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민이의 네 번째 생일 (2004.10.5)

아빠가 퇴근 길에 사 온 생일 케잌 위에는 네 개의 초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형민이가 네 번째 생일을 맞게 되었습니다.

형민이는 생일 케잌을 무척 좋아합니다. 하지만 정작 케잌을 주면 한 입 베어 먹고는 다신 손을 대지 않을 정도로 단 맛을 싫어하지요. 그래서 정확하게 말하면 케잌 자체는 싫어한다고 해야 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민이가 누구보다 생일 케잌을 좋아하는 이유는 케잌에 불을 밝히고 손뼉치며 노래 부르는 축하의 순간들 때문입니다.

한국인이라고 20명만 살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한 도시에서 생활했던 우리 가족으로선 아이들이 생일을 맞을 때마다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사실 그 만한 다른 모임이나 행사가 있을 리도 없었지요.

어느 덧 네 번째, 형민이의 맘은 어느 덧 생일 케잌이 함축하고 있는 것들을 사랑하게 되었나 봅니다.

가족의 소중함, 서로가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진심으로 아껴 주는 것....

형민이의 생일을 맞으며 하나님이 인도해 주신 걸음 걸음들을 떠 올려 봅니다.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가슴 저미는 사랑의 순간들이었습니다. 즐거웠던 순간들도 많았을 법 한데 되돌아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순간들은 어렵고 외롭고 힘들었던 때입니다.

이래서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들에게 어려움도 주시고 연단의 시간들을 허락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을 더 뜨겁게 생생하게 사랑하도록 하시려구요...

우리의 삶은 오늘을 살고 있지만 과거의 시간 위에 서 있기에 우리 가정을 이처럼 인도하신 하나님께서 앞으로 우리 가정을 어떻게 인도하실지가 너무 기대됩니다.

감사와 기대...형민이가 생일 케잌에 밝혀진 촛불을 끈 뒤에도 이 마음은 더욱 불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생일 모음

1. 형민이의 첫 번째 생일 (2001.10.5)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빠베다 거리 63/1 에 위치하고 있는 고려인 식당 "싸샤" 를 빌려 아스타나에 와 계신 모든 선교사님과 KOICA 단원 등을 모시고 조촐한 돌잔치를 가졌습니다.

형민이는 첫 돌 당시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었는데...당시 출석하던 아스타나 장로교회의 예배 후 교제 시간에서도 형민이의 생일을 축하하는 케잌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2. 형민이의 두 번째 생일 (토마토 생일 축하, 2002.10.5)

 형민이의 두 번째 생일 축하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시  말라죠즈니 13/1 에 위치한 우리 집 거실에서 가졌습니다. 요란했던 첫번째 생일 때와는 다르게 우리끼리 모여 앉아 케잌 대신 토마토 위에 두 개의 초를 얹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 뒤 손뼉치고 불을 끄는 조촐한 의식(?)이었죠. 이 때부터 형민이는 이런 생일 축하 의식을 무척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불을 끄고 초에 불 붙인 뒤 노래 부르고 끄는 이 분위기를 말이죠.

 게다가 두 번째 생일은 선화가 둘째 시은이를 출산하러 가기 위해 한국으로 떠나기 10일 전의 일이었습니다. 선화는 형민이의 두 번째 생일 뿐 아니라 세 번째 생일 때도 임신으로 배가 불러 있었죠.

 

 3. 형민이의 세 번째 생일 (피자 생일 축하, 2003.10.5)

 형민이의 세 번째 생일 축하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시  말라죠즈니 13/1 에 위치한 우리 집 부엌에서 가졌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이 때부터 생일 축하 자리에 시은이가 끼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지요. 늘 엄마, 아빠와 함께 축하했던 생일 케잌 앞에 동생 시은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습니다.

"형민아, 형민이 몇 살이지?" 엄마의 물음에 형민이는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입니다. 사실 카자흐스탄에서는 만 나이를 쓰기 때문에 세 살이라고 하는게 맞는 말이죠. 케잌 대신 엄마가 만든 피자를 사용했고 예쁜 생일초를 구하지 못해 양초로 불을 밝혔던...카자흐스탄에서의 마지막 생일 축하 행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