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e-메일]카자흐 국민의 '여유로움'

이선화 카자흐스탄 주부

해외 유명관광지에서 널리 알려진 몇 안 되는 한국 말 중에 '빨리 빨리'라는 단어가 포함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디서든지 급하게 요구하고 빨리 답을 얻기 원하는 한국 사람들의 생활 습관 때문일 것이다.

이곳 카자흐스탄은 조깅을 하는 사람 외에는 좀처럼 뛰어 다니는 사람을 볼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의 걸음이 느린 곳이다.

일상 생활 또한 느긋하게 이뤄지는데 이런 이곳 사람들과 비교하면 한국인인 나의 성격이 얼마나 급한가를 종종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이곳 TV에서도 저녁 9시 뉴스 전에 시각을 알리는 화면이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보통 5~10초 전부터 시작되는데 반해 이곳에서는 보통 45초 전부터 그 화면이 시작된다.

초침이 넘어가는 45초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지난해에는 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한달 동안 휴대용 버너를 이용해서 조리를 하며 살아간 적이 있었다.

그 이유가 황당할 정도다. 우리 아파트에 사는 몇 세대가 가스비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체 아파트로 공급되는 가스관을 아예 잠가버렸던 것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한달 내내 아무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일반 행정업무들도 늦게 처리되는지라 작은 민원 하나 해결하는데 몇 시간이 걸리기 예사고 대부분의 상점들이 점심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는 탓에 영업시간을 잘 모르고 나갔다가는 허탕치기 일쑤다.

그러나 이런 느린 생활 패턴 속에서 힘들어하는 것은 유독 나뿐이다. 이곳 사람들은 아무 불편을 느끼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불평할 이유도 없다.

여유를 누릴 줄 아는 마음,내가 이곳 사람들에게 꼭 배워야 할 점인 것 같다.

아스타나 holy3927@netsgo.com



입력시간: 2002. 04.2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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