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야기(our story)  2000.11.14-12.11

새로운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름: 이성훈 작성일 : 2000/11/14 오후 11:09:23

밤 늦게 집에 들어 와 선화와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우리 집에도 관리자가 짧게 적을 수 있는 게시판 형식의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선화의 말을 듣고 여기 새로운 공간을 마련합니다. 불과 몇일 전 [성경 바로 보기]라는 난해한 공간을 만들었다가 2주일도 안되어 퇴출시킨 경험이 있지만 이번에는....그야말로 부담없이 형민이를 기르면서 느낀 짧은 생각들이나 긴 글로 적기 힘든 가벼운 생각들을 적어 볼 생각입니다.

그냥 부담없이 보고 가세요..이 곳은 관리자만 적는 공간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혹 이 곳에 글을 쓰시려는 분이 있으시다면 방명록에 적어 주세요..그냥 저희들의 하루 생활을 정리하는 공간으로 삼고 싶네요...

 

이 방을 만들어 준 성훈이 오빠에게 감사를...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0/11/15 오전 1:30:01

 다른 사람들의 홈을 다니다 보면 게시판을 만들어 짧은 글들을 수시로 올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우리도 그런 공간이 있어서 놓치고 싶지 않은 짧은 생각들을 그때그때 쓸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었습니다. 물론 마음의 글에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해 오고 있지만요.

요즘 형민이와 함께 하루를 지내다 보면 이녀석의 모습들을 글로 옮겨 놓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늦게 돌아온 오빠에게 게시판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제목을 정하고 버튼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모 웹에디터에서 작업을 하는데 프로그램이 잘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얼마전 컴퓨터를 업그레이드 하고 새 버전의 프로그램을 깔았음에도.... 다시 구버전 프로그램을 깔고 여러 수고를 해야했습니다. 물론 제가 아니고 성훈이 오빠가요....

한번 시작한 일은 끝장을 봐야하는 오빠의 성격덕에 탄생한 공간.... 전엔 이런 오빠에게 바가지를 많이 긁었었는데, 오늘은 그런 말도 못하겠네요. 새벽 1시를 넘겨서 성공적으로 게시판을 올리고... 아! 기쁩니다. 이 공간은 그 누구보다도 우리 가정을 위한 공간입니다. 작은 이야기들이지만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소중할 수 밖에 없는.....

지금 성훈이 오빠는 메뉴버튼의 글자가 (영어와 한글)좀 이상하지 않은가 하고 묻습니다. 전 얼른 "괜찮아요."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밤에 다시 작업을 시작할 지도 모르거든요....성훈이 오빠 고마와요....

 

 따뜻한 수능고사 날에...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0/11/15 오후 11:40:40

  지금까지 대학 입시 중 가장 따뜻한 날씨였다고 하네요..오후에는 하늘에서 비가 차분하게 내리기까지 했으니..시험을 마치고 담담한 맘으로 길을 걷는 수험생들에겐 더욱 특별한 날씨가 되었겠군요..

할아버지가 퇴원하셨습니다. 수술을 위해 입원하신 게 지난 10월 23일인데...오래 계셨습니다. 집에 오셔서 빨갛게 핀 사루비아꽃들도 만져 보시고..천천히 2층 계단을 오르셨습니다. 늘 침대에 누워 계셨기에..다리에도 근육이 약해지고 걷는 게 불편해 보이시네요..그래도 집에 오셔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누워 있으면 조용한 동네..시원하고 맑은 공기가 있는..유달리 강아지들이 많은 동네..부민동에 할아버지가 누워 계시다는 것만 해도 제 마음이 편해 집니다. 형민이도 부민동에서 재롱을 좀 떨었습니다.

전체 의사의 의견을 묻는 투표가 연기된다는 얘기도 나오고..사태가 오히려 악화되는 요즘...사루비아 꽃과 노랗게 물든 석류나무가 있는 부민동 정원에서 답답하고 꼬여 있는 모든 일을 잊어 버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0% 월급 삭감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0/11/17 오전 9:16:29

  의료 대란이 장기화 되면서 전공의 신분인 저의 가정도 타격을 조금씩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급여액이 20% 삭감되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지요..사실 저희 가정은 수지가 거의 딱 들어 맞는 재정상황이었는데 지난 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적자 재정이 연출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처음 이 싸움을 시작했을 때의 절박한 심정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비자격자의 불법 진료가 완전히 근절되지 못하는 현 약사법 합의안에 대해서는 향후 계속적인 투쟁이 있어야 겠지요...어쨋든 아침에 혹시나 하는 맘으로 잔액 조회를 해 보았을 때...얼마의 돈이 들어온 게 반가왔습니다. 전공의 전면 철수에 맞춰 급여가 지급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빨리 이 분쟁이 해결되고 주변 상황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길 기대합니다.

참고) 어제 형민이가 너무 많이 울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었나 봅니다. 휴...얘 키우는 것...정말 힘듭니다.

 

형민이는 울고, 엄마는 자다...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0/11/17 오후 9:34:01

 지난주부터 형민이는 밤에 잘 잡니다. 저녁 10시쯤 잠이 들면 아침 7시까지 별로 보채지 않고 예쁘게 잡니다. 덕분에 우리 부부도 조용한 밤을 보낼 수 있지요.그러나 2-3시간마다 우유는 먹어야하지요. 기저귀도 갈아줘야하고.... 그러다보니 저는 늘 잠이 부족한채로 아침을 맞게 됩니다.

지난 월요일... 주일날 교회에 다녀온데다가 잠을 설쳐서 낮에 너무 졸렸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형민이는 낮 12시부터 낮잠이 들었습니다. 저도 그 옆에 살며시 누워 잠을 청했지요. 얼마나 잤을까.... 시끄러운 어떤 소리에 잠이 번쩍 깼습니다. 누군가가 울고 있고, 또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순간 아침에 친정어머니께서 오시겠다고 한 이야기가 생각나서 얼른 문을 열었습니다. "뭐했노... 잤나? 아이구... 형민아..." 하고 형민이를 얼른 안으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형민이가 꺼이꺼이 넘어가는 소리로 울고 있었습니다.

사실은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잠들었던 형민이가 얼마 자지 않아 배가 고파 깼습니다. 전 너무 피곤한 탓에 그 소리를 듣지 못한거지요. 그런와중에 친정어머니께서 오셔서 벨을 눌렀습니다. 안에서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구요.... 대답이 없기에 어머니께선 목욕을 시키는가보다 하고 밖에서 10분쯤 기다리셨답니다. 그런데 아기는 계속 울고 대답은 없어서.... 현관문 아래에 있는 신문들어오는 구멍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보셨습니다. 그랬더니.... 형민이는 막 울고 그 옆에서 전 자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벨을 몇차례 더 눌렀는데... 그래도 대답이 없어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신 겁니다.

이 와중에 제가 깬겁니다. 한참을 멍하게 앉아있었습니다. 제가 꽤 피곤했나봅니다. 그때 어머니께서 오셔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요즘도 형민이가 자면 옆에 누워 잠을 청합니다. 오래 자지는 못하지만 형민이와 같이 자는 잠은 달콤하고 포근합니다.

 

  롯데리아 햄버거를 안고 들어오는 즐거움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0/11/17 오후 9:48:21

  아침에 글을 올렸는데...또 적습니다. 저나 선화나 이곳에 글 쓰는 게 즐겁습니다. 쉽게 글을 적을 수 있는 공간이라 더 그렇습니다. 17일...기다리던 월급날...사실 오늘 같은 날은 형민이를 어디에 맡겨 놓고 함께 영화도 보고 외식도 하면 좋겠지만...어머니께서 추수감사절 전인 금요 철야 기도회 시간에 성찬식이 있다고 하셔서..형민이를 봐 주기 어렵게 되셨고 ...뭐 우리 돈도 그렇게 넉넉한 것도 아니고 해서 저녁에 제가 집에 돌아올 때 햄버거를 사 가지고 오기로 했습니다.

저녁이 되었습니다. 선화로부터 특명이 내렸습니다. 두부와 콩나물을 사 오라는...전 퀵 서비스입니다. 오는 길에 아미동 시장에서 풀무원에서 나오는 저공해 콩나물을 사고 두부도 한 모 들고 나왔습니다. 모레 추수 감사주일에는 가족성가경연대회가 있습니다.저희 가정도 출전할 계획이지요..맹연습 중입니다. 곡명은 주찬양 3집의 "사랑의 주님을" 입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노랜데 많이 아실 겁니다..."나 주님 몰랐지만...알지 못했지만...이제는 알아요...사랑의 주님을..." 이 테잎을 하나 사러 에덴 서점에도 방문했습니다. 결혼한지 1년 1개월 되었지만 벌써 결혼후 50장 짜리 앨범 2권이 다 되었습니다. 병원 앞의 우일문구사에 들러 30장 짜리 칸나 앨범을 하나 샀습니다.

이제 차를 몰고 구덕 운동장 앞으로 나옵니다. 재빨리 롯데리아 앞에서 우회전해서 차를 정차시킨 뒤...불고기 햄버거 2개를 주문합니다....그리고 따뜻한 햄버거를 종이 봉지에 넣고 든든한 맘으로 구덕 터널을 통과해 집으로 들어 왔습니다. 1303호 앞에서...딩동 하고 벨을 누릅니다. 선화가 반갑게 맞아 줍니다. 선화는 제 손에 든 많은 보따리들을 보고 즐거워 합니다. 선화는 제가 집에 들어올 때 뭔가를 가지고 오는 게 좋다고 합니다. 마치 어릴 때 아버지가 과자나 선물을 사 가지고 들어오시는 느낌이라네요...우린 형민이를 옆에 눕히고 앨범도 보고...주찬양 노래를 들으며...햄버거를 먹습니다. 작은 행복을 느낍니다. 아니..이게 가장 큰 행복인지도 모르지요..가정 속에서 서로 만족하고..즐거워 하는...

혹시 글을 읽고 계시는 유부남,유부녀가 계시다면 오늘 집에 들어가실 때...롯데리아 불고기 햄버거를 가지고 들어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27살은 결혼의 적령기?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0/11/17 오후 10:15:42

  이번 주동안 여러 친구들의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아래와 같이요...

서진경 (고등학교친구, 현재 동아대학교 원예학과 박사과정 밟고 있음)

.... 아들 낳았다면서? 가시나.... 연락도 없고.... 어쨌든 축하한다. 애기보러 한번 갈께.

손재령 (고등학교친구, 고신대 간호학과를 나와서 동 병원에서 2년간 근무하다가 작년에 그만두고 또 다른 길을 가기위해 올해 수능에 응시함 )

..... 재령아, 시험 잘 쳐라. 실수하지말고....

마윤희 (대학교친구, 2년 내내 같은 실습조에서 생활함, 현재 서울대 병원에서 근무중 )

.....내 결혼한다. 12월 3일, 포항에서, 양쪽 집안이 안 믿기때문에 주일날 하게 되었어. 주소 불러줄래. 청첩장 보내줄께....

김은아 (대학교친구, 현재 부산대병원에서 근무중)

....선화야 오래간만이지? 윤희 결혼한다면서.... 근데.... 나도 결혼한다. 윤희보다 빨리.... 11월 25일 목화예식장.... 시간나면 와...

정지연 (대학교친구, 위생병원에서 근무하다가 가정의학과 선생님과 만나, 올해 초 결혼, 현재 초등학교 임시 양호선생님)

....선화야, 여기 학교다, 나... 임신했다. 근데 입덧이 너무 심해서... 너는 입덧 별로 안했다면서... 난 요즘 밥하기도 싫고 보기도 싫고..... 그런데 귀순이 1월달에 결혼한단다.... 그리고 무선이는 둘째 아기 가졌다더라... 다음에 보자....

저와 친구들은 지금 27살입니다. 미혼들에게는 결혼을 서두르게 되는 나이인가봅니다. 그러나.... 8년만에 다시 입시공부를 시작한 친구도 있습니다. 참 다양한 삶입니다. 그래서 아름답게 보입니다....

 

내가 어떻게 이 아이들을 인도할 수 있나요?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0/11/18 오후 9:21:18

  전 서부산교회에서 중1반 교사로 섬깁니다. 중 1반의 학생수는 6명 정도이죠...잘 나오는 친구들은 4-5명이고...그런데 최근 우리 반 아이들의 출석율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번 중고등부 발표회 '가을날의 어느 오후' 전후로 잘 나오던 기용이와 지환이가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저녁 6시...반 아이들과 약속을 했습니다. 한 번 만나자고...그 전에 기용이 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없는 전화번호"라는 메시지만이 계속 들릴 뿐...기용이 집에 연락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주부터 반 아이들이 기용이가 안 보인다고 전학간게 아니냐고 묻더니...정말 집에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114에 문의했습니다. 그 전화번호는 변경 신청에 의해 변경되었고 변경된 전화번호는 가입자가 공개되길 원치 않는다며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기용이는 요즘 아이답게 PC방을 자주 갑니다. 그런데 최근 아미동 일대 PC방에서 기용이를 봤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기용이는 어디로 떠난 걸까요? 차가운 날씨 속에서...반 아이들과 만났습니다. 얘들은 "갈비를 먹고 싶다"고 얘기하더군요...우린 아미동의 어느 허름한 숯불갈비집으로 들어갔습니다. 1인분에 3000원짜리 돼지갈비를 1인분씩 시키고...얘기를 시작했습니다.

결국 기용이는 아무에게도 안 알리고 이사를 간 것으로 보였습니다. '왜...선생님에게 연락을 안 했을까?.." 유달리 착하고 예의바른 기용이가 한 마디 말도 안하고 떠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환이의 최근 근황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환이는 최근 가출을 했다고 합니다. 사실 반 아이 한 명에게서 돈을 빌렸다가 바로 못 갚은 것 때문에 지환이는 교회 오는 것을 몇 주 전부터 꺼리고 있었습니다. 일전에 전화했을 때도...전 그렇게 말했죠..."지환아...00이와 요즘 관계가 좀 그렇지?...그래 좀 마음 돌리고 있다가...다시 교회에서 보자..다다음주에는 볼수 있겠지?" 그게 마지막 통화였습니다. 반아이들은 지환이가 나쁜 형님을 사귀는 것 같다느니..이제 길이 달라졌다느니...여러 말을 쏟아 놓습니다. 가슴이 미어지는 듯히 아팠습니다.

기용이와 지환이 모두...제가 너무 사랑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에도 여러 번 놀러 왔었고...지난 여름 경산 대구대학교에서 있었던 SFC여름 수련회에도 함께 참석했던 서부산교회의 주축 멤버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교회에서 자리를 잡는가 했었는데.....중고등부 교사를 6년째 하면서...이렇게 아이들이 제 기대와는 다르게 떠나 버리고 마는 것을 간혹 경험하곤 합니다.

그저 아이들과 저녁을 같이 먹는다고 그들이 생명을 얻을 수 있는게 아니기에...이 아이들을 바르게 이끌지 못하고 있는 젊은 날의 내 모습이 안타깝게만 느껴집니다. 수요예배나 교사회 시간마다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지만 전 그들에게 너무나 부족한 교사입니다.

반아이들은 허겁지겁 고기와 밥을 먹습니다. 모두들 부모님이 맞벌이 하기에...7시가 넘는 저녁 시간에도 집에 계시는 어머니들은 없습니다. 그들은 그냥 그렇게 적응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생명을 주기 위해...아미동에 세워진 우리 서부산교회....오늘따라 내게 맡겨진 생명들에게 참 죄스런 맘이 듭니다. 기용이의 소재를 정확하게 파악해서...어디에 있든지..(누구 말대로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소재지를 숨겨야 한다면 찾을 수 없겠지만) 작별 인사라도 제대로 해야 겠습니다. 지환이는 집에 들어오는 대로 .... 교회 선생님 자격이라기 보다...남자 대 남자로 얘기 해 봐야 겠습니다.

내게는 많은 지혜가 필요합니다. 훌륭한 의사로..따뜻한 남편으로...지혜로운 아버지로서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은...참 영혼을 사랑하는 선생님으로서의 기도와 열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기도해 주세요...

 

출근하기 전에...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0/11/21 오전 9:01:46

 이제 아침을 먹고 출근하려고 합니다. 요즘 전체 전공의들의 움직임이 일단 복귀하고 병원을 정상화 시킨 뒤...다시 내부 동력을 키워 미진한 약사법 부분을 보완할 정부의 정책의지를 이끌어 내자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4년차 전문의시험인데...지금 급속도로 1월 11일 시험을 그대로 치자는 대세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만일 예정대로 1월 11일 시험이 그대로 이루어지고 별다른 추시가 없다면...이제 한 달 남짓 남은 시험이 코 앞에 닥친 셈입니다.

이번 사태로 최소 3주 정도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 시험이 막상 다가오자...어제부터 공부방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어제까지 3일만에 보곤 했던 공부량을 하루만에 봐 넘길 정도로 집중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출근시간도 당겨졌고...선화도 밤에 자는 동안 우는 형민이를 전담해서 맡기로 되었습니다. 이 추세라면 1월 5일에 서울로 올라갈 것 같습니다. 현재는 11월 30일까지 지금 주어진 두 권의 책을 빨리 완전히 공부하면서 99년 슬라이드 공부를 해야 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그래도....이 곳에 글을 올릴 정도로 마음의 여유는 있습니다. 여유없이 공부하는 것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 정도로...이제는 경륜이 붙은 셈이죠...오늘도 열심히 할 겁니다. 모두 다 파이팅!!"선화야...밥 주세요...."

 

자라는 아이....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0/11/21 오후 4:31:15

  요즘 형민이를 안아보면 전보다 훨씬 무거워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예방접종때 4.5Kg이었는데 지금은 아마 6Kg은 될 것 같습니다. 매 주일 교회에 가면 모두들 일주일 사이에 많이 자랐다고 이야기하십니다. 날마다 형민이를 보는 저희들은 사실 매일 비슷한 것 같은데....

그런데 확실히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처음 태어났을 때는 눈썹이 없었는데 요즘은 눈썹이 제법 자랐습니다. 속눈썹도 길어서 가끔 눈 속에 들어가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렇게 크던 배냇저고리는 이제 작아서 못입고 (size 60) 내의를 입습니다.(size 70-80)

그리고 요즘 형민이는 엎어서도 잘 잡니다. 짧은 다리는 꿇어 앉듯이 굽히고 엉덩이와 등을 동그랗게 굽혀서 누워있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습니다. 고개를 옆으로 해서 한참을 있다보면 그게 불편한 지 칭얼칭얼 웁니다. 그런데 요즘은 칭얼거리다가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립니다. 아직 목을 가누지는 못하지만 살짝 들어 이쪽 저쪽으로 돌릴 힘은 생겼나봅니다. 목욕을 시키다보면 목이나 다리에 때도 나옵니다. 자란 만큼 각질이 벗겨진다는 것이겠지요.

형민이는 자기 이름 부르는 소리를 아는 것 같습니다. 막 울다가도 "형민아..."하면 두리번 거리며 소리나는 쪽을 살피기도 하거든요. 이런 형민이에게 먼저 들려주고 싶은 것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소리와 성경이야기 입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형민이를 안고 누가복음을 읽고 있습니다. 표준 새번역으로요....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러나 무의식중에 성경에 나오는 인물과 용어들이 형민이에게 친숙해지고 말씀의 힘이 형민이에게도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지금.... 거실에 누워있는 형민이가 웁니다. 그러고보니 목소리도 제법 커진 것 같네요.....

 

드럼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0/11/21 오후 11:05:22

  지금 대신동 제일종합음악학원에서 합쳐서 3개월째 드럼 강습을 받고 있습니다. 며칠 전까지는 의료계 사태가 혼미를 거듭해...공부하면서 쉬엄쉬엄 학원을 방문하곤 했는데...어제부터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서 눈코뜰새 없이 책만 봐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오늘도 학원에 갔습니다. 이젠 학원에서 강습을 받는 시간은 많아 봤자 30분 정도입니다. 원장님과도 많이 친해져서...제가 가자말자..드럼 세트에서 지난 시간에 배운 리듬을 치고 있으면...몇 마디의 코멘트와 함께 곧 다음 리듬을 찬미예수 악보 위에 그려서 제게 보여 주지요..전 선생님의 시범을 한 번 보고 난 뒤 이내 그 리듬을 따라가면 됩니다.

병원에서 왕복하면...강습시간을 다 포함해 약...50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는 거지요...벌써 4박자의 리듬으로는 기본적인 슬로우 고고와 그 변형들..셔플..3박자인 왈츠 등을 공부하고 그 변형 형태를 연습중입니다.이번 달로 학원을 그만 다닐까 합니다. 물론 시험공부도 해야 하지만...이제 부터는 저 혼자 연습을 해도 되겠다 싶어서 입니다. 지금부터의 발전은 제가 하기 나름이겠지요..이제 막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밤 11시네요...이제 차 한 잔 마시고 선화와 약간의 대화를 나눈 뒤...가정예배 드리고 자정에 맞춰 일찍 잘 계획입니다. 수험생이라 충분한 수면도 취해야 하거든요...

이번 의료계 사태를 통해 제가 부수적으로 거둔 성과인 "드럼의 체득" 작업의 마무리가 1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때까지는 더욱 열심히 하루도 안 빠지고 학원에 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지요...

 

유급찬성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0/11/23 오후 10:42:25

  벌써 몇 번째인지는 모르겠지만..또 전공의 투표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안건은 정말 "유급할건가?"를 묻는 질문입니다.

사실..어쨋든 우리들의 대표가 참가해 의약정 협의안이 만들어진 이상..어느 정도 성과물로 평가될 수 있는 사항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국회 상정도 해야 하고...이 후의 투쟁은 만들어진 법안으로 불법 진료를 막기 위한 정부 정책 의지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투표장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전..."유급반대"였습니다. 그런데 투표장 앞에 의과대학 학생 한 명이 피켓을 들고 서 있더군요.."선배님들을 믿습니다."란 내용으로...의대생들은 유급 결의를 통과시킨바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여러 대학에서 속속 유급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다른 곳을 보지 않고...부산대 의예과만 하더라도 이번 학기 과목들이 F 학점으로 처리되어 아무리 겨울 계절학기를 사용하더라도 유급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군요...

학생들은 유급하고..전공의는 진급하고....학생들은 형들로부터 또 한 번 버림 받을까 초조해 하는 눈치였습니다.투표 전...누군가가 올라와 학생들에게 배신감을 주지 말자는 얘기를 했습니다. 학생들이 우리의 투표에 큰 이슈로 등장한 셈입니다.학생들을 버려두고 우리만 진급한다?.....그래서 전..오늘 유급 찬성표를 던지고 나왔습니다. 뭐...유급한다고 특별한 대안이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누구 말대로 이번 우리 투쟁의 가장 큰 성과라면 전체가 조직화되고 단결된 목소리를 냈다는 것인데...이제 이렇게 학생과 우리가 등을 돌리게 되는 결과가 빚어지고 학생들이 바로 윗 세대인 전공의들에게 돌을 던지고 비난한다면...진정한 의료 개혁의 미래는 없기 때문입니다.

비록 66%가 넘어야 전체 유급이 결정되므로...서울의 대형병원들이 유급을 거부하고 병원에 복귀한 이 시점에서 유급 찬성을 하더라도 유급이 거부될 가능성이 거의 100%이지만....상관없이 정말...학생들에게 떳떳하려고 유급 찬성을 던지고 나왔습니다. 올 가을은 정말 많은 투표를 하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유급된다면..형들도 따라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주머니속의 비밀...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0/11/23 오후 11:20:24

  오늘 밤은 형민이가 없는 밤입니다. 친정에 하루 맡겼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일주일에 하루정도는 시댁이나 친정에 맡길 생각입니다. 그 하루동안 밀린 잠도 자고 장도보고 그외 여러가지 집안 일을 하기 위해서이지요. 오늘은 그 덕분에 이 시간에 조용히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답니다.......며칠 전 아침.... 양말을 신던 성훈이 오빠가 양말속에서 뭔가를 꺼내면서 이야기 했습니다. "이 감씨가 아직 들어있네..." "네? 감씨... 그게 왜 거기 들어있지?""어... 전에 내가 감 먹다가 씨를 양말속에 넣었거든..."

"그걸 왜 거기 넣어요?""그냥... 귀찮아서....양말 목 사이에 넣었는데..."이제는 성훈이 오빠의 행동을 많이 파악한 상태라서 이러한 일이 그리 놀랍지는 않습니다. 급하면 뭐든지 주머니에 집어 넣고 보는 성격.... 과자봉지든, 휴지든.... (양말은 처음 있는 일이지만요...)길에서 함께 뭔가를 하다가 쓰레기가 생기면 꼭 자기 손에 쥘려고 합니다. 그리고는 셔츠나 바지 주머니 속에 쑥....

이런 일이 가끔은 오빠의 행보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빨래를 하거나 옷을 걸기 위해 셔츠를 만지다보면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들이 제법 나오거든요. 그걸 보고 오빠가 이야기 하지 않은 여러가지를 알 수 있지요. 어떤 날은 불법 주차 범칙금 영수증이 나옵니다. 그럼 전 오빠가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여러가지를 생각하지요. '도대체 차를 어디에 세웠길래.... 그래도 차 찾으러 간다고 바빴겠구나.... 용돈에 구멍이 났을텐데....'

그리고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싼이자 대출을 선전하는 종이 조각이 구겨져서 들어있기도 하지요. 그럼 전 오빠가 시내에 갔다왔다는 걸 알 수 있죠.그외에도 병원에서 메모한 종이들도 나오고.... 영수증들도..... 그리 중요한 것들은 없지만....그러나 그걸 펼쳐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마치 오빠의 편지를 몰래 훔쳐보는 것처럼....

어쩌면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는 종이들인데... 성훈이 오빠는 주머니에 넣기는 해도 꺼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걸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립니다. 오늘은 오빠의 주머니 속에 뭐가 들어있을까요

 

 이제야 모든 것이 제자리로....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0/11/28 오전 8:48:57

  오늘부터 부산대병원 전공의 90%가 복귀합니다. 10%는 약사법 개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보고 들어 오기로 했습니다. 지난 4개월동안 모두 마음 고생이 심했습니다. 4년차인 저도 그 와중에 시험 공부까지 겹쳐...시험 공부를 정말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갈등도 많았습니다.어제는 오랜 만에 병동에 활기가 띄었습니다. 병동 환자들을 교수님들로부터 인수인계 받는 작업이 오후 내내 있었고...우리도 밑의 3년차들에게 인계할 일들로 분주했습니다.

어제 병원으로 출근하는 길...구덕운동장에서 대학병원까지 심겨진 은행나무의 노란 단풍들이 마치 눈발이 날리듯 차도로 우수수 떨어지더군요..마치 시골의 어느 국도변을 달리는 착각이 들도록 노란 빗줄기가 떨어졌습니다. 아침에는 극동방송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리더군요...이제 이 한 해를 정리해야 하는가 봅니다.

시험은 내년 1월 11일에 1차가 있고 일주일 뒤 2차 시험이 있습니다. 서울에는 1월 5일에 올라가서 20일이 지나야 내려올 것 같습니다. 지난 일주일 새..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약사법이 변질되지 않고 잘 통과되었으면 합니다...새로운 불씨를 안 만들었으면 합니다...그리고 환자도 의사도 다른 걱정없이 병원 안에서 웃으며 만날 수 있는 시간이 계속되었으면 합니다.

 

 형민이에게 나타나는 변화들...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0/11/29 오후 12:59:56

  오늘로 형민이는 태어난 지 55일이 됩니다. 형민이로 인해 우리 부부의 삶은 그전과 너무나 달라졌습니다. 저녁에 둘만이 가지던 오붓한 시간들은 형민이와 함께 분주하게 보내는 시간으로 바뀌었지요. 관심을 가지는 분야도 달라졌습니다. 전 길을 다니면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엄마들을 유심히 봅니다. '저 사람은 아기를 앞으로 업었네...' '저 아기 입은 옷이 참 예뻐보이네...'등등....

요즘 형민이의 변화되어가는 모습들을 적어봅니다.

1. 낮, 밤을 가린다.

언젠가부터 (정확히 하면)11월 10일 밤부터 형민이는 밤을 아는 가 봅니다. 잠들기 힘든 날도 있지만 어쨌든 잠이 들면 아침까지 눈뜨지 않고 계속 자거든요. 물론 배가 고프면 깨는데, 그때는 눈을 뜨고 울지는 않고 낑낑거리면서 손을 마구 휘젖습니다. 우유를 먹고 나면 이내 잠이 들지요. 그리고는 아침 7시쯤 우리보다 일찍 일어나서 우리를 깨웁니다.

2. 침이 입에 고인다.

책에서는 3-4 개월쯤에 침을 흘린다고 합니다. 아직 형민이는 침을 흘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하나봅니다. 가끔 거품처럼 물고 있기고 하고 어떤 때는 침을 잘못 삼켜서 기침을 막 하기도 합니다.

3. 얼굴이 달아오르게 용쓰는 일이 적어지다.

형민이는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얼굴이 벌겋게 되도록 용을 쓰곤 했습니다. 아마 뱃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몸을 펴는 작업이었는지도 모르지요. 요즘엔 그런식으로 용쓰는 일은 없습니다. 용쓴다기보다는 기지개를 펴는 것.... 팔, 다리도 쭉쭉 뻗고 잡니다. 그전엔 동그랗게 웅크리고 있었거든요.

4. 사물을 보기 시작하다.

이번 주부터 눈에 띄게 나타나는 변화는 바로 형민이가 물체를 본다는 것입니다. 차츰 눈을 굴리는 게 안정되어 가는가 했더니 어느순간 모빌을 유심히 쳐다보는 게 아니겠어요. 그리고.... 이번 주엔 형민이를 향해서 "형민아..."하고 부르면서 웃으면 저도 따라서 웃습니다. 얼마나 황홀한 지... 친할머니, 외할머니도 그 모습을 보고 예뻐서 어쩔줄을 몰라하십니다. 혼자서 '힉-힉-'하며 웃는 일은 적어졌습니다. 그리고 광등이외에 다른 것들도 유심히 보지요.

5. 변비가...

전부터 형민이는 하루하고 반나절이 지나야 변을 봤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3일마다 보고 있습니다. 그전처럼 푸른색은 아니지만 간격이 자꾸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걱정이 좀 되네요...

6. 혀를 낼름....

이제 형민이에게도 입에 물려놓는 젖꼭지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요즘엔 입에 뭔가가 닿으면 혀를 내밀어 낼름낼름 거립니다. 입에 넣으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전엔 전혀 볼 수 없었던 일인데...

이렇게 달라져가는 형민이를 보는 것은 우리 부부에게 큰 기쁨입니다. 물론 피곤하고 어수선하기도 하지만 이런건 형민이가 한번 웃기만 하면 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지요. 앞으로는 또 어떤 변화가 형민이에게 나타날까요?

 

구운 물고기가 먹고 싶어요...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0/11/29 오후 11:23:27

 그 동안 제 입맛에 대한 글을 마음의 글에 수차례 올렸었는데요...결혼 후 변한 식품 선호도 중..육류에 대한 얘기를 잠깐 적을께요...여타 젊은 청년들과 마찬가지로...저도 육류...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를 정말 좋아했었습니다. 한동안 유명했던 '고기부페'에 한 번 가면...그 음식점의 존폐를 위협할 정도로 많이 먹었었지요...반면에...생선은 잘 먹질 않았습니다.예를 들면..추석이나 설 같은 때...큰 상위에 놓여 있는 커다란 조기 구이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지요.

하지만...올해 들어...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쇠고기,돼지고기를 좋아하는 맘이 조금씩 줄어들고...오히려...물고기..그러니까 생선...그것도 특히 생선구이에 훨씬 더 정이 가고 있습니다. 아침에 입맛이 없을 때...생선 구이 2마리만 있으면..밥을 꿀꺽 먹을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변했을까? 선화는 나이에 따라 몸이 원하는 게 달라지니까 먹는 것도 바뀐다고 얘기합니다. 한창 자랄 때는...단백질 섭취량도 많아야 하고...육고기가 몸에 필요했지만...이젠 아니라는 거지요..오히려 양은 좀 적지만 물고기가 더 적당하다는 겁니다.

어젯밤...잘 때 ...선화가 물어 보더군요..."오빠..내일 아침 뭐 해 줄까요?" 전...생선구이...라고 바로 말했죠..선화는 벌떡 일어나더니..냉동실에 있던 생선을 내어 놓고 돌아왔습니다. 녹여야 한다나요...농협에서 요즘 장을 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조그마한 조기 새끼 5마리를 랩에 싸서 3500원에 팔더군요...우린 또 물고기들을 잡아서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글쎄요...확실히 물고기를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국제협력의사를 지원하려고...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0/12/02 오전 9:59:45

  이번 전문의 시험이 끝나면 전 입대해야 합니다. 전 이번에 군복무 대신 국제협력의사를 지원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제협력의사란 외교통상부 산하 국제협력단에서 미개발국가에 파견하는 의사를 말합니다. 옛날 우리 나라가 어려웠을때 미국에서 온 의사들 기억하시죠?

늘 생각만 하고..계획만 하고 있다가...오늘 아침 생각난 김에 서울의 국제 협력단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협력의사 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했지요...올해 협력의사로 내과 의사는 4명 선발하기로 했다는군요..파견 국가는 확실하지 않지만 현재로선 베트남,방글라데시,과테말라,페루가 될 거라고 합니다. 전화통화를 하고 나니..좀 더 명확해지는 것 같아...기대도 되고..약간 걱정도 되고 그렇습니다. 응시원서는 1월에 접수받는다는군요...

이렇게..시작하는가 봅니다. 만일 국제협력의사로 파견된다면 어떤 일을 하게 될까...요즘 그 생각도 문득 문득 하고 지냅니다.

 

 할아버지의 투병기--그 이후의 얘기들....     이름 : 이성훈  작성일 : 2000/12/06 오전 12:25:54

 어제 제가 많이 아팠습니다. 몸이 불덩이가 되어 거친 숨소리를 내 가며...잤다는 선화의 증언이 있습니다. 이젠 좀 괜찮아진 것 같습니다. 정말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다면 한시도 살아가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 어제 하루였습니다.

할아버지 얘기를 좀 드려야 겠네요...혹 내용을 모르시는 분이 계시다면 '마음의 글'을 참고하시고.....당시 수술이 끝난 뒤 계산한 병기가 T3N2M0 로 3기 말 정도 됩니다. 사실 눈으로 보이는 큰 병소는 다 절제한다고 했지만...사실 근치적 목적(완치 목적)으로 한 수술이라기 보다는 생존기간을 늘이기 위한 수술이라고 보는게 더 적당한 표현일 겁니다.

어쨋든 ..할아버지는 지금 이전과 마찬가지로 김해에서 많은 환자들을 돌보시며...활기찬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물론 오랜 기간동안 침대에 누워 계셨기에..움직이시는게 좀 힘들기도 하시지만...워낙..의지가 강하신 분이라...아무도 말릴 수 없습니다.

할아버지가 돌보시는 환자 중에는 ...."원장 할아버지가 안 나오면..나도 죽는다..."고 말하는 골수 팬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할아버지께선 보람있는 일을 하고 계시는 거지요..

하지만 병석에서..그리고 수술 전...그리고 수술 후 고통의 시간 속에서...주어진 시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셨겠기에...열심히 환자를 돌보시고..형민이를 귀여워 하시는 모습이 눈물겨워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저도...열심히 살아갈 겁니다......

 

두 남자의 병치례....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0/12/07 오전 12:25:15

  전 요즘 두 남자와 함께 삽니다. 이제 막 두달이 된 형민이와 30살의 남편....

이 두사람이 지난 주와 이번 주에 걸쳐 아팠습니다. 형민이는 할머니집에서 모기에 두방 물렸습니다. 얼굴 오른쪽 빰과 미간에 각각 하나씩.... 모기야 우리도 많이 물려봐서 알지만 그게 아프거나 흉이 지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형민이에게는 모기에 물려본 경험이 없어서 쉽게 낫지가 않았습니다. 모기가 남기는 균에 대한 항체가 없기때문에 물린 자리가 곪았습니다. 안에 농이 차고 주변부가 붉어졌습니다. 형민이는 가려운지 손을 얼굴에 자꾸 갖다 대었습니다. 연고를 발랐더니 터지지 않고 가라 앉았습니다.

전 별로 걱정 안했습니다. 곪기는 했지만 흉이 질것 같지도 않았구요. 그런데 아빠인 성훈이 오빠는 난리 법석을 떨었습니다. 내심 계속 걱정이 되는지 "괜찮겠지?..."하고 계속 쳐다봅니다. 가끔 어떤 일에 굉장한 집착을 보이는 오빠는 형민이의 이번 사건에 그러한 집착을 보였습니다. 다행히 깨끗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큰 아이... 성훈이 오빠가 지난 월요일에 많이 아팠습니다. 원래 주일은 오빠가 많은 활동을 하는 날인데다가 형민이와 함께 몇일 보내다 보니 쌓인 피로가 풀리지 않았는가 봅니다. 월요일 저녁, 부민동, 시어머니께서 형민이 아빠가 열이 많이 나고 아파서 집에 누워있다고 전해 주셨습니다. 전 형민이를 외갓집에 보내고 죽을 끓여서 오빠를 기다렸습니다. 핏기없는 얼굴로 들어온 오빠는 열이 펄펄 나고 있었습니다. 얼른 이불을 펴고 따뜻한 물을 끓였습니다. 그리고 죽을 조금 먹고 (오빠 말로는 진밥이라는데....)잠이 든 오빠는 열기가 가득한 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오빠는 머리가 아프다면서 펜잘을 먹었습니다. 아직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나 봅니다. 오늘은 형민이를 시댁에 보냈습니다. 오빠가 오늘밤 푹 잘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세상의 모든 아기들     이름 : 이선화  작성일 : 2000/12/11 오후 1:57:05

  요즘들어 형민이가 부쩍 어른스러졌습니다. 혼자 누워서 두리번거리고 팔, 다리를 버둥거리면서 즐겁게 놀기도 합니다. 이때는 전 제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사물을 쳐다보는 시선도 많이 안정되어 보입니다. 우유먹는 간격도 늘어나서 2-3시간 정도에서 4-5시간으로, 먹는 양도 어제부터는 120cc를 뚝딱 먹어치웁니다.

형민이가 우는 이유는 주로 잠이 와서입니다. (잠이 오는 경우가 하루에 10번쯤 된다는 게 문제이지만.....)그외에는 거의 울지 않지요. 잠이 올때는 포대기에 얼굴까지 폭 싸서 안아주면 잠이 듭니다. 이런 형민이의 생리를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저희 부부의 아이 키우는 노하우를 쌓아갑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형민이 옆에 있어야하는 건 여전합니다. 놀때도 같이 놀아주길 원하고 옆에 사람이 없으면 불안해 한다는 걸 소리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사람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안정감이 형민이에게 필요한 거지요. 이런 형민이를 보면서 관심과 사랑을 받지못하는 아이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냥 길에 버려진 아이들, 보육시설에서 길러지는 아이들.... 형민이 하나에게도 많은 사람들이 붙어서 도와주지 않으면 안되는데.... 여러 아이들 속에서 세심한 관심과 도움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 혼자 울다 지쳐 그냥 잠들고 혼자 놀고, 혼자 자라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불쌍한 처지가 그전보다 절실하게 느껴졌습니다. 손 탄다고 많이 안아주지 말라고들 하지만 어쩌면 그 말은 너무 사치스러운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형민이는 혼자 아무 것도 하지 못합니다. 혼자 논다고 하지만 그저 눕혀놓은 그대로 버둥거릴뿐이지, 혼자 앉을 수도, 돌아누울수도, 혼자 먹을 수도 없지요. 오늘도 형민이와 같이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수많은 아이들이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울다가 잠들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