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료니 바자르를 구경하세요...

'바자르' 라는 말은 시장이라는 뜻이고 "질료니" 라는 말은 색상 중에서 "녹색"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그래서...질료니 바자르 라고 하면 우리말로 "녹색 시장" 인 셈이고 결국 알마티에 있는 질료니 바자르는 우리 나라의 청과물 시장과 같은 것입니다. 각종 채소와 먹거리들이 이 시장 안에는 가득 차 있기 때문이지요 .이전에 람스토르를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데요...람스토르에도 공산품 뿐만 아니라 몇몇 농산물 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도 그렇듯이 청과물 시장의 신선도를 따라가긴 힘이 듭니다.

그래서 주부들은 질료니 바자르를 즐겨 찾지요...우리 가정도 질료니 바자르를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꼭 다녔습니다. 말이 청과물 시장이지...실제로 청과물을 파는 메인 시장 외에도 아주 넓은 상권이 형성되어 있고...그 안에는 부산의 국제시장이나 서울의 남대문 시장처럼...각종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꽉 차 있는 그야 말로 종합 시장이 들어와 있습니다. 제가 질료니 바자르를 다 봤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이 바자르는 큰 규모입니다. 형민이 아기 침대도 질료니 바자르에서 산 것이고...제 비디오 카메라 충전기에 필요한 어댑터도 이 바자르에서 구입했습니다. 위 사진은 질료니 바자르의 외관입니다. 건물이 보이고 건물 밖에도 많은 노점상들이 있습니다. 시장 앞에는 뜨람바이와 뜨랄레일부스가 다니고..건너편에는 50텡게씩 받는 주차장이 즐비합니다.

실제 질료니 바자르는 건물 안에 형성된 바자르와 지하에 형성된 바자르로 나뉩니다. 제 운전기사였던 이글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돔(건물)에 있는 바자르보다 지하에 있는 바자르의 가격이 더 싸다고 합니다.

왼쪽은 바자르에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는 풍경인데요...각종 말린 과일과 건포도..그리고 피스타치온 넛 같은 건과류를 파는 아저씨들이 정말 초록색의 옷을 입고 바자르에 들어서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건과류의 가격도 람스토르 보다 훨씬 싸서...한국에서 먹기 힘든 피스타치온 넛(땅콩의 일종인데..아이스크림 중 베스킨 라빈스 31중 한 가지...재료로 사용되지요...)을 싼 가격에 실컫 먹을 수 있습니다.

여기는 건포도도 많습니다. 주로 이란에서 수입되어 들어오는 것이라고 하는데...알마티에서도 씨없는 작고 단 포도를 쉽게 먹을 수 있고 저희들도 즐겨 사 먹었습니다. 씨가 없는 이런 포도를 그대로 말리면 건포도가 된다고 합니다.

까작스딴 시장 문화의 장점이라면...모든 노점상들까지도 저울을 가지고 있고 Kg단위로 물건을 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화나 저도 물건을 사고 예상하기가 쉽습니다.

무슨 물건이든지..."아진 낄로그람...스꼴까 스또이뜨?" 이라고 물으면 1Kg에 얼만지 가격을 말해주기 때문에 우린 필요한 양을 쉽게 살 수 있지요..우린 거의 두 식구라...(형민이는 많이 안 먹으니까...) 채소류는주로 뽈 낄로그람(0.5Kg) 단위로 샀습니다.

1층의 건과류 코너를  돌아서면..이제는 각종 고기류를 파는 곳이 나옵니다.

까작스딴은 고기값이 아주 쌉니다. 쇠고기 1Kg이라 해도 우리나라 돈으로 4천원 정도 밖에 안 되니까...얼마든지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돼지고기가 쇠고기보다 훨씬 비싸고 고기도 맛이 있습니다. 실제로 쇠고기를 먹어 보면..우리나라의 한우 고기보다 훨씬 고기가 질기고 맛이 없다는 걸 느낍니다. 물론 간혹 가다 좋은 고기를 만날 수 있지만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많은 알마티의 주부들은 쇠고기 요리를 할 때...항상 키위나 콜라, 보드카..같은 것들을 섞어서 고기를 절입니다. 그렇게 하면..고기가 좀 연해지기 때문이죠....전 닭고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선화는 질료니 바자르에서 주로 닭고기를 삽니다. 물론 람스토르에도 있지만 닭고기와 달걀은 질료니 바자르에서 훨씬 신선한 것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알마티에 있는 동안 손님들을 집으로 초대한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우리 집 메인 메뉴 중 단골로 등장하는 건 '닭찜' 입니다...어쨋든 질료니 바자르의 꾸리짜(닭) 코너에는 자주 들락날락 했습니다. 일층에는 고려인 아주머니들이 나와서...한국적인 음식...절대 한국음식은 아니고...약간 한국적인 양념을 사용한 고려인 특유의 김치와 나물 무침등을 팝니다. 우린 거기서 숙주나물, 콩나물, 고사리, 두부 같은 것들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항상 있는 건 아니지만 운이 좋은 날에는 신선한 두부를 구할 수 있지요...그 고려인 아주머니들에게서 물건을 많이 샀는데...어떤 것은 평양에서 온 물건들도 있습니다. 전에 사진을 띄운 적이 있는데 기억나실지 모르겠네요...'조선, 평양' 이라고 적힌 간장도 여기서 산 것입니다. 선화는 양조 간장을 선호합니다만 여기 들어와 있는 샘표 간장(람스토르에도 있음)은 대부분 100%화학 간장입니다. 한국에서도 값이 좀 비싸더라도 100%양조 간장만을 찾던 선화에게는 양조 간장을 찾을 수 없는 까작스딴에 적응해야만 했고...생각 끝에 아예 북조선(?)에서 나오는 간장을 산 것이였지요...

이제 건물 지하로 내려가서 아랫쪽에 있는 질료니로 가 보겠습니다. 아랫쪽은 그야말로 녹색 시장입니다. 온갖 과일과 채소로 가득차 있으니까요...여기서 양파, 마늘, 상치, 감자, 당근 등...웬만한 부식류는 다 마련할 수 있습니다.

까작스딴의 무(경상도는 무..)는 한국과는 다르게 생겼습니다. 마치 당근같이 작고 빨갛습니다. 혹시 홍당무 란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바로 그 홍당무가 바로 이 무입니다. 여긴 홍당무 밖에 없지요...그리고 배도 한국처럼 크고 시원한 배가 아니라..정말 배모양(piryform)을 생긴 그림책에서 볼 수 있는 배(pear)입니다. 선화가 여길 내려와서 물건을 사기 시작하면...형민이를 안고 시장을 따라 나온 저의 역할이 더 무거워집니다. 점점 무거워지는 장바구니를들어야 하기 때문이죠..전 사실..물건을 고르는 과정은 별로 재미 없어 합니다. 무슨 물건이든지 보이는 대로 사고 흥정하는 법이 잘 없습니다. 하지만...선화는 여기 저기 다니며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 하기에...형민이와 전...슬슬..힘들 때가 되었습니다.

여기 시장에는 장바구니를 들어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항상 제게 와서 장바구니를 들어주겠다고 말하지만...전 언제나 "니 나다(필요없다)"고 얘기하고 선화의 뒤를 쫒아가지요..

사진에서처럼...질료니에 나올때는 사야될 물건들을 미리 적어 나와야 합니다. 아니면 이것 저것 구경하다 정작 사야할 걸 못 사기 쉽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질료니에 배추가 나온 것을 본 적이 있는데..배추가 나오면 이내 한국인들에 의해 금방 배추가 팔려 버립니다. 배추는 이 곳의 가장 인기 상품 중 하나인 셈입니다. 알마티에는 한국인이 약 700명 정도 살고 있고 이동하는 사람들을 포함하면 천 명 가량 될 겁니다. 한국인들에게는 배추 김치가 생명줄과 마찬 가지니...그 만큼 인기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알마티의 질료니 바자르를 소개했습니다. 사실 실제 바자르에 들어가 보신다면 훨씬 생동감 넘치는 감동(?)이 있을텐데..사진으로만 보려니까 저도 아쉽습니다. 전 지금 알마티에서 떠나 있습니다. 이곳 아스타나에도 두 군데에 바자르가 있습니다. 벌써 두 군데 다 갔다 왔지요...물론 아스타나의 중앙 바자르는 질료니 바자르보다 크지만...모든 물건들을 다 취급하는 곳입니다. 질료니 바자르처럼...먹거리만 많이 가져다 둔 바자르는 아스타나에는 없습니다.

혹시 까작스딴에 오실 계획이 있다면. ..질료니 바자르에 꼭 들러 보세요...한국에서 보지 못한 풍성한 과일과 채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또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맛있게 먹었던 산나물들...참나물, 비름나물, 돈나물, 취나물, 고추나물...들을 하나도 먹을 수 없는 알마티보다 신선한 횟감과 나물들이 풍성한 곳인 한국이 고마운 땅이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지금 그렇게....느끼고 있으니까요....   200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