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작스탄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속에서......

떠나는 날까지 많은 일로 분주했습니다. 현지에서 사용할 항생제를 좀 더 구하기 위해 부산대병원에 접수를 해서 아목시실린과 클라리시드를 더 비축해야 했고 형민이도 소아과에 들러야 했습니다(예방 접종 문제로 소아과를 방문했지만...결국....그냥 그 나라로 가서 해결하기로 결정하고 다시 병원 문을 나섰습니다....) 부전 전자상가에 가서 컴퓨터 음악에 관한 문의도 하고...은행에 가서 환전을 하고.... 갑자기 사라진 형민이의 보온물병을 다시 마련하느라 백화점에 가는 등.......이렇게 마지막까지 수선을 피운 뒤...김해 공항으로 출발한 시간은 2시 30분이 가까워 오는 때였고 3시가 넘어서야 김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마지막 고국의 모습을 뒤돌아 볼 여유도 없이 인천공항으로 되어 있는 탑승권을 김포공항으로 바꾸고 환송 나오신 양가 부모님들과 할머니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눈 뒤....김포공항으로 떠나는 4시 10분 발 KE 1142 편을 타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이제 3년 동안 보지 못할 수도 있는 부산이지만 공항에 나가서는 제대로 하늘 한 번 쳐다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사실 카작스탄으로 떠나는 항공기는 인천 국제공항에서 출발하기에 인천으로 가야 하지만.... 하루에 한 번 부산에서 인천공항으로 출항하는 국내 항공사의 여객기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그 항공사의 비행기를 이용해서 출국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이상한 규정이 있는 바람에 카쟉스탄 항공사를 이용해야 하는 우린 어쩔 수 없이 김포공항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김포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10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이민가방과 큰 가방 한 개를 수화물로 운반한 데다 기내용 가방을 포함한 크고 작은 가방이 있는지라.....형민이까지 엎고 있는 선화와 내겐....모두 일곱 개나 되는 이 짐들이 벅찰 수 밖에 없습니다. 공항 카트를 끌고 나와....인천 국제공항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정차하는 곳에 짐을 내려 놓고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똑같은 셔틀버스인데도 4천원짜리가 있고 6천원짜리도 있길래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6천원짜리 리무진 표를 사서...기다리다.....그 곳에 선 셔틀버스 위로 부랴부랴 짐을 올렸습니다. 비가 내리고 물이 고여 있는 공항 청사에서 뛰어 다녔지요.....형민이와 선화도 무사히 버스에 올라 탔습니다. 하지만....잠시 후 버스를 잘 못 탔다는 것을 알았고 다행히 공항 내를 순환하는 버스이기에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두 번째에야 제대로 인천국제공항으로 떠나는 리무진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밖에는 비가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차창 밖으로 인천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신공항 고속도로의 경치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차창에 어려 있는 김 때문에 바깥을 전혀 볼 수 없었고 많은 짐을 들고 버스에 올랐기에...짐 사이에 몸이 끼어 제대로 잘 수도 없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대역사라고 일컫는 인천 국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공항 청사로 들어 선 순간...일단 그 웅대함에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수 많은 창구와 항공사들의 부스가  꽉 들어차 있었고....영어 알파벳을 크게 적어 구획을 나누어 관리하는 방법이 눈에 띄었습니다.

 미리 나와 있는 동서여행사 직원의 도움을 얻어 먼저 병무청에 출국 신고를 하고(이를 위해선 미리 받아 놓은 출국 허가증이 필요했습니다) 카작스탄 항공사 코너로 가 항공권을 보여주고 탑승권을 받을 수 있었고 수화물 2개도 부칠 수 있었습니다. 형민이를 포함해 선화와 내가 가져갈 수 있는 수화물의 총중량은 50Kg입니다. (성인 1인 20Kg, 유아 1인 10Kg)

탑승권을 받은 뒤....공항세를 내고(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려면...공항세를 내야 합니다...마치 성전에 올라갈 때 성전세를 내듯이(?)........) 지하 식당가로 가서 선화와 저녁을 먹었습니다. 최후의 만찬...같은 느낌이 드는 식사지만...담담한 맘으로 형민이와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인천 공항에 있는 KOIKA 라운지를 이용해서 쉬었다 가려고 했지만.....출국 시간이 다가오길래...바로 출국장으로 나갔습니다. 승객의 짐을 검색하는 곳에서....공항 직원이 X-ray에 투시된 내 가방의 내용물이 의심스럽다며 가방을 열어 보라더군요.....알고 보니 공항 직원이 이상하게 생각한 물건은 청진기였습니다. 그게 마치...폭발물의 유도선으로 사용되는 금속선으로 비쳤나 봅니다.

 출국 심사하는 곳에선....국제협력단에 어떻게 들어갈 수 있냐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아마도...젊은 나이에 군문제가 완전히 해결안 된 상태로 출국하는 게 궁금했나 봅니다. (협력의사 임기를 다 마쳐야 군필자가 됩니다.)

 출국 심사하는 곳을 통과하면....그 유명한 인천 국제공항 면세점이 나옵니다. 누구 말로는 LA 공항 면세점을 닮았다고 하던데...가로 세로로 수많은 외국 상표의 점포들이 배열되어 있는데...마치 대형 백화점에 온 것 같았습니다. 카작스탄 항공기를 타는 탑승구는 49번 Gate 였고..그건....제일 끝에 위치한 탑승구였습니다. 혹시 인천 공항의 조감도를 보신 적이 있는지 모르겠네요...방사형으로 생겼는데..하여간 가장 끝에 위치한 탑승구까지 빨리 걸어야 했습니다. 탑승을 속히 해 달라는 안내 방송이 계속 나오더군요...아직까지 면세점에서 정신을 놓고 있는 승객들 때문에 많은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친절한 안내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카쟉스탄 항공기로 향하는 출입구를 지나 기내로 들어섰습니다. 우린 일반석 중 가장 앞 자리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형민이 때문에 항공사에서 특별히 배려한 듯 보였습니다. 뒤쪽을 돌아 보니...서양 사람처럼 생긴 승객들과 아마도 고려인이나 까작인으로 보이는 우리와 흡사하게 생긴 사람들이 많이 타고 있었습니다.

이륙하기 전...동그랗게 생긴 유리창에는 어둠 속에 내리는 빗줄기 속으로 공항의 불빛이 보였고 그 불빛에 유리창에 붙어 있는 빗방울들이 슬프게 느껴지는 고국의 밤이었습니다. '이제 정말 가는구나... 형민이가 긴 비행기 여행을 잘 견뎌야 할 텐데...,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이었습니다. 선화와 서로 손을 꼭 잡고 이제 새롭게 만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결심을 다진 뒤 이륙을 기다렸습니다.

 비행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할 때..형민이를 위해 준비한 비장의 무기....바나나킥(노랗게 생긴 과자 아시죠?)을 내 보이고...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부터 기체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계속 준비한 물병으로 물을 마시게 했습니다. 아무래도 기압차로 인해 귀가 멍멍해지면 형민이가 울 것 같아서 였습니다.

 카작스탄으로 향하는 낯선 비행기 안에서 우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눈으로 보면서 감사하며 갈 수 있었습니다. 이유인즉, 고국을 떠나기 전 중요한 기도제목이 형민이의 첫 비행이 순조로울 수 있도록 은총을 베풀어 주실 것을 구하는 내용이였는데...비행 내내 확실한 하나님의 도우심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비행기가 이륙한 뒤 형민이는 넓은 비행기 좌석에 앉아 엄마 얼굴을 보며 환하게 딩굴 딩굴 좌석에서 웃으며 놀다가 깊은 잠에 빠졌고....1시간 뒤.. 평소에는 그렇게 먹기 싫어하는 분유를 한 번 만에 뚝딱 먹어 치우고는 다시 알마티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7시간 정도 울거나 보채는 일이 전혀 없이 잘 자면서 여행을 계속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하나님의 돌보심은 인천 공항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형민이는 분유를 참 싫어합니다. 아기가 왜 분유를 싫어하는지 모르겠지만...하여간 제 정신으로는 분유가 든 젖병을 절대로 빨지 않고...잠이 깊이 들어 정신이 없어야 겨우 무의식중에 젖병 속의 분유를 먹는데....그게 여행을 앞 둔 선화에겐 가장 큰 걱정거리였지요..그런데, 인천 공항에서 출국장 들어오기 직전에 분유를 타 젖꼭지를 물렸더니.....평소와는 다르게 한 번 만에 젖병을 빠는 기적적인 일이 벌어졌었고 그 때 이미 우린 하나님이 인도하시고 계심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서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카작스탄까지 걸린 비행 소요 시간은 거의 8시간이었습니다. 나중에 한국으로 올 때는 6시간 정도로 줄어든다고 하는데 이것은 편서풍의 영향 때문이라는군요...한국에서 카작스탄으로 가는 비행 시간이 2시간 정도 더 걸린다는 얘기를 들으니....편서풍의 힘이 얼마나 큰지 실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이렇게 지구 범위의 기상 조건에 영향을 받는 비행은 처음이기에 8시간의 비행 시간은 약간 따분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형민이가 잘 때에는....

 

기내에서 나오는 식사에는 쌀밥과 고추장등이 포함된 음식이더군요...와서 들은 얘기로는 이렇게 바뀐지 몇 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들 많이 좋아졌다고 그러시더군요....

 잠시 후...비행기 창문 밖으로 그동안 안 보이던 불빛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우리의 비행이 끝나감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알마티 공항에 착륙한다는 기장의 안내방송(전혀 못 알아드는 소리로 떠들어 댔지만....)이 나오는 중에도 형민이는 계속 자고 있었고...기체가 흔들리면서 공항에 앉는 순간까지도 형민이가 놀라지 않고 곤히 잠을 자는 바람에 우리 입에는..."하나님...감사합니다...."가 절로 흘러 나왔습니다.

 비행기는 약간 흔들리면서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 앉았고....활주로의 유도등을 바라보면서...이 곳에 대한 호기심이 밀려 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카작스탄입니다. 밖은 여전히 깜깜하고....서울 시계로는 새벽 3시 10분.....알마티 현지 시계로는 새벽 1시 10분(알마티는 현재 summmer time적용 중이라 한 시간 빠릅니다. 원래는 3시간 차이가 나지요...)에 낯선 땅으로 첫 발을 내디디게 되었습니다. 낯선 설레임 속에 새로운 땅을 밟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알마티에서의 이야기들을 이 홈을 통해 전해 드리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