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외봉사단원과 함께.....스탈린 시대 강제 이주 희생자 기념비...수도공원..방문

지난 8월 24일부터 28일까지  4박 5일간 알마티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해외봉사단(Korea Overseas Volunteers) 단원 3분이 아스타나를 방문하셨습니다. our story에 적힌 대로...한인이 적은 아스타나에서 심심하게(?) 지내던 우리 가정에 작은 활력소가 되는 방문이었지요....마침 제가 아직 근무를 시작하고 있지 않은 시기에 왔기에...우리 가족은 함께 아스타나 관광과 휴식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제 홈에서 소개해 드린...이심강, 에브라지스끼 대학, 에브라지야 바자르, 쩬뜰랄리 바자르로 단원들을 모시고(?) 가서 제가 봤던 것들을 소개한 것은 물론이고...덕분에 제가 아직 가 보지 않은 곳들도 새로 갈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사실 누군가가 방문하지 않으면...아스타나의 여러 가지 것들을 새로 알아가기가 쉽지 않으니까요.....형민이 돌보는 것만 해도 벅차니까.... 

에브라지스끼 대학에서 함께 촬영한 건데요...맨 오른쪽이 앞으로 아스타나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될 신미향 선생님이시고...선화의 오른쪽이 노윤미 선생님, 그리고 제일 왼쪽이 이신애 선생님입니다. 모두들 미혼이시고...한국에서 도저히 감당못할 activity의 소유자들이지요...먼 까작스딴까지 날아오신 분들이니까요....

이 세분은 지난 한 해동안 알마티에 있는 대학에서 한국어 강의를 하신 분들입니다. 이번에 신미향 선생님이 아스타나로 근무하게 되자...격려 차 또...관광 차...이곳을 방문하신 거지요....

역시나...아스타나의 명승지 중 으뜸인 이심강을 소개하고...이심강가에서 가장 맛있는 샤슬릭 집으로 안내해서..아스타나 샤슬릭이 얼마나 맛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방문 첫 날부터 가졌습니다.  

어디를 가더라도...형민이는 따라 다닙니다. 형민이의 경우...요즘은 샤슬릭 같이 구운 쇠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도 먹어 치웁니다. 이 샤슬릭 집은 강가에 있습니다. 눈을 들어 보면...강변이 보이지요....

이곳은 해가 저물면...모기들이 극성인게 좀 단점이지만...그것만 빼고 나면...고기도 맛이 있고...주변 분위기도 관광지 분위기가 나서...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 쯤...앉아 친구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샤슬릭을 먹기는 그만인 곳이지요...이 샤슬릭 집에는 또 하나의 명물이 있는데요...(물론 다른 사람들이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진에서 자세히  보시면...고양이 한 마리가 형민이가 앉아 있는 의자 바로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고기 뼈다귀를 냠냠 먹고 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이곳에 오면...샤슬릭 먹고 남은 뼈다귀를 고양이에게 던져 주면...고양이가 좋아하면서 먹는 걸 보는 즐거움도 가질 수 있습니다.

전...동물을 참 좋아합니다..물론 개가 최고이지만....이렇게 사람을 안 무서워 하고 다가오는 동물이라면...고양이라도 귀엽습니다. 형민이가 입 벌리고 닭고기로 만든 샤슬릭을 먹고 고양이는 밑에서 형민이가 남긴 고기를 먹고...모두가 만족하는 순간이지요...

하지만...역시 아스타나는 작은 도시입니다. 이심강과 바자르를 빼고 나면...명승지라고 할 만한 게..알마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으니까요...

그래서 아스타나는 지금 명승지와 관광 자원을 만들기 위해 도시 곳곳에서 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도로를 지나가다 보면..많은 기념비와 건축물들을 세우고 있는 풍경을 볼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아스타나 날씨가 안 좋을 때가 많아...단원들과 우리 가족은 함께 집에서 있어야 할 때가 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도..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지요...오랜만에 많은 이모들이 우르르...몰려왔기에...형민이도 즐거워 했고...친구가 없어 적적해 하는 선화에게도 알마티에서 온 단원들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밤늦게 까지...때로는 자정 넘어서까지...모두들 차 한 잔을 마시고 탁자에 앉아....유럽 여행 혹은 근동 지방을 여행하는 계획을 세우곤 했습니다. 어떻게 다들 하나같이...세계 곳곳을 다니는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선화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낯선 곳에 여행하는 걸 좋아합니다. 지금도 스위스, 프랑스...이런 얘기만 하면...사죽을 못 쓰지요...그래서 이렇게 세계 지도를 펴 놓고...그리스..터어키..등을 다녀 온 단원들과 대화하는 게 선화에겐 큰 기쁨입니다.

단원 중 이신애 선생님은 자기가 가지고 다니는 코이카 수첩 뒤에 좋아하는 노래 가사와 코드를 적어 가지고 다니더군요...제 기타를가지고 한국의 노래를 부르는데...고국을 떠나 있지만...한국의 최신가요를 잊지 않고 있는 모습들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오른쪽 사진은...토요일 저녁..아스타나의 한 볼링장에서 목사님 아들들과 즐거운 한 때를 가지는 모습입니다. 아스타나에도 볼링장이 있습니다. 그것도 한국인이 주인이라고 하더군요...어쨋든 한국을 떠나고 처음으로 여기서 볼링을 하게 된 뜻깊은(?) 날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타지에 나와서..한국이나 어디서 할 수 있는 볼링을 하는 것보다는 여기 저기를 살펴 보는 게 더 유익하지 않겠습니까?우린 아스타나 관광의 마지막 코스로 제가 가 보지 못한 곳으로 가 보았습니다. 일전에 이심강에 대한 글을 올릴 때 강 저편의 모습을 보여 드렸는데요...이 날..강 저편으로 건너가서 아스타나의 또다른 기념물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 날은 한국과 비슷한 구름으로 하늘이 덮여 있었고 햇살이 따가운 날이었지요...우린 모두 차에 타고..강 건너편에 있다는 놀이 열차를 타 보려고 길을 떠났습니다. 이심강 다리를 건너서...놀이 열차가 있을 만한 곳에 차를 세우고 나니....아니?... 커다란 기념비를 가진 기념물과 공원이 보였습니다.

마치 거대한 피라밋과 같은 언덕이 만들어져 있었고...그 위로는 계단이 나선형으로 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철탑이 세워져 있었는데...하늘을 향해 뾰족한 모양이었지요....

우린 '저게 뭘까?' 궁금한 맘으로 가까이 가 보았고...거기서 뜻모를 그림들과 글자...그리고 여기 저기에 던져져 있는 꽃다발 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스타나에는 1,2 차 세계대전 때 전몰한 군인들을 기리는 기념탑이 있습니다. 물론 알마티에도 있지요..그게 28공원이라는 곳 안에 있는데...꺼지지 않는 불꽂이 항상 타오르는 곳입니다.

그런데...이 기념비 근처에는 군인이나..총, 대포같은 그림이 전혀 없고...그런 내용을 암시하는 글도 하나도 없더군요...그래서 이게 무슨 기념비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게...그 기념비로 올라가는 언덕에 나선형으로 나 있는 계단을 따라 펼쳐져 있는 부조입니다. 맨 앞에 그림을 자세히 보세요....어떤 수레 바퀴 같은 그림이 있고...그 옆에 여러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어딘가로가고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또 보면 죽은 사람을 메고 어디로 가는 것 같은 형상도 있습니다.

전...마치 사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행적 중...나인성 과부의 아들을 고치시는 장면이 생각나더군요...모두가 울고 있고..아들을 매고 장사지내려 가는 장면과 유사했습니다. 하지만...이곳에 그런 부조가 새겨져 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슬람 국가에서.... 

그 이상한 부조 위에는 또다른 것들이 새겨져 있었는데..그래도 좀 알 만한 것은 위 사진입니다..

거기에는 까작스딴에 있는 많은 도시의 이름들이 새겨져 있더군요...여기서 우리의 추리는 더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도대체...더욱 영문을 모르겠더군요..도대체 이게 뭐지?...

이 해답은 그 당시에는 풀 수 없었고...이글을 쓰는 지금...저희 가정의 냐냐인 '먀샤'에게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건축물은 스탈린 시대...이 까작스딴 땅으로 강제 이주된 수 많은 사람들의 억울한 죽음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잘 알려지다시피 1937년 경...스탈린의 소련 정부는 수 많은 민족들을 중앙 아시아로 이주시켰습니다. 우리 한국인들도 연변 지역에서 살고 있다가 일본의 첩자 노릇을 한다는 오명을 씌워 이곳으로 강제 이주되었고...그로 인해 지금도 까작스딴 땅에는 10만명의 고려인(한국인)이 살고 있으며...까작스딴 아래의 우즈벡스딴에도 25만명의 고려인이 살 게 된 것입니다. 초기 강제 이주 시절...낯선 땅에서 기후와 풍토병에 적응하지 못해 이주되었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었고...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빈 손으로 다시 일어서야 했던 역경의 시간들을 맞게 되었습니다.

덕분에...현재...까작스딴은 다 민족 국가가 되었습니다. 비단 한국인들 뿐 아니라...이 당시 강제 이주된 민족 중에는 고려인, 유대인, 체첸인 등 많은 민족이 포함되었었고...당시 예정된 프로그램에 의해 기차표까지 주면서 이주했던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그야 말로 트럭에 실려 강제로 이곳에 던져진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마샤'는 그건 스탈린 시대에 잘 못 한 일이라고 얘기하더군요... 사진에 있는 여러 도시들은 바로 그 집단 수용소 또는 숙영소가 있던 지역이라고 합니다. 까작스딴 영토 내에...위와 같은 집단 수용시설이 있었던 셈입니다. 강제로 이주되어 죽어갔던 사람들 중에는 우리 한국인의 선조들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기 기념비의 부조에서 봤던 사람들이 고개 숙인채 어디론가 가는 장면들과 ...죽은 사람을 매고 가는 조각들이 이해가 되면서...까작스딴의 과거 뿐 아니라 우리의 과거이기도 한 이 건축물이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어쨋든 이 당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 덕분에 유목민이던 이 땅의 까작 사람들은 농업을 배우게 되었고..지금도 이곳의 메스컴들이 얘기하듯이(2001년 10월 Globe지) 한국인들은 까작스딴의 현재의 농업이 있도록 만들어 준 장본인이 되었습니다. 이 때 함께 이주했던 독일사람들도 이 까작스딴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곳의 독일인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린데 반해.. 강제 이주된 한국인들이 지금 다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지 않습니다.

아스타나에는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무시무시한 또는 너무 진지한 기념비들이 많습니다. 차차 소개해 드리지요...

마샤 말로는 방금 보신 위령탑은 만든지 1년도 채 안되었다고 합니다...우리가 갔을 때도...그 위령탑 주변으로 아주 넓은 공원을 막 조성하고 있었는데...마치 모델 하우스처럼 까작스딴 전 국토를 축소해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구조물도 한 쪽에 보였습니다. 아직 완성은 안 되었더군요...

이 공원 근처에...대통령 영빈관도 있었고...대통령이 사용하는 테니스 코트(돔형인데...아주 큰 건물입니다...아무리 눈이 오고 바람이 불어도 테니스를 칠 수 있게 만들었지요...대통령이 운동을 좋아하나 봅니다.) 도 있었습니다. 그리고...우리 나라의 십이지신 같은 석상들과...군데 군데...돌무더기를 쌓아 무덤처럼 만든 것도 있었습니다. 하여간...이 곳은 좀 특이한 곳이었습니다.

그리고...한참을 걸어가면....수도 공원이 나옵니다. 말 그대로 수도에 조성한 공원이란 말인데...여기에..우리가 타려고 했던 놀이 열차가 있었습니다. 이 놀이 열차는 강 주변을 따라...한 바퀴 도는 진짜 열차였습니다. 특이한 건 ...차장이나 안내 방송하는 사람이나 모두...어린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개표를 비롯해서...차 안의 안전, 검표까지...모두 그럴 듯한 유니폼을 입은 소년들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게 우리 눈엔 신기해 보였고...열차를 타고 난 뒤...소년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은 놀이 열차 내부에서 즐겁게 환담하고 있는 노윤미, 이신애 선생님의 모습입니다. 답답하고...적적한 아스타나 생활에...약간 힘들어 하고 있었는데...알마티에 계시는 이 분들이 오시는 바람에..아주 멋있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혹시...선생님들이 이 홈페이지를 보고 계신다면...다시 인사드리고 싶네요..."선생님들...고맙습니다."

그리고..알마티에 계시는 다른 분들도 어서 아스타나로 한 번 오시라고 꼭 얘기드리고 싶네요...

아스타나에서...뜻하지 않게...예전 스탈린 시대에 집단 수용소로 끌려가...고초를 겪고 애매한 죽음을 당한 분들을 위한 위령탑을 보았습니다.시대나 국가가 제 길을 가고 있지 않을 때...많은 사람들이 애매하게 고통당하고 암울한 세월을 보내야만 한다는 역사의 진실을 눈으로 직접 보았습니다.

이곳 까작스딴에서....가끔씩...한국소식을 인터넷 신문을 통해 봅니다. 신문의 머리 기사에...여전히 정치 싸움과 도덕심 마비로 벌어지는 일들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는 이곳 사람들은 '유즈나야 까레이(대한민국)' 라고 하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좋아하지만...국가의 지도자들이 자신의 욕심을 내세우고...국가가 쓸데 없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예...단군신전) 정책을 펼칠 때...받게 되는 국가적 낭패를 우리 국민들이 맛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극동의 조그마한 나라에서 와서....이곳의 우울한 역사를 보면서...앞으로 펼쳐질 내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게 됩니다. 참으로 함께 기도해야 될 기도제목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200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