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여행기 3  빠블로프스크의 풍경 (상뻬쩨르부르그 2)

2 일째(10월 18일 토요일): 상뻬쩨르부르그 - 빠블로프스크

비는 그치지 않고 여전이 내렸습니다. 짜르스꼬에 쩰로 의 에카테리나 여왕의 궁전 앞에서 조그마한 여왕 인형 하나를 산 뒤 급히 차에 올랐습니다. 아마도 우리 차를 몰고 있는 아저씨도 아이 둘에다가 임신부까지 포함된 이 가족과 빗 속을 달리며 러시아의 옛 고궁들을 방문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우산을 들고 아이들이나 선화가 비를 맞을까봐 노심초사 따라 다녔습니다.

비가 오고 날씨가 좋지 않더라도 볼 건 다 봐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비 오는 날의 쌍뻬쩨르부르그에 대한 기억을 가진다는 것도 꽤 특별한 추억이 될테니까요. 어쨋든 이 못말리는 부부는 인근의 또 다른 마을로 향했습니다.

이번 목적지는 빠블로프스크입니다. 짜르스꼬예 쩰로에서 10여분 달리니까 빠블로프스크 역에 도착했습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빗방울은 소나기처럼 굵어지다가 잠잠해지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던 날씨였습니다. 확실히 지난 터어키 여행 때보다는 여러 가지 환경이 순탄하지 않지만 우리 가족도 이 정도 어려움 쯤은 넘길 정도로 강해져 있었습니다.

빠블로프스크는 18세기 말에 지어진 궁전이 있는 곳입니다.  빠블로프스크가 건설된 해는 1777년인데 당시 왕위 계승자였던 빠벨과 그의 아내 마리아에게 하사된 영지에 거처를 건설하면서 건축은 시작되었습니다.

궁전 뿐 아니라 주변 경관이 참 아름다운 걸로도 유명한데 비오는 날 방문했음에도 명불허전 이었습니다.

임신 9개월이던 선화의 모습입니다. 형민이는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구요. 선화의 뱃 속에는 셋째 성은이가 들어 있습니다. 가끔 성은이는 이런 사진들을 보며 오빠, 언니는 다 보이는데 자기가 보이지 않는게 궁금하지 물어 봅니다. "성은이?"  그러면 우린 모두 똑같은 대답을 하죠. "성은이는 지금 엄마 뱃 속에 있잖아...그치?"

궁전 앞 빠블로프스크 공원은 600 헥타르 정도인데 교외에 있는 모든 황가 소유 영지들을 통틀어 가장 넓은 것이라 합니다. '눈으로 보는 음악' 이라고 칭할만큼 가장 완벽에 가까운 풍경이 조성되어 있다고 찬사를 받는 것이죠.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어둡고 축축한 날씨... 웬지 제정 러시아 시절의 유적지를 방문한 우리의 느낌은 이런 날씨가 무척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물론 맑고 밝은 날에 왔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비 오는 늦은 가을(10월 말) 쌍뻬쩨르부르그 외곽 빠블로프스크에서의 느낌도 특별했습니다. 물론...외국에서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궁전 안으로 들어 왔습니다.

이 궁전에도 훌륭한 러시아 조각가 들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뻬쩨르고프에서 본 여름 궁전 내부와 마찬가지로 금빛 찬란한 장식들이 빛나는 여러 개의 방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바깥 날씨가 비오는 어두운 날씨다 보니...궁전 안의 분위기도 차분하고 어두웠습니다. 우리 부부로선 이런 특별한 곳을 방문하는 것이 흥미로운 일이지만 이제 막 세 돌을 넘긴 형민이에겐 참을성이 필요했죠.  정교회의 영향을 받은 그림들과 조각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안내 책자를 보니 이 궁전에서 주목할 만한 공간들로서 '이태리 홀','그리스 홀','전쟁과 평화 홀','화량','로씨의 서재' 등을 꼽을 수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우리 눈에는 다 그게 그것처럼 들어 왔습니다. 이럴 때 한국인 가이드가 설명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마리아 표도르브나 여제를 위한 제 1침실이 화려한 치장으로 유명한데 침대는 아래에 보입니다.  

방의 벽들에는 비단이 입혀져 있고 여러 가지 선명한 색으로 구성된 벽화가 있는데 목가적 농촌생활를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하네요.

러시아의 왕들은 이렇게 식사를 했겠죠?

 

형민이가 더 이상은 이 어두컴컴한 건물 안에서 헤매는 걸 참을 수 없게 되자 우린 이 궁전을 빠져 나왔습니다.  비는 좀 걷혔더군요.

우리 가족은 쌍뻬쩨르부르그에서 4일을 보내게 됩니다. (10.17-20) 오늘은 둘쨋날로 쌍뻬쩨르부르그 외곽의 유적(뻬쩨르고프, 짜르스꼬예 쎌로, 빠블로프스크)을 둘러 봤습니다. 내일과 모레는 본격적인 쌍뻬쩨르부르그 도시 관광에 나서게 됩니다.

빠블로프스크를 떠난 우리는 빗 속을 가르며 다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전 날 잤던 '마르스까야 호텔'은 객실료가 좀 비싸다 싶어 좀 더 할인이 되는 '모스크바 호텔'로 옮겨 짐을 풀었습니다. 전 날 밤 한국 식당에 식사하러 갔다가 만난 한국인 여행사(Peter tour) 직원(이현희 님)의 도움을 받아 가능한 일이었고 오늘 도시 외곽을 둘러 보는데 도움을 준 차와 기사 아저씨도 다 이 분의 도움을 얻어 이뤄진 것입니다.

하루 종일 비바람과 추위에 고생한 우리 가족은 어제 들렀던 한국 식당을 다시 방문해서 따뜻한 찌개와 생선구이로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 왔습니다.

돌아 오는 길에 들른 가게 모습입니다. 가게 진열장에 오리온 쵸코파이가 한가득 진열된 게 보이시죠? 카자흐스탄에서도 쵸코파이 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정말 쵸코파이는 러시아를 휩쓸고 있더군요.

쉽지 않은 일기 속에서 우리 다섯 식구(뱃 속의 성은이까지)가 무사히 쌍뻬쩨르부르그 근교를 돌아볼 수 있어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언제 한 번 이렇게 와 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