시 순서대로인데 요즘은 한가지 더 늘어서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돌기도 합니다. 딩동댕 유치원 노래를 참 좋아하고 요즘은 오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에도 맞추어 같은 동작을 합니다. "어어어..." 하고 소리를 내면서요.

2) 고집이 생기는 형민이 : 손목사님 댁에는 삼남매가 있는데 막내가 세살짜리 남자아이입니다. 가끔 손목사님 댁에 놀러가는데 그곳에서는 집에서 볼 수 없었던 형민이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누나들은 워낙 형민이를 귀여워해주고 잘 놀아줘서 문제가 없는데 막내인 태희랑은 싸우기도 합니다. 보통은 형민이가 어떤 장난감을 쥐고 있으면 태희가 다가와서 자기 것이라고 달라고 합니다. 형민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태희가 달라고 하니까 뺏기지 않으려고 꽉 쥐고 있습니다. 그러면 태희는 손을 뻗어 뺏을려고 하고 형민이가 내 주지 않자....제 것이라며 울음을 터뜨리지요... 가만히 보고 있던 형민이는 가지고 있던 것을 "휙..." 하고 던져버립니다. 저도 심술이 났다는 거지요. 그냥 조용히 건네주면 될텐데.... 꼭 멀리 던져버립니다.

3) 뭔든지 끌고 다니는 형민이 :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형민이는 뭐든지 손에 쥐고 끌고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수건, 포대기, 심지어는 걸레까지 슬그머니 끌어내려서 끌고 다닙니다. 아주 열심히.... 요즘은 아빠 청진기까지 끌고 다닙니다.

4) 책에 관심을 가지는 형민이 : 이곳 아스타나로 올라고 나서 알마티에서는 꺼내지 않았던 한국에서 가져온 형민이 책들을 꺼냈습니다. 두 셋트인데 하나는 10권짜리 '옹알이 그림책' 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3권짜리 '몽당연필 그림책' 입니다. 모두 형민이의 손에 알맞는 싸이즈이구요. 처음에는 도무지 책의 본질에는 관심이 없더군요. 그저 꺼냈다가 집어넣는 용으로 이용했는데... 돌이 지나고 한 두주쯤 후부터 책을 펴서 읽어 달라는 요구를 합니다. 어딘가를 펼치고 혼자서 중얼거리기도하고.... 아직 다른 것은 모르지만 멍멍이는 확실히 알기 때문에 책에 '개'그림이 나오면 '엄마- 엄마-'하면서 멍멍이를 가르킵니다.

5) 딸랑이의 제 역할 : 한국에 있을 때 친구 희영이가 형민이 선물로 '딸랑이 셋트'를 사 주었습니다. 보통 딸랑이는 6개월이 되면 가지고 노는 제일 첫 장난감이지요. 그런데 그때는 잘 쥐지도 못하고 또 형민이가 별로 관심도 가지지 않았습니다. 손에 쥐어도 입에 갖다대거나 잠시 흔드는게 다였는데...돌 무렵부터 딸랑이를 제대로 가지고 놉니다. 흔드는 것은 흔들고, 돌리는 것은 돌리고.... 그리고 피리처럼 불어서 소리를 내는 것이 있는데 전엔 항상 불어달라고 했는데 어느 순간 스스로 불어서 소리를 냈습니다. "삐이익..." 하고...참 신기했지요.

6) 컵으로 물먹기 : 컵으로 물 먹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흘리기만 했지 제대로 마시지는 못했는데 이것도 돌 무렵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제법 잘 마시고 심지어 혼자 컵을 쥐어서 마실려고 합니다. 이제 젖병보다는 컵에 물을 떠서 마시려고 합니다.

7) "이것 먹을래..." : 형민이의 식사는 보통 각종 야채와 멸치, 새우 가루와 함께 끓인 죽이나 국에 말은 밥이 주식입니다. 여기에 계란 반숙, 닭고기 삶은 것, 가끔은 귀한(?)조기 를 반찬 삼아 먹이는데 밥 먹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우유를 워낙 싫어해서 별 다른 이유단계를 거치지 않고 순조롭게 밥을 먹기 시작한 형민이는 처음엔 주는대로 잘 먹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밥을 뜨면 고개를 흔들면서 "으으으..."합니다. 그러면 포크나 젖가락을 쥐어주지요.(반찬을 뜰 때 사용하는 것) 형민이의 요구는 밥이 아니라 계란을 달라는 겁니다. 가끔은 멀리 김통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어...어..."합니다. 김을 달라는 거지요. 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물통에 물이 없으면 큰 물병을 가르키면서 물을 부어달라고 합니다.

8) "아직도 밤에 세 번이나..." : 보통 돌이 지나면 아기들은 자기 전에 우유를 먹고... 깨면서 먹기 때문에 자는 중에는 우유를 안 먹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형민이는 무려 세번이나 먹습니다. 낮에는 안 먹는대신 밤에 먹으니까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 때문에 밤에 여러 번 깨야합니다. 자다가 몸을 막 뒤척이고 그러다가 찡찡거리면 엄마가 깨서 우유를 주는데 딱 200cc먹고 다시 잠이 듭니다. 한 3시간 간격으로 세번.... 요즘엔 자다가도 "엄마...엄마..." 하면서 울기도 합니다.

9) 형민이의 과제 : 한국에서 그랬지만...아스타나에 올 때까지도 형민이는 천 기저귀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다가 형민이가 걸어다니고 활동이 많아지면서 천 기저귀를 채우는게 힘들어졌습니다. 젖은 기저귀는 무거워져서 축 쳐지고 또 오줌의 양도 많아져서 아주 자주 갈아줘야 했습니다. 바닥이 따뜻하지 않은 곳에서 축축한 것을 차고 있는 게 안 좋을 것 같아서 어느날 부터 종이기저귀만 쓰고 있습니다. 이곳 기저귀는 질은 형편 없고 값만 비싸지만...그래도 할 수 없었습니다. 엄마는 형민이가 잘 걷게 되면서 부터 소변가리기를 시작하겠다면서 우선 '관찰 교육(?)' 부터 시작했습니다. 바로.... 아빠가 '쉬'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형민이는 신기한듯이 고개를 쭉 내밀어서 쳐다보는데.... 곧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갈 겁니다.

10) 뚜껑을 열어달라 : 길쭉한 것들을 좋아하는 것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뚜껑 달린 것들을 아주 좋아합니다. 대표적인 것들이 화장품, 양념통인데 엄마가 하는 것들 가만히 보다가 저도 달라고 합니다. 뚜껑을 닫아서 건네주면 이게 아니라 뚜껑이 열려야 한다는 거라며 뚜껑을 열어 달라고 합니다. 형민이와 엄마의 대부분의 싸움이 이것때문입니다.

제 얘기와 중복되는 것도 있지만...엄마가 형민이를 바라 보는 게 더 정확한 것 같습니다. 엄마의 열심은 아빠가 감동할 정도까지 지극합니다. 모든 엄마가 그렇겠지만...아기를 기른다는 건..누군가의 희생이 반드시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눈이 왔지만..이곳은 비도 자주 오고..또 눈도 자주 오는 곳입니다. 기온이 좀 올라갔다 싶으면 비가 오고..떨어졌다 싶으면 눈이 오는 곳이지요...

그래도 다행인 건...간 밤에 눈이 아무리 많이 와도 2-3시간이면..도로 위의 눈은 깨끗이 치워지기 때문에 자동차 운전에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도로가 아닌 곳에는 늘 눈이 있고...이제 곧 늘 눈이 오게 되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도로 위를 스노우 타이어를 달고 늘 달려야 합니다.

저희 집 거실 창문에서 바라 본 주변 거리의 모습입니다. 바로 앞에 보이는 주차장은 내무성(내무부) 주차장인데..저희 집이 내무성 건물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형민이와 외출하려면...형민이가 추위를 타지 않도록 단단히 옷을 입힌 뒤...미끄러운 얼음 계단을 조심해서 내려와야 합니다.

여기는 눈이 오면..바람 때문에 항상 건물 안까지 눈이 날려 들어오고...사진에서 보듯이 건물 입구의 계단에는 늘 얼음과 눈이 있습니다. 그래서 늘 조심해서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미끄러운 얼음 때문에 사고가 난 적이 없지만..늘 이런 것들에서 하나님이 보호해 주시도록 늘 기도합니다.

형민이의 교회 생활은 아직까지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형민이가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가만히 앉아서 예배를 드리기에는 너무 나부대고 소리를 질러서 주일날마다 선화와 제가 번갈아 가면서 예배가 드려지는 홀 밖에서 형민이와 함께 놀아 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홀 안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 얘기가 들리면 형민이는 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만....아빠나 엄마에 의해서 여러 번 제지를 당하게 됩니다. 그냥 예배 시간 내내 여러 가지 그림이 걸려 있는 미술관 실내에서 놀아야 합니다. 전 아예...제 당번이 되면 형민이를 데리고 맞은 편 마가진(슈퍼마켓)으로 가서 몇 분씩 형민이와 산책하고 옵니다...자꾸 예배 드리는 홀 안으로 들어가려고 울어 대기 때문에 예배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입니다. 빨리 형민이가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때가 이 때인 것 같습니다.

한 달 전부터..아스타나 장로교회의 피아노 반주자로 선화가 섬기고 있습니다. 이곳에선 피아노 전공한 사람도 교회에서 부르는 가스펠 송과 찬송가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해 내지 못하기 때문에..목사님의 요청도 있고 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선화가 주일 날 피아노 반주자로 섬기게 되었습니다. 사실 선화로서도 뭔가 교회에서 한 가지 일을 맡아 섬기고 싶어 했기 때문에 적합한 일이 찾아 온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설교 시간 외에는 늘 제가 형민이를 돌봐야만 합니다....빨리 형민이가 조용히 앉아 예배 드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아스타나 장로교회의 목사님 설교 통역자로는 김 유리 선생님이라는 고려인이 섬기고 있습니다. 그는 이곳 까작스딴의 우스또베라는 곳에서 태어나서 살아왔습니다. 우린 그냥 김선생님이라고 부르지요...

김선생님에게는 예쁜 손녀가 있습니다. 이제 5살 정도 된 아인데..형민이와 아주 잘 놀아 줍니다.

또 형민이도 이 누나가 마음에 드나 봅니다. 한 쪽 손으로 엄마 손을 잡고 나면..나머지 손으로는 다른 사람의 손을 잘 잡지 않는 형민인데도...이 누나 만큼은 마음에 드는지 다른 손으로 잡고서... 함께 미술관 갤러리를 돌아 다니려고 합니다.

둘은 아주 잘 놉니다. 아마..나이 많은(?) 누나가 잘 놀아 주는 탓이겠지만...깔깔거리면서...미술관 내를 휘젓고 다닙니다. 돌이 지나면서 형민이는 또래의 아이들을 찾고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장난감을 가져다 주더라도...손을 잡고 함께 웃고 놀...친구만 못합니다.

그래서 이곳에 한국인 꼬마들이 없는게 너무 아쉽습니다. 아마..알마티에 있었다면..벌써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서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었을 텐데.....형민이에게도 아스타나 생활을 위해 치루어야 할 댓가가 있나 봅니다. 그래도 주일 날 교회에 오면 이 누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기분이 좋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어른들이 그런 말을 하셨습니다. "지금보다..나중에 돌이 지나고 나면 더 예쁘고 귀엽지...." 지금에야 그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돌이 되기 전보다...이제 뭔가 표현을 하고..와서 뭘 요구하고...심심해 하고..다른 놀잇감을 찾으면서 재롱을 피우는 형민이의 모습이 어느 때보다 귀여운 때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긍휼히 여겨 주셔서..형민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아마....형민이가 자라 4살 정도 되어 한국에 들어갈 때쯤이면...형민이를 보는 것 만으로도 까작스딴에서 보낸 지난 세월을 감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1.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