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새 이야기

12월의 어느 아침, 바람이 무척 많이 부는 날이었습니다. 여느때처럼 아이들과 함께 학교 버스 타는 도로 앞까지 나가는 길에서, 나무 밑에 떨어진 새끼 새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이면 새 둥지 속에 있는 아기 새가 떨어질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발견된 새끼 새들은 대부분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며칠 전에도 잘 걷질 못하는 새끼 새 한 마리를 풀밭에서 주워다가 물도 주고 지렁이도 잡아다 주면 키워 보았지만 이틀 후 죽어 버린 적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매번 장례식을 치뤄야 하니... 새끼 새를 데리고 오는 것도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새끼 새는 그렇게 다친 것 같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크게 울고 입도 잘 벌리고 제법 걸어 다니기도 했습니다. 입 가까이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 입을 쫙 벌리는 모습을 보면 너무 귀여워서 꼭 도와 주고 싶은 맘이 솟아 오릅니다. 엄마새를 간절히 기다리는 새끼였으니까요.  

얼마 후 다시 그 곳을 지날 때도 여전히 그 나무 밑에서 빽뺵 소리만 지르고 있는 걸 보고는 집 앞으로 데리고 와서 박스로 집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고양이들이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그대로 내 버려 뒀다가는 까만 고양이들에게 어떤 흉칙한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요 녀석이 요즘 우리 집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까만 고양이죠. 새 둥지를 습격하기도 하고 새들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먹이 될 만한 것을 잡아다가 새끼 새에게 줬습니다. 아무래도 지렁이를 가장 잘 먹는 것 같아 아이들은 지렁이를 잡으러 여기저길 돌아 다녔습니다. 새끼 새는 반가운 듯이 지렁이를 홀라당 삼켜 버립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먹성 좋은 녀석에게 먹이를 제공해야 할지... 갑자기 막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비슷한 색깔의 새 한 마리가 새끼 새를 넣어둔 박스 주변에 어슬렁 거리는 장면이 포착되었습니다.  

숨어서 관찰해 보니... 놀랍게도 이 새가 새끼 새에게 15분 간격으로 계속 먹이를 잡아 나르는 것이었습니다. 우린 이 새가 이 새끼 새의 엄마 새라는 걸 금새 알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신기하고 놀랍든지... 이전까지 기르던 새끼 새들에겐 이런 일이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땅바닥에 떨어진 새끼 새를 집으로 데리고 올 때면, 주변 선교사님들은 대부분 금새 죽어 버린다고 그냥 그대로 두라고들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어미 새가 어떻게 알았을까요?  주변 많은 사람들도 이 소식을 듣고 놀랐고 구경하러 오시기까지 했습니다.

엄마 새는 아주 늦은 저녁까지 열심히 새끼 새에게 먹이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주로 지렁이었고 때론 다른 벌레를 잡아 오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린 엄마 새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숨으서 이 경이로운 순간을 숨죽이며 지켜 보곤 했습니다. 이 기적같은 일은 며칠동안 계속 되었습니다.

우리도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제일 먼저 박스 안에 새끼 새에게 아침 인사를 하는게 하루 일과가 되어 버렸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 어미 새가 나타나지 않으면 우리도 적잖게 걱정되었습니다. '새끼가 배고플텐데....' 하지만 비가 조금 그치지 어디서 날아왔는지 어미 새는 지렁이를 물고 새끼 새에게 다가 왔습니다.

새끼 새를 바라보고 박스 가장 자리에 서 있는 어미 새의 모습을 볼때마다 어미 새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을 해 보곤 했습니다. 박스 가장 자리에서 주변을 살핀 뒤 곧장 새끼 새에게로 내려가 먹이를 입에 물려 주는 어미 새의 모습은 어떠한 위험도 감수하는 것 같았습니다. 때론 멍청한 아기 새가 지렁이를 제대로 받아 먹지 못해 주변에 벌레가 떨어져 있는 걸 볼 때면 우리가 떨어진 먹이를 아기 새에게 먹여 주곤 했습니다. 입을 쫙 벌리는 아기 새를 향한 우리의 마음도 점점 깊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5일이나 지났을까.. 박스 안의 새끼 새가 갑자기 없어졌습니다.

'이제 날 수가 있어 밖으로 날아갔을까?', '엄마 새가 데리고 갔나?' 생각도 해 보았지만... 엄마 새 역시 새끼 새가 없는 박스 주변을 떠나지 않는 걸 보니 혹시 무슨 일이 생겼는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새끼 새가 건강하게 박스 보금자리를 떠났을 거라 추측합니다. 아기 새를 그리워하는 어미 새는 여전히 박스 주변을 맴도는 거라 생각하면서...

선화는 갑자기 없어진 새끼 새가 못내 그리운 모양입니다. "그래도 한 식구처럼 느껴졌는데... 갑자기 없어지니 마음 한 편이 서운하네요.."  

지금도 우리 집 주변에는 많은 새들이 찾아 옵니다. 아마 그 중 한 마리는 이때 우리가 마음을 줬던 그 새끼 새가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우리는 구별 못하지만 그 새는 우릴 알아보겠지요.. ? 아기 새의 눈빛이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