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여행기 5  네바강에 떠 있는 베드로바울요새(러시아 박물관, 이삭 사원, 뻬뜨로빠블롭스키 요새) (상뻬쩨르부르그 #4)

4 일째(10월 20일 월): 상뻬쩨르부르그 시내

물의 도시 뻬쩨르부르그에 온 지도 4일째입니다. 오늘까지 뻬쩨르부르그를 돌아 보고  밤 비행기로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 갑니다. 우리 여행이 '아스타나 -->모스크바 -->뻬쩨르부르그 -->모스크바' 로 되어 버린 것은 당시 한국 직항이 '모스크바-인천'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여름 성수기에는 '뻬쩨르부르그 - 인천' 노선도 열린다 하는데 이 때는 비성수기라 모스크바 노선 뿐이었고 뻬쩨르부르그를 돌아보기 위해선 모스크바를 두 번 거쳐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살았던 아스타나에서는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 뿐이었으니까요.

뻬쩨르부르그에서의 첫 날 밤은 핀란드 만이 보이는 마르스까야 호텔이었지만 객실료가 110불로 너무 비싸 더 저렴한 호텔을 찾았고 다음 날 부터는 지금 묵고 있는 모스크바 호텔로 옮겼습니다. 여기는 하루 숙박료가 60불이거든요. (2003년 가을 현재)

4살된 형민이와 2살 된 시은이 그리고...성은이를 가진 만삭의 몸을 가진 선화와 함꼐 북방 러시아를 돌아 본다는 건...지금 생각하면 엄두도 안 나지만 그 땐 참 우리가 용감했던 것 같습니다.

 모스크바 호텔 객실 창으로 내다 본 바깥 모습입니다. 4살 된 형민이...이제 막 만 3돌이 지난 모습입니다. 수 많은 섬과 운하, 다리로 이뤄진 도시답게 호텔 앞에도 강과 다리가 보이네요.

며칠 흘렀으니 지도를 다시 한 번 보죠.. 아스타나 -->모스크바 --> 뻬쩨르부르그로 왔습니다.

 

'4일째', 오늘은 '러시아 박물관, 이삭궁전, 베드로바울요새(뻬뜨로빠블롭스끼 끄레뽀스찌)'를 돌아보게 됩니다.  밤 19:40분에 모스크바(세리메찌 공항) 로 출발하는 풀코보 항공 비행기를 반드시 타야 하기에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습니다.

 

호텔 밖으로 나와 보니 흰 눈이 흰 눈이 내렸습니다. 우리가 살던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도 10월에 첫 눈이 내리는데...모스크바도 비슷한 기후인가 봅니다. 아스타나에선 아직 첫 눈을 보지 못하고 나왔기에 2003년 첫 눈을 뻬쩨르부르그에서 보게 되어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집 떠나 타국에서 첫 눈을 만나는 느낌...

택시를 타고 먼저 국립 러시아 미술관으로 갔습니다. 러시아가 천 년 역사를 거치는 동안 만들어진 작품들을 모아 놓은 곳이라 규모도 여타 미술관 보다 훨씬 큰 곳이죠.

 

국립 러시아 미술관 앞에서... 뒤 쪽에 보이는 미술관 앞에는 아직 치워지지 않은 흰 눈이 그대로 소복히 쌓여 있습니다. 형민이는 이 눈밭으로 뛰어 올라가 뽀드득 뽀드득 걸었습니다. 10개월 전...형민이가 금방 태어난 시은이와 함께 카자흐스탄으로 재입국했을 당시, 아빠 손을 잡고 알마티의 흰 눈을 밟으며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라고 노래 불렀을 때가 기억납니다. 아빠의 맘을 기쁘고 두근거리게 했었죠.

이제 형민이는 더 큰 꼬마가 되어 빨간 모자를 눌러 쓰고 뻬쩨르부르그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임신 8개월의 선화도 흰 눈이 쌓인 러시아 미술관 앞에서 여유를 느끼나 봅니다.

러시아 미술관은 사실 궁전입니다. 에르미따쥐에서도 봤지만 계단과 내부 역시 궁전 특유의 화려한 내부 장식이 돋보입니다.  1819-25년에 지어진 이 '미하일 궁전' 안에다가 1898년, 알렉산드르 3세 황제의 명령으로 미술관을 개관한 것이죠. 그러다보니 구조 자체가 수집품들을 진열하기 좋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여러 미술 작품들을 봤습니다. 형민이는 미술 작품 별로 안 좋아하는 거 아시죠? 주로 선화와 제가 "와..." 하며 돌아봤죠.

 그림 몇 개만 소개할까요? 위 사진 오른 쪽에 보이는 그림이 '폼페이 최후의 날' 이구요.

 '터어키 술탄에게 편지를 쓰는 까자끄 인'  - 일리야 레삔

'최대 파고'   - 이반 아이바좁스끼

이 외에도 12세기 이전의 미술 작품에서 현대까지 다양한 미술, 조각품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해서 얼른 보고 나왔습니다. 형민이가 다리 아프다고 하니까요.

 

다음으로 우리가 찾아간 곳은 이삭 대성당입니다.

이삭 대성당은 이삭 광장으로 불리는 광장과 큰 도로 사이에 있었습니다. 이 사원과 광장은 5월 30일이 기념일인, 달마찌야 출신의 성 이삭기우스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것입니다. 러시아 역사에서 이 날은 뾰뜨르 대제(피터 대제)의 생일로 기념되지요. 이 광장 중앙에는 전제 군주인 니꼴라이 1세 기마상이 있고 독일 대사관과 아스또리야 호텔도 붙어 있습니다.

거대한 돔형 지붕과 종각들로 특징지워지는 이삭 대성당은 주의 공간을 가히 제압할 위풍입니다. 높이 101.5m, 네 방향에 설치된 주랑에는 64톤에서 114톤 정도 무게가 나가는 72개의 원주들이 72개가 서 있어 장중한 느낌을 주죠. 1818년부터 40년 동안 걸설되었다 합니다. 우측은 대성당 안의 모습입니다. 정면에 예수님 모습이 보이네요.

우리는 터어키에 가서 비잔틴 양식의 교회 내부도 많이 보았습니다. 러시아 정교회의 건축 양식들을 보면서 그리이스와 로마(동로마)를 거쳐 슬라브 제국으로 이어지는 교회 건축 문화의 유사성이 느껴졌습니다.  이삭 대성당의 지붕, 기둥, 벽에 그려진 성화와 이콘들은 터어키에서 본 비잔틴 교회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죠.  러시아 정교회가 자신을 가리켜 제 3의 로마 라고 자칭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삭 대성당 지붕입니다.

뻬쩨르부르그의 교회당(까잔 대성당, 이삭 대성당 등...) 역시 전반적으로 조명이 어두웠습니다. 안내 책자에 실린 사진은 충분한 조명과 광학 기술의 카메라를 사용해서인지 화려하게 보였지만, 실제 성당 내부는 너무 어두워서,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웠죠.

이삭 대성당 주변에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 뻬뜨로빠블롭스끼 요새(베드로바울 요새) 로 간 것은 오후 무렵이었죠.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에 어른들처럼 다음 목적지로 쉽게 진군할 순 없습니다. 휴식도 취하고, 물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쉬엄 쉬어 다녀야 합니다. 게다가 배 부른 산모도 있으니까요.

 

네바 강의 드넓은 흐름을 따라 떠 있는 토끼 섬이라는 작은 섬에 베드로 바울 요새(성채)가 있습니다. 1703-4년에 건축물들, 그리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구조물들이 흙과 나무로 지어졌습니다. 1706-40년까지 벽돌과 돌을 이용해서 건축이 계속되었고 1779-1785년에는 벽에 화강암이 붙여졌습니다.

배가 정박된 네바 강변이 보이는 이 사진에서 보면, 선화와 형민이 뒤쪽으로 끝이 뾰족한 베드로바울 요새 안의 성당이 보입니다.

늦은 오후...우리는 베드로바울 요새 입구까지 걸어갔습니다. 뒤로 보이는 입구를 지나면 성채의 으뜸이 되는 대성당이 나옵니다.  1732년에 헌당된 이 대성당의 종루 꼭대기는 첨탑으로 되어 있고 십자가를 지닌, 도시를 축복하고 있는 천사의 상이 있습니다. 종루의 전체 높이는 122.5 m입니다.

우리는 이 때 입구로 들어가지 않고 우측 길을 따라 성채 바깥 쪽을 먼저 돌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또 성당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는데다가(아이들은 성당 별로 안 좋아합니다.)...성 밖으로 나 있는 도로와 강물이 아름다웠기 때문이죠. 사진을 봐도 그렇지요? 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건물이 겨울궁전과 에르미따쥐 박물관입니다.  사진을 보니 시은이가 자고 있네요. 이 역사의 현장에서....

형민이는 그림, 조각, 성당 뭐 이런 거 보다는 물새떼, 강물, 들꽃 이런 게 더 좋습니다. 그래서 강을 따라 돌았습니다.

강을 따라 돌다 보니 왜 이 건물을 '성채' 또는 '요새' 라고 부르는지 알겠더군요. 이렇게 육중한 담벽으로 내부 건물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경정으로 토끼섬을 한 바퀴 돌아야 했습니다. 핀란드 만으로 흐르는 네바 강과 다리가 인상적이죠?

이 네바강은 상 뻬쩨르부르그의 요람입니다. 항구  도시,  뻬쩨르부르그의 생성 배경이죠. 도시 내를 흐르는 네바 강의 길이는 28Km 이고 이 강변을 따라 18-19세기의 가장 저명한 건축 예술들이 집결되어 있습니다. 18세기 후반부터는 이 아름다운 강변을 화강암으로 입히고 나루터를 건설하는 작업이 행해져 왔는데 나루터는 흔히 항아리 모양의 조각이나 이국풍의 조각 등으로 장식되었습니다. 네바 강은 세계적 운송 수로이며 지금도 발틱해로부터 네바 강을 따라 여객선, 상선들이 들어오고 명절에는 네바 강변에 발틱 함대들이 줄지어 정박한다고 합니다.

 

계속 요새를 따라 돌고 있습니다.  한참을 가다 보니 다행스럽게도 요새 내부로 들어가는 통로가 나왔습니다.

통로를 따라 들어왔습니다. 이 문 위에는 '1787' 년 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네요.

요새 내부는 대성당이 가장 중요한 건축물입니다. 우측 사진을 참고하시면 끝이 뾰족한 종루와 천사 상을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이 대성당을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오후 5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습니다. 알고 보니 대성당은 오후 5시까지만 개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성당 입구에서 돌아서야만 했죠. 요새 한 바퀴 돈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습니다. 하지만 요새를 둘러싸고 있는 네바강변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던 것으로 만족합니다. 때로는 뭔가를 보려 뛰어 다니기보다는 따분할 정도로 차분하게 강물과 도시를 느낄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런지...뻬쩨르부르그는 지금까지도 강물과 운하와 다리, 햇볕들이 항상 떠 오릅니다. 뻬쩨르부르그에 온 이틀 동안은 비가 왔음에도 그렇게 푸른 강물과 태양의 기억이 뚜렷한 것은 아마도 베드로바울 요새를 돌았던 이 날의 기억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성 베드로 사도와 성 바울 사도를 기리는 대성당은 러시아 황제들과 황족들의 묘지로 쓰이기도 해서 여러 관 장식들이 볼 만하다고 합니다.

 이제 해가 뉘엿 넘어갑니다. 뻬쩨르부르그 여행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녁 7시 40분 비행기를 타려면 이제 움직여야 합니다. 우린 저녁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뻬쩨르부르그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탔습니다. 언제 다시 이 아름다운 도시, 상 뻬쩨르부르그에 올 수 있을지.... 아쉬움과 감동을 뒤로 하고 달리는 택시 안에서 아이들은 하나둘씩 새근새근 잠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2007.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