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작스딴 의료 엿보기 2   진단(Diagnosis)의 사각 지대

매년 여름이 되면 까작스딴으로 찾아 오는 단기 선교 여행팀의 행렬은 그칠 줄 모릅니다. 이슬람권 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교 활동이 자유롭고, 많은 민족들을 접할 수 있기에 까작스딴은 선교사, 선교사 지망생, 선교여행팀, 장기 선교사들로 늘 넘쳐나는 국가들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밝힐 점은 까작스딴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국가라는 점입니다. 어떤 분들은 까작스딴의 국교가 이슬람교가 아니냐고 물어 오시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까작스딴은 120여개의 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인 탓에 민족 간의 화해를 중요시 여깁니다. 따라서 각 민족 고유의 종교에 대해서도 포용적이고 상호 이해적인 편입니다. 그런 탓에 지난 10년 간 까작스딴의 종교 단체 수는 4배나 늘어났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회교 사원수는 25개에서 1500개로, 개신교 교회는 약 1천개에 달합니다. 러시아 정교회들도 4배 이상, 카톨릭 교회도 3배 이상, 유대교는 21개... (2002년 정부가 밝힌 자료) 심지어 여호와의 증인이나 통일교 까지 까작스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까작스딴 독립 이후 까작 민족의 전통 종교인 이슬람교가 까작 민족주의와 함께 강화되고 있고, 2000년 여름 알마티에서 열린 '실크로드 2000' 이후 개신교의 선교 활동을 견제하려는 '종교법'이 제안되는 등... 이슬람교와 정교회 이외의 종교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지만 지금 이 시간도 선교사 활동 명목으로 비자가 발급되고 있는, 종교 활동의 자유가 있는 국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까작스딴의 형편이 이렇다 보니 이곳에서 활동하는 선교사와 연계된 많은 단기 선교 여행팀과 의료팀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올 해만 해도 까작스딴으로 들어 오겠다고 연락해 온 의료팀이 여럿 됩니다. 지난 5월에 포항 선린병원의 의료팀이...지난 6월에는 대구의 성형외과 개원의 선생님들이...오는 8월 1일부터는 지구촌교회 의료팀이...여기에 부산의대 기독학생회의 의료팀이 8월 중 의료 선교활동을 펼칩니다.

많은 의료 선교팀이 까작스딴을 찾는다는 사실은 무척 반가운 사실입니다. 사실 많은 단기 선교여행팀이 까작스딴을 찾고 있긴 하지만 이곳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은 현실적으로 준비되기 어렵습니다.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학생들 위주로 구성된 선교팀의 경우는 주로 드라마나 찬양, 여름 성경학교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연세 있으신 분들은 주로 기도의 씨앗을 뿌리고 돌아 가는 게 일반적인 활동이지요. 하지만 의료팀의 경우에는 당장 약을 살 수 없는 이곳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혜택을 줄 수 있어 지역 교회나 주민들에게는 반가운 존재로 다가옵니다.

까작스딴을 찾게 될 의료팀들과 접촉하면서 이곳 의료 상황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았었고 저 역시 까작스딴에서 진료를 하기 위해선 이곳 사람들의 의료 행태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를 가지고 들어와야겠다는 생각에 이곳에서 진료할 의료팀이 참고해야 할 내용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철도병원 (사진)

까작스딴의 병원은 크게 보아서 외래 환자만 보는 외래 병원(빨리끌리닉)과 입원 환자만 돌보는 입원 병원(발닛짜)으로 나눠질 수 있고, 각 직종 별로도 병원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왼쪽은 아스타나의 중심부에 있는 입원 병원 중 하나인 철도 병원의 모습입니다. 물론 돈 많은 사람들이 갈 수 있는 비교적 고급 시설의 병원도 있지만 이 병원은 가난한 사람들이 찾아 가는 병원 중 하나입니다.

병원 입구가 병원 같아 보이나요? 까작스딴의 의료 현실을 보고 계십니다.

1. 병력 청취 (History taking)

환자를 보는 첫 단계는 증상을 듣고 보는 일에서 출발합니다. 제 경우에는 특별한 장비 없이 진료를 해야 하기에 바른 진단을 위해선 이 병력 청취 단계가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제가 진료하는 것을 보고 의아심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아니...아무런 장비도 없이 어떻게 병을 진단하나요?" 물론 현대 의학은 증거(evidence)에 의존해서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기에 적절한 검사가 병행되어야 함이 분명하지만 ... 장비없이 저 하나 달랑 파견된 이곳에선 장비 타령을 하기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 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곳 의료 시스템에선 제대로 행해지는 검사도 드물고 검사 결과를 바로 해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검사는 오히려 의사들의 면피용으로 전략해 버린 상태였습니다. 설사 검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진단이나 처방이나 결여 되어 이미 많은 사람들은 의사를 신뢰하지 않고 있었지요.

1) 콩팥(뽀츠끼)이 아파요

콩팥(신장)이 아프다는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아마 한국에서 온 진료팀이 이곳에 와서 통역을 통해 "어디가 아프세요?" 라고 묻는다면...듣게 될 첫 마디가 바로 이런 대답일 수 있습니다.

콩팥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 콩팥에 병이 있다고 해석하면 곤란합니다. 소변 검사, 피 검사 한 번 안 하고 스스로 콩팥에 병이 있다고 진단을 내린 이곳 사람들은 옆구리 뒤쪽(콩팥이 위치한 곳)이 아프면 무조건 콩팥이 아프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이게 참 황당하더군요. 물론 급성 신우염(콩팥에 염증이 생긴 것)이 생겼다면 진짜 콩팥 때문에 그렇게 아플 수야 있겠지만 그런 경우 발열도 동반되고 무엇보다 소변 검사, 혈액검사 등으로 확인해야만 확신할 수 있는 법인데 이런 모든 의학적 상식을 뒤집는 그들의 말을 들으면서...도대체 이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할 뿐이었습니다 .

간(뻬치니)이 아프다는 말도 자주 듣게 됩니다. 위(질루덕)가 아프다는 말은 한국에서도 흔히 하는 말이라 이해할 수 있지만 간이 아프다는 말은 의사 생활하고 처음 듣는 말이라 어떻게 대답을 해 줘야 할 지 막막했습니다.

내장 장기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는 이들을 보면서 그들의 표현 밑바탕에 유물론적 사고가 깔려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요즘은 이런 표현을 들을 때마다 다른 표현법을 알려 줍니다. " 아주머니...콩팥이 아프다고 하셨는데 사실 그거...콩팥이 아픈 거라고 말할 수 없어요. 실제 콩팥에 병이 있음을 확인하려면 소변 검사를 꼭 해 봐야 하는데 아주머니는 그런 거 안 해봤잖아요..다음에 소변 검사를 해 보신 뒤 결과지를 꼭 제게 보여 주세요. 그리고 지금 아픈 증상은 콩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허리나 근육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더 많답니다. 이 약을 드세요."

2) 머리 혈압이 올라요...

이곳에서 환자를 볼 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날씨 탓" 이라는 말과 "혈압" 이라는 단어입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혈압은 모든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처럼 느껴집니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혈압은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와는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특별히 '머리 혈압','콩팥 혈압' 이라고 얘기할 때면 뭔가 이상하다고 확신하게 되지요.

두통이 있거나 아기가 경련을 할 경우 흔히 '머리 혈압이 오른다'는 말을 사용하고 '콩팥 혈압'이 높아서 콩팥이 아프다는 얘기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혈압은 혈압계를 사용해서 상박의 혈압을 잰 것을 말하는데 머리 혈압은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콩팥에서 기인하는 고혈압이라는 말은 사용될 수 있지만 콩팥만의 혈압은 잴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는데 어떻게 이곳 사람들이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지...이질감만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아마도 머리 혈압은 뇌압(뇌척수액의 압력)을 이야기하는 걸 것이라고 추정해 봤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결국 지금은... 이렇게 머리 혈압이나 콩팥 혈압을 운운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런 용어를 제가 잘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해 버리지만 그럴 때마다 별 세계에서 진료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2. 진단 검사(Diagnotic approach)

1) 위 내시경 검사 아세요?

이 곳 역시 위장계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위 식도 역류 증상(Heart burn, 가슴 앓이)은 한국보다 여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속이 쓰리거나 더부룩한 증상은 이곳에서도 단연 수위를 차지하는 항목인데 소화기 의사는 이런 증상을 대할 때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떠 올리게 됩니다. 물론 요즘은 서구 선진국에서도 위 내시경의 불편함이나 수가 등의 이유로 '진단적 치료'의 일환으로 일단 약을 줘 보고 그 반응을 봐 가면서 다음 진단법을 선택하기도 하지만...까작스딴의 제 경우는 그 때문이 아니라 위 내시경 검사 장비가 없어서 확인할 수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위장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위 내시경 검사에 대해 환기를 시킵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도 반드시 검사 유무를 물어 보지요. 물론 이곳의 내시경 장비는 한국에서 20-30년 전에 사용하던 구형입니다. 한국은 벌써 20년 전부터 모니터를 통해 화면을 제공해 주는 전자 내시경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곳은 아직도 내시경 속을 직접 들여다 봐야 하는 구식(optic)입니다. 검사를 시행하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병변 부위를 볼 수 없는데 실제로 검사하는 사람 조차도 전자 내시경에 비해 시야가 좁아 병변을 놓치는 경우가 많지요.

까작스딴의 위내시경 장비(사진)

아스타나의 정형 및 외상학 병원에서 사용하는 위 내시경 장비입니다. 눈을 직접 대고 들여다 봐야 하는 이 내시경 장비로는 병변을 놓지기 쉽고 피검자에게 더 많은 고통(?)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까작스딴의 수도 아스타나에는 많은 병원이 있지만 한국과 같은 전자 내시경 장비를 갖춘 곳은 딱 한 군데 밖에 없습니다. (아스따라한 스까야 거리의 리스빠브리스끼 고스피탈)

내시경의 장비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소독에 관한 문제인데 더 심각하고 처참한 현실입니다. 한국은 내시경 소독 문제가 지난 몇 년간 내시경 학회의 가장 중대한 이슈 가운데 하나였는데 이곳은 검사실 자체부터 이미 청결하지 못했습니다.

내시경에 사용하는 윤활제도 한국처럼 우수한 것이 아니라 물같이 묽은 글리세린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2) 받기 힘든 검사

까작스딴의 외래 병원에도 검사실이 있지만 문제는 검사의 종류와 수준 입니다.  X-ray 검사를 했다면서 손톱 만한 간접 촬영 필름을 갖고 나타나는 이곳에선 혈액 검사를 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아스타나 1 외래 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받기 원한다면 아침 7시부터 9시 사이에 2층 검사실 앞에 와서 줄을 서 있어야 합니다. 검사실이라곤 하지만 수액도 맞고 수혈도 하고 검사자의 피도 뽑는 다용도실입니다. 한국이라면 언제 가더라도 쉽게 검사할 수 있는 기본 혈액 검사 항목도 아침 일찍 서두르지 않으면 할 수 없습니다.

컴퓨터 단층 촬영(CT)의 경우 혈관 조영이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소화기 환자의 경우에는 내장 장기의 구별과 병변의 확인을 위해 혈관 조영이 필수적인데도....현재 아스타나에는 혈관 조영 CT 검사가 없습니다.(2003년 현재) 조영제를 쓰면 위험하다는 생각에 그저 아무 의미없는 CT만 돌리고 있습니다.

이곳에선 빈혈이 있으면 무조건 철 결핍성 빈혈이고 의사들은 철분을 먹으라고 처방합니다. 사실 빈혈이 있으면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게 우선입니다. 먼저 빈혈의 원인이 적혈구를 생산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인지 아니면 적혈구가 비정상적으로 빨리 파괴되는데 기인하는 것이지를 구별해야 하고(망상 적혈구reticulocyte 수로 감별)...만일 철 결핍성 빈혈이라고 진단하려면 몸 속의 철분 저장소의 결핍과 철분 운반체(transferrin, ferritin)의 상태를 검사실에서 확인해서 확증해야 하는데...이곳에선 그저 혈색소(헤모글로빈) 치가 떨어지면 빈혈이고...바로 철 결핍성 빈혈로 진단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더 이상의 검사 항목이 없기 때문입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제가 만난 철 결핍성 빈혈 환자들의 의사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평생 철분 제제를 먹으라고 권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철 결핍성 빈혈시 철분 제제는 혈색소 수치가 회복된 뒤 2-3개월 정도 더 먹기만 해도 되는데 이렇게 평생 철분 제제를 먹다가는 또 다른 질병이 찾아 오겠지요?

구급차 (사진)

어느 겨울 날..길가에 서 있는 구급차를 촬영한 것입니다. 한국도 구급차에서 만큼은 서구 수준에 못 미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질책을 받고 있는데 까작스딴의 구급차는 그야 말로 굴러다니는 '도시락 통'입니다.

무쇠로 만든 듯한 딱딱한 철체에 들 것 하나 달랑 넣어 놓고 도시를 달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딱하기도 하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곳에선 구급차를 부르려면 03 번를 눌러야 하는데 구급차에도 03이라고 적혀 있습니다.(마치 우리 나라 119 같은 역할을 합니다)

3) 너무 많은 만성 질환

까작스딴에도 만성 질환자가 많습니다.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자신의 병력 기록지를 내 보이며 자신이 만성 위염, 만성 췌장염, 만성 담낭염 등을 가지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그런데 그 만성 질환의 근거란 것들을 조목 조목 따져 보면 결국 초음파의 결과나 내시경 결과에 의존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질환의 증상은 하나도 없고 단지 초음파 상 "좀 크게 보인다" 혹은 "좀 작게 보인다..."는 사실만 가지고서 자신이 만성 췌장염, 만성 담낭염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곳 할머니들 치고 만성 췌장염을 안 가진 사람은 찾기 어렵고 모두들 자신이 만성 췌장염이라며 판크레아틴(췌장 효소)를 달라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만성 췌장염이라는 사람 중에서 당뇨나 만성 설사(지방성 설사) 같이 만성 췌장염 환자에서 궁극적으로 도달하게 되는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만난 적은 없습니다. 그 흔한 X-ray상의 석회화 변화 같은 것도 본 적 없습니다. 한 마디로 그들이 말하는 만성 질환들은 신뢰하기 어려운 진단명들입니다. 그저 초음파 상 나타나는 희미한 잔영에 의해 평생토록 만성 췌장염이라는 허울을 덮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3. 그들만의 치료

한 나라의 보건 의료 수준은 경제적 수준과 비례하기에... 진단에 필요한 검사를 제대로 갖출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여야 하지만 치료 방침만큼은 정확해야 하는 것이 의사의 입장에서 가지는 바램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까작스딴에서의 진료는 전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의학 교과서와는 별개로 흘러갈 때가 있습니다. 물론 서구의 의학 교과서도 소개되고 있고 질병의 분류와 정의는 서구 의학과 큰 차이가 없지만 각론으로 들어가 보면 그들만의 치료를 하고 있음을 금새 알 수 있습니다.

의학 교과서에 한 줄의 내용이 실리기 위해선 그 내용을 뒷받침하는 수 년간의 임상 실험과 검증이 있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까작스딴에선... 교과서보다는 개인의 견해가 쉽게 앞서곤 합니다. 소위 말하는 대가...그러니까 자신을 가르쳐 준 선배 의사의 말이나 글들이 서구 의학 교과서보다 더 권위있게 그들에게 다가오는게 현실입니다.

1) 급성 췌장염에는 찬 물을 사용해라...

위장 뒤에는 소화, 내분비 기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췌장 이라는 장기가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를 췌장염이라 부르고 극심한 통증이 수반됩니다. 급성 췌장염의 치료에 대해 교과서에는 여러 가지 내용이 적혀 있지만 이곳에서는 특이한 치료법 하나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바로 찬 물을 많이 마시는 겁니다. 찬 물을 마시면 위가 차가와 지고 그 차가와진 기운에 의해 뒤쪽에 있는 장기, 췌장의 염증도 가라 앉는다는 거지요. 그럴 듯 하면서도 황당한 이 치료법은 이곳에서 널리 사용되는 내용입니다.

2) 여드름에는 피를 걸러야....

얼굴에 여드름 같은 뾰록지가 많이 올라올 경우 젊은 여성들에게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까작스딴에서는 얼굴에 뭐가 생기는 것에 대해 의료진들은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얼굴에 모낭염 같은 종기들이 발생했을 때 이곳에서 흔히 사용되는 치료법은 바로 피를 걸러 주는 것입니다. 혈액 투석도 아니고 특별한 혈액 질환도 아닌데 피를 걸러 준다는 말을 듣고 그만 아연 실색할 수밖에 없었지만 실제로 이곳에선 얼굴에 여드름이 많이 나도 한 쪽 팔에서 피를 뽑아 내어 피를 걸러 준다는 기계에 통과 시킨 뒤 다시 몸 속에 넣어 주는 치료를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치료법이었습니다.

3) 열성 경련에 간질 치료제를....

어린 아기들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열이 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열이 났을 경우 중요한 치료 중의 하나는 고열이 생기지 않도록 조절해 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열이 있을 경우 경련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열성 경련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무조건 고열이 되었다고 해서 열성 경련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고 열성 경련을 일으킬 소인을 가지고 있는 아이에서만 발생하는 것이고 열성 경련이 간질로 발전한다고는 보지 않는 게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그런데...이곳에서는 열성 경련을 한 차례 한 아이에게 페노바비탈과 같은 간질약을 계속 먹이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부모 말에 의해도 뇌파 검사(까작스딴에서는 뇌파 검사는 아주 자주 시행되는 검사  중 하나입니다. 아주 선호되는 검사죠) 나 기타 검사에 어떤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지속적으로 그 약(페노바비탈)을 먹으라고 처방했다고 합니다. 한국의 소아과 의사가 들으면 펄쩍 뛸 일이죠.

4) 조직 검사 없이 수술을?

내과 의사로 활동하다 보면 암이 의심된다고 진료실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제일 흔한 경우 중 한 가지가 바로 유방에 뭔가가 만져지는 경우와 갑상선에 혹이 느껴지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양성과 악성을 구별하는 수 많은 감별점들과 설명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학적 확인입니다. 그러니까...주사 바늘을 사용해서 그 혹의 일부를 채취한 뒤 현미경 상에서 악성 변화가 있는지 관찰하는 과정이 가장 결정적인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그런데...이상하게도 이곳에선 이 조직학적 확인을 하지 않고 수술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합니다. 제 주변에서도 이렇게 유방 종물로 몇 번 외래 병원에 들락 날락 하다가 별 다른 검사도 없이 바로 수술실로 들어간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스타나 1 외래 병원의 경우에도 제대로 된 외과 병리학 파트가 가동되지 않고 있고 수술을 한다는 병원에도 조직 검사 분야에 있어서는 경험이나 기술적으로 많이 낙후되어 보였습니다.

게다가 이곳에선 수술 후 일어나는 합병증과 문제를 수술을 담당한 의사가 전혀 책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수술을 하는 병원의 의사는 수술만 하지 외래 병원에서 진료하지 않습니다. 예를 갑상선 수술을 하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수술을 담당한 의사로부터는 어떤 설명도 들을 수 없는 것이 이곳의 현실입니다. 외래 진료실에서 만날 수 없으니까요...) 수술을 해야하는 확실한 근거 없이 마구 잡이식으로 행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런 까작스딴 의료 현실 속에서 저 혼자 달랑 아스타나에 파견되어 활동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한계가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내가 만나는 사람만큼은 진단과 치료에 대해 정확한 의견을 갖도록 하자는 게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질병을 조절하기 위해선 먼저 그 질병에 대한 이해가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사진에서 제 옆에 있는 분이 바로 통역 아주머니입니다. 진료실이나 여러 교회에서 환자를 볼 때 이 분의 도움을 받아 하고 싶은 얘기들을 환자들에게 합니다. 아무리 얘기해도 가슴 속의 답답함이 사라지지 않는 이곳에서의 진료 활동이지만 이곳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온 의사는 질병에 대해 자세하고 정확하게 설명해 주더라" 는 신뢰를 얻기 위해 오늘도 어제 했던 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진료의 사각 지대 까작스딴....언제쯤 믿을 수 있는 진단과 검사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진단과 검사를 정확하게 시행할 수 있는 선교 병원(의원)을 까작스딴에 세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