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어는 힘들어.....

 우리가 한국을 떠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습니다. 짧은 세월이 아니지요...여기 까작스딴은 아시다시피 10년전까지 소비에트 연방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러시아어를 사용했었습니다. 1991년 10월 독립을 선포하고...까작인들의 공화국인 까작스딴으로 시작된 후...그제서야 까작인들의 고유한 언어인 까작어를 부활시키고 학교에서 가르치기 시작하고 있지요...

그렇기에...제가 만나 본 많은 까작 사람들이 까작어를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전까지만 해도 까작어는 공용어로 사용되지도 않았고 학교에서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그래서 젊은 까작인들은 아이러니칼하게 까작어를 잘 구사하지 못합니다.

 

 

까작스딴의 언어 정책은 확실합니다. 까작어를 확실히 부상시키겠다는 거지요...지금 까작스딴의 인구 비율은 까작인이 50%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많은 러시아인들이 떠났지만 그래도 여전히 러시아인의 비율이 30%이상을 차지하고 있고...그 외 우크라이나인, 독일인...등 100여개의 소수 민족들이 이 나라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TV를 보더라도...까작어 뉴스가 나오고 같은 내용으로 러시아어 뉴스가 나옵니다. '의사의 날' 행사가 있어서 알마티 시청에 간 적이 있었는데...모든 행사의 진행을 두 개의 언어로 하더군요...남자 진행자가 까작어로 먼저 얘기하고 그 다음 여자 진행자가 러시아어로 다시 그 내용을 반복하면서 식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번거롭더라도 새로운 언어를 다시 공용어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전 까작스딴에서 행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여전히 까작스딴에서는 러시아어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이곳 아스타나에 와서는 그래도 까작어를 많이 듣는 편이지만...그래도 러시아어가 실생활에 더 많이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우린 외국인이기 때문에....

처음 국제협력의사로 선발되어 까작스딴에 오기 전까지 러시아어를 전혀 공부하지 않았었습니다.  지난 글을 보면 아시겠지만.... 오기 한 달전까지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있었지요...그때까지만 해도 전..과테말라로 파견되는 줄 알았었거든요....그래도 막상 까작스딴으로 오게 된다고 했을 때...나름대로 러시아어에 대한 새로운 포부를 가지게 되더군요....

그건 요즘 같은 국제화 시대에 다른 나라의 언어를...그것도 러시아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의 우리 삶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사실 부산만 하더라도 많은 러시아인들이 입항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쉽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형편이고...초량이나 부산역, 국제시장 곳곳에서는 러시아어로 된 간판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이젠 이들과의 교류가 빈번해 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3년 간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까작스딴에서 진료 활동을 펼치고 난 뒤....부산에 있는 외항선교회 같은 러시아권 선원들을 상대하는 단체에서 앞으로 계속 섬겨야겠다는 나름대로의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이곳에 와 보니 러시아어를 배우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 알마티에 도착했을 때..수없이 많은 뜻모를 간판을 보며 의욕을 불태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욕만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실감했지요...

모든 언어가 그렇듯이...바짝 몇 달간 한다고 금방 실력이 느는 건 아니지만....러시아어는 더욱 힘들 게 느껴졌습니다. 러시아어는 세상에서 두 번째로 배우기 어려운 언어라고 합니다. 첫 번째가 아랍어 라는 군요...꼭 그 말을 옮기지 않더라도...러시아어는 너무나 많은 변화들이 포함된 복잡한 언어입니다. 저도 고등학교 때 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었습니다. 그걸 배우면서...'참 독일사람들은 머리 복잡하겠다...명사의 성과 수에 따라 어떻게 저렇게 동사나 형용사 어미들을 다 변화시키나...' 생각했는데....그건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러시아어는 그런 변화는 물론이고...주격 외에도 생격(소유격), 여격, 대격, 조격(도구격), 전치격과 같은 격변화가 있어서 명사 자체가 달라지는 동네였습니다. 명사 뿐 아니라 인칭대명사, 소유대명사 등도 다 6가지의 격변화를 하고 각 격변화에 따라 형용사도 격변화를 하고....일일이 말하기도 힘든 많은 변화들이 러시아어속에 숨어 있었습니다.

게다가...러시아어의 알파벳은 언뜻 보기에는 영어의 알파벳과 비슷해 보이지만...결코 발음이 같지가 않고 .....독특한 모양을 가진 것도 있어서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철자였습니다. 러시아어에는 영어의 S, V, W, U, F, J 같은 철자들이 없습니다. 그리고 H,P,C 같은 철자가 있긴 해도 발음이 영어와 다릅니다. 러시아어의 H는 영어의 N에 해당하고 P는 R에 또 C는 영어의 S에 해당합니다. 러시아어의 B는 영어의 V 발음입니다. 대문자는 그렇다 치더라도..필기체나 소문자를 쓰다 보면...영어와 헤갈려서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뭐라고 쓴 건지 분간을 못할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야말로...기존의 영어 사고에서 일대 변환이 일어나야...러시아가 익숙해 질 수 있는 형편이었지요...

그 외...영어에 없는 발음을 표현하는 알파벳 기호와 한국인이 도저히 발음하기 어려운 몇 가지 철자의 출현은 배우는 사람으로 하여금...의욕을 상실하게 합니다....왜냐하면 아무리 열심히 자기 생각을 현지 사람들에게 얘기한다고 하더라도...상대방이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듣게 되면 입을 열 용기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그 자그마한 발음의 차이가 큰  의미의 차이로 와 닿는 건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나모 웹에디터에는 이런 철자를 표시할 수 가 없네요...위의 알파벳 표를 보시면 대강 짐작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까작스딴에는 많은 한국인들이 들어와 살고 있습니다. 많은 선교사들과 학생, 그리고 개인 사업을 위해 들어온 분들과 한국 기업 관계자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들이 러시아어를 배우는 방법은 대개 2가지인데...하나는 이곳에 있는 까작대학이나 아구대학에 개설되어 있는 외국인을 위한 언어코스(빠드빡)에 등록해서 배우는 것이고 또 하나는 가정교사를 통해 러시아를 배우는 방법입니다.

우린...5월에 왔었고..6개월 과정의 빠드빡에 들어가는 건 어려웠고 가정교사를 통해 러시아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6월 한 달동안은 까작대학의 교수인 애라 선생님에게서 러시아어 철자와 기본 문법을 배웠고 7월 한달 동안은 애라 선생님이 발트해 쪽으로 휴가를 떠나는 바람에 그녀의 친구인 갈리마 선생님을 통해 나머지 문법들과 생활 러시아어들을 익혔습니다. 다행히 그 선생님들은 이 분야에선 많은 경험을 가지신 훌륭한 분들이었습니다.

사진의 왼쪽 사진이 첫 러시아 선생님이셨던 애라 선생님의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이 두 번째 러시아어 선생님이신 갈리마 선생님의 모습입니다. 애라 선생님은 외국인 상대 전문가 답게 천천히 우릴 잘 이해시키려고 노력해 주셨고 오른쪽 갈리마 선생님은 특유의 열성과 익살, 재치 같은 것으로 우리가 재미있게 러시아어를 배울 수 있게 도와 주셨습니다.

두 선생님은 오랫동안 한국인들을 가르쳐 오셨고 그래서 많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우리들에게..자신의 젊을 때 사진을 보여 주면서...마음을 쉽게 열어 주셨고..그 때문에 우린 러시아어에 첫 발을 쉽게 내 딛을 수 있었습니다.

왼쪽 사진은 애라 선생님과 갈리마 선생님의 젊을 때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다들 처녀 때는 패기있고 아름다운 분들이셨더군요...까작대학이라면...알마티 최고의 대학이라고 알려져 있는데(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외국인들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치는 열성이 보기 좋았습니다. 두 분 다 까작인입니다.

갈리마 선생님이 우리에게 선물한 책에 적은 글

하지만 이렇게 좋은 선생님들에게서 러시아어를 배웠지만...우리의 모국어가 한국어인 건 숨길 수 없습니다. 단어 하나 하나가 생소하고...특히 가르치는 러시아어 선생님이 한국어를 한 마디도 못하시는 분들이기에...러시아어 문법에 대해 설명하는 것 자체를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짜증이 난 적도 있었습니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나....'

애라 선생님은 약간의 영어를 구사하시지만 그렇게 도움이 되지는 않고....갈리마 선생님은 영어는 전혀 못하시고...약간의 독일어만 구사하셔서...처음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우리로선 참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고려인이나 한국인 러시아 선생님을 찾으려고 했더니...주변에서 모두들...그렇게 하면 러시아어가 늘지 않는다고 한사코 현지어만 구사하는 사람을 찾으라고 만류하더군요...그렇게 알마티에서의 러시아어 수업  2개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러시아어에 대한 답답함은 더 깊어질 뿐이었습니다.

러시아어는 3년 정도 있어야 제대로 말할 수 있고...현지인처럼 아무런 어려움 없이 말하려면 10년이 걸린다는 누군가의 말도 들려 오고...처음 몇 달 동안의 러시아 배운 게...끝까지 간다는 누군가의 실망스런 얘기도 들리고...이렇게 알마티에서의 러시아어 공부는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정은 아스타나로 올라왔습니다. 아스타나로 올라오면서 우린 러시아어 진보에 대해 나름대로 많은 기대를 하고 올라왔습니다. 왜냐하면...알마티에 있으면..늘 한국 사람들만 접촉하게 되고...따라서 러시아어의 사용 시간이 거의 없어서...생활속에서 러시아어를 익힐 기회가 거의 없는데(LA의 한인타운처럼..)...아스타나는 한국인 사회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그 수도 4-5가정밖에 되지 않아...자연스럽게 러시아어를 많이 접하게 될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습니다. 거의 한국인들간의 만남이 없는 곳에서...전...병원에서 현지인들을 대하고....(물론 한국어를 잘 못하는 통역이라서 더욱 그것이 용이하지만....) 교회에서도...현지인들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교회에서는 러시아어로 찬송을 부르고 예배를 드리고 있고...교회에서 기타 반주를 하는 저로선...교회에서 부르는 러시아어 가스펠송에 제대로 익숙해 지기 위해...이곳의 반주자와 많은 반복을 하고 있어서...더욱 러시아어를 많이 접하게 됩니다. 게다가...며칠 전부터는 러시아인 기타 선생님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전 기타를 교회 찬양하는데 어려움 없을 정도로 사용하지만...워낙 잘 한다는 친구가 있기에...좀 배워 보려고 모시고(?) 있습니다.  게다가 알마티에서는 아리랑 TV라는 한국 위성 방송이 나왔었는데..아스타나는 어떤 케이블 TV도 아리랑 TV를 중계하지 않기 때문에 그 만큼 한국어를 들을 기회도 줄어 들었습니다. 또...아스타나에 와서 첫 한 달동안 이곳의 쉬꼴라(학교)선생님 한 분을 집으로 모셔서 집에서 수업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분이 바로 세 번째 러시아어 선생님이십니다. 이 분은 제가 이곳 1병원에서 일한다고 하자...사진에서 처럼...온갖 약병과 약초들을 가지고 와서...이 약 이름은..저 약 이름은 ...이런 식으로 실제적인 도움을 주셨습니다. 또 병원에서 구사해야 하는 생활 러시아어도 이 분과 함께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할아버지 장례식 때문에 한국에 잠시 들어갔다 온 이후...이 분과 계속 공부하지는 않습니다. 잠시 동안...제가 지금까지 배운 것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함이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너무 머리에 넣는 것만 하고...배웠던 것을 정리하지 못하다가...병원에서 환자가 없을 때 알마티에서 배웠던 것을 복습해 보니...새로 알 게 되는 사실이 너무 많아..잠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단 옛 것을 탄탄하게 한 뒤...새 것을 습득한다는 거지요......

이렇게 지금까지 배운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데에는 한국에서 가지고 온 한국어로 된 러시아어 교재가 아주 유용했습니다. 이 책은 컨테이너를 통해 이곳에 왔기 때문에 8월달이 되어서야 제 손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러시아로만 배웠기에...뭔가 구름 잡는 것 같던 문법 내용들과 중요 사항들을 한국어로 된 책을 통해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되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은 일단 한국어로 된 러시아 회화책 [처음 러시아어] 1,2권을 다 보고 난 다음...새로운 러시아어 선생님을 찾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5개월 동안 현지에서 생활하다 보니..이 책 속에 있는 내용들이 얼마나 머리에 잘 들어오고 이해가 잘 되던지.....왜 언어를 그 나라에서 배우는 게 쉽다고 하는지 금새 알 수 있었지요... [처음 러시사어] 2권을 제대로 떼고 나면 좀 더 러시아어에 자신이 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계속 이곳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살아간다면 말이지요...

러시아어를 배우려고 하면 할수록 느끼는 특이한 사항이 있습니다. 그건...러시아어 공부를 하면 할수록...영어에 친근감이 생기고 영어가 쉽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일단 영어 문법이 러시아처럼 복잡하지 않기에 그렇고....러시아어를 배우기 위해...영어로 된 러시아어 교재를 사용하다 보니...이제 영어가 아주 모국어처럼 반갑게 와 닿고....실제로..우리가 알고 있는 영어 단어와 문법에 관한 지식이 상당하다 보니...그동안 이렇게 많이 배웠던 영어를 그냥 썩이면서 새로운 언어인 러시아어에 매달리는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마저 들게 되었습니다.

물론...러시아어를 배울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인...러시아어 구사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어를 일순위로 익혀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우리가 알고 있는 영어에 대한 지식이 수년간에 걸쳐 쌓은 것이란 사실이 러시아어를 배우면서 더욱 실감나게 되고....게다가 이 까작스딴이라는 나라가...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들에게 상대적으로 아주 우대하는 경향이 있고...젊은이들과 학생들 사이에 영어를 배우는 열풍이 불고 있어서 이곳에서 영어 특히 생활영어를 다듬고 싶은 마음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이곳에 살면서 느끼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러시아어 단어와 문법 내용이 영어에 비해 아주 하찮은 정도의 양이지만....이제는 갑작스럽게 미국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갑작스럽게 러시아 사람을 만나는 게 편하게 느낄 정도가 될 정도로...어느 정도의 의사 소통은 이루어 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왔습니다. 결국...생활 영어를 잘 구사하려면...영어를 자주 사용하는 환경에 있어야만 한다는 거지요...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영어 실력을 쌓기 위해선...누군가와 계속 영어로 얘기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마침 이곳 까작인들 가운데서도 영어를 잘 구사하는 사람들이 있었고...실제 제 기타 선생님의 경우...3년전부터 이곳에 들어온 IVF 소속의 카나다, 필리핀 선교사들과 매주 모임을 하고 있어서 발음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리고 젊은 친구라 얘기하기도 참 편합니다.

그래서...러시아어의 높은 파도 속에서 영어를 잃어 버리지 않으려고 우리 부부는 영어 학원에 등록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한국보다 수준이 낮고 native speaker도 없지만....이곳에서 서툴지만 서로 서로 꾸준히 영어로 얘기하는 연습을 하는게 장기적으로도 유익할 것 같아서입니다. 그래서 전 월,수,금 오후에 1시간 반, 선화는 화,목,토 저녁에 1시간 반...."Elite"영어 학원을 방문합니다. 아스타나 최고의 영어 학원이 바로 저희 집 앞에 있거든요....

영어 학원 이야기나 이곳의 외국인 선교사들의 얘기는 다음 기회에 하도록 하지요.... 

러시아 알파벳을 보고 있는 선화(처음 까작스딴에 도착했을 때, 제투스 호텔)

이렇게 우리의 러시아어 공부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이곳의 언어를 익혀야 하고...그러기에 러시아어는 절대절명의 목표인 셈입니다.

교회에 가서..이곳 사람들과 크리스챤으로서의 비젼을 나누려고 해도 말이 통해야 하고...교제를 하려고 해도 말이 통해야 합니다. 자동차를 몰고 다니려고 해도 말이 통해야 하고.....모든 게 러시아어에 달렸습니다.

또 그 와중에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자원인 영어를 다듬는 일을 병행하고 있음을 말씀드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어를 그렇게 열심히 해서 뭐하느냐는 질문을 하곤 합니다. 그 때마다 전...늘 부산의 러시아인 선원 얘기와 외항 선교회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서..제 마음속에서 그런 소망들을 키워 갑니다. 또...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준비될 거라는 기대를 가져 봅니다. 아마...제가 다시 한국에서 일할 때쯤 되면 또 다른 곳에서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의사를 찾을지도 모르지요....그 때를 준비하는 맘으로 하나씩 배워가려고 합니다. 요즘은 특히 러시아어 찬송과 가스펠송을 배우면서 많은 단어들을 익힙니다...다행스럽게 교회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어들을 먼저 배우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야 빨리 교회 내에서의 교제가 자유로울 테니까요....

이곳에 저희 가정과 함께 오신 코이카 신미향 선생님은 지난 1년간 알마티에서 러시아어를 접한 양보다 지난 1달간 아스타나에서 접한 내용이 더 많다고 얘기하면서....러시아어에 대한 다부진 결의를 보이고 계십니다.

선화는 더 많은 어려움 속에서 러시아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형민이가 엄마를 떨어지려고 하질 않아...두 번째 러시아어 가정교사부터는 제대로 배우질 못했습니다. 어린 형민이를 떼놓고 공부하기가 쉬운 게 아닌 건 잘 아시겠지요....그래서 지금 선화는 병원 생활을 하는 저보다는 러시아어 어휘력이 짧습니다. 또...형민이 때문에 조용히 배운 것을 복습할 수 있는 시간도 잘 없습니다.

그저...함께 지내는 러시아인 냐냐 "마샤"와 이것저것 얘기하면서 배우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형민이가 좀 더 자라면 선화도 더 열심히 러시아어를 배우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곳에 오기 전에 서로가 가진 희망을 나눴었는데...선화의 경우...새로운 언어인 러시아어에 대한 욕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선화는 외국어를 참 좋아합니다. 한국에서도 병원 생활하면서도 일본어 학원을 꾸준히 다녔었고....영어 학원도 꽤 오래 다녔습니다. 또 선화는 학생때 하와이도 갔다 왔기에 저 보다 외국 경험이 더 많지요...아마 선화가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 러시아어를 배우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이곳 아스타나에서 러시아어 습득 속도는 빠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곳 영어학원을 등록할 때 이곳 학원 관계자가 우리 부부의 영어 능력을 체크해 본다며 영어로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내용을 듣더니...선화는 10단계 중 8단계에 배치 시키고 전 5-6단계 쯤 되겠다고 얘기하더군요...아마도...선화는 그 동안 오랫동안 영어 학원을 다니며 꾸준히 영어 발음이나 회화 능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언어 능력이 러시아어에서도 발휘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으로 살면서...언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매 순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교회와 병원 그리고 가정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하나님의 백성의 모습을 보여 주는데 현지 언어의 구사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까작스딴에 온 지 5개월.....아스타나에 온지 2개월...우리들의 러시아어 공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2001.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