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결혼 이야기(our story) 2000.12.14-2001.1.16
메인 화면의 "메리 크리스마스 사진"에 얽힌 이야기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0/12/14 오전 12:58:05
이번 주부터 저희 홈의 첫 화면에 새로운 그림을 올려 두고 있습니다. 흰 천을 배경으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영문자가 붙어 있고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서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는 저희 가족의 모습이지요..
홈의 메인을 바꾼지는 몇 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날씨는 점점 추워지는데...이른 봄에 찍은 사진으로 채워져 있는 메인 화면이 너무 춥다는 느낌이 들어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사진은 또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바로 저희들이 만들어 부칠 성탄 카드의 표지 그림으로 사용될 사진이라는 점입니다. 카드를 새로 사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예쁜 색종이에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나는 우리 가족 사진"을 붙이고 사연을 적기로 한 것이죠.....
이번 프로젝트도 자기 전에 잠자리에서 결정되었고...이 사진을 촬영한 시간은...제가 출근하기 직전 시간입니다. 일어나자 말자...햇빛이 비치는 베란다 창문을 신문지로 막았습니다. 왜냐구요? 성탄 트리의 불빛이 잘 안 보일 것 같아서지요...그리고 웬지 밤 분위기가 나야 좋을 것 같아서입니다. 그리고 그저께 새로 산 형광 색지에 아침에 Merry CHRISTMAS라는 단어를 써서 오렸지요...메리는 소문자로 크리스마스는 대문자로...엉겁결에 쓰고 말았지만...
삼발이를 가진 카메라를 세워 두고...카메라 앵글에 글자와 크리스마스 트리가 다 안 들어와...트리를 피아노 의자 위에 올리고...하필 그 시간에 울어대는 형민이를 달래가며....넥타이에 양복을 입고..선화는 모자까지 쓰고...찍은 사진입니다. 형민이가 맞는 첫번째 크리스마스...부부가 되어 함께 맞는 두번째 크리스마스...
이렇게 두번째 크리스마스는 준비되고 있습니다.
I wish you a merry christmas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0/12/16 오후 11:20:20
지금 컴퓨터에서는 성훈이 오빠와 저의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Ray Boltz의 음반에 대한 글을 쓴 그저께부터 이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전 사실 컴맹입니다. 물론 넷맹은 아니어서 여기저기 넷서핑을 하고 다니지만 실제 컴퓨터에 대해서는 거의 모릅니다.
이번처럼 성훈이 오빠가 뭔가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면.... 전 한 이틀은 혼자 잠자리에 들게 됩니다. 새벽녁 성훈이 오빠가 안방에 들어오면서 밤새 한 작업에 대해 또록또록한 목소리로 이야기해주면 전 비몽사몽으로 응답을 하고 다시 잠이 듭니다. 전 오빠의 이런 집착을 잘 압니다. 우리 홈을 들어오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알아챘을꺼에요. 전 그저 오빠가 완성해 놓은 일에 기뻐할 뿐이지요....
그러나.... 저도 한 몫 한답니다. 오빠가 photoshop에서 작업을 하면 좋은 색을 고르는데 결정적인 조언을 하지요.... 그리고 오빠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퍼붓습니다..... 그럼 오빠는 아주 만족해 한답니다. 지금도 성훈이 오빠는 'I wish you a merry christmas'를 부르면서 "내 잘 했제?"하고 물어봅니다. 그럼 전 또 "진짜 대단하네요. 나는 엄두도 못내는데.... 컴맹이거든요. 그리고 우리 목소리가 나오니까, 오빠 너무 좋아요..."
앞으로 이 홈에 여러 노래들을 올릴 계획입니다. 물론 오빠가 이루어 놓은 성과의 덕택으로.... 형민이 소리도, 그리고 우리의 찬양소리도...
'오늘은 내가 풀로 서비스 할께...'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0/12/17 오후 10:49:46
주일 아침..... 형민이의 존재는 외출하려는 우리를 매우 바쁘게 합니다. 그래서 요즘들어 11시 예배에 거의 10시 50분이 되어야 교회당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좀 일찍 가보자고 마음먹고 두 남자가 깊은 잠에 빠져있는 아침.... 살며시 일어나 화장도 하고 형민이 우유가방도 챙겨두었습니다.
그런데도.... 형민이가 협조를 안하는 바람에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도착하게 되었지요.... 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인지 몹시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잠시 간식을 먹고 따뜻한 방에 누웠습니다. 형민이는 오빠가 맡아 보기로 하구요. 거기다가 오늘 저녁 식사는 오빠가 준비하기로 했거든요...한시간 반쯤 잔 것 같습니다. 기분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형민이를 안고 있는동안 오빠가 식사준비를 했습니다. 다 될 때까지 보지 말라는 오빠의 말에 전 형민이를 목욕시켰습니다. 드디어..... 식사가 준비되고..... 아! 보기도 좋고 냄새도 좋은 볶음밥이었습니다. 고기, 햄, 달걀, 김치, 그리고 남은 시금치 나물을 넣어서 고실고실하게 볶은 맛있는 밥이었습니다. 연신.... 감탄을 하면서 밥을 먹고, 다음에도 또 해줄꺼라는 확답을 받아두었습니다.
오늘은 full로 서비스 하겠다는 오빠는 설거지에 형민이 우유병까지 소독했습니다. 무지무지 고마웠습니다. 오빠가 한번씩 이렇게 해주면 전 더 잘해줘야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멋진 남자와 결혼했지요.
여우와 신 포도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0/12/17 오후 10:59:25
지난 목요일..저희 부부는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로 계획했습니다. 늘 공부에 찌들려 있는 저도...이 날은 선화와 함께 외식도 하고...영화도 보러 갈 생각이었지요..저희 홈 자료실에 제가 올린 '선화와 본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저희는 그렇게 열심히 영화를 보는 커플은 아닙니다. 물론 형민이가 생기기 전부터 그렇지요..
이 날은 영훈이도 불러 냈습니다. 선화가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영훈이는 올해로 서부산교회 전도사일을 그만두고새로운 계획으로 2001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격려차 우린..일식집에 가서..8000원짜리(비싸다..) 저녁을 먹었습니다.
영훈이가 돌아간 뒤..저희 부부는 예정대로 남포동 극장가로 향했지요..둘이만 쌀쌀한 밤공기를 가르며 걸어 가노라니..연애 때 생각도 나고..좋았습니다. 우린 017 iclub card가 있습니다. 부산 극장에 제시하면 두 사람에 한해 1500원을 할인해 주는 카드지요...우린 좋은 영화가 있으면 보기로 하고 극장 간판을 둘러 보았습니다. 그런데...다 별로인 것 같더라구요..부산극장,대영극장을 둘러 보고...나 오다가 시네시티에 일본영화인 '웰컴 투 맥도날드' 란 영화가 괜찮게 보여...이왕 나왔는데..하면서 영화관으로 올라갔습니다.
어..017 카드로 할인이 가능하더라구요...그런데..표를 끊으려고 지갑속에 017카드를 찾던 전...카드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이게 어디 갔지? 매표소 앞에서 선화와 전..망설였습니다. 오랜만에 나왔는데 그냥 1500원 더 주고 영화를 볼까.....그러길 몇 십초...우린 그냥 영화관을 나오고 말았습니다. "뭐..비디오로 보지....춤추는 대수사선..이 재미있다더라..." 그러면서요...
우린 영화골목을 빠져 나오면서..형민이의 양육에 필요한 육아도서를 찾으러 문우당서점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곤 얘기했지요.."그 영화 별로 재미없을거야? 그치...." "맞아요..잘한 거 같아요..." 마치 신포도였을 거라며..혀를 차며 돌아서는 여우처럼..우린 그날 밤 남포동 밤거리를 돌아 다녔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육아도서도 못 샀습니다. 왜냐구요? 몇 가지 책을 훝어봤는데..인터넷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지식정도더라구요...우린 그냥 나왔지요.."오빠..이 정도 책이라면 돈 주고 사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또 하나의 신포도를 보고 돌아서는 여우 두 마리가 되었습니다.
오늘 서울 갑니다.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0/12/21 오전 2:29:39
벌써 시험 치냐구요...그건 아니구요..12월 23일 하루 동안 서울 중앙 병원에서 대한 내과학회에서 주관하는 4년차 연수강좌가 있습니다. 전문의시험을 준비하는 4년차 대상인지라...참석 안 할 수는 없어서 올라갑니다. 벌써 시험문제는 출제되었을 텐데...그래도 가르쳐 주겠다는데 거부한다면 배우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죠...입회비도 없거든요...
오늘 저녁 8시 비행기로 올라갔다가 내일 저녁 8시 비행기로 내려옵니다. 이렇게 연수강좌에 다니다 보면 확실히 서울 사람들이 교통비를 절약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건 부산에서 잘 안 하니까요...잘 다녀 올께요...선화가 이 홈을 잘 지키겠지요..ps)원택아, 베이스 기타 빌려줘서 고맙다..태성아...으...미안하다..오늘 꼭 갈께...
그 모습 그대로....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0/12/22 오후 12:49:01
어제는 성훈이 오빠는 서울 학회일로 올라가고 형민이는 할머니집에 가고.... 저 혼자 학장동 집에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없는 집은 아주 허전했지만 오래간만에 가지는 여유로움.... 참 좋았습니다.
어제 저녁에 친구인 희영이를 만났습니다. 희영이는 백병원 신생아실 간호사입니다. 아직 미혼이구요. 딸 넷에 막내인 희영이는 아주 밝고 명랑한 아이입니다. 탤런트 채림을 보면 희영이가 늘 생각납니다. 느낌이 아주 비슷하구요. 특히 웃는 모습이 비슷하거든요.
서면 찻집에서 오래간만에 수다를 떨었습니다. 병원에서 있었던 일, 내년에 어학연수 떠날 이야기, 그리고 그간에 데이트 했던 남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전 형민이와 성훈이 오빠의 소식을 전하고 결혼한 여자가 겪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희영이의 언니 셋이 모두 결혼을 했고, 지금 큰 언니 집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희영이가 본 언니들의 경험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나가다가 대학 동기인 은아를 만났습니다. 은아는 지난 달에 결혼을 했지요. 남편이 경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관계로 주말부부 랍니다. 신혼집을 차릴려니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몰라서 아직 친정에 눌러 있다더군요. 모두 그대로 입니다. 옷입는 스타일, 말투, 관심의 방향.... 단지 나이가 든 표가 난다는 것밖에....
다음에 만나면 우리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만날까요. 아마.... 여전할 것 같습니다. 오늘과 같은 주제들로 한참 떠들겠지요....
크리스마스를 즈음한 여러 가지 일들...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0/12/24 오후 11:42:25
1.서울 중앙병원 연수강좌에 다녀 왔습니다. 중앙병원에는 처음 갔는데..우리 나라 굴지의 병원답게 안 갖춘게 없는 병원이더군요..저희 4년차 선생님들 중 군에 안 가시는 5명중 2명이 내년에는 서울로 갑니다. 여의도 성모병원과 중앙병원이지요...글쎄요...그런데..전...우리 나라 최고의 의료진들 속에서 경쟁하듯이 살아갈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의료인으로서의 저의 삶이 저의 모든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제가 할 일중 하나가 의료인으로서의 길이라는 생각이 더 강한 편이지요...어쨋든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공항까지 1시간 10분동안 지하철 탄 것 빼고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2. 23일 저녁 ...내과 4년차 부부동반 회식이 있었습니다. 함께 중국집에서 모임을 가졌는데...모두들 한 살 남짓된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더군요..아기들만 6-7명 되는데..정신이 없었습니다. 식사 시간 도중 주로 아버지들이 아기를 안고 아내들은 식사를 편하게 하는 분위기였는데..모두들 서로를 슬쩍 보면서...'과연 집에서도 저렇게 아내를 배려해 줄까?'하고 궁금해 하는 눈치였습니다.
3. 올해는 8년째 계속되는 나의 고백 나의 노래가 저희 교회에서 있습니다. 친구 원택이에게서 베이스 기타를 빌려서 토요일 저녁..잠깐 다른 악기와 맞춰 보았습니다. 전에 제가 가진 베이스 기타에 비해선 가격도 비싼 기타였고 소리도 참 좋았습니다. 사실 저희 교회에서는 베이스 기타를 사용할 여건이 못됩니다. 리더 기타를 맡을 사람이 없거든요...하지만 이번에 색다른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원택이에게 부탁해서 빌렸는데요...너무 소리가 좋았습니다. 언젠가는 베이스기타도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손이 몇 개가 되야 하고 싶은 악기를 다 다룰 수 있을까요.....
*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동안에 있었던 일은 곧 마음의 글에 올리겠습니다.
형민이가 착해졌습니다.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0/12/30 오전 8:33:27
제가 툭하면...형민이가 많이 울고 보챈다고 글을 여러 번 올렸었는데요...요즘 형민이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젠 이유를 알 수 없는 울음은 거의 없어졌을 정도니까요...형민이가 우는 때는 대부분 잠이 들려고 할 때입니다. 이젠 가만히 베개를 받쳐서 눕혀 놓으면 팔,다리를 흔들면서 혼자 잘 놀고....옹아리도 많이 해서 별 해괴한 소리를 혼자서 다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화와 절 좀 알아보는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멀리서 가까이 다가오면 웃고...다른 사람의 품에 안겨 있어도 고개를 돌려 물끄러미 날 쳐다볼 때가 많아졌으니까요.형민이는 요즘 양 볼이 빨갛게 변하고 피부가 거칠어졌습니다. 양손을 자주 볼에 비비는데 요즘은 힘이 세져서 그런지 피부가 좀 상했습니다. 선화가 오일도 발라주고 크림도 발라주는데도 여전히 그렇다는 군요...형민이 얼굴이 발그스레 변하고 거칠어져 있으니까 별로 마음이 안 좋네요...형민이 피부가 다시 곱게 돌아와야 할 텐데요...추운 겨울에 피부 관리가 절실합니다.
어제는 뇌경색으로 동의의료원에 입원해 계시는 장로님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저도 할아버지의 입원 사건을 경험해 봤기에 얼마나 경황이 없으신지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부디 장로님이 별 후유증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이 12월 30일이군요..지금 출근하기 전 시간입니다. 형민이를 좀 안고 있다가 생각이 나서 몇 자 적는 겁니다. 2000년...아쉽기도 한 한 해였지만...훌훌 떨쳐 버리고 새해를 자신있게 맞아 봅시다. 2001년도 하나님의 은혜가 저와 여러분의 가정에 머물기를 기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형민이와의 힘든 하루....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0/12/30 오후 10:38:33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형민이는 제 등에 업혀 있습니다. 곤히 잠들어있지요. 새근새근 숨쉬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늘은 무척 힘든 날이었습니다. '형민이에게 새로운 분유 먹이기 작전'이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형민이는 요즘 3,4일에 한번씩 변을 봅니다. 변을 볼 때는 '잉~'하고 용을 쓰면서 보고 변도 약간 푸른빛으로 되게 나옵니다. 이런 이야기를 신생아실에서 근무하는 희영이에게 했더니, 씨밀락이라는 분유를 먹인 아이들은 대부분 변을 잘 보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희영이가 다니는 백병원에는 매일 맘마밀과 남양 아기사랑 수를 아기들에게 먹이고 있었는데 최근 씨밀락이라는 미국 수입품 판촉이 들어와 그것도 쓰고 있답니다. 신생아실의 아기들에게는 그냥 무작위로 분유를 선택해서 먹이는데 씨밀락을 먹는 아기들은 모두 변도 잘 보고 색깔도 좋다는 겁니다. 그리고 설명하는 사람이 와서는 가장 모유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런 이야기는 어느 회사에서나 하는 이야기 아닐까요?)
어쨌든... 어제부터 씨밀락 먹이기에 들어갔습니다. 밤동안에 두번은 잠결이어서인 지 100cc씩 뚝딱 먹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는 자주 보채면서 우유를 물려도 먹지 않고 자꾸 뱉어 내는 것입니다. 10,20cc정도 먹고는 안먹으려하고, 저녁엔 아예 젖꼭지를 물려고 하지를 않았습니다. 숫가락으로 떠 먹이기도 하고 물을 자주 먹이기도 하고.... 그래도 계속 먹기를 거부했습니다.
아무래도 분유때문인 것 같아서 먹고 있던 분유를 탔는데 그것 역시 거부하더군요. 아예 젖꼭지를 물려하지 않으니까.... 잠투정이 섞여 막 울 땐.... 저도 눈물이 났습니다. "형민아! 왜 그래... 이건 먹던 건데 빨아야지.... "" 예민한 아기에게 무작정 분유를 바꾸는 게 아니었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힘도들고.... 아무도 없는 집에 형민이의 울음소리만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나도 엉엉 울었습니다.
형민이는 곧 잠들었습니다. 잠시 깨서 우유30cc정도 먹고 다시 잡니다. 형민이가 힘들어 하니까 나도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형민이에겐 너무나 적응하기 힘든 일이었나봅니다. 곤히 잠든 형민이에게 미안하네요.
해운대에서 본 2001년 1월 1일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1/01/03 오후 11:40:43
올 해도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면서 새해를 맞았습니다. 송구영신예배가 시작된 지는 20여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일각에서는 송구영신예배의 성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개혁교회에서 꼭 해야하는 행사냐는 물음이 있지만...좋은 쪽으로 생각해서...2001년의 첫 시간을 하나님께 드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저희 집은 옛날부터 신정에 세배를 드리고 새해 행사를 하게 되지요...몸이 불편하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올해에는 세배를 받지 않으시고(몸이 불편한 분께는 세배를 안 올린다는군요...) 해운대 조선비치호텔에서 새해를 맞기로 하셨습니다.
그래서...선화와 전...2001년 1월 1일을 해운대 바다를 보며 맞을 수 있었습니다. 포항에서 살고 있는 시집간 여동생 주훈이도 왔고...오랜만에 삼남매가 모여 할아버지를 모시고 정겨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1월 1일 송구영신예배를 마치고 많은 교인들이 조선비치같은 호텔로 와서...아침 식사도 하고 해돋이도 본다는 군요...이런 날은 아침식사가 1만 5천원 정도로 호텔에서 제공한다고 합니다. 해운대로 간 게 9시가 훨씬 넘어서였지만...해운대에서 빠져 나오는 차의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 있더군요..
할아버지는 다리에 힘이 없으셔서 앉았다 일어서는 걸 잘 못하셨습니다. 할아버지를 볼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형민이와 할아버지가 함께 나오는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형민이가 증조 할아버지를 기억할까요?
할아버지를 모시고 온 가족이 점심 식사를 조선비치에서 했습니다.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주훈이 부부와 얘기하는 것도 즐거웠고...잠에 취해 자고 있는 형민이를 한 손으로 앉고 식사하시는 아버지도 기분 좋아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오늘 4대가 모여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언제나 처럼...지금 부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만족하며...새해를 맞았습니다.
성훈이 오빠가 떠났습니다...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1/05 오후 1:14:00
아침 6시에 깼습니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보긴 정말 오래간만인데.... 밖은 아직 캄캄하더군요. 따뜻한 물을 틀어놓고 오빠를 깨웠습니다. 떠나기 전에 따뜻한 밥과 오빠가 좋아하는 시래기 된장국을 끓이려고 준비했는데 다같이 모여서 식사한다고 준비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대신 사과쥬스를 갈았습니다.
6시 40분.... 싸늘한 새벽 바람을 가르며 오빠가 나갔습니다. 베란다에서 오빠가 차에 가방을 싣고 시동을 거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이렇게 오래동안 떨어져 있기는 처음입니다. 왠지 쓸쓸하네요. 오빠가 어제 쓴 마음의 글을 읽노라면 눈물마저 나려고 합니다. "여보! 잘 다녀오세요. 건강에 유의하고.... 시험까지 최선을 다하고 조급해 하지 마세요. 매일매일 기도할께요."
승익이 오빠, 지선이 언니 행복하세요!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1/06 오후 11:07:24
오늘 대구에서 있었던 승익이 오빠, 지선이 언니의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1시 새마을 호로 출발했습니다. 함께 한 사람들은 저와 기욱이, 은정이 언니, 지호, 환지, 병재오빠, 재현이 오빠였습니다. 태성이와 승환이는 임병사람들과 함께 탔구요.기차에서 기욱이랑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기욱이의 신혼생활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구요.... 같은 '유부녀'라서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예식이 있었던 대구 동부교회는 겉으로 봐서도 아주 큰 교회당이었습니다. 담임 목사님은 김석태 목사님이셨는데 기욱이와 은정이 언니는 이 목사님의 재치있는 설교에 아주 반해있더군요. 주례 중에도 재미있는 말로 식장에 웃음꽃이 피게 하섰습니다.지선이 언니는 아주 이뻤습니다. 자그마한 얼굴과 빼빼한 몸이 키 큰 승익이 오빠와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두 사람은 아주 행복한 지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더군요.
그리고 뜻밖의 반가운 분..... 신권이 오빠가 약혼식을 마치고 자매와 함께 오섰습니다. 오늘도 동생 신정 형제를 데리구요... 그리고 재호도 결혼할 자매를 대동하고 나타났습니다. 이 두 커플의 특징은 어쩜 그렇게 서로 닮았는지요? 신권이 오빠와 언니는 동그란 얼굴과 차분한 이미지가 정말 닮았구요, 재호의 자매는 발랄하고 귀여운게 재호와 너무나 어울렸습니다. 그리고 코가 닮았다고 모두들 이야기 했습니다.
늦게나마 멀리 서울에서 대욱이가 내려왔습니다. 식도 못보고 신랑신부도 못보고 함께 부산에 내려와야했지만 그 마음이 얼마나 기특한지...행복한 사람들과 만나니 저도 참 행복했습니다. 4년차 선배님들이 서울에 계셔서 오시지 못한 게 서운했지만요. 승익이 오빠, 지선이 언니 행복하세요!
비오는 날에...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1/09 오후 3:25:15
비가 옵니다. 겨울비치고는 꽤 많이 오는군요. 낮인데도 집안이 어두워 불을 켜야합니다. 이런 날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지금 서울에 있습니다. 비 대신에 눈을 보고 있겠지요.덕분에 형민이도 아주 잘 잡니다. 차분한 분위기와 약간 어두운 실내, 포근한 기온이 형민이를 아주 편안하게 하는가 봅니다.
그녀석.... 요즘들어 더욱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안아줄 때.... 전에는 형민이 가슴을 내 몸에 꼭 붙여서 안아주는 걸 좋아했는데 요즘은 뒤로해서 마치 앉아있는 것 처럼해주는 걸 좋아합니다. 그 자세에서 버둥거리며 놀고, 이것저것 구경하곤 합니다.
어제는 처음으로 뒤집기를 했답니다. '아니.. 벌써?' 라고 놀라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완전한 뒤집기는 아니구요, 어쩌다 보니... 베게에 상체를 올려서 눕혀놨더니 손을 입에 넣을려고 몸을 한쪽으로 기울이면서 놀더군요.(이때는 마치 자기 꼬리를 물려고 뱅글뱅글 도는 강아지 같답니다.) 그런데 점차 몸이 빙그르르 돌아가 뒤집어졌지 뭐예요.... 자기도 놀랐는지 한참을 가만히 있었습니다. 빨리 제대로 된 뒤집기를 보고 싶습니다.
성훈이 오빠는 공부하느라 많이 피곤한가봅니다. 오늘 아침에 눈이 많이 아팠다는 이야기를 해 왔습니다. 성훈이 오빠는 피곤하거나 감기 증상이 있으면 눈과 머리에 첫 신호가 옵니다. 심한 안구통과 두통.... 그럴때는 얼굴이 노랗게 되면서 열이 나기도 합니다. 집중력이 대단한 오빠.... 아마 몇일째 계속 책을 보는데 눈을 많이 사용했나봅니다. 좀 걱정이 됩니다. 펜잘을 먹었다고 하는데 빨리 깨운해 졌으면 좋겠습니다.
모레는 제가 서울로 올라가려고 합니다. 1차시험을 마친 성훈이 오빠를 위로방문하기위해서지요.... 저나 오빠나 그 날이 무척 기다려집니다.
내일은 성훈이 오빠가 시험치는 날입니다.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1/10 오후 11:42:08
서울엔 무척 춥다는데..... 때마침 시험의 기간이네요. 성훈이 오빠는 내일 10시부터 시험을 치릅니다. 전화로 들은 오빠 목소리는 밝고 차분했어요. 합격율은 높다지만 역시 시험은 시험이니까 긴장이 되겠지요. 그리고 저는 내일 11시 비행기로 서울에 올라갑니다. 비행기도 타고 오빠도 만날 생각을 하니 무척 기다려지네요. 아버님이 커피 마시라고 용돈도 주셨습니다. 물론 아침 일찍 일어나 기도로 힘을 실어줘야지요.
성훈이 오빠, 그리고 현국, 원택, 익진이 오빠 모두모두 힘내세요. 화이팅!
성훈이 오빠를 보고 왔습니다.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1/15 오전 11:32:09
오늘 아침 영하 9도라고 하던데요..... 토요일에 온 눈이 아직 남아있는 걸 보면 역시 춥긴 추운가 봅니다. 지난 목,금에 걸쳐 서울에 다녀뫘습니다. 1차시험을 마친 성훈이 오빠를 만나기 위해서지요.
아침 10시 30분 비행기로 부산을 출발했습니다. 비행기를 탈 때면 언제나 가벼운 흥분으로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비행은 수단이 아니고 또 하나의 목적이다' 제가 늘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오빠는 곧 비행기에서 아침, 점심 다 먹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이야기 합니다. 후후..... 언제쯤이나 실현될까요?
1시경 오빠의 숙소인 르네상스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역삼동 테헤란로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벤쳐 밸리라고 하는 동네에 있어서인지 호텔안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성훈이 오빠와 상봉을 했습니다. 시험을 마치고 약간은 지친 얼굴이었는데도 환하게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시험이 탈족했다더군요.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많이 나왔나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오빠의 방으로 올라갔습니다. 정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오빠의 책상에 필기도구들이 가득 널려 있었습니다. 마음이 얼마나 바빴으며 그랬을까......
그래도 시험은 시험..... 약간은 씁쓸해도 돌아서면 후련한게 시험인데....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일정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오빠가 맛있게 먹었다는 냉이가 들어 있는 된장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리고 호텔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충현교회에 갔지요. 회색 화강함으로 된 고딕식 건물....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예배당 안에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문이 굳게 닫혀있어서 그러질 못했습니다. 좀 아쉬웠어요. 닫혀있는 교회..... 서부산교회처럼 화려하고 크지 않지만 늘 열려 있는 교회가 좋다고 이야기 하며 걸음을 옮겼습니다.
오후엔 잠실 롯데 백화점을 구경했습니다. 세일 기간이어서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오빠와 전 아동복 코너로 올라갔습니다. 아기옷과 용품들을 구경하며 형민이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형민이 노리개 젖꼭지와 칫솔, 치약을 샀습니다. 결혼 전에는 여성의류 코너만 보고 다녔는데 이젠 남성복, 그리고 아동복 코너에 더욱 관심이 갑니다. 신기하네요....
저녁엔 4년차 선생님들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온통 시험이야기였습니다. 예상밖의 시험 문제들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더군요. 그리고 다들 지쳐보였습니다. 현국이 오빠는 기욱이가 올라왔다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근무하고 힘들텐데.... 그런중에 잠시라도 만나기 위해 올라온 기욱이가 대단해 보이고.... 두사람이 아름다와 보였습니다.
식사후 오빠와 차가운 거리를 여기 저기 다녔습니다. 빙판이 된 길을 조심조심 걸으면서 그간의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습니다. 서로 얼굴을 보면서 코가 빨갛다고 걱장했습니다. 자기 얼굴이 빨갛게 얼은 것은 생각도 안하고.... 이렇게, 추운 밤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국제협력의사 지원 그리고 윤희와의 만남....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1/15 오후 12:24:53
국제협력의사 지원서를 제출하러 오빠와 혜화로 출발했습니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날이었습니다. 낮최고 영하 6도였으니까요. 혜화에는 대학로가 있습니다. 협력단 건물은 마로니에 공원 맞은편쯤에 위치하고 있었구요. 드디어.... 지원서를 냈습니다. 오빠가 내과의사가 얼마나 지원했느냐고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한명밖에 안했어요." 아마 내과의사만이 아니라 총 지원자가 한명이라는 것 같았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저희들은 파견될 것 같습니다. 하나하나 일이 진행될수록 마음은 더욱 안정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용기도 생기구요. 오빠도 힘들고 어려운 일들 보다 즐거운 방향으로 이야기를 많이 해 줍니다.
지난 12월에 결혼한 윤희가 대학로 주변에 살고 있습니다. 윤희는 대학동기로 IVF를 통해 예수님을 영접하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2년간 계속 같은 실습조로 있어서 서로에 대해 잘 아는 친구입니다. 우리 의료봉사에도 한번 참가했었기 때문에 오빠도 얼굴을 알고 있지요. 윤희은 약간 무뚝뚝하고 느긋한 성격이 나와는 아주 다르지만 취미가 비슷해서 아야기기 잘 통하는 친구입니다. 우리가 못본지 아마 3년은 된 것 같습니다. 참 어처구니 없게도 서로의 결혼식을 보지 못하고 이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윤희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마침 off라서 집에 있었습니다. 오빠와 함께 신혼집을 방문했습니다. 아담한 빌라였습니다. 야외촬영사진과 결혼식, 신혼여행 사진을 재미잇게 봤습니다. 우리는 야외촬영을 안했거든요. 저나 오빠나 억지로 포즈를 취해 찍는 것 보다는 생활속에서 사연이 있는 사진이 더욱 가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지금도 별로 아쉽지는 않은데 가끔 신혼집에 걸려있는 작품사진들을 보면 좀 부럽기도 합니다.
윤희의 남편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인데 다음 달에 미국으로 파견된답니다. 윤희도 신랑과 함께 가기위해 사직서를 내 놓은 상태입니다. 교회에서 만났다고 하는데 인상이 아주 좋았습니다. 윤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무척 기뻤습니다.
오빠와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전 다시 부산으로 내려왔습니다. "오빠! 남은 시험도 무사히 치르고 내려오세요. 형민이와 함께 기다리고 있을께요..."
오늘은 형민이가 태어난 지 104일째....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1/01/16 오후 11:54:58
지난 1월 12일은 형민이가 태어난 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아기가 100일을 맞이하게 되면 이제 한시름 놓았다고 기뻐했답니다. 워낙 그 전에 죽는 아이들이 믾아서요.
지금까지 형민이는 아프거나 다친 적은 없었습니다. 큰 어려움도 없었구요. 정말 감사하지요. 어떤 아이들은 너무 울어서 걱정이라는데 형민이는 안 우는 편이거든요. 물론 놀 때 꼭 사람품에서 놀려고 하는게 힘들지만요....
지난 100일동안 우리 가정은 많이 변했습니다. 부부 두사람만 있을 때와는 천지차이지요. 불편하고 피곤한 건 사실입니다. 전보다 자유롭지도 못하구요. 그러나 이젠 형민이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우리 온 집안에서도 형민이의 존재는 기쁨 그 자체입니다. 형민이가 있는 자리는 늘 웃음이 가득하고 행복한 이야기들이 오고 갑니다.
아이와 함께 삶을 다시 사는 것 같습니다. 아이의 관심이 나의 관심이 되고 또 뎻날 나의 모습들을 아이를 통해 다시 보게 되겠지요. 누가 보면 그저 평범해 보이겠지만 우리에겐 이런 특별한 경험이 지금까지 없었답니다.이런 기쁨을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태초에 계획하신 그 계획을 따라 생명을 주시고.....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게되었으니 주신 이름에 합당하게 살게하옵소서. 그리고 또 아버지 되신 당신을 더욱 사랑하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