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작에서 남긴 선화의 메모 -1

 이곳 알마티에 온 지도 20일이 훨씬 지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여러 사람들에게 까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한분은 이곳에 고려인들이 많기 때문에 아침이면 두부와 콩나물을 파는 아줌마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한국적인 것들이 많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와 보니 기대한 것 만큼 한국적인 것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국과는 아주 다른 것들도 많구요. 몇가지 소개할께요.

 1. 때수건으로 몸을 밀지 말라!

이곳의 날씨는 아주 건조합니다. 덕분에 빨래도 잘 마르고 더운 여름에도 화장이 지워질 염려가 없습니다. 모기 유충들이 살 만한 웅덩이들도 없으니까 모기도 없고..... 건조하기에 좋은 점도 많습니다.

이런 날씨때문에 유의해야될 것들도 있는데 한국 목욕탕에서 하듯이 때를 밀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번 때를 밀고 나면 피부가 너무 건조해져서 피부염이 생기기 쉽다는군요. 저희도 이곳에 오기전에 때수건을 몇개 챙겼는데 이곳에서는 필요가 없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옥수수 마아가린이 아니라...다른 식물성 기름을 사용한 마아가린과..우유, 과자, 과일, 형민이 이유식들....

2. 형광등이 없는 나라

이곳의 모든 건물에는 백열등이 달려 있습니다. 사말의 우리 집도 마찬가지이구요. 지금 우리 거실에는 백열등 5개가 들어가는 샹들리에가 달려있는데 백열등 빛이 샹들리에를 통해 천장에 비춰지고 그 천장을 통해 다시 거실의 공간이 환하게 비춰집니다. 형광등 불빛에 익숙한 저희들에게 백열등 빛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켜 놓으면 덥기도 하고 전구가 자주 터지기도 하고.......

이곳에 먼저 오신 김동환 선생님께서 알마티에서는 삼파장 형광등외에는 다 구할 수 있다고 하시더니...... 그게 삼파장만이 아니고 모든 형광등을 구할 수 없는 곳이 알마티라는 것을 와서야 알았습니다.

 3. 싼 휴지통을 찾아서.....

한국에서 짐을 쌀 때, 최소한으로 준비해야 했기에 정말 필요한 먹을 것, 옷, 그릇 몇가지만 챙겨왔는데 막상 살다보니 대야, 휴지통, 바가지 등과 같은 물건들이 이곳에서도 필요했습니다. 부피가 큰데다가 그런 것들이 그리 중요할 것 같지 않아서 그냥 왔는데 사람이 사는데 휴지통이 꼭 필요한 물건이라는 것을 이곳에서 느꼈지요. 한국과는 달리 집안에서도 동선이 길고 바닥에 배수구가 없는 화장실과 욕실(화장실과 욕실이 따로 구분되어 있음)에서 휴지통은 꼭 필요한 물건입니다.

알마티에서 가장 비싼 물건들(한국과 비교할 때)은 뭐니뭐니해도 역시 플라스틱 제품인것 같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무조건 1000원!'하는 가게들에서 질 좋은 물건들을 1000원이면 구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플라스틱 물건들의 가격이 싸면 질이 아주 형편없습니다. (얇고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들도 휴지통 3개를 사는데 2,3주나 걸렸는데 한국에서의 물건들을 생각하면 너무 비싸서 도저히 살 엄두가 나지 않은 것이지요. 다니다가 싸면서도 그런대로 괜찮은 것들이 보여서 3개를 장만했습니다. 500 텡게(한국돈 5000원)짜리 하나와, 270텡게(2700원)짜리 두개, 질은 별로이지만 그런대로 쓸만하니까요.

람스토르의 야채 코너에 서 있는 선화의 모습...선화는 교정은 다 마쳤지만..몇 달 더 치아에 보조장치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4. 된장을 안 먹는 고려인들(?)....

알마티에는 고려인들이 있어서 시장에 가면 아주머니들이 두부, 콩나물과 각종 반찬을 만들어 팝니다. 한국에서도 가장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게 두부와 콩나물인데다가...두부 한모 구우면 식탁이 풍성해지고 가끔 시원한 콩나물국이 먹고 싶을 때가 있기에 이곳에서 그것을 구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입니다.

 그러나 문제도 있습니다. 고려인들이 있기에 된장, 고추장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이곳에 사는 고려인들은 된장, 고추장을 팔지 않았고 만들어서 파는 반찬들도 현지 음식과 섞여 우리의 입맛과는 멀어진 것들이었습니다. 국수, 당면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그냥 왔는데 북한이나, 중국에서 (질이 좀 떨어지는)들어온 것들을 구하거나 한국 상점에서 2,3배 비싼 가격으로 사 먹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없으면 안먹으면 되겠다 싶지만...... 살다보니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참기름이 필요한데 한국에서 5000원하는 오뚜기 참기름이 여기서는 12000원이나 해서 몇주나 그냥 지내다가 큰 맘 먹고 하나 샀습니다. 중국에서 들어온 것은 500 텡게 정도에 살 수 있지만 유통기간이 의심스러워서 도저히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몇주만에 맡아보는 참기름 냄새가 얼마나 고소하던지...... 뭐니뭐니해도 한국 물건이 최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도련님이 빨리 결혼해서 내가 한국에 들어갈 일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이번에 제대로 필요한 것들을 가져올텐데......

 5. 아이를 이상하게 데리고 다니는 엄마......

형민이가 잠이 올 때는 반드시 업어야 합니다. 두 할머니집을 다니면서 길들어진게 이젠 아주 습관이 되어서 다른 방법으로는 도저히 잠을 못 이루지요.

이곳 까작의 엄마들은 한국처럼 아이를 업지 않습니다. 유모차에 눕혀서 다니든지 안고 다닙니다. 고려인들이 가끔 아이를 업는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아이를 업은 사람은 한 사람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형민이를 포대기로 업고 나가면 (carrier에 싣는 것도 마찬가지) 많은 사람들이 저를 쳐다봅니다. 나이 많은 아주머니들은 꼭 한마디씩 하는데 인상을 봐서는 왜 애를 그런식으로 하고 있느냐고 나무라는 것 같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웃으면서 괜찮은 반응을 보이는 것 같은데 대체적으로는 저의 모습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우스운 것은 이곳에 아가방 대리점이 들어와 있는데 그곳에 가 봤더니 포대기가 진열되어 있더군요. '이 집주인은 도대체 저게 뭔지 알고나 진열해 두었을까?' 궁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느 한국인이 각종 물건들이 어디에 쓰는 건지 몇시간 동안이나 상점 주인에게 설명해 주어야 했다네요... 아마 시간이 좀 흐르면 포대기를 이 나라에서도 보게 될 지 모르지요. 그렇다면 제가 거의 원조가 될 것 같네요...... 200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