깝차가이 호수를 다녀왔습니다.

부족한 제 홈페이지를 통해 알마티에 있는 독특한 자연 경관이나 관광지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알마티에 도착하면서부터 가졌던 제 생각입니다. 오늘은 깝차가이 호수를 소개할 까 합니다. 알마티에서 북쪽으로 70km 정도 올라가면 작은 호수가 나오는데 .. '깝차가이' 라고 부르지요. 아마 까작어인 것 같은데 그 뜻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여기 가게 된 것은 한카병원의 정부파견의사이신 민 선생님과 선 선생님이 한번 이 호수를 구경시켜 주고 싶다는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무더운 6월이었지만(믿기실지 모르겠지만...) 모두들 도시락을 준비하고 수영복을 준비하고 더운 광야길을 가로질러 깝차가이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병원 근무 마치고 남자들끼리만 가자고 결정했기에 선화나 형민이는 이 대열에 합류하진 못했습니다.

선 선생님의 랜드로바를 타고 알마티 시내를 벗어나 북쪽으로 내달렸습니다. 제가 전에 까작스탄은 한반도의 12배 정도의 크기이고 제가 있는 알마티가 포함된 알마티 주 만 하더라도 한반도 크기 정도 된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까작스탄 지도를 보면 깝차가이 호수는 작게 표시되어 있을 정도지만 실제 가보면 바다 같다는 게 가 본 사람들의 얘기입니다. 깝차가이 호수에서 다시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정말 큰 호수가 나오는데...지도상으로는 깝차가이 호수의 10배 이상 되는 발하쉬 라는 큰 호수입니다.

알마티 시내를 벗어나 북쪽으로 달리는 길은 정말 말 그대로 중앙 아시아의 황량한 벌판이었습니다. 사방이 끝이 없는 지평선으로 이어져 있고 좌우로는 흙언덕이 마치 사막처럼 계속되어 보이고....간간히 지나가는 차량 만이 특별한 변화로 비쳐지는 그야말로 광활한 대지였습니다.

깝차가이 호수로 가는 길에서 만난 중앙 아시아의 평원

깝차가이로 가는 도중 길을 물어본다고 잠시 내린 틈을 타서 찍은 사진입니다. 길을 따라 전선이 이어지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원시 상태였습니다. 지나 가는 길에서 양떼도 많이 보았는데 이곳 사람들은 양을 기르지만 양털은 사용하지 않고 주로 양고기만 먹는다고 합니다.

양떼를 지나... 낙타떼를 지나....모래 바람을 날리며 북쪽으로 올라가보니.....물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물냄새라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정말 물냄새가 났습니다.

큰 댐을 하나 지고 나니 거짓말 같이....바다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나라 남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만과 같은 경계선을 가진 이 바다는 짠 물이 아니라 맹물을 가진 민물이라고 합니다.

호수를 따라 계속 달려도 달려도 끝없이 호수는 이어졌지만....자세히 호수 건너 편을 보니...건너 편의 산과 산 위의 눈들이 아스라이 보이기 시작해 눈 앞에 보이는 이 호수가 어느 정도까지만 이어진 말 그대로 호수인 것을 짐작할 순 있었습니다.

민선생님의 안내로 우린 어떤 길로 접어 들었고...조금 달리자...예쁜 별장들이 서 있는 호숫가로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주변 경치를 둘러 보며 저마다 탄성을 발했는데...호수도 호수거니와...호수변에 만들어진 리조트 같은 별장과 주변 조경이 훌륭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건물에 들어가 보았는데....우리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커다란 거실과 홀이 딸린 시설이었지만 아주 낮은 가격에 1박을 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들...'가족과 함께 오면 참 좋겠다....'라고  한 마디씩 할 수밖에 없는 좋은 시설이더군요.

깝차가이 호숫가에서 바라 본 모습

별장과 같은 작은 건물들 뒤로는 호수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모래 사장이라고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고 흙으로 된 호수변과 주위의 크고 작은 식당이 보였습니다.

호숫가에는 두세 사람이 수영을 하고 있었고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호숫가였습니다.

민선생님이 "자...옷을 벗어야지...."  라고 하는 바람에 모두가 차에 들어가 준비한 수영복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그리고는 준비한 살구와 자두 그리고 파라솔 등을 가지고 호숫가로 가서 늘어 놓은 뒤 차례대로 호수에 뛰어 들었습니다.

호수 바닥은 자갈들이 깔려 있었고 조금만 들어가면 제법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전 ...수영을 잘 못합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수영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올 초...시험을 치루고 강원도 설악산에 선화와 갔을 때...그 곳 콘도에서 선화에게서 배운 것이었습니다. 그 때....제대로 물에 뜨서 앞으로 나가는 걸 알 게 되었죠.....제가 그걸 조금 다른 사람들 앞에서 시범 보이니....모두들...."와....잘 한다..." 라고 한마디씩 하더군요....사실은 수영을 잘 못하는데.....

깝차가이 호수가에 선 제 모습입니다. 쑥스럽군요...

호수 바닥에는 자갈 말고도 다른 물질들이 가라 앉아 있었습니다. 호수 바닥을 걸어 다니면 이것들이 수면위로 뿌옇게 떠 올라 오는데....민선생님이 이걸 보시면서 "양의 배설물" 이라고 하시더군요....

그 말을 듣고 나니까 이 호수에서 물을 마셔가며 열심히 수영을 하고 싶은 맘이 싹 가시더군요. 물론 잠시 후...거짓말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웬지 좀 찝찝한 바닥이었습니다.

이 곳 까작스딴의 돈 있는 사람들은 이 깝차가이 호수에서 수영을 하진 않는다고 합니다. 알마티에도 훌륭한 수영장이 많이 있고 굳이 이렇게밖에 나가 수영을 하려면 앞에서 말씀 드린 대로 깝차가이에서 북쪽으로 6-7시간 더 올라가면 나오는 발하쉬에서 수영을 한다는군요.

하지만 바다 하나 없는 까작스딴에서 물을 본 저로선 이것 저것 가릴 때가 아니었고 시원하게 물놀이 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선화와 함께 오지 못해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일단 제가 한 번 와서 길도 알아 놓고 사전 조사를 한 뒤에 선화와 함께 오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제 뱃살도 상당한데....까작스딴에 있는 동안 이 곳 알마티에 많이 있는 실내 수영장 등에서 열심히 운동을 해서 뱃살을 줄이고 건강을 유지해서 한국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 때 쯤이면 수영 실력도 상당해지겠지요.....

가도 가도 끝없는 지평선의 중앙 아시아 까작스딴에서 깝차가이 호수를 본 건 분명 새로운 경험입니다. 이 곳 사람들은 바다를 잘 보지 못합니다. 그들은 이 호수를 보면서 바다처럼 크다고 말합니다.

진짜 바다가 있는 한국에서 살면서...언제든지 푸른 남해와 수평선을 볼 수 있는 한국의 여러분들은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200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