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카작스탄의 알마티 입니다.

비행기가 안전하게 알마티 공항 활주로에 착륙했습니다. 현지 시각으로는 이른 새벽인데.....누가 마중 나와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혹시 아무도 안 나와 있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도 들면서 비행기에 내려 활주로에서 공항 청사로 안내하는 셔틀버스에 올랐습니다. 밖은 캄캄했습니다. 처음 맞는 카작스탄의 밤이라고 생각하니...주위를 유심히 살피게 되더군요....잠시 후 버스는 공항 입구에 멈췄고 모두가 내렸습니다.  청사 입구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마중 나온 사람들로 보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그 곳에서.... 우리 가정을 기다리고 계시는 한 분을 만날 수 있었는데...바로 국제협력단의 카작스탄 현지 사무소장이신 권영복 소장님이셨습니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반가왔고 인사를 나눈뒤.....입국 심사하는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여기서부터 소장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입국 심사는 여권만 보여 주고 간단하게 해결되었지만 세관을 통과할 때는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입국 서류에 가지고 있는 달러와 원화의 총액을 적어야 했고....러시아 글자로 각종 항목들이 잔뜩 적혀 있는 서류에 여러 내용들을 빠짐없이 적어야 했습니다. 마중 나오신 한의사 선생님(정부파견의로 오신 선종욱 선생님)이 다른 사람의 서류를 보여 주셔서 쉽게 적을 수 있었습니다.....이렇게 해서 무섭게 생긴 직원의 검사를 통과한 뒤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한국-카작스탄 협력병원(이하 한-카 병원) 원장님이신 민병훈 선생님(정부파견의)도 만나뵐 수 있었습니다. 모두들 늦은 시간인데도 공항 안까지 마중 나와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알마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알마티 어때요?" 누군가의 물음에......"예.....좋습니다. 공기도 시원하고.....아니 오히려 쌀쌀하네요...." 여름에는 40도이상 올라가는 폭염이라는 카작스탄의 밤기온은 예상외로 시원하고 좋았습니다. "알마티는 한국보다 기후가 더 좋아요...한국보다 더 살기 좋지요...." 모두들 알마티의 기후가 좋다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이곳에서는 환영객들이 공항 안으로 함부로 들어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출입허가증을 받아야 하는데...대부분은 공항 철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합니다. 작년에 이곳으로 파견오신 내과 김동환 선생님을 만난 것은 공항 철문 밖...주차장 입구에서였습니다. "알마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똑같은 내용의 인사말이었지만....들을 수록 감회가 새로왔습니다. 우리 가정은 김동환 선생님의 차에 올랐고 모두 3대의 차에 나누어 탄 뒤 임시 숙소인 제투스 호텔로 향했습니다.

 호텔로 가는 차 안에서 김동환 선생님(이하 김선생님)으로부터 이곳에서 당장 해야 할 일과 몇 가지 사항들을 들었습니다. 많은 짐을 여러 선생님들이 도와 주시는 바람에 쉽게 운반할 수 있었고...우린 제투스 호텔 프론트에 현지 시각으로 새벽 1시 40분경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호텔로 오는 길 주변에서 한국 기업인 LG의 홍보 네온 사인이 길을 따라 계속 서 있는 것을 본 것과 나무가 많고 비교적 깨끗해 보이는 차도의 첫 인상이었습니다.  

 호텔까지 오는 과정이 무슨 첩보 영화 찍는 것처럼 바쁘고 원활하게 돌아갔습니다. 아마 모두들 잠을 설치고 나온 탓에 일을 빨리 처리하려고 서두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나흘 뒤 도착한 장재필 선생님(이번에 파견된 치과 선생님) 가정을 마중 나가보니...왜 그렇게 빨리 움직였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오랜 시간 비행기를 기다린다고 서 있다 보니...피곤하기도 하고....깊은 밤이라 얘기를 나누기도 힘들더군요....)

(왼쪽 그림은 알마티에 도착한 밤에 ....호텔 방 안에서 선화를 촬영한 것입니다. 창 밖으로 불빛과 나무들이 보이시죠?)

호텔은 허름한 곳이었고....네 사람이 들어가기에도 좁은 엘리베이터는 흔들리는 불빛과 불안정한 균형을 가진 구닥다리였습니다. 이 곳의 엘리베이터는 모두 이렇다고 하시더군요...362호....두 개의 침대를 붙여 더블 침대를 만들고 내일 아침에 보자는 인사와 함께 모두가 헤어지고 난 뒤....형민이와 선화 그리고 저....이렇게 세 사람이 이 곳에서의 첫날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침대의 매트도 형편없고...이불도 담요같은 것인데...깨끗해 보이지 않고.....마음에 들진 않았지만....이 곳에 관광하러 온 것도 아니고...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첫날 밤잠을 청했습니다. 하루 종일 비행기에 시달려서인지....피곤이 몰려 왔습니다.  

호텔방에는 베란다가 있는데....커튼을 걷고 창밖을 보니....밖에 보이는 도로에는 제법 가로등도 있고 차도 다니고 있었습니다.....'그렇게 낙후된 곳은 아니구나.......'란 생각을 가지고 일단 해가 뜨면 다시 이 곳을 파악하기로 하고 잠을 청했습니다.

(얼마나 흘렀을까....) .어떻게 눈을 뜨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창 밖에서 들어오는 따가운 햇살이 방 안을 가득 비추고 있는 한 낮이었습니다. 창 밖에서는 시끄러운 차 소리와 함께 새 소리가 간간히 들려 왔는데 아마...차 소리에 잠을 깬 것 같습니다. 탁자 위 시계는 아침 8시.....5시간 남짓 잤을까? (한국 시간으로는 아침 10시.....한국과 알마티의 시차는 3시간이지만 이 곳 알마티는 하절기에 1시간 빨리 Summer time을 적용하고 있어 결국 2시간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이렇게....카작스탄의 아침은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왔습니다. (왼쪽 사진은 제투스 호텔에 막 도착해서...자고 있는 형민이를 침대에 내려 놓는 장면입니다.)

창 밖을 내다 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본 풍경은 알마티 한 가운데 도심의 모습이었습니다. 높고 푸른 나무들이 차도를 따라 심어져 있고...도로에는 기차길 같은 레일이 보이고 그 궤도 위로 한 칸 짜리 기차 같은 것이 마치 전철처럼 차도 한 쪽을 차지하면서 운행되고 있었습니다.(이를 뜨람바이라고 부르더군요). 특이한 것은 차도에 중앙선이나 차선이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는데도 그 뜨람바이를 앞질러 가면서 여러 차들이 빠른 속력으로 오가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호텔 앞 도로에는 젊게 보이는 청소원이 큰 비를 가지고 쓰레기를 쓸고 있었고....차도 주변 인도에는 몇 몇 사람들이 어디론가를 향해 바쁜 걸음을 하고 있는 한국의 여느 곳과 다를 바 없는 광경이었는데....사람들의 모습은 노란 머리를 하고 있는 서양 사람들의 모습(러시아인)과 우리와 흡사한 사람(까작인)이 섞여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알마티는 공기가 맑다던데....이곳 도심 한 가운데의 공기는 좋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이 곳을 포함한 알마티의 일부 도심은 최근 늘어난 자동차 숫자와 품질이 좋지 않은 연료를 사용하는 까닦에 매연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알마티 주(州)만 해도 한반도 정도의 크기인지라....전체적으로 보아 알마티는 공기가 좋다고 해야 겠지요(카작스탄은 14개의 주(州)로 이루어져 있고 알마티 주의 가장 큰 도시가 여기 알마티 시(市)입니다.) 실제로 나중에 알고보니 알마티 시내는 녹지가 워낙 많은 데다 맑은 공기를 숨쉴 수 있는 식물원 같은 곳이었습니다.  

 제투스 호텔은 알마티에서도 보통 정도(보통 이하?)의 수준이고 앙카라 호텔이나 하이야트 호텔같은 최고급 호텔도 있다고 합니다. 일어나서 호텔 주변을 돌아보고 4층으로 가서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어제 Check-in 할 때 아침 식사 쿠폰을 받아둔 게 있었습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두리번 거리는 형민이를 안고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사람들에게 미소만 지어 보이면서 4층 복도 끝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식당은 좁았습니다. 2-3평 남짓한 곳에 음식을 둔 테이블이 있었고 그 옆 조그만 방에 식탁과 의자가 있었습니다. 방 안에는 까작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지키고 서 있더군요.....식권을 건네 주고 무슨 음식이 있나 테이블 위의 음식 접시 쪽으로 가 보았습니다. 쌀밥 같은 것도 있고 검고 마른 빵...한국에서도 흔히 본 길쭉한 빵...동물의 껍질 같은 것(나중에 알고 보니...밀가루를 얇게 구워 놓은 전병이라고 하더군요)....삶아 놓은 하얀 계란....볶아 놓은 각종 야채류가 보였습니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것만 몇 가지 접시에 담아 식탁으로 가져왔는데... 쌀밥은 기름에 볶은 것 같아....입맛에 맞지 않았고...(나중에 들으니 이 곳 현지인의 주식인 기름밥이라고 합니다) 다른 음식도 전체적으로 미끈미끈한 감촉에다.....별로 맘에 들지 않았지만 남기진 않고 다 먹었습니다. 선화는 야채는 그런대로 맛있다고 하더군요.....형민이는 밥알을 몇 개 받아 먹더니....장난치기에 바빴습니다. 아래 사진이 아침 식사를 하던 장면입니다.

뭐라고 우릴 향해 몇 마디 물어보는 주위 사람들에게 고개만 가로젓고 미소만 짓다가 대충 아침을 먹었다 싶어 도망치듯 빠져 나왔습니다. '빨리 말을 배워야 하는데.....' 알파벳 몇 자만 알고 있기에 이렇게 사람을 대하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차차 좋아질 걸 믿으며....객실로 돌아와....미지근한 물에(이 호텔은 아침에도 더운 물이 잘 안 나왔습니다.) 형민이를 목욕시키고...빽빽하게 들어찬 가방을 풀어 옷도 다림질하고(다리미는 들고 왔습니다.) 오전에 있을 대사관 방문을 준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