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전 날 밤............

 결혼하기 전날까지 병원에서의 나의 삶은 전혀 변한게 없었습니다. 여전히 많은 내시경 환자를 앞에 두고 기계처럼 많은 내시경 시술을 해야만 했고 오히려 점심식사도

못하고 오후 2시까지  식도 운동 검사와 식도 산도 검사에 매달려 캄캄한 조명 속에 있어야만 했습니다.(결혼 전이라고 검사 일정을 당겨 많은 검사를 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일주일전부터 갑작스럽게 박사학위 논문을 쓰게 된 터라(비밀이지만 사실 많은 의학박사 논문이 자신이 쓰는 게 아니라 이렇게 결혼을 앞둔 레지던트 3년차들이 애매하게 고통을 받으며 쓰게 된답니다.).......1주 전부터는 밤을 새워 자료 정리를 하고 논문을 적느라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지냈습니다.  박사논문 접수 마감일이 10월 15일입니다. 16일은 나의 결혼식이지만 정작 나의 삶은 15일이 마감인 다른 사람의 논문을 적느라 한치의 여유도 없었습니다.

 오후 내내 논문접수하느라 동래에 떨어져 있는 선생님에게 연락해서 이력서와 심사비  그리고 학위 청구서를 적는데 필요한 자료를 물어야 했고 한글 초록도 다시 편집해야 했습니다. 오전 중에 이미 선화에게서 음성 메시지가 와 있었습니다. 5시에 만나서 결혼식 때 입을 와이셔츠를  사고 결혼 전 날 신부측에서 신랑집에 보내는 음식을 나르기로 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난 1층과 10층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결혼하기 전에 내가 처리해야 할 일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동래에서 늦게 도착하는 서류에 마음 졸이고 이력서가 1장 필요한 줄 알고 마감 전에 접수했는데  6장 필요하다면서 내일 다시 접수하라는 얘기를 들으며............

 일이 마친 시간은 6시.... 온 몸에는 땀이 흥건히 배여 있었고 아침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바쁘게 뛰어다닌 난..... 걸을 힘조차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오늘 오후 6시 30분에 기독학생회 사람들이 치방에 모여 내일 결혼식 축가 연습을 한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다가 병동 간호사들에게 축하 인사도 많이 받았습니다. 제약 회사 직원들이 축하 인사를 했고 교수님들도 개금 교회의 교통편을 물어 봐 주셨고 강대환 교수님은 내게 코모도 호텔 사우나 입장권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왜 결혼식을 12시 정도에 안 하고 2시에 하느냐....웨 식당을 안 정하고 돈으로 하느냐.......말이 많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좋은 일에도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이 있나 봅니다. 꿈 같은 하루였습니다. 이제 결혼하기 전 날 .... 마지막 밤을 .........웬지 정리하고 싶어 다시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선화와 어제는 결혼식에 입을 옷들을 마련했습니다. 사실 훨씬 더 일찍 구입했어야 했지만 시간이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선화 근무와 나의 근무 시간을 피하다 보니 결혼식을 앞두고 이틀 전에서야 새 양복, 시계, 구두를 장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화 어머님의 배려가 너무 감사했습니다.)

 오늘은 롯데가 삼성과 3차전을 사직에서 벌이는 날, 난 선화를 만나기 위해 서면으로 나가면서도  라디오를 들고 나갔습니다. 롯데가 꼭 이기길 바라면서...

롯데가 1차전에서 13회에서 재역전패를 당한 후 이틀간 많이 우울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롯데의 패배와 박사논문이라는 잡일은 결혼을 앞둔 내 맘을 어둡게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선화와 오늘은 연락이 매끄럽지 못한 것 같습니다. 서면까지 오면서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하다가 다시 선화에게 연락해서 겨우 만날 수 있었고(선화가 지난 1년간 하고 있었던 교정 구조물이 오늘은 사라졌습니다. 결혼식을 대비해서 잠시 제거했다가 다시 설치할 예정입니다. ) 함께 선화집으로 가서 음식을 선화교회 집사님이 운전하시는 봉고차에 싣고 집으로 급히 왔습니다. (집에도 많은 사람이 이 음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 봉고차에는 선화 동생인 정우와 집사님, 나 이렇게 3명이 타고 있었고 야구 중계 방송이 크게 들리고 있었습니다.

 집에도 많은 손님들이 와 계셨습니다. 이모할머니와 숙모들이 가장 먼저 도착하신 내빈들입니다. 정우도 음식을 다 나르고 집안 어른들께 인사를 드렸고....... 나와 함께 식사한 뒤 헤어졌습니다.

 신혼여행 주간에는 내과 학회가 있습니다. 난 학회에 포스터를 2개 발표해야 합니다. 학회에는 참석 할 수 없지만 발표 내용은 준비해 놓고 가야 하는데 지금 이시간까지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늦었지만 해결해 놓고 결혼식을 할 생각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은 학장동 도개공 아파트, 나와 선화의 집입니다. 결혼을 앞두고 집에  손님이 너무 많아지자 난 차를 몰고 여기로 피해 왔습니다.   이곳은 일주일 전부터 이미 옮겨 놓은 컴퓨터가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하드 디스크가 든 데스크 탑을 옮기지 못한 채 다른 것만 옳겨 놓아 거의 지난 일주일 동안은 인터넷 접속과 홈페이지 관리를 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이곳에 올 시간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하드를 싣고 도개공 아파트 101동 1303호에 들어가서 컴퓨터  조립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모니터 화면에 영상이 안 비쳐 걱정했는데 명암 조절이 아주 어둡게 되어 있어서 화면이 보이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이사를 하면서 컴퓨터도 겪지 못했던 일을 겪는가 봅니다.

 하지만 인터넷 접속은 여전이 안됩니다. 롯데가 삼성을 10-2로 이겼는데 여기에 관한 소식도 알고 싶고 홈페이지 방명록도 챙겨 보고 싶은데 도개공 아파트에 아직 전화가 되는지 않되는 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이 아파트에는 전화 접속 콘센트가 2군데 있는데 컴퓨터가 들어 있는 방의 접속 콘센트는  커다란 책장 뒤에 가리워 있습니다.

3주전 이사할 때 이것을 봤지만 너무 큰 일을 하는 중이라 그냥 넘기고 커다란 책장을 그 앞에 세운 채 무거운 책들을 빽빽하게 꽂은 터라....다른 방에서 전화선을 끌어와야 할 판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모양이 별로 안 좋은데............

 도개공 아파트에 도착한 것은 밤 11시입니다. 난 큰 책장을 살짝 앞으로 당겨서 가리워진 전화 접속단자 가 어디쯤 위치해 있는가 본 뒤.. 대강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부위의 책장 뒷판에 구멍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책장을 다시 들어낸다는 것은 힘든 일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크게 뚫은 구멍에는 접속 콘센트가 없었고 다시 그 밑으로 하나 더 뚫었습니다. 그래도 없고 옆의 칸으로 옳겨 다시 뒷판에 구멍을 뚫습니다. 이렇게 한 지 4번째에서야 ........전화선을 꽂을 수 있는 단자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난 일자 드라이브와  펜치를 가지고 책장 뒷판에 구멍을 크게 내었지만 벽과 책장이 워낙 붙어 있는데다 하필 전화 콘센트가 책장의 칸 사이를 나누는 합판 뒤에 걸쳐 있어 전화선을 연결할 수 없었습니다. 자정이 다 되어서 난 책장의 책들을 나 빼내고 책장을 약간 앞으로 당긴 뒤 전화선을 구멍을 통해 넣어 콘센트에 꽂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총각으로 마지막 밤에 내가 한 일입니다. 책장 뒤에 구멍 뚫는 것....그리고 전화선을 연결하고 인터넷 접속을 시도했습니다. 역시나 ...전화와 모뎀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아직 전화가 개통안 된 모양입니다. 선화가 며칠 전에 전화를 개통했다고 얘기했었는데.....

 지금 시간은 이제 밤 1시 6분입니다. 이제 12시간이 지난면 난 개금교회 결혼식장에 있겠군요... 이 빈 아파트에 지금은 나 혼자 있지만 이제는 두 사람이 함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아파트에는 방이 2개, 거실 하나가 있습니다. 큰 방은 안방으로 하고 컴퓨터가 있는 방은 작은 방이고 우리의 서재입니다. 좌우로 책장이 있고 컴퓨터가 있고 큰 책상이 놓여 있습니다.

 이제 결혼식이 마치면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다녀가겠지요. 나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이 곳을 모두에게 보여 주고 싶습니다.

 홈페이지 나의 주 나의 하나님 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본격적으로 2인 관리체제에 들어가게 될 테니까요....계속 살아가면서 느끼는 얘기들을 올리겠습니다.

 그럼 전 이제 이 아파트를 나와야겠습니다. 이제 곧 결혼식이니까요..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하나님,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