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일 할머니

최근에 이주 1세대로서 이곳에서 살아 가고 계시는 분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올해 91세의 이 고려인 할머니는 고등학교까지 서울에서 나오신 분이셨습니다.

선화 옆에 보이는 할머니가 바로 그 분이신데 성함은 '주동일' 할머니입니다.

할머니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해방 이후 밀어 닥친 사회주의 물결에 관심을 가지고 1946년에 모스크바로 유학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사회주의 운동과 학문에 전념하던 할머니는 '레닌 기치'라는 고려인 신문사에 들어가 오랫동안 편집 일을 하기도 하셨는데... 그러던 중 1990년대 초 끄질오르다에서 한국에서 들어왔다는 선교사를 만나게 되고, 단지 한국에서 왔다는 그 이유 하나 만으로 선교사님을 열심히 돕다가 신앙을 가지게 되어 지금까지 교회에 출석하시며 신앙 생활을 하셨다고 합니다.

작년에 끄질오르다에서 자식들이 사는 아스타나로 올라 오셨다가 아들의 건강이 좋지 안아 할머니를 모실 수 없게 되자 스스로 양로원으로 들어가신 할머니는 가끔 예배를 드리기 위해 우리 교회를 방문하시곤 하십니다. 위 사진도 교회당으로 임대해서 사용하는 미술관 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교회에서 자기 소개를 부탁했을 때 "나는 러시아어를 잘 못합니다. 한국어로 소개하겠습니다." 라고 얘기하셨습니다. 70년간 소련에서 러시아어를 접하며 사셨지만 한국어만큼 아름다운 언어도 없다고 한국어 자랑까지 하시더군요.

주동일 할머니는 한국에서 온 젊은 부부인 우리를 보고 참 반가워 하셨습니다. 특히 어린 아기인 형민이와 시은이를 보시고는 귀여워 어쩔 줄 몰라 하셨고 주머니에 있는 쌈지 돈 200텡게를 꺼내 과자를 사 주라며 말씀하기도 하셨습니다. 원래 고려인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인사를 하는 법이라고 하시면서....양로원에 계신 할머니의 쌈지돈을 받긴 쉽지 않았지만 할머니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올라 오는 반가움과 사랑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에 감사함으로 받았습니다.